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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21화 (21/712)

<-- FA컵 (본선) -->

현재 연신대에서 프로팀에 들어갈 게 가장 유력한 선수는 단연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였다.

K리그 클래식의 모든 팀에서 강현수를 노리고 있단 건 이미 공공연한 얘기였다.

강현수는 187센티에 85kg의 당당한 체구로 강력한 피지컬에다가 중앙을 장악하는 능력까지 갖춘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실력이 검증 된 중앙 미드필더였다.

즉 강현수를 데려 가는 팀은 즉시 전력 감으로 바로 팀의 중앙을 두텁게 할 수 있기 때문에 K리그 클래식의 모든 감독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K리그 클래식의 모든 팀에서 강현수를 1차 우선 지명하려 혈안이 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 강현수인 만큼 그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게 없었다.

강현수가 말만 잘하면 그가 들어갈 프로팀에서 같이 따라 들어갈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물론 당장 1군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계약금과 연봉도 변변찮을 테지만 그래도 축구 선수가 프로팀에 들어가는 게 어딘가? 그 때문인지 몰라도 연신대 축구 부원들은 다들 현수에게 잘했다.

주장인 이기찬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포지션에서 진영을 갖춘 체 패스 연습을 할 때였다.

“현수야!”

센터백인 이기찬이 공을 잡으면 바로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바로 공을 연결했다. 현수 바로 밑에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인 조용식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건 확실히 축구에서 비효율적인 패스였다.

특히 수비에선 선수들의 연결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야 완벽한 수비 진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중앙과 그 중앙을 보조하는 축인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가 빠진다면 수비의 축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프로에서 8년을 뛴 현수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주장!”

“어. 현수야.”

“앞으로 볼은 용식이를 거쳐서 나한테 왔으면 좋겠는데.”

“어. 그럴까?”

현수의 한마디에 이기찬은 공을 잡으면 조용식에게 연결했고 조용식이 현수를 보고 공을 차 주었다.

그 공을 현수가 전방 좌우측의 공격수들에게 길게 찔러 주는 롱 패스를 넣어 주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 주는 패스, 흔히 말하는 킬 패스였다.

이때 현수는 왼발은 사용하지 않고 평소처럼 오른발로 공을 찼다. 자신이 양발잡이란 걸 굳이 지금 밝힐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현수가 찬 공은 비교적 정확히 공격수들에게 연결이 되었다.

“이야아! 오늘 현수 컨디션이 좋은 모양인데?”

“그러게. 패스도 정확하고 말이야.”

그 광경에 현수의 좌우측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인 김석진과 임호룡이 현수를 칭찬하는 걸 잊지 않았다. 멍청한 현수는 그저 칭찬만 잘 해주면 좋아서 헤헤 거리면서 그들의 부탁은 다 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현수와 같은 3학년으로 둘 다 현수에게 잘 보여서 그와 같은 프로팀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 확신했다. 강현수 같은 멍청한 놈 하나 구워 삼는 건 그들에겐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둘 다 실력으로는 프로팀에 지명을 받는 게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그런 결정을 내린 모양인데 현수가 며칠 전의 그 현수가 아니란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어째든 지금 현수에게 그 둘은 활용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었다. 왜냐 하면 그라운드에서 그들은 현수의 말이라면 무조건 잘 들었으니까 말이다.

흔히들 중앙 미드필더를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고 부른다. 축구의 모든 공수의 시작이 바로 중앙 미드필더의 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쭙잖게 실력 좀 있다고 현수의 말을 듣지 않는 녀석보다는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김석진과 임호령처럼 현수의 말을 잘 듣는 선수들과 뛰는 게 지금 현수 입장에서도 더 편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명신 감독이 뽑은 선발 명단의 선수들은 현수의 입장에선 같이 뛰기엔 최상의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들을 자신이 잘 만 이끈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터였다.

‘그래. 내 말 잘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만 뛰어라. 그럼 대전 시티즌쯤은 너끈히 이겨 줄 테니까.’

현수는 FA컵 16강 진출이 목표가 아니었다.

‘이왕 국내에 남은 거 적어도 트로피 2개는 들어야지.’

현수는 올해 FA컵은 물론 U리그(Universityleague) 우승 트로피도 같이 들어 올릴 생각이었다. 현수에게 시스템이 있는 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U리그(Universityleague)는 바로 올해 대학 축구의 발전과 학교 축구 정상화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2006년, 즉 작년에 시범리그로 운영 되었고 올해 정식 리그로 그 규모가 확대 되어 수도권, 남부, 북부 3개 권역으로 나눠 정규리그를 치른 뒤 8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작년 시범리그의 우승은 경정대학이 차지했고 올해 그 두 번째 우승컵의 주인공은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신대는 수도권에 속했는데 8개 팀이 3월부터 예선전을 치러서 현재 5승 1패(조 2위)로 4승 1무 1패(조 3위)의 고구려대와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두고 있었다.

