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현수는 배 터지게 저녁을 얻어먹고 안영미가 내 온 과일까지 맛있게 먹었다.
“어떻게 음식이 입맛에 맞았어요?”
“네. 진짜 맛있었습니다.”
구진모는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부터 줄곧 현수의 눈치만 살폈다. 틈이 나면 현수에게 바둑 한판 더 두자고 조르려 했는데 아내가 설거지를 큰 딸에게 시키고는 과일을 내 와서는 현수를 끼고 얘기를 하는 통에 그럴 틈이 없었다.
“이제 서로 안면을 텄으니까 자주 놀러 와요.”
“그래도 될까요. 어머님?”
“어머님? 호호호호. 그럼요.”
“말씀 낮추세요. 아들 뻘인데.”
“그럼 그럴까?”
“네. 현수야. 하고 어서 불러 보세요.”
“호호호! 현수야!”
“네. 어머니!”
“이야! 그럼 나한테 진짜 오빠가 생긴 거야?”
안영미가 깎아 놓은 사과를 옆에서 낼름 주워 먹고 있던 구하나가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좋다며 말했다.
‘어쩜 저리 귀여울까?’
구하나의 광팬이었던 현수는 그녀의 행동하나하나가 다 깜찍해서 꽉 깨물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걸 참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초인종 벨이 울렸다.
“누구지? 택배 왔나?”
구진모가 인터폰으로 누군지 물었을 때였다. 인터폰 너머로 고성이 울려왔다. 놀란 구진모가 아내인 안영미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할 때 현수가 나섰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신고하면 경찰이 와서.....”
“아빠. 저, 저기....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집 담 넘어 들어왔어.”
그때 구하나가 거실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다 말했다.
“맙소사!”
그 사이 대문을 열고 건장한 장정 다섯이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넷이 손에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여기들 계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현수가 그 말 후 후다닥 현관 쪽으로 뛰어갔다. 그가 여기 온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은가?
저놈들로부터 구하나의 가족들을 지켜야했다.
아마도 이 때 구진모가 조폭에게 당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그가 나서기 전에 현수가 먼저 놈들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현수야!”
그때 다급히 안영미와 현수를 불렀다. 현수는 그런 안영미에게 싱긋 웃으면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현수는 곧장 5명의 조폭들과 마주쳤다. 다들 인상 더럽게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음산하면서도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랄까?
그때 그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이 다른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치워!”
그러자 두 녀석이 들고 있던 연장을 다른 두 명에게 건네고는 진짜 현수를 치우기라도 하려는 듯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 한 녀석이 대뜸 현수를 향해 주먹질을 해 왔다. 어설픈 주먹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정도 주먹에 맞을 현수가 아니었다.
휙!
자신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그 녀석이 발끈하며 외쳤다.
“이 새끼가....컥!”
하지만 녀석은 자기 말을 끝까지 내 뱉지 못했다. 현수의 묵직한 시도배 챔피언의 돌주먹이 녀석의 배에 박혔던 것이다.
녀석은 배를 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배야!”
옆에 동료가 쓰러지는 걸 보고 놀란 조폭이 홱 현수를 보고는 그의 멱살을 잡아 채려했는데 그걸 또 그냥 둘 현수가 아니었다.
퍽!
“켁!”
현수의 발이 녀석의 가랑이 사이에 박히자 조폭은 단말마의 비명성과 함께 동료 옆에 같이 주저앉았다. 그렇게 세게 차지 않아서 불알까지 터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한 동안 피 오줌은 싸야 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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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를 치우러 나섰던 두 조폭이 맥없이 쓰러지는 걸 보고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던 녀석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싸움 좀 하는 녀석이로군.”
그 말 후 녀석은 수하들이 들고 있던 알루미늄 방망이를 하나 챙겨 들었다. 그리곤 나머지 두 명의 수하들과 같이 현수를 빙 둘러쌌다.
보아하니 이런 식으로 한 명을 상대로 집단 폭행을 여러 차례 일삼은 악질적인 놈들인 거 같았다. 하지만 그 상대가 나빴다.
“쳐!”
이상한 분위기의 녀석이 소리치며 동시에 현수의 머리를 향해 가차 없이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치 거기 맞아 머리통이 터져도 상관없다는 듯 말이다.
순간 녀석에게서 뭉클 음산한 기운이 피어올랐는데 그걸 확인하는 순간 현수는 이상한 분위기가 뭔지 알 거 같았다.
