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체육관 건물 1층의 축구부 라커룸으로 간 현수는 연신대 축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축구화를 신었다. 아쉽다면 마법 아이템인 날쌘 돌이 축구화를 집에 두고 가져 오지 않았단 점이었다. 그때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인벤토리 창을 활성화 시키시겠습니까? Y/N]
“인벤토리?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물품을 소지할 수 있는 공간인 그 인벤토리?”
[네. 맞습니다.]
당연히 예스다.
[인벤토리 창을 활성화합니다.]
몇 초 뒤 현수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하나 떴다.
[인벤토리]
1. 기본 이용(5가지 마법 아이템을 보관 가능): +5,000포인트(영구적으로 사용 가능)
2. 1mx1mx1m 공간 사용: +50,000포인트(영구적으로 사용 가능)
3. 2mx2mx2m 공간 사용:+100,000포인트(영구적으로 사용 가능)
4. 10㎥이상 공간 사용: 시스템에 의뢰하면 구매 가능 포인트를 알려 줌.
현수는 그리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당장 현실적으로 현수가 보유중인 마법 아이템은 달랑 2가지. 1㎥이란 공간도 사실 필요 없었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인벤토리에 5만 이상의 포인트를 쓰긴 아까웠고 말이다.
“일단 기본 이용을 쓰다가 아이템이 5개가 넘으면 그때 필요한 만큼의 인벤토리 공간을 구입하도록 하자.”
결심을 굳힌 현수가 인벤토리에서 1번 기본 이용을 클릭했다.
[띠링! 5,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96,760]
이어 현수의 눈앞에 인벤토리 창이 펼쳐졌다.
[인벤토리]
기본 이용: 날쌘 돌이 축구화, 불끈 반지
“오오! 이거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건가?”
현수는 기뻐하며 인벤토리 창에서 날쌘 돌이 축구화를 클릭했다. 그러자 현수의 양손에 날쌘 돌이 축구화가 한 짝씩 들려 있었다.
“그 참 신기하네.”
현수는 곧장 신고 있던 축구화를 벗고 날쌘 돌이 축구화를 신었다.
“와우!”
날쌘 돌이 축구화를 신는 순간 현수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힘도 불끈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운동할 준비를 끝낸 현수는 공을 챙겨들고 체육관을 나서 축구장으로 향했다. 현수는 텅 비어 있는 그라운드에서 가볍게 체조로 몸을 푼 뒤 그라운드 외곽을 빙 돌아 뛰면서 적당히 몸을 예열시켰다.
확실히 마법 아이템의 효과는 대단했다. 평소 그라운드를 2바퀴 정도 돌면 땀이 났는데 3바퀴째 돌 때까지 땀이 나지 않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다.
현수는 5바퀴를 돌자 땀이 났고 한 바퀴 더 돌고 나서 충분히 몸이 달아오르자 그 다음 공을 높게 띄워 놓고 불규칙적으로 바운드 된 공을 향해 뛰어가서 그 공을 최대한 부드럽게 트래핑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이게 보기와 달리 상당히 힘들었다. 항상 눈이 공을 쫓아야 했고 갖다 대는 발의 위치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공이다 보니 그 조절하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헉헉헉!”
날쌘 돌이 축구화를 신고 뛰는데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오른발잡이인 현수는 오른발로는 안정적으로 볼 트래핑을 했는데 왼발은 그렇지가 못했다. 자꾸 공이 튀었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은 양발 잡이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지네딘 지단이다. 그는 현수가 가장 좋아했고 또 롤 모델로 삼았던 축구선수였다.
“2006년. 그러니까 작년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를 했지.”
사람들은 흔히들 지단을 우아한 테크닉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카리스마로 기억하지만 현수는 달랐다.
지단은 동시대를 풍미한 다른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 메이커 중에서 결코 테크닉이나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단은 뛰어난 피지컬과 양발을 완벽하게 같은 수준으로 사용했다. 그 이점을 활용해서 그는 압박을 버텨 내고 세계 최고 선수가 되었다.
현수도 피지컬 적인 측면에서는 지단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테크닉은 한참 부족했다.