그 경기가 FA컵 26강 경기 후 사흘 뒤에 연신대 축구장에서 치러지기로 되어 있었다.

그 경기에서 연신대가 이길 경우 조 2위를 확정 지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 했는데 질 경우는 경우대학과 한 장 남은 티켓을 두고 단판 데스 매치를 치러야 했다.

연신대가 편안히 플레이오프로 진출하기 위해선 고구려대에 꼭 이길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홈인 연신대 축구장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현수는 8년 동안 프로 팀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주전 선수들로 꾸려진 연신대 팀을 자신의 중심으로 한 팀플레이 연습을 시켜 나갔다.

원래부터 현수를 중심으로 플레이를 해 온 연신대다 보니 호흡은 처음부터 좋았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랬지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경기 운영을 해 보니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현수는 조금씩 패스 속도를 높이면서 팀의 추진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현수야. 좀 천천히 하자.”

“그래. 실전도 아니고 훈련인데 말이야.”

가장 먼저 현수의 좌우에 위치한 미드필더 김석진과 임호령이 죽는 소릴 했다. 같은 미드필더로 현수가 뛰는 만큼 그들도 뛰다보니 제일 먼저 지쳤던 것이다.

“헉헉헉! 현수야. 좀 살살해라. 우리도 죽겠다.”

“헥헥! 이러다 오후 청백 시합 때 뛰지도 못한다고.”

그 다음 전방의 두 공격수 나진목과 고동찬이 헐떡거리며 현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그들에게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왜 그래? 애들도 아니고 말이야. 훈련도 실전처럼 해야지. 그래야 손발이 맞고 팀워크도 살아나는 법이잖아.”

현수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기에 그들은 입이 삐죽 나왔지만 별 수 없이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 점심시간이 다 되자 현수와 골키퍼를 제외한 주전 멤버 전부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이명신 감독은 그걸 보고 아주 흡족한 얼굴로 선수들에게 집합을 외쳤다. 그리고 선수들에겐 꿀맛 같은 점심시간과 이후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식사 후 대부분의 선수들은 학교 합숙소로 가서 수면을 취하며 오전 훈련의 피로를 풀었다. 하지만 현수는 훈련 중엔 3서클의 블러드 스웰 마법으로 육체 피로를 풀어 줬기 때문에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 현수를 다른 선수들은 무슨 괴물 쳐다보듯 했는데 그러던 말든 현수는 수북이 쌓은 밥을 깨끗이 다 비웠다.

그 뒤 선수들이 합숙소로 갈 때 현수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버지. 접니다. 현수!”

현수가 전화를 건 상대는 바로 구하나의 부친 구진모였다.

-어. 그래. 현수야.

“별일 없죠?”

-그래. 나도 집사람도 얘들도 별일 없다. 경호원들이 지켜 주고 있으니까 아주 든든해.

오늘부터 현수가 그 집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가 하루 종일 구하나 가족을 지켜 줄 수는 없었다. 특히 사흘 뒤엔 FA컵 26강전이 있고 또 사흘 뒤엔 U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가 있었다.

적어도 일주일은 현수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현수는 그 얘기를 어젯밤에 경찰서에서 구진모와 헤어지기 전에 나눴고 구진모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급한 대로 오늘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기로 했었다.

아마도 그 경호원들이 구진모와 가족들을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었다.

“은행에 알아 는 보셨어요?”

-응. 오전에 은행에 가 봤는데 추가 대출은 아무래도 어렵다는 구나.

역시 그 OK 캐쉬라는 대부업체에 빚을 갚는 게 제일 급선무였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구진모가 OK 캐쉬에서 빌린 돈은 3억이었는데 이미 공장과 집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어 더 이상 추가 대출을 받긴 어려운 상태였다. 그나마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내 온 게 용할 정도였다.

-걱정 마라. 친구들하고 친척, 지인 분들에게 두루 알아보고 있으니까 며칠 내로 3억은 구할 수 있을 거다.

구진모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3억이란 거금을 구하기가 그리 쉬울 리 없었다. 현수는 누구보다 그 처지를 잘 알았다. 자신도 익히 겪어 본 일이니 말이다.

“현중일! 그 개자식 때문에.....”

