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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6화 (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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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쪽과는 금방 통화를 끝냈다. 현수가 지금은 학교고 그쪽으로 가려는 중이라고 말하자 학교 근처에 있는 순찰차를 보내 준다고 했다. 현수가 정문 앞에 서 있을 때 지구대에서 말한 그 순찰차가 나타났다.

빵빵!

순찰차에서 가볍게 경적을 울리고 차창이 내려가면서 오늘 아침에 현수를 여기까지 태워다 준 김 순경이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며 말했다.

“강현수씨! 빨리 타세요.”

“네.”

현수는 대답과 동시에 쪼르르 달려가서 순찰차에 올랐다. 현수가 차에 오르자 순찰차가 바로 출발했고 사람 좋게 생긴 김 순경이 생글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 분들도 지금 지구대에 오셨어요. 현수씨 보고 가겠다고 거기서 계속 기다리고 계세요.”

“아니 뭐 소매치기 하나 잡은 거 가지고 그렇게까지 하실 건......”

“하하하하! 겸손하시네요. 저희 같은 경찰이 잡은 거라면 모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일반인이 소매치기를 제압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죠. 참, 지구대장님 말에 따르면 신문사와 방송국에서도 사람이 올 거라던데....”

“네?”

현수는 일이 확 커진 거 같아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때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이 반응을 보였다.

[띠링! 돌발 퀘스트! 위기에 처한 안영미(48세)와 그 가족들을 조폭들로부터 보호하라.]

‘안영미? 그게 누군데? 조폭들은 또 뭐고? 이거 정말 뜬금없네.’

현수가 황당해 할 때 순찰차가 지구대 앞에 도착했다. 김순경과 같이 현수가 지구대 안에 들어섰을 때였다.

“저분이에요.”

안면 있는 중년 아주머니가 현수 앞으로 뛰어오셨다. 버스에서 소매치기에게서 지갑을 되찾아 준 그 피해자 아주머니셨다. 그

그녀는 덥석 현수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그런 중년 아주머니 뒤로 중년의 잘생기신 아저씨 한분과 여학생 둘이 다가와서 현수에게 말했다.

“학생. 정말 고마워.”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오빠.”

“아네. 뭐....”

현수가 감사를 표하는 그 가족들 앞에서 뻘쭘해 할 때 아저씨가 말했다.

“연신대 학생이라고? 우리 딸도 연신대 다니는 데.”

그 말에 두 딸 중 하나가 현수를 보고 말했다.

“언론 홍보 영상학과 3학년 구은하에요.”

“네?”

현수는 구은하란 말에 놀라 그녀를 자세히 쳐다봤다. 그러자 탤런트 이민정을 꼭 빼닮은 게 연신대 퀸카 구은하가 맞았다.

그런 그녀 옆으로 그녀보다 약간 작은 키에 동그랗게 큰 눈이 깜빡거리는 게 너무 깜찍한 여동생이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전 구하나에요.”

“구하나?”

‘에이. 설마 아니겠지? 걸 그룹 바이올렛의 그 구하나일 리가......’

현수는 활짝 웃는 구하나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네년에 데뷔하고 그 다음 해 독특한 엉덩이춤이 대박 나면서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그 걸 그룹 바이올렛의 멤버 구하나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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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구하나의 열렬 팬이었다. 그가 일본 J리그 생활을 할 때 외로웠던 그에게 걸 그룹 바이올렛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그리고 그 중 구하나는 일본 TV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데뷔 전 년도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다.

그녀가 성공한 걸 아버지께서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우는 걸 보고 당시 현수도 따라 울지 않았던가?

현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같은 처지라며 바이올렛 멤버 중에 구하나를 유독 좋아했었다.

‘가만. 데뷔 전 년도면 올해잖아?’

현수가 멍하니 서 있을 때 마침 지구대장이 나타났다.

“이렇게 서 계실 게 아니라 제 방으로 들 가시죠.”

그렇게 현수는 구하나의 가족들과 같이 지구대장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선객들이 있었다. 기자 두 명과 방송 카메라, 카메라맨이 미리 세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왜 지구대장이 자신의 집무실로 자신과 구하나 가족들을 데려왔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YCN 배도철 기잡니다.”

“고조선일보 윤기찬입니다.”

두 기자가 용케 현수를 알아보고 다가와서 명함을 건넸다.

“저희가 바쁜 관계로 빨리 인터뷰부터 진행하겠습니다.”

그들은 현수에게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고 대뜸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수는 얼떨결에 그 인터뷰에 응했고 구하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5분도 되지 않아 촬영이 끝나고 기자와 카메라는 정말 바쁜지 바로 철수했다.

