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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25화 (25/712)

<-- FA컵 (본선) -->

“뭐라고! 이 병신 새끼가.....”

“으아아악!

와장창창!

사장실에서 사도철이 내지르는 고성과 욕설, 장세준 과장의 비명성과 함께 유리 깨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건너편 대부업체 사무실 안까지 울렸다.

보아하니 잔뜩 화난 사도철이 재떨이를 던졌고 그걸 장과장이 피하면서 애꿎은 뒤 편 유리창만 깨진 모양이었다. 다행인 건 그 뒤편이 좁은 골목으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란 점이었다.

“당장 신세기파에 연락 해.”

“하지만 구 사장은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이라고.... 동작대교를 건넌다는 걸로 미뤄 길어야 10분 안에 여기에 올 겁니다.”

“그럼 근처 양아치들이라도 불러서 구 사장이 여기 못 오게 막던가.”

“네. 알겠습니다.”

대답 후 후다닥 사장실을 나온 장 과장이 어딘가 전화를 해 댔다.

“어디야? 지금 바로 사무실로 와.”

장 과장은 그런 식으로 대 여섯 차례 전화를 했고 5분 뒤 건장한 장정들이 속속 OK 캐쉬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가 10명은 됐는데 다들 나 생 양아치요 라는 티가 팍팍 풍기게 건들거리고 있었다.

“밑에 내려가서 이렇게 생긴 중년 남자가 보이면 무조건 여기로 못 오게 막아.”

장 과장이 구 사장의 사진을 그들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그러다 경찰을 부르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건장한 장정들 중 하나가 묻자 장과장이 바로 대답했다.

“여기 관할서는 우리와 다 연결 되어 있어. 그 중년 남자의 몸에 문제만 없으면 경찰도 상관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단 그 중년 남자가 다쳐선 안 된다.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경찰도 계속 우릴 모른 척 해주긴 어려우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대답한 장정 10명이 우르르 OK 캐쉬 사무실 밑으로 내려갔다. 그때 OK 캐쉬 사무실이 있는 건물 근처에 구진모와 현수가 탄 차가 막 도착했다.

마침 건물 아래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어 거기다 차를 세운 구진모와 현수가 차에서 내려 그 건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어어이. 잠깐!”

그들 앞을 웬 인상 더러운 덩치들이 가로 막았다. 그들은 힐끗 구진모를 보고 서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치 구진모를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아저씨. 이 안엔 절대 못 들어 가. 그러니 빨리 꺼져.”

“뭐, 뭐라고?”

구진모는 기가 찼다.

“이게 대체 뭣들 하는 짓이냐? 어서 비켜라.”

구진모가 좋게 말했지만 덩치들은 꿈쩍도 안했다.

“좋다. 그럼 경찰에 신고하지.”

말이 안 통하자 이번엔 구진모가 제법 강단 있게 덩치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덩치들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구진모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아무래도 대부업체에서 빚을 못 갚게 저들로 하여금 우릴 막게 한 거 같은데요.”

“뭐? 세상에 어떻게 그런 짓을..... 이 천인공노할.....”

“빚을 못 갚으면 사람의 장기도 적출해서 내다 파는 게 대부업체, 즉 사체업자들입니다. 이런 건 그들에겐 다반사 있는 일이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구진모의 물음에 현수는 자기가 직접 당해 봐서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 핑계를 댔다.

“제 친부께서 사체를 끌어 쓰셨다가 된통 당하셨거든요. 그때 알게 된 겁니다.”

“그렇구나.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할 밖에.”

대부업체의 행태에 제대로 열을 받은 듯 구진모가 핸드폰을 꺼내 진짜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현수가 그런 구진모를 만류했다.

“잠깐만요. 저들이 우리가 경찰에 신고할 걸 모르고 저러고 있을까요? 보아하니 이 부근에 있는 경찰들은 도움이 될 거 같진 않네요.”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될 게 분명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다. 하지만 경찰이 다 민중의 지팡인 건 아니다.

“그, 그래도.....”

딱 봐도 덩치들이 구진모와 현수를 건물 안으로 절대 들어가게 내버려 두진 않을 터였다. 그렇다고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는 OK캐쉬 사무실에 발을 디딜 수도 없고 말이다. 어차피 길은 하나뿐이었다.

“안 비키면 뚫고 들어갈 수밖에요.”

입구를 점거하고 있는 덩치들을 보는 현수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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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일단 구진모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했다. 그리곤 혼자 건물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덩치들 앞으로 다가갔다.

5명의 덩치들이 빈틈없이 입구를 막고 살벌한 얼굴로 현수를 노려보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워낙 위압적이라 겁먹을 만도 한 상황이었지만 현수는 어디 구경 나온 사람처럼 그들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현수는 그들 뒤에 5명의 덩치들이 더 있는 것 까지 정확히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이 깡패 새끼들. 너희들을 낳고 기뻐하며 미역국 드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러고들 있으면 안 되지.”