8년 뒤 미래에 파멸의 길을 걸었던 현수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아는 사람은 다 찾아갔다. 그리고 돌아 온 대답은 냉소와 경멸, 그는 스스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다.

현수가 잘 나갈 때는 간도 쓸개도 빼줄 듯 했던 인간들이 그가 몰락하자 안면몰수하고 등을 돌렸다.

구진모도 아마 그 전철을 밟을 게 분명했다. 인간만큼 인간에게 잔인한 동물은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

현수가 그 생각을 했을 때 마침 그의 머릿속을 울리며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돈이 필요하십니까? 그렇다면 포인트를 현금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뭐?”

[포인트 당 1만원을 지급합니다. 얼마나 현금화 하실 건가요? 단, 한번 현금화 한 포인트는 다시 포인트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돈으로는 결코 포인트를 구입하실 수 없단 소리죠.]

“하아! 포인트가 돈이 된다고? 그것도 1포인트가 1만원이라니.”

현재 현수가 보유 중인 포인트는 557,190. 그걸 전부 현금화 하면 5,571,900,000이었다.

“55억!”

현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3억이면 30,000 포인트였다. 그걸로 구하나의 가족을 구할 수 있다면 결코 아까운 포인트는 아니었다. 그래서 현수는 쉽게 결정을 내렸다.

“3만 포인트를 현금화 할게.”

[띠링! 30,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27,190]

동시에 현수의 스마트 폰에 문자가 날아왔다. 그의 주거래 은행에서 보낸 문자였다. 그의 계좌로 3억이 방금 입금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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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아암!”

2시 5분 전. 연신대 축구 부원들이 피곤한 얼굴로 기지개를 켜가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나 둘 씩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각 2시가 되자 연신대 축구부 감독인 이명신이 나타나서 시끄럽게 호각을 불어 댔다.

삐익! 삑! 삑!

“집합!”

그의 우렁찬 고함에 축구부원들이 그 앞에 뛰어가서 대열을 갖추고 나자 그가 입을 뗐다.

“오전에 말한 대로 지금부터 팀을 둘로 나눠서 자체 청배전을 실시한다. 주장. 몸부터 풀어.”

“네.”

주장인 이기찬이 대답과 함께 축구부원들에게 양팔 간격으로 대열을 벌리게 만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그리고 이기찬의 구호를 시작으로 선수들이 몸 풀기 체조를 시작했다. 체조가 끝나자 다시 대열을 좁힌 뒤 이기찬이 외쳤다.

“주전은 옆으로 열외.”

그 소리에 내일 모레 대전 시티즌과의 FA컵 26강전에 출전할 11명의 선수들이 대열 옆으로 빠져 나왔다.

“가자.”

주장인 이기찬은 그 주전들과 같이 그라운드로 들어갔고 남은 나머지 축구 부원들 앞에 이명신 감독이 나섰다.

“자. 청백전에 뛸 선수들을 바로 호명 하겠다.”

주전팀과 청백전에서 붙게 될 선수들의 이름을 이명신이 직접 불렀다. 그런데 그 중에 윤성찬은 없었다.

윤성찬은 일그러진 얼굴로 호명 되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때 윤성찬이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었는데 제법 심각하게 통화를 하던 윤성찬이 전화를 끊을 땐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현수를 쏘아보았다.

감독인 이명신이 청백전 심판을 보았다.

“자. 시작한다.”

이명신이 양쪽 진영에 포진한 주전과 비 주전 선수들을 한 번씩 쳐다보고 외쳤다. 그리고 길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긴 휘슬과 함께 연신대 선수들 간의 청백전 시합이 시작 되었다.

주전팀은 오전에 발을 맞춰서 그런지 호흡이 척척 맞았다. 반면 금방 구성된 비 주전팀은 처음엔 조금 삐걱거렸다. 하지만 비 주전팀도 주전 선수들의 백업 멤버들인 만큼 실력 차는 그리 나지 않았기에 금방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드필드에서의 격렬하게 싸움이 일어났다. 특히 비 주전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진성욱과 현수는 계속 부딪쳤다.

진성욱은 2학년으로 내년이면 프로로 진출할 강현수를 대신해서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를 맡을 선수였다.

그는 강현수와 같이 강한 피지컬과 중앙 장악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현수의 백업 자원으로 이명신 감독이 진성욱을 FA컵 26강전 교체 멤버로 그의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고 말이다.

턱! 팍!

“헉!”

하지만 주전과 비 주전의 격차는 컸다. 현수가 진성욱과의 몸싸움에서 가볍게 승리하면서 공을 뺏어냈다. 그리고 전방을 주시할 때 왼쪽 전방 공격수 나진목과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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