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귀 시스템 -->
“여보세요.”
강현수는 일단 녀석의 전화를 받았다.
-헉헉! 현수야. 지금 어디야?
녀석의 목소리가 아주 다급해 보였다.
“혜미 오피스텔. 왜?”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그 근처 스타빅스에서 보자.
녀석은 그 말 후 먼저 전화를 끊었다. 강현수가 피식 웃었다.
당시 강현수는 문세광의 전화를 받고 씻지도 않고 허겁지겁 스타빅스로 달려갔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이유, 아니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지 호주머니에 밀어 넣고는 침대로 향했다. 그가 침대에 앉자 그의 눈앞에 다시 홀로그램 창이 떴다.
강현수는 달마역근경의 창을 뒤로 돌린 뒤 중얼거렸다.
“그런데 포인트란 건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거지?”
타임 리퍼는 일종에 게임을 차용한 회귀 시스템인 것 같았다.
게임에서야 시간과 돈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지 강현수로서는 당연히 궁금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요상한 음성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왔다.
[본 시스템이 제시하는 퀘스트를 완수하면 당신에게 적정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하지만 실패할시 페널티가 적용된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달칵!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고 잔뜩 찡그린 얼굴의 김혜미가 나왔다. 보아하니 변비인 모양이었다.
[띠링! 돌발 퀘스트! 김혜미는 현재 악질 스토커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그 스토커가 김혜미를 납치해서 강간 후 그녀를 살해, 시체를 야산에 묻습니다. 당신은 그 스토커로부터 김혜미를 지켜 내야 합니다.]
“헉!”
강현수는 깜짝 놀랐다.
‘혜미가 오늘 죽는다고?’
강현수가 경악어린 시선으로 김혜미를 쳐다보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봐? 내가 한 몸매 하긴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 김혜미는 부끄러운 듯 서둘러 식탁의자에 걸려 있던 자신의 팬티와 브라자를 챙겨 입었다.
강현수는 김혜미가 파란 원피스를 입는 걸 멍하니 지켜보며 생각했다.
‘그래서 혜미에게 연락이 없었구나.’
대학시절 자신을 거쳐 간 여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한 두 번씩 연락을 하고 또 만났었다. 하지만 혜미는 아니었다.
‘오늘 죽어서 그런 건가?’
퀘스트라서가 아니라 김혜미는 스토커 따위에게 죽기에는 아까운 여자였다.
옷을 입은 김혜미는 곧장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했고 강현수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그가 씻고 나오자 탁자에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먹어!”
김혜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허기가 진 현수는 서둘러 옷을 갖춰 입고는 탁자 앞에 앉았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은 계란 프라이에 바싹하게 구운 베이컨, 그리고 커피 한잔.
김혜미가 그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커다란 머그잔에 커피만 달란 든 체.
김혜미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아침을 먹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현수를 위해서는 이렇게 매번 아침상을 차려 주었다.
그 정도로 김혜미는 착하고..... 썩 괜찮은 여자였다.
현수는 게 눈 감추듯 금방 아침 식사를 끝냈다.
“맛있지?”
혜미가 기대 어린 시선으로 현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응!”
현수는 평소처럼 대충 대답하고 거의 다 식은 커피를 물마시듯 들이켰다. 그걸 보고 커피를 즐기듯 마시고 있던 혜미가 질색을 했다.
“넌 어쩜 애가......”
그런 혜미에게 현수가 불쑥 물었다.
“오늘 뭐해?”
“이따가 학교에서 미숙이와 만나기로 했어.”
“이따가 언제?”
“허? 너 나 한데 진짜 관심 있니?”
혜미도 알고 있었다. 현수가 그녀의 몸에만 관심이 있단 걸 말이다. 그녀도 그랬으니까.
“관심 좀 가지면 안 돼?”
현수가 혜미를 직시하며 말했다. 그러자 현수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은 혜미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도서관에 가서 빌린 책 반납하고 리포트 쓸 참고 도서를 빌린 다음 11시 30분 쯤? 생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때 그쪽으로 갈게. 점심이나 같이 먹자.”
“뭐?”
“왜? 싫어?”
“아, 아니. 싫다니 보다는.......”
김혜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계속 현수를 쳐다볼 때 그의 바지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현수가 바로 확인하니 문세광이었다.
“어!”
