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화장실에서 그녀가 샤워 하는 소리를 음악 삼아 들으며 현수가 시스템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2/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73/100
내공: 초급
격투기: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70/100(바둑 단기 프로기사 초단 이용 중)
행운지수: 30/100
이성과의 친화력: 80/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인벤토리: 날쌘 돌이 축구화, 불끈 반지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현수는 느긋하게 두 팔도 자신의 뒷머리를 괴고 바로 눈앞에 자신의 능력이 나열 된 상태 창을 확인했다.
“어라? 체력이 73이네.”
혜미와의 섹스 뒤라 체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70에서 73으로 향상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의문을 바로 시스템이 풀어 주었다.
[기본체력에서 양쪽 코와 양쪽 다리의 밸런스 비율이 상승하면서 체력이 전체적으로 +3 상승한 겁니다.]
“그럼 혜미와의 섹스로 체력이 소모 된 건 없단 건가?”
[사정하지 않았으므로 체력이 그대로 보존 되었습니다.]
현수는 이해가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의 시선이 홀로그램의 체력 밑으로 내려갔는데 학습능력에 바둑 단기 프로 기사가 아직 하루 동안인 유효 기간이 끝나지 않아 이용 중인 것으로 나왔다.
현수는 그 다음 밑으로 시선을 뒀는데 그때 그의 눈에 새로 생긴 보유 쿠폰이 보였다.
보유 쿠폰에 아이템 20% 할인쿠폰이 들어 있었다. 그때였다.
[띠링! 김혜미의 의뢰자께서 호의로 당신께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을 선물하셨습니다.]
“무료이용 쿠폰?”
쿠폰에도 종류가 있는 모양이었다.
[게임에 있는 놀이 중 5,000포인트 이하에 한해 하루 동안 단기 무료이용이 가능합니다. 예로 지금 이용 중이신 바둑 단기 프로기사 초단을 바둑 단기 프로기사 2단으로 하루 더 이용 가능합니다. 그렇게 할까요? Y/N]
당연히 노(No)다. 당장 쓸데도 없는 바둑에 아까운 무료이용 쿠폰을 낭비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보아하니 김혜미의 의뢰자란 자가 현수에게 더 자극적인 뭔가를 보여주길 원해서 나름 무료쿠폰을 쏜 모양인데 그 의도에 넘어갈 현수가 아니었다. 이미 혜미에게도 그냥 자겠다고 했고 말이다.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끊기고 잠시 뒤 혜미가 나왔다. 머리를 감았는지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을 드라이기로 말린 그녀가 곧장 현수 품에 안겼다. 그녀에게서 청초하면서도 싱그러운 냄새가 났다. 살짝 성욕이 일었는데 그걸 직감했는지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김혜미의 의뢰자께서 그녀와의 섹스에 5,000포인트를 제시하셨습니다.]
‘지랄 마.’
고작 5천 포인트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 현수가 아니었다. 현수는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러자 성욕이 확 줄었다.
[띠링! 김혜미의 의뢰자께서 그녀와의 섹스에 6,000포인트를 제시하셨습니다.]
김혜미가 곧 잠들 것 같아서인지 의뢰자란 놈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쯧쯧, 쪼잔 하게 올린다는 게 고작 1,000포인트라니.....’
그녀의 의뢰자는 정말 짠돌이거나 별로 돈이 없는 작자인 모양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안영미의 가족들을 구하고 15만 포인트를 획득한 현수였다. 고작 천 단위 포인트에 혹할 리 없었다.
현수는 김혜미 의뢰자의 제안 개무시하고 그녀가 편히 잠이 들 수 있게 가만있었다.
이내 혜미가 현수의 품에서 깊게 잠이 들었다. 그러자 시스템도 더 이상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제 좀 조용하군.’
현수는 새근거리며 잘 자는 혜미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신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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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일어나.”
다음날 아침 혜미가 현수를 깨웠다. 기말 시험이 끝난 그녀는 오늘부터 방학이라 계속 자도 상관없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너 오늘부터 훈련 있다며?”
현수는 혜미의 훈련이란 말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좀비처럼 걸어서 화장실로 갔고 찬물에 세수를 하고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가 막 씻고 나왔을 때 탁자 위에 토스트와 쨈, 버터, 그리고 우유가 한 컵 놓여 있었다.
혜미가 자기도 귀찮을 텐데 현수가 굶고 훈련 가지 않게 배려를 한 것이다.
