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그때 시스템이 또 다시 현수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띠링! 이성과의 친화력을 80까지 획득한 당신에게 이성의 호감도가 상승하고 성적 매력 또한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핑거 메지션 (finger magician)의 칭호가 스위트 가이(Sweet guy)로 변경 됩니다.]
[칭호 변경에 따른 혜택 : 핑거 메지션(호감도 +10, 성적 매력 +10 상승)→ 스위트 가이(이성에 대한 호감도 +20, 성적 매력 +20 상승)]
동시에 현수에 대한 스테이스 창이 다시 홀로그램으로 그의 눈앞에 등장했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2/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68/100
내공: 초급
격투기: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80/100(+30 단기학습 능력 사용 중)
행운지수: 30/100
이성과의 친화력: 80/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보유 아이템: 날쌘 돌이 축구화, 불끈 반지
현수는 변경 된 칭호부터 살폈다.
“어라? 칭호가 바뀌면서 호감도와 성적 매력이 각각 +10이 올랐는데 55와 67이 되어야 하는 데 62와 74라니?”
현수의 의문에 바로 시스템이 대답했다.
[이성과의 친화력이 80으로 상승하면서 호감도와 성적 매력이 덩달아 상승한 겁니다.]
“그렇군.”
현수는 그제야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힐끗 시간을 확인했는데 벌써 12시 30분이었다.
현수는 곧장 시스템 종료를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 홀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시스템도 끝났다.
“빨리 자자. 내일 시험도 있는데.”
현수는 방에 불을 끄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규칙적인 호흡 소리와 함께 깊게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현수는 서둘러 세수를 한 후 옷을 챙겨 입고 자취방을 나섰다. 어제처럼 버스 승강장으로 가는 동안 동네 슈퍼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게 눈 감추듯 금방 먹어치웠다.
승강장에서 몇 분 기다리지 않아 연신대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버스에 마침 빈자리가 있어 편하게 학교로 가던 현수의 머릿속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돌발 퀘스트! 버스에 막 소매치기가 탔습니다. 그 소매치기를 잡으세요.]
‘뭐?’
현수는 기가 찼다. 자기가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소매치기를 잡으라니? 위험한 건 둘째치고 귀찮았다.
현수가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으려 하자 시스템이 경고를 날렸다.
[띠링! 연신대에 도착하기 전 소매치기를 잡지 않을 시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페널티(범죄 방조): -5,000포인트 삭감]
“이런 날강도!”
현수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전 버스에서 탄 사람을 두 사람. 그 중 한 명은 중년에 참하게 생긴 아주머니고 다른 한 명은 젊은 남자였다. 야구 모자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던 젊은 남자는 의도적으로 같이 탄 아주머니 옆에 바짝 다가 섰다.
현수는 다음번에 내릴 것처럼 버스 뒷문으로 움직이며 그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때 버스가 막 교차로 앞에서 신호를 받으며 정지 했고 그 순간 젊은 남자의 손이 아주머니가 메고 있던 가방을 스쳐지나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젊은 남자는 아주머니 가방을 날카로운 칼날로 찢고 그 안에서 젊은 남자가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지갑을 자신의 점프 안에 자연스럽게 넣었다.
‘와! 예술이다.’
현수도 그 젊은 남자를 쭉 지켜보지 않았으면 소매치기 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 터였다.
신호가 바뀌고 버스가 교차로를 돌 때 소매치기가 슬그머니 버스 뒤로 움직였다.
“어이!”
그런 소매치기의 팔을 현수가 잡아챘다.
“뭐, 뭐야?”
당황한 소매치기가 현수를 쏘아 볼 때 현수가 소매치기 당한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
“아줌마. 지갑 찾아 봐요.”
그 말에 아주머니가 자신의 가방을 열었는데 그때 찢어진 가방에서 아주머니의 소지품들이 버스 안으로 쏟아졌다.
“이런 씨팔....”
그때 일이 틀어졌다는 걸 직감한 소매치기가 바지 호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하지만 녀석보다 현수의 반응이 더 빨랐다.
현수가 잡고 있던 녀석의 팔을 당기자 녀석이 현수가 서 있는 쪽으로 끌려왔고 순간 현수가 발을 뻗어 녀석의 다리를 걸었다.
“으아아악!”
쿵!
안 그래도 바지에서 잭나이프를 꺼내느라 정신없었던 소매치기는 잭나이프를 든 체 그대로 버스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그러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친 듯 정신을 잃고 퍼졌다.