현수가 전화를 받자 문세광이 버럭 소리쳤다.
-야! 너 지금 어디야?
보아하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혜미 오피스텔.”
-왜 아직 거기야. 스타빅스로 오라고 했잖아.
“내가 네 집개냐? 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뭐?
“나 오늘 바빠. 널 만날 시간 없어.”
그 말 후 이번엔 현수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바로 문세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현수는 귀찮다는 듯 아예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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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강현수가 그의 전화를 씹은 것이다.
“이 새끼가......”
문세광은 씩씩거리며 스타빅스를 나섰다. 그리곤 곧장 김혜미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대학 리그 중 크게 부상을 당한 문세광은 축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축구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문세광은 방황을 했고 그때 도박에 빠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남은 건 3억이 넘는 빚이었다.
아버지가 청소부고 어머니가 파출부로 근근이 먹고 사는 그의 집안 형편 상 3억이 넘는 빚을 갚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세광은 그 빚 때문에 결국 장기매매단에 넘겨졌다.
“사, 살려 주십시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문세광은 그곳에서 살 구멍을 찾았다.
“너 축구선수였다며?”
“네. 고진대에서 선수 생활까지 했었습니다.”
“너 강현수라고 알지?”
“현수요? 당연히 알죠. 제 고등학교 때 같이 축구한 녀석인데요.”
“그 놈이 좀 필요한데.”
“네?”
장기매매단의 보스란 자가 강현수를 원했다. 알고 보니 그 자의 사촌 히토오가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에이전트라고 했다.
일본 J리그의 한 팀에서 강현수를 강력하게 스카우트하길 원하고 있는데 그 일을 바로 히토오가 맡았단 것이다.
문세광은 곧장 그 히토오란 자를 만났고.......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를 팔아먹기 위해서 말이다.
문세광은 먼저 의도적으로 자신이 에이전트가 됐다는 걸 강현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 후 그에게서 연락이 오자 자연스럽게 그와 접촉했다.
문세광은 보기와 다르게 강현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단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그의 에이전트가 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정식으로 강현수와 에이전트 계약도 하기 전에 갑자기 오늘 히토오가 계약서를 들고 한국을 불쑥 찾아 온 것이다.
“씨팔! 완전 제 멋대로야.”
막상 김혜미의 오피스텔 앞에는 왔는데 그녀가 몇 호에 사는 지 까진 몰랐던 문세광은 입구 앞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렸다.
그렇게 30여분 뒤 김혜미가 나타났고 문세광은 그녀에게 호수를 물었다.
“1705호!”
문세광이 강현수의 친구란 걸 아는 김혜미는 자신의 오피스텔 호수를 그에게 얘기해 주었다. 문세광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을 눌렀다.
1705호 앞에서 문세광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이 눈을 찔렀다. 그러자 두 눈이 붉게 충혈 되면서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상태에서 문세광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바로 문이 열리고 안에 강현수가 보였다.
“현수야! 흑흑흑흑!”
문세광이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복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문세광은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식으로 종종 강현수의 여린 마음을 자극해서 원하는 걸 얻어 낸 바가 있었다. 그게 먹혔는지 강현수가 말했다.
“들어 와.”
고개를 숙인 체 울고 있던 문세광의 입가에 비릿하니 미소가 번졌다.
‘됐다.’
문세광의 입가 미소는 금방 지워졌고 계속 고개를 숙인 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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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는 역겨웠지만 참고 문세광의 얘기를 팔짱을 낀 체 가만히 경청했다.
“............그래서 오늘 중에 계약을 해야 해.”
한마디로 문세광이 살자고 자신보고 일본 프로 축구팀과 계약을 해야 한단 소리였다.
정말로 한심하게도 당시 강현수는 문세광의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소리에 당장 계약 하러 가자고 나섰다.
‘진짜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지. 병신 같은..... 멍청한 건 당연하고.....’
“에휴!”
강현수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걸 보고 문세광이 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현수야. 계약해 줄 거지? 난 네 에이전트잖아? 그러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계약을 하면.....”
“가만! 에이전트? 누가? 네가?”
현수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시치미를 뚝 잡아떼자 문세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무, 무슨 소리야? 며칠 전에 네가 나보고 에이전트 맡으라고 했잖아?”
“아아! 그거? 그때 술 먹고 기분 좋아서 한 번 해 본 말이지. 넌 그 말을