“고마워.”
현수는 그 말을 혜미에게 하고 토스트에 쨈과 버터를 발라서 우걱우걱 먹어치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벌컥벌컥 우유를 들이켠 뒤 오피스텔을 나섰다.
혜미는 그런 현수를 문 앞에서 배웅했다. 현수가 나가고 문이 닫힌 뒤 혜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녀석이 요즘 이상해.”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다. 평소의 현수라면 그녀가 차려 놓은 아침상을 당연하게 받아먹었을 터였다. 남자란 동물을 다 그렇게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동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먹기 전에 그가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혜미의 마음을 이상하게 흔들어 놓았다. 갑자기 현수가 자신의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안 돼. 저 녀석은 그냥 섹파(섹스 파트너)일 뿐이야.”
혜미는 머리를 흔들면서 까지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다잡은 듯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하러 움직였다.
그때 현수는 학교를 향해 뛰고 있었다. 좀 전에 먹은 토스트와 우유가 배에서 출렁거리며 옆구리가 절여 왔지만 그는 계속 뛰었다.
연신대 축구부 감독인 이명신은 선수들이 훈련 시간에 늦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현수가 비록 이명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지만 그럴수록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게 현수의 소신이었다.
다행히 이명신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타나기 전 현수가 먼저 체육관 라커룸에서 축구복으로 환복을 하고 축구화를 신은 채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았다.
체력이 73이 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 체력이 좀 더 향상 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라운드엔 그 보다 일찍 나온 축구 부원들이 가볍게 몸들을 풀고 있는 게 보였다.
“현수야.”
그때 그와 같은 3학년 수비수 윤성찬이 ‘씨익’ 웃으며 다가왔다. 딱 보니 이번 FA컵에 주전으로 뛰고 싶어서 현수에게 알랑방귀를 뀌려는 모양이었다.
“어. 왜?”
평소의 현수와는 다르게 왠지 그 앞에 벽이 느껴지자 윤성찬은 적잖아 당황스러웠다.
“그, 그게 이번 FA컵에서도 내가 주전으로......”
“그건 감독님이 결정하실 일이야. 네가 주전으로 뛸 실력이 되면 어련히 감독님께서 알아서 쓰실까.”
현수는 윤성찬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매몰차게 그의 부탁을 묵살했다.
“현, 현수야!”
갑자기 사람이 확 달라진 현수를 윤성찬이 놀란 얼굴로 쳐다 볼 때 시끄럽게 호각 소리가 울렸다.
삑! 삐익!
“집합!”
이명신 감독의 우렁찬 목소리가 그라운드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선수들이 이명신 감독 앞으로 모여 들었다.
“다들 왔군.”
이명신 감독은 모인 선수들을 스윽 훑어보는 것만으로 축구부원들 출석 체크를 끝냈다.
“나흘 뒤에 FA컵 26강전 대전 시티즌과 경기가 있다. 우린 반드시 그 경기에서 이겨서 FA컵 16강에 진출해야 한다.”
이명신 감독의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연신대가 FA컵 16강에 진출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이명신 감독의 학교 측과 연장 계약을 위함이었다. 이명신 감독도 염치는 있었는지 그 이유까진 자기 입으로 직접 밝히진 않았다.
“우린 내일 모레 일요일에 오후에 대전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그 전까지 팀워크를 다진다. 우린 모든 면에서 K리그 클래식의 중위 권 팀인 대전 시티즌보다 못하다. 딱 하나 유리한 게 있다면 체력이다. 그 체력의 우위와 조직력으로 덤빈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대전 시티즌을 잡을 수 있다.”
이명신 감독은 이길 수 있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연신대 축구부원 대부분이 연신대의 승리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예전의 현수라면 모르지만 지금의 현수라면 K리그 1부 팀인 대전 시티즌을 못 잡을 것도 없었다.
지금의 현수는 8년을 프로 리그에서 뛴 베테랑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던가?
자신이 버티고 있는 한 허리 싸움에서 연신대가 대전 시티즌에 밀릴 이유가 없었다.