그대 현수가 쓰러진 소매치기의 점퍼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거 아줌마 지갑 맞죠?”
“네. 맞아요!”
버스는 방향을 틀어 근처 지구대로 갔고 소매치기를 그곳에 넘겼다.
[띠링! 돌발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그에 따른 성공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1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601,710]
“에게.....”
그때 다시 시스템이 반응했다.
[돌발 퀘스트의 의뢰자께서 신속하게 소매치기를 제압한 당신에게 추가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5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601,760]
“짜다.”
돌발 퀘스트라면서 주는 포인트가 너무 적어서 현수가 적잖아 실망할 때 지구대에서 소매치기를 잡은 그에게 곧바로 조서를 꾸밀 테니 참고인으로 남아 달라고 부탁해 왔다.
“죄송하지만 저 오늘 시험이라 서요. 시험 보고 오면 안 될까요?”
“네. 그러셔도 됩니다. 그런데 시험이 몇 시라고요?”
“10신데....”
“저런.... 이봐. 김 순경!”
현수는 지구대에서 제공한 순찰차를 타고 연신대로 갔다. 다행히 시험 시간에 늦지 않게 강의실에 도착한 현수가 막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주위 학생들이 힐끗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마 언제 시험 때문인 모양이었다. 잠시 뒤 체대 교수가 시험지를 들고 나타났는데 그 교수 역시 현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시험 시작종이 울리고 시험지가 학생들에게 주어졌다. 현수는 받아 든 시험지에 열심히 답을 적어 나갔다.
그때 현수 옆에 체대 교수가 다가와서 말했다.
“강현수. 답안은 잘 봤다. 정확하게 정답만 썼더구나. 마치 오픈 북으로 시험을 친 듯 말이야.”
현수가 힐끗 그 교수를 쳐다보았는데 어제 현수가 친 스포츠 마케팅 과목을 강의 하는 교수였다. 물론 그의 수업에 들어간 건 개강할 때 잠깐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게 뭐 잘못 됐습니까?”
“아니.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야?”
현수는 괜히 시비조로 나오는 그 교수에게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며 하던 답안을 계속 이어 나갔다.
현수는 오늘도 시험지에 가득 답을 적어서 제출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뒤 그 다음 과목인 스포츠 레저 카운슬링 과목의 시험을 봤다.
역시 시험을 감독하던 교수가 신기하다는 듯 현수를 유심히 살폈지만 현수는 신경 쓰지 않고 답안을 시험지 가득 적고는 그걸 그 교수에게 건네고 강의실을 나왔다.
“끝났다.”
기말 고사를 무사히 치른 현수는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배고프다.”
시험이 끝나자 시간이 벌써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현수는 곧장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
현수가 식당에서 푸짐하게 밥을 퍼서 식사 중일 때 그 앞에 김혜미가 나타났다. 그녀가 도끼눈으로 현수를 노려보았다.
“뭐?”
“못 됐어.”
“뭐가?”
“어제 그렇게 가면 어떡해?”
“오후에 시험 있다며?”
“그래도 같이 점심 먹고 가주는 게 매너 아냐?”
“매너?”
그러고 보니 그녀와 자신 사이라면 그 정도는 해 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현수는 자기 잘못을 바로 인정했다. 현수의 사과에 김혜미도 바로 화를 풀었다.
“시험 잘 봤어?”
“응!”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 시험 볼 때마다 맨날 1등으로 나가던 강 모 군이 글쎄 답안 작성을 완벽하게 하고 나갔다나 어쨌다나.....”
그 말을 하면서 김혜미가 현수에게 계속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밥을 먹으며 말했다.
“그 강 모 군이 나 맞아. 그러니 국 식기 전에 밥 먹어.”
“갑자기 왜 그랬어?”
“뭘?”
“공부! 왜 공부를 했냐고?”
“나는 공부 좀 하면 안 되냐?”
“그, 그게 아니라 넌 원래 책하고는..... 에이. 아니다. 밥이나 먹자.”
김혜미는 현수가 아는 한 고민 같은 걸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배가 고팠던지 혜미는 그 뒤 말없이 식판을 비워나갔다.
현수는 이미 식사를 끝냈지만 일어나지 않고 기다렸다. 그게 매너니까.
“아! 잘 먹었다.”
식사를 끝낸 김혜미가 눈앞에 있는 현수에게 말했다.
“나 오늘 시험 끝나.”