현수도 비록 자신의 친 자식은 아니지만 아이 둘을 키워 본 아빠였다. 아빠로서 생각해 보니 내 새끼가 저런 한심한 깡패 새끼가 됐다고 생각하면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저 씨팔 새끼가 뭐라는 거야?”

“확 입을 찢어 놓을라.....”

“좃만한 게 뒈지려고....”

현수의 도발에 역시 격하게 반응하는 깡패들! 현수는 그런 그들에게 찌릿한 선물을 선사 했다.

“체인 라이트닝!”

현수는 특별히 덩치를 고려해서 그들에서 3서클의 전격 마법을 시전 했다.

파지지직!

“으드드드!”

뭉쳐 있던 5명의 깡패들에게서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던 녀석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현수는 입구에 두 눈을 까뒤집은 채 널브러져 있던 5명의 깡패들 사이를 지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 새끼 막아!”

그걸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건물 안의 5명의 깡패들이 일제히 현수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 현수의 입이 달싹 거렸다.

“네크로 그리스!”

건물 바닥의 마찰 계수가 0이 되면서 앞선 2명의 깡패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으아아아!”

쿠쿵!

“어어!”

그 둘 때문에 뒤쪽에서 움직이던 나머지 3명의 깡패들이 그 앞에서 주춤 거리며 한 데 뭉쳐 있을 때 현수가 그들을 향해 다시 찌릿한 선물을 선사했다.

파지지직!

그들 역시 이빨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에 이어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바닥에 맥없이 널브러졌다.

그렇게 손 하나 대지 않고 마법으로 10명의 깡패들을 손쉽게 제압한 현수가 건물 밖에 멍하니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구진모를 향해 손짓을 했다.

“아버지. 빨리 들어오세요.”

“어. 그래. 현수야.”

현수의 외침에 구진모가 허겁지겁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현수는 구진모와 같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현수야. 뭘 어떻게 한 거니?”

구진모가 건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양아치들을 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현수에게 물었다.

사실대로 마법을 써서 저들을 제압했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니 현수는 잘 돌아가는 머리로 지어내서 구진모의 질문에 그럴 듯한 대답을 해 주었다.

“제가 싸움을 좀 하거든요. 급소를 가격해서 다들 저렇게 된 거예요.”

“급소라. 으음. 그렇구나.”

현수가 그렇다니 구진모는 그런 줄 알았다. 사실 구진모는 현수가 깡패들을 어떻게 제압하는 지 보지도 못했다. 잠깐 딴 데 한눈을 팔고 있다가 보니 건물 입구를 막고 있던 깡패들이 우르르 쓰러져 있었으니 말이다.

띵!

마침 지하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왔고 현수와 구진모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OK 캐쉬 사무실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헉!”

한성 정밀 구진모 사장이 OK 캐쉬 사무실에 나타나자 장세준 과장이 기겁 하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구, 구 사장님!”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고 배꼼 사무실 쪽으로 고개를 내민 사도철이 곧 잡아먹을 것 같은 살벌한 눈으로 장세준을 쏘아보고는 문을 닫았다. 그 순간 장세준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죽었다.’

그런 장세준 앞으로 구진모와 현수가 다가왔다.

“빌린 돈 갚으러 왔소이다.”

구진모가 장세준 앞에 당당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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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모는 현금 3억을 장세준에게 넘기면서 동시에 차용증을 받아서 확인했다. 그 사이 장세준이 돈을 확인한 뒤 다소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맞군요.”

그 말을 듣고 난 구진모는 자신이 대부업체와 작성한 차용증을 챙겨 들고 바로 일어났다. 그런 구진모에게 장세준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앞으로도 저희 OK 캐쉬를 자주 이용해 주십시오.”

그 말에 구진모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무슨 소리를 하려다 꾹 참고 현수를 보고 말했다.

“현수야. 그만 가자.”

“네.”

구진모와 현수가 OK 캐쉬 사무실을 나가자 그걸 귀신같이 알고 사장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사도철이 장세준을 향해 손짓을 했다.

“하아!”

장세준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없이 고개를 축 떨군 체 사장실로 들어갔다.

“이 병신 새끼 그것도 똑바로.........”

“으아아아!”

와장창창!

사장실에 떠나가듯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나서 그 안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피워.”

사도철이 자신의 맞은편에 무릎 꿇고 있는 장세준에게 담배 한 까치를 건넸다. 장세준은 힐끗 사도철의 눈치를 보다 그 담배를 받았다. 그러자 사도철이 바로 라이터 불을 켜서 그에게 가져갔고 장세준은 황급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걸 보고 나서 사도철도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물고 불을 댕겼다.

“후우우!”

폐부 깊숙이 담배 연기를 빨아 들였다가 뱉자 장세준의 울분도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 그를 보고 사도철이 말했다.

“일어나라.”

장세준은 사장이 시키는 대로 무릎을 펴고 일어섰다.

“앉아라.”