“하하하하.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들에게 뭘 부탁드릴게 있는지 지구대장은 연신 허리를 굽실댔다. 그렇게 그들이 지구대를 떠나자 지구대장이 갑자기 본청에서 자신을 찾는다며 휑하니 지구대를 나갔다. 마치 볼 장 다 봤다는 듯 말이다.

“강현수씨. 조서 꾸밀 테니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그리고 현수도 지구대에 온 진짜 일을 했다. 30분 정도 조서를 꾸미자 경찰이 이제 그만 가도 좋다고 했다.

그때까지 구하나의 가족들은 지구대에서 현수를 기다렸다. 같이 저녁이라도 먹어야지 그냥은 못 보낸다며 구하나의 부모님들이 고집을 피우셨던 것이다.

“어?”

현수는 다 꾸며진 조서를 보며 그 내용이 맞다는 확인 사인을 할 때 피해자의 이름을 보고 흠칫 놀랐다.

“안영미!”

바로 구하나의 모친 이름이 안영미였던 것이다.

‘맙소사. 그러니까 지금 시스템이 나보고 구하나의 가족들을 구하라고 미션을 낸 거란 말이잖아?’

현수는 조서를 다 쓰고 나면 자신은 괜찮다며 여태 자신을 기다려 준 구하나의 가족들을 그냥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하나의 모친이 돌발 퀘스트의 주인공인 안영미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학생. 우리 집으로 가요. 내가 장봐서 맛있는 저녁 차려 줄게.”

“하하하하! 저도 집 밥 생각이 간절했는데 잘 됐네요. 잘 먹겠습니다.”

현수가 넉살좋게 대답하자 구하라의 부친이 현수가 재미있다면서 웃었다. 단지 큰 딸인 구은하가 뭐가 불만스러운지 구시렁거렸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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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OK 캐쉬’의 사장 사도철은 한성 정밀의 대출 만기 이자가 들어왔단 얘기를 듣고 버럭 화를 냈다.

“장과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죄,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그쪽에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빨리 알아 봐.”

씩씩거리는 사도철의 눈치를 보며 OK 캐쉬의 장세준 과장이 조폭 조직 신세기파의 행동대장 노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장과장님.

노우진이 전화를 받자 장세준은 한성 정밀의 일을 얘기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 드리려 했습니다. 문제 안 만들려고 작업을 좀 했는데 작업 중이던 소매치기 녀석이 경찰에 딸려 들어가는 바람에...... 아무튼 그쪽 사장님께는 문제 안 생기게 오늘 중으로 처리할 테니 염려 붙들어 매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정말 아무 문제없는 거죠?”

-네. 내일 아침에 한성 정밀 구 사장이 직접 작성한 인수 합의서를 들고 찾아뵙도록 하죠.

“하하하하. 뭐 그렇다면야. 잘 알겠습니다.”

장세준은 노우진과의 통화 내용을 그의 사장인 사도철에게 설명했고 사도철은 그제야 화를 풀었다.

“그쪽 노우진이라면 확실히 믿을 만하지. 자. 다들 오늘 회식이니까 영업 끝나도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도록.”

사도철의 회식이란 말에 열심히 일하고 있던 OK 캐쉬의 직원들이 다들 눈살을 찌푸렸다. 그 중에서 특히 여직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사도철이 사장실에 들어가자 예쁘장하게 생긴 여직원이 장세준을 향해 물었다.

“장과장님. 저 오늘 회식 안 가면 안 될까요?”

“김양아. 넌 안 돼.”

“그럼 저는 요?”

김양 옆에 뚱뚱하고 못 생긴 여직원이 손을 들며 나서자 장세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박양은 바쁘면 안 와도 되고.”

그 말에 두 여직원의 얼굴이 둘 다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OK 캐쉬 직원들이 오늘 회식 때 사도철 사장이 또 무슨 갑(甲)질을 할지 걱정일 때 신세기파의 행동대장 노우진 앞에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맨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일을 그따위로밖에 못 처리 해?”

“죄송합니다. 형님!”

머리 박고 있던 두 건장한 남자들이 동시에 외쳤다.

“일어나.”

노우진의 명령에 두 건장한 남자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래 머리를 박고 있었던 탓에 어질했는지 둘 다 비틀거렸다. 그럴 둘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노우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니들은 믿고 일을 맡긴 내가 병신이지. 우석이 불러.”

노우진의 우석이란 말에 두 건장한 남자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럴 것이 우석은 그들보다 밑에 있는 조폭이었다. 하지만 수완이 워낙 좋아서 노우진이 녀석을 각별히 아끼고 있어 녀석이라면 배알부터 뒤틀리는 그들이었다. 한마디로 우석을 시기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찾으셨습니까?”

20대 중반에 단정한 스포츠머리의 당당한 체구의 남자가 노우진 앞에 나나타서 머리를 깊게 숙였다.

“어. 그래. 우석아. 네가 급하게 처리 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서 불렀다.”