“그래서?”
“이따 올래?”
김혜미가 끈적끈적한 눈으로 현수를 바라봤다.
“어. 뭐.... 오피스텔로 갈게.”
순간 강현수와 김혜미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형성 되었다. 그때 우락부락하게 생긴 녀석 하나가 나타나서 분위기를 망쳐 놓았다.
“강현수! 감독님이 너 좀 오래.”
“어디 계신데?”
“부실! 나 얘기 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고..... 흐흐흐흐!”
김혜미를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던 녀석이 그 말 후 기분 나쁘게 웃으며 사라졌다. 현수가 먼저 빈 식판을 들고 일어나며 혜미에게 말했다.
“감독님 뵙고 나서 전화할까?”
“아니. 나 오후에 시험이 있거든. 끝나면 5시니까 그때 시계탑에서 만나서 같이 저녁 먹고 오피스텔로 가는게 어때.”
“좋아. 그럼 그때 봐. 아! 그거 줘.”
현수는 김혜미의 식판까지 챙겨 들고 퇴식구로 향했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다.
“우리 현수가 매너가 좀 있네.”
그런 현수를 보고 김혜미의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
김혜미와 학생 식당 앞에서 헤어진 현수는 곧장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체육관 2층 축구부실에 들어가자 짬뽕 냄새가 확 풍겼다.
연신대 축구부 감독인 이명신이 혼자 짬뽕을 먹고 있었다. 그는 현수가 축구부실에 나타나자 허겁지겁 입 안에 있던 걸 삼키고는 말했다.
“현수 왔냐?”
“네. 찾으셨다고요?”
“그래. 식사는?”
“먹었습니다.”
“잠깐만.....”
이명신은 짬뽕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남은 면발을 나무젓가락으로 쓸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남은 국물까지 다 마신 뒤 빈 그릇을 축구부실 밖에 내 놓았다.
“커피한잔하자.”
커피 타란 소리였다. 현수는 축구부실 한쪽에 있는 정수기 옆 다용도 칸에서 믹스 커피를 꺼내서 종이컵에 그 내용물을 부은 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작게 넣어 달짝지근하게 탄 커피를 이명신에게 건넸다.
“땡큐!”
현수가 건넨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신 이명신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현수 네가 내 취향을 제일 잘 안다니까. 커피가 이래야 제 맛이지.”
이내 종이컵의 커피를 다 마시 이명신이 곧장 현수를 보고 말했다.
“현수야! 너도 알다시피 내일 모레 중요한 시합이 있지 않니?”
“FA컵 26강 말입니까?”
이 당시 FA컵의 정식 명칭은 ‘2007 하나은행 배 FA CUP’ 이었다.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가 주최, 주관하고, 하나은행이 후원하는 이 대회에서 연신대는 3월 예선 1회전에서 한우리 축구단을 상대로 4대 1로 이겼고 5월 예선 2회전에서는 한양대를 3대 2로 이기고 본선 라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6월 현재 26강전 본선 경기가 사흘 뒤 열릴 예정이었다.
“그래. 우리 상대는 K리그 클래식의 대전 시티즌이고 말이다. 너 요즘 대전이 몇 위인 줄 아냐?”
“.........”
현수가 침묵하자 이명신이 말했다.
“7위다. 중위권은 되는 팀이지. 그런데 위에서는 그런 강팀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하란다. 안 그럼 나 이거라고.”
이명신이 손으로 자신의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시험 끝났지?”
“네.”
“다른 애들은 다들 내일 시험 끝나니까 그때 팀에 합류시키면 될 테고. 그 전에 넌 몸 좀 풀어야지?”
“네. 뭐 그러죠.”
현수가 일체 군소리 없이 대답하자 이명신이 미소를 지었다. 감독 생활을 하다보면 눈앞의 강현수처럼 유독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었다. 그래서 이명신은 강현수가 원하는 게 있으면 웬만하면 다 들어 주었다.
“아참! 감독인 윤성찬 말인데요.”
“3학년 성찬이? 왜? 이번 FA컵에도 성찬이 주전 수비수로 쓰라고?”
“아뇨. 걘 실력이 영 안 올라와서요. 그냥 2학년 장철우를 쓰는게 낫겠더라고요.”
“그래. 알았다.”
윤성찬부터 시작이었다. 그를 우습게보고 그를 등쳐먹었던 자들에 대한 현수의 매몰찬 응징 및 인연 끊기가 그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