아마도 K리그 1부 대전 시티즌은 연신대를 우습게 여기고 공격 위주로 나올 공산이 컸다. 그럼 빈틈이 생길 것이고 역습 한 방이면 득점도 가능했다. 그 뒤 수비 위주로 경기 종료 시까지 버티면 연신대도 충분히 승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연신대 공격수가 반드시 골을 넣어줘야 할 것이고 또 허리와 수비 라인이 현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현수가 그 생각에 빠져 있을 대 이명신 감독이 대전 시티즌과의 시합에 나갈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GK(골키퍼)에 방주혁, LB(왼쪽 수비수) 장철우.”
이명신 감독이 왼쪽 수비수에 2학년 장철우를 호명하자 윤성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RCB(오른쪽/중앙 수비수) 강주혁, RB(오른쪽 수비수) 이도영, CB(중앙 수비수) 이기찬, CM(중앙 미드필더)에는 우리 현수!”
이명신 감독은 특히 중앙 미드필더를 호명할 때 다정한 어조로 ‘우리 현수!’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명신 감독이 얼마나 현수를 신뢰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그런 현수를 보고 윤성찬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그도 직감한 것이다. 현수가 자신을 엿 먹이고 2학년 장철우를 수비수로 선택했단 걸 말이다.
‘저 새끼가....’
윤성찬이 현수를 쏘아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는 애초에 윤성찬 따위에겐 관심도 없었다.
“현수의 뒤를 받쳐 줄 CDM(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조용식, LM(왼쪽 미드필더) 김석진, RM(오른쪽 미드필더) 임호룡, 투톱으로 LS(왼쪽 전방 공격수) 나진목, RS(오른쪽 전방 공격수) 고동찬. 이상이다. 지금 호명 된 선수들은 왼쪽으로 열외 하도록.”
이명신 감독에게 호명 된 선수들이 주전 멤버인 셈이고 앞으로 그들이 한 팀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훈련을 하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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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이 호명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4-4-2 포메이션의 맹신자였다.
그는 긴 패스를 통한 뒷공간 공략과 좌우 사이드를 이용해서 축구장을 최대한 넓게 운용했다.
전방엔 투톱을 내세워서 부족한 창의성을 다양성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가 특출 나지 않고서는 그리 효과를 볼 수 없는 전술이었다.
물론 거기에 딱 부합 되는 아주 특출 난 중앙 미드필더가 연신대에 있었다. 바로 강현수 말이다. 그러니 이명신 감독이 강현수를 예뻐 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명신이 호명한 11명의 선수 이외 축구 부원들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직 후보 명단까지 부르진 않았다.
어째든 후보 명단에라도 든다면 비록 선발 출장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교체로 시합에 뛸 수는 있을 터였다.
“자 다음은 후보 명단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신 감독이 이번 FA컵에 참가할 후보 선수 12명의 명단을 불렀다. 그런데 그 중에도 윤성찬의 이름은 들어 있지 않았다.
윤성찬은 완전 벌레 씹은 얼굴로 현수를 노려보았지만 현수는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후보 명단에 있는 선수들과 나머지 선수들은 주전 멤버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FA컵에서 뛸 수 있게 서포터 해 주길 바란다.”
그 말은 간략히 요약하자면 주전 멤버들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란 소리였다.
“주장!”
“네. 감독님.”
3학년 주전 CB(중앙 수비수) 이기찬이 감독 앞으로 나섰다. 그가 바로 현 연신대 축구부의 주장이었던 것이다.
“체조하고 나서 인솔해서 축구장 돌아. 그 다음 뭐할지 알지?”
“네. 드리블과 패스 훈련을 합니다.”
“그래. 그거 끝나면 점심 먹고 얘들 쉬게 해. 오후엔 청백전 할 거니까 그런 줄 알고.”
“네.”
이명신 감독은 그렇게 지시하고 나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연신대 주장 이기찬은 축구부원들을 양팔 간격으로 넓게 대형을 벌리게 한 후 체조를 실시했다.
체조 후 다시 좁은 간격으로 선수들을 모은 이기찬은 그들을 인솔해서 축구장 주위를 뛰었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축구장 주위를 5바퀴 정도 돈 후 간단히 몸 풀기 체조를 하고 드리블과 패스 훈련을 실시했다.
이때도 주전과 비주전이 나뉘어서 훈련을 했는데 주전에 비해 비 주전들의 훈련은 아무래도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이 헐렁했다.
그럼에도 주장인 이기찬은 그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주전이었고 비 주전들의 미래는 뻔했으니 말이다.
주전들의 경우는 프로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비 주전들은 4학년이 되면 졸업 후 장래를 걱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