“내가 양발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현수는 프로에 데뷔한 후 비로서 양발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유용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양발을 사용할 수 있게 훈련을 했었어야 했다고 늦은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황.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하지만......”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스스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양발은 같은 수준으로 사용하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때, 즉 유소년 시절 갓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양발 쓰는 훈련을 시작했었어야 했다.
“역시 안 되려나?”
현수는 아쉽다는 듯 왼발로 볼을 터치해 보았다. 그때 그의 뇌리에 떠 오른 게 있었다.
“아! 시스템!”
혹시 시스템에 양발을 다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현수가 머릿속에 시스템을 떠올리자 바로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2/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68/100
내공: 초급
격투기: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80/100(+30 단기학습 능력 사용 중)
행운지수: 30/100
이성과의 친화력: 80/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인벤토리: 날쌘 돌이 축구화, 불끈 반지
스테이터스 창에서 바뀐 건 보유 아이템이 사라지고 대신 그 아이템들이 인벤토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 현수가 아이템을 구입하면 그 아이템이 바로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시스템 초기 화면을 생각했다. 그러자 스테이터스 창이 지워지고 포인터 사용처 화면이 생성 되었다.
[포인트 사용처]
1. 체력(體力)
2. 지력(智力)
3. 행운(幸運)
4. 친화력(親和力)
5. 도구(道具, item)
현수는 그 중 1번 체력을 클릭했다.
[체력]
1. 기본 체력
2. 초능력
강현수는 다시 1번을 클릭했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68/100, 100 포인트 결제 시 체력 +1 향상. 단 70/100까지.
[기본 체력을 +1향상 하시겠습니까? Y/N]
축구를 하려면 체력은 올려 둘 필요가 있었다. 현수는 그 최대치인 70까지 체력을 끌어 올렸다.
[띠링! 2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96,560]
체력을 +2 향상 시키자 바로 기본 체력 창이 바뀌었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70/100
[체력이 정상 범주를 넘어선 70에 이르렀습니다.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업그레이드? 하지 뭐.”
현수가 승낙하자 바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딱 1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띠링! 기본 체력이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당신의 신체에 대한 세부 정보 창이 열립니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70/100 (+1 향상 시 5,000포인트. 단 75/100까지)
유연성: 5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1 향상 시 1,000포인트. 단 60/100까지)
스피드: 6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1 향상 시 5,000포인트. 단 70/100까지))
점프력: 4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1 향상 시 800포인트. 단 50/100까지)
밸런스 비율: 전체 평균 0.68 (전체적으로 +0.1 향상 시 1,200포인트. 단 0.60까지)
그때 시스템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띠링! 양발잡이에 관심 있는 당신을 위해 밸런스 창을 열어 두었습니다.]
“뭐?”
[자세한 건 밸런스를 클릭해 보십시오.]
현수는 시스템의 말대로 기본 체력 창에서 밸런스를 클릭했다.
[밸런스-신체 좌우 균형]
언밸런스한 당신의 신체 균형을 잡아 준다.
1. 양쪽 뇌: 0.66(+0.1 향상 시 200포인트. 단 0.70까지)
2. 양쪽 눈: 0.98(+0.1 향상 시 1.000포인트. 단 1.00까지)
3. 양쪽 귀: 0.97(+0.1 향상 시 1.000포인트. 단 1.00까지)
4. 양쪽 코: 0.23(+0.1 향상 시 10포인트. 단 0.60까지)
5. 양쪽 팔: 0.59(+0.1 향상 시 500포인트. 단 0.60까지)
6. 양쪽 다리: 0.62(+0.1 향상 시 1,000포인트. 단 0.70까지)
현수는 양쪽 눈이 둘 다 1.5로 정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양쪽 눈의 밸런스가 거의 1에 가까웠다. 그리고 코의 경우 축농증이 심한 탓인지 밸런스가 가장 좋지 않았다.
“그래도 0.23이 뭐람.”
현수는 바로 코의 밸런스를 0.6까지 끌어 올렸다. +0.1 향상 시 10포인트 밖에 안 되니 부담 없이 지를 수 있었다.
[띠링! 37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96,190]
결제가 끝나자 현수의 막혀 있던 코가 뻥 뚫렸다. 두 코로 훨씬 수월하고 편하게 숨을 쉬게 된 현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다음 현수가 관심 있게 지켜 본 건 바로 6번 양쪽 다리였다. 두 다리의 밸런스가 1이 된다는 건 곧 완벽한 양발잡이가 된다는 소리였다. 그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양발잡이 말이다.