“네. 제가 하겠습니다.”

우석이 당연하다는 듯 무슨 일인지 물어도 보지 않고 노우진의 일을 맡아 처리하겠다고 했다. 노우진은 이런 우석이 좋았다. 원래 똑바로 일도 못하는 녀석이 처음부터 의문도 많고 불평도 많은 법이었다.

그에 비해 우석은 노우진이 시키는 건 토 하나 달지 않고 무조건 다 해 냈다.

“한성 정밀 구 사장한테 가서....................”

노우진이 우석이 해야 할 일을 간략히 설명했고 우석은 바로 움직였다. 그런 우석을 보고 노우진이 흡족해 하며 말했다.

“우석이 한데 업소하나 정도 맡겨도 되겠어.”

그 말에 좀 전까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던 건장한 두 조폭의 눈이 번뜩였다. 노우진을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 환경에 잘 적응한 놈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우석이 저들의 견제에도 살아남는다면 노우진은 그때 진짜 자기가 관리 중인 업소 하나를 떼내서 우석에게 진짜로 맡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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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30분!

구하나의 가족들과 같이 지구대를 나서던 현수는 시간을 확인하고 김혜미에게 전화를 하려다 말았다.

“지금 시험을 치고 있을 테니까 문자를 남겨야겠군.”

문자로 현 상황을 설명하기 그랬던 현수는 김혜미에게 전화하라는 문자를 남겼다. 그 뒤 현수는 구하나의 아버지, 구진모의 차에 올랐다.

구진모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사장이랍시고 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르스를 몰았다. 그래서 성인 4명이 타고 차안은 좁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현수가 직접 운전하는 구진모의 옆 보조석에 앉았다.

차는 강북구 번동으로 향했다.

그때 5시가 좀 넘어서 김혜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현수가 보낸 문자를 보지 못하고 시계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스마트 폰을 확인했고 그제야 현수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고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현수는 대략적인 사정을 그녀에게 설명하고 같이 저녁을 못 먹어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자 김혜미가 쿨하게 괜찮다며 자신은 오늘 밤에 오피스텔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구진모와 현수, 달랑 남자 둘 만 딴 차는 주택가로 들어가서 2층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가 내 집이네. 들어가세.”

구진모는 현수를 친아들처럼 편안하게 대했다. 구진모는 딸만 둘을 키우다 현수같이 젊은 남자를 보자 자신에게도 저런 든든한 아들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앉아있게.”

구진모가 거실 소파에 앉으라고 현수에게 권했다. 그리고 자신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불쑥 현수에게 물었다.

“자네 바둑 좀 둘 줄 아는가?”

구진모는 요즘은 바빠서 못 가지만 바쁘지 않은 주말이면 꼭 기원을 찾을 정도로 바둑에 빠져 있는 바둑 마니아였다.

“바둑이요?”

현수는 바둑을 둘 줄 몰랐다. 구진모가 한껏 기대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바둑을 못 둔다고 할 수 없었던 현수는 일단 저지르고 봤다.

“조금 둘 줄 압니다.”

“오오! 잘 됐네. 잠깐만.....”

구진모가 신이 나서 휑하니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구진모(52세)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구진모와 바둑 내기에서 이기세요.]

‘무슨 헛소리야. 난 바둑에 젬병이라고. 어떻게 이겨?’

그러자 시스템이 바로 구진모를 이길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었다.

[지력→ 지능→ 학습능력→ 50/100에서 60/100으로 향상→업그레이드→게임→몸 쓰는 게임→바둑→단기 프로 기사 선택→초단]

현수는 시스템에서 알려 주는 대로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을 클릭해 나갔다.

[학습능력]

이름: 강현수

학습능력: 50/100 (2시간 전 단기 학습능력 +30 상실)

학습능력 향상: +1 상승 1,000포인트(단 한계치 50까지. 50이상 60까지는 4,000포인트. 60이상 70까지는 10,000포인트. 70이상 80까지는 30,000포인트. 80이상 90까지는 50,000포인트. 90이상 100포인트까지는 70,000포인트 필요. 단, 단기로 학습능력 향상이 가능함. 위 포인트의 1/1,000 )

현수는 학습 능력을 60까지 끌어 올렸다.

[띠링! 4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08,190]

결제가 막 이뤄졌을 때 현수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가만, 내가 왜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학습능력을 +10이나 구입한 거야?”

막말로 구진모의 호감을 살 게 바둑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제는 당신이 직접 하셨습니다만.]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

현수가 불만을 토로했지만 시스템은 반응도 하지 않았다.

“퀘스트 수행에 4만 포인트나 썼는데 보상은 그 보다 더 나오지 않겠어?”

[..............]

현수의 그 말에 시스템은 또 침묵했다. 정말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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