사도철과 장세준은 서로 마주보고 앉은 채 같이 맞담배를 피웠다. 그 담배를 다 태우고 나자 사도철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한성 정밀 인수 못해서 우리가 볼 손해가 얼마지?”

대부업자로서 사도철의 사업 수단은 대단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유망 업종의 사업체나 공장에만 돈을 빌려 주었다. 그리고 그 돈 대신 그 사업체와 공장을 인수해서 몇 배로 비싸게 팔아 치웠다.

이번 한성 정밀의 경우에는 그곳을 인수하고 싶어 하는 중견 기업이 있었다. 거기서 사도철은 이미 선금으로 50억을 받았다.

“50억입니다.”

사도철은 자기 수중에 들어온 돈은 무조건 자기 돈이었다. 따라서 한성 정밀을 인수하지 못해서 고스란히 게워내야 하는 돈 50억은 그의 수중에 있다 나가게 될 돈이므로 50억 손해를 본 게 되는 것이다.

“어쩔 거야?”

뭘 어쩌란 말인가? 5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한 달 월급이 300만원도 안 되는 장세준이었다. 평생 무보수로 일해도 50억은 못 갚는다. 왜냐하면 50억 원금에 사채 이자가 붙을 테니까 말이다.

“제가 무슨 수를 쓰든 한성 정밀을 다시 인수 할 수 있게......”

장세준은 그저 살기 위해 말했다. 여기서 아무 대책을 내 놓지 못한다면 그는 아마 내일 뜨는 해를 보지 못할 터였다.

“넉넉잡고 보름 주지. 그 안에 해결 해.”

그 말 후 사도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가 나간 뒤 사무실 여직원 둘이 청소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장세준은 그녀들이 들어 온 줄도 모른 체 넋 나간 얼굴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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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의 빚을 해결한 구진모와 현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을 지키고 있던 사설 경호원들도 전부 철수 시켰다.

안영미는 구진모와 현수 앞에 한 상 푸짐하게 저녁상을 차려 내 놓았다.

“많이 먹어라. 현수야.”

“네. 잘 먹겠습니다.”

현수가 열심히 안영미가 차려 놓은 음식들을 비워내고 있을 때 먼저 식사를 끝낸 구진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수가 막 식사를 끝냈을 때 그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자. 받아라.”

“이게 뭔데요?”

“각서다.”

“각서요?”

“우리 한성 정밀이 시가 총액이 30억 쯤 된다. 뭐 그 중 대출금이 10억이긴 하지만.... 이제 곧 독일로 부품 수출을 시작하면 그깟 10억은 금방 갚을 수 있다. 너한테 빌린 3억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너무 염치가 없는 거 같아서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집 사람하고 상의 해 봤는데 공장 지분 10%를 너에게 넘기도록 하마.”

“네?”

구진모의 말처럼 한성 정밀이 독일에 부품 수출을 시작하면 공장의 지분가격은 수십 배로 뛰어 오를 터였다. 거기다 주식 상장까지 한다면 수백 배는 뛸 터였다.

달리 구진모가 돈 방석에 앉을 거라고 현수에게 한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 귀한 지분을 구진모가 지금 10%나 현수 앞으로 해 주겠다고 각서까지 써 줬으니 현수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단지.....”

현수가 손사래를 치며 구진모가 건네는 각서를 받으려 하지 않자 어느 새 나타난 구은하가 구하나가 한 소리 씩 했다.

“그냥 받아.”

“그래. 오빠. 받으세요. 우린 가족이잖아요.”

현수는 구하나의 가족이란 말에 두 눈에 핑그르르 눈물이 맴돌았다. 그런 현수를 보고 구진모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나 말이 맞다. 넌 우리 가족이잖니.”

현수는 그 말에 그제야 구진모가 건네는 각서를 받았다.

“네가 편한 시간 때 그 각서 공증 받도록 하자. 그리고 그때 지분도 확실히 네 명의로 넘기도록 하마.”

구진모의 말에 현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에게 30억은 더 이상 큰돈이 아니다. 시스템의 포인트를 현금화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돈은 없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가족은 아니다.

현수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 생긴 게 너무 좋고 행복했다.

“치맥 어때요?”

현수가 딴엔 분위기를 반전 시켜 보려 한 말에 구은하가 피식 웃었다.

“너 좀 전에 저녁 먹었잖아?”

“밥 배하고 치킨 배는 따로 있는 거 몰라?”

“그래. 시키자.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

그때 구하나가 뚱해서 말했다.

“치잇! 난 아직 미성년자라 맥주 못 마시는데.....”

“콜라 따로 시켜 줄게.”

“대(大)자로?”

“콜(Call)!”

“안 돼! 살찐단 말이야.”

“내가 살찌는 거랑 언니랑 무슨 상관이야?”

“다 네 건강을 위해 그러는 거야.”

“아아. 그러셔요. 그러신 분이 어제는.......”

티격태격 거리는 두 자매를 보고 짧게 한숨을 내 쉬던 안영미가 치킨 집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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