현수는 우선 양쪽 다리 밸런스 비율을 0.70까지 끌어 올렸다.
[띠링! 8,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88,190]
그러자 밸런스 창의 6번 양쪽 다리의 수치가 이렇게 변했다.
6. 양쪽 다리: 0.70(+0.1 향상 시 2,000포인트. 단 0.80까지)
현수는 당장 양발잡이만 될 수 있다면 포인트 쓰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밸런스 비율을 0.80으로 끌어 올렸다.
[띠링! 2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68,190]
그러자 변한 6번 양쪽 다리 수치가 또 표시 되었다.
6. 양쪽 다리: 0.80(+0.1 향상 시 4,000포인트. 단 0.90까지)
현수는 거침없이 질렀다.
[띠링! 4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28,190]
변한 수치가 다시 현수의 눈앞에 나타났다.
6. 양쪽 다리: 0.90(+0.1 향상 시 8,000포인트. 단 1.00까지)
현수가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질렀다.
[띠링! 8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48,190]
그 결과 그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지는 수치가 보였다.
6. 양쪽 다리: 1.00( 양쪽 다리의 모든 기능이 균등해졌습니다.)
동시에 좀 쓰렸다. 양발잡이가 되는 데 쓴 포인트가 무려 148,000이었다. 포인트가 확 줄어서 4만대 중반도 못 됐다. 하지만 양발잡이가 된 거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
[띠링! 양발잡이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런 당신에게 시스템에서 20% 할인 쿠폰을 드립니다.]
“할인쿠폰?”
현수가 의문을 표시하자 시스템이 바로 설명했다.
[할인쿠폰은 아이템을 구입하실 때 유용하게 사용 하실 수 있습니다.]
“가지가지 하는군.”
현수는 바로 시스템을 종료 시켰다. 그 뒤 다시 공을 높게 띄워 놓고 볼 트래핑 훈련을 시작 했다.
파팟!
공이 양 다리에 착착 감겼다. 현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상대적으로 힘과 유연성이 부족했던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와 같은 수준이 되자 그의 볼 간수 능력이 예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향상 되었다. 더불어 드리블 능력도 몰라보게 늘었고 말이다.
현수는 볼 트래핑 훈련 다음으로 공을 발로 옮겨가며 가상의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어 주는 연습을 같이 병행했다.
미드필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패스 능력이었다. 그때 오른발 뿐 아니라 왼발로도 패스를 넣어 주는 훈련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수가 원하는 방향과 위치로 정확하게 공이 날아갔다. 마치 오른발로 찬 것처럼 말이다.
예전엔 정확한 패스를 위해 한번 접고 오른발로 찼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만큼 한 템포 빠른 패스가 가능해졌단 소리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그라운드 훈련을 한 현수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헬스장으로 가서 부족한 신체 부위를 향상 시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특히 케틀벨을 이용해서 몸의 중심인 요추와 골반의 근력 강화 및 균형 감각을 키웠다.
이때도 현수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그는 센터백과 같이 거칠게 몸싸움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 당시에도 현수는 탄탄한 근육질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훅훅훅!”
현수는 그런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했다. 그때 이명신 감독이 현수 앞에 나타났다.
“야! 강현수. 너 오늘 소매치기 잡았다며?”
“네. 그런데 그걸 감독님께서 어떻게 아시고.....”
“충정로 지구대에서 너한테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며 학교에 연락을 한 모양이더라고. 학교에선 감독인 나한테 연락을 했고 말이야.”
그 말인즉슨 현수가 오늘 소매치기 잡은 게 학교 측에 알려졌단 소리였다.
‘깜빡했구나.’
그러고 보니 시험 끝나고 지구대에 가기로 했었던 게 그제야 생각났다.
“지구대로 빨리 와달라던데 그만 운동하고 가봐라.”
이명신이 땀투성인 현수를 보니 얼추 오늘 훈련은 끝낸 것 같아 보였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현수는 헬스장 한쪽에 있는 샤워실로 가서 땀에 쩔은 몸을 씻고 라커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 중 전화가 십 여 통이나 와 있었다. 현수는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허겁지겁 체육관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