‘저 새끼 사람을 죽여 본 놈이다.’
현수는 뒤로 훌쩍 물러나며 알루미늄 방망이를 피했다. 그때 좌우에 있던 두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현수에게 쇄도하며 다리를 노리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놈들의 작정한 노림수라 현수도 어떻게 피할 틈이 없었다. 순간 현수의 입이 달싹 거렸다.
“다크 실드!”
그러자 현수의 두 다리에 투명한 방어막이 형성 되었다. 그런 현수의 두 다리를 조폭 둘이 쇠파이프로 때렸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두 조폭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이제 이놈은 다리가 두 다리가 부러져서 나동그라질 터였다.
텅! 텅!
그런데 맞아서 나야할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청명한 금속음이 울렸다. 현수의 두 다리를 쇠파이프로 때린 두 조폭이 어이없어하며 현수를 쳐다 볼 때 현수의 입이 다시 달싹 거렸다.
“라이트닝 쇼크!”
파지지직!
현수 가까이 있던 두 조폭이 몸이 딱딱하게 경직 되면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러다 이내 의식을 잃고 픽픽 쓰러졌다.
“죽어!”
그때 사람을 죽여 본 게 확신한 조폭 녀석, 김우석이 이 몸을 날리며 현수의 머리를 향해 알루미늄 방망이를 냅다 휘둘렀다.
부웅!
역시 피할 타이밍을 놓친 현수는 한 팔을 들어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막았다. 그걸 보고 김우석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인간의 팔로 어떻게 알루미늄 방망이를 막는단 말인가?
앞서는 그의 두 수하들이 쇠파이프로 녀석의 다리에 살이 많은 부위를 때리면서 뼈가 상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녀석이 운이 억세게 좋았던 것이다.
사람이 뼈가 부러지면 그 끔찍한 고통에 움직일 수가 없다. 김우석은 자신도 맞아서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그걸 잘 알았다.
이제 두 말 할 것 없이 녀석의 팔뼈는 산산 조각 날 것이고 앞으로 저 손으로 젓가락질도 못할 터였다.
아직 어린 녀석이 불쌍하긴 했지만 감히 자신의 앞길을 막아섰으니 당해도 쌌다.
터엉!
그런데 또 금속음만 요란하게 울렸다. 부러져 나갔어야 할 현수의 팔은 또 아무렇지 않았다.
“뭐, 뭐야?”
김우석은 자신이 휘두른 게 알루미늄 방망이가 맞는지 그걸로 자기 머리를 툭 쳤다.
“아!”
머리가 띵하게 울리게 아팠다.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뭐하냐?”
그때 김우석 바로 옆에서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우석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석이 바로 옆에 바싹 붙은 체 서 있었다.
“헉!”
기겁한 김우석이 옆으로 물러나며 들고 있던 알루미늄 방망이를 뻗으며 녀석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척!
그 내민 알루미늄 방망이를 녀석이 덥석 잡더니 히죽 웃었다.
“경찰서에서 보자.”
그 말을 듣고 난 김우석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뭔가 찌릿한 것이 그의 몸을 감싼 듯 했는데 바로 정신을 잃어서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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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여 본 녀석을 체인 라이트닝으로 살짝 지져서 기절 시켰다. 그녀석이 쓰러지자 거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구하나의 가족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현수야. 괜찮니?”
“오빠. 다친 데 없어요?”
그들이 보기에 현수는 쇠파이프에 다리를 맞았고 또 알루미늄 방망이에 팔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당들을 쓰러트린 그의 불굴의 투지에 구하나의 가족들은 다들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현수가 무엇 때문에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방망이에 맞아가며 싸웠겠는가? 다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애애애애앵!
그때 경찰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면서 구진모의 집 앞에 순찰차가 멈춰 섰다. 그리고 차 안에서 경찰 3명이 내려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정리 된 상태였다. 주위로 5명의 건장한 장정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들 주위로 위험한 조폭들의 연장이 널려 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경찰 중 제일 지위가 높아 보이는 경사가 구진모에게 물었다. 그러자 구진모가 자세한 얘기를 그 경사에게 진술했다.
“그러니까 저 자들이 흉기를 들고 담을 넘어 집으로 난입해 들어 온 걸 저 젊은 친구가 다 때려잡았다 이거군요?”
“그렇죠. 맞습니다.”
“허어! 대단한 젊은이네. 혹시 무술 유단자요?”
경사가 놀랍다는 듯 현수를 쳐다보고 묻자 그 대신 구하나가 나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리 오빠는 축구 선수라고요.”
딱 봐도 무기를 소지한 자들과 싸웠고 저쪽에서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니 확실하게 정당방위가 성립 된 싸움이었다. 하지만 간혹 무술 유단자의 경우 맞은 상대방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일이 조금 복잡해 질 수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조폭들을 쓰러트린 젊은이가 무술 유단자가 아닌 축구 선수라니 다행이다 싶은 경찰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조사를 해 보면 알 테고. 일단 조서를 꾸미려면 같이 동행해 주셔야 합니다.”
현수는 또 조서를 꾸며야 한다는 경찰의 말에 한숨부터 내 쉬었다. 그런 현수의 어깨에 구진모가 한손을 올리며 말했다.
“현수야. 걱정 마라. 이 아버지가 옆에 있어 줄 테니까.”
그 말에 현수는 가슴이 뭉클했다. 더불어 비록 미션이라 이들을 구했지만 정말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지원을 요청한 듯 경찰차 두 대가 더 나타났고 구진모와 그 가족들을 노렸던 조폭 5명이 줄줄이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실렸다.
맨 마지막으로 현수와 구진모가 경찰과 같이 지구대로 가기 전에 안영미와 구은하, 구하나가 그들을 배웅했다.
“조서 쓰고 빨리 와라. 현수야.”
“네. 어머니.”
구은하가 현수는 보지도 않고 먼 산을 보며 툭하니 말했다.
“아깐 좀 멋있었어.”
이어 구하나가 현수에게 뛰어 들어서 그의 볼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쪽! 오빠. 우리 가족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구하나의 기습 뽀뽀에 현수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현수는 그게 부끄러웠는지 허둥지둥 대문을 빠져 나갔다.
현수와 구진모를 태운 경찰차는 강북경찰서로 향했고 그곳 강력계에서 형사가 늦은 시간이지만 직접 조서를 작성했다.
“저놈들 신세기파라고 꽤 악질적인 조폭들이거든. 사실 유단자라도 연장든 조폭들 제압하기가 쉽지 않은데 진짜 대단해. 혹시 경찰 될 생각 없나?”
조서를 다 꾸민 뒤 강력계 형사의 제안에 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 축구 선순데 열심히 축구 할 생각입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아쉬워하는 강력계 형사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는 그를 기다리며 한쪽 소파에 앉아 있던 구진모에게 향했다. 그런데 구진모의 얼굴이 무엇 때문인지 잔뜩 굳어 있었다.
“아버지. 무슨 일 있어요?”
현수의 물음에 그제야 뭔가 깊게 생각에 빠져 있던 구진모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어? 왔어? 조서 다 썼고?”
허둥지둥 거리면서 일어나는 구진모는 어디 사기 칠 위인은 못 되는 듯 보였다. 얼굴에 다 들어 나는 게 말이다.
“네. 근데 얼굴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죠?”
“아, 아니. 별일 아니다.”
“아버지!”
현수가 구진모의 팔을 붙잡으며 그를 똑바로 쏘아보자 그가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며 이실직고를 했다.
오늘 구진모와 그 가족을 노린 자들이 속한 조직인 신세기파가 구진모가 사채를 끌어 쓴 한 대부업체와 모종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형사의 말을 들은 것이다.
“그 대부업체가 글쎄 멀쩡한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서 외국기업이나 대기업에 비싸게 되팔아 먹은 아주 나쁜 놈들이라는 구나.”
이렇게 되면 구진모가 사채 빚을 갚지 않는 한 그 대부업체에서 계속 구진모의 공장을 노리고 그와 그 가족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알 수가 없었다. 구진모도 그게 걱정이 되는지 연신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그런 구진모에게 현수가 말했다.
“아버지. 저 당분간 제가 집에 같이 사는 건 어때요?”
“응? 네가?”
구진모는 깜짝 놀란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다 그의 순수한 호의에 감격해서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그래 준다면 나와 우리 가족이야 고맙지. 그런데 괜찮겠니?”
“매일 어머니의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으니 저야 좋죠. 하하하.”
계면쩍게 웃는 현수를 구진모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다.
“고맙다. 현수야.”
“아이참. 왜 이러세요. 쑥스럽게.....”
그렇게 이것도 인연인지 현수는 구하나의 가족과 한 데 엮이게 되었다. 고아나 마찬가지였던 현수에게는 가족이 생겨 좋았고 구진모에게는 든든한 아들이 생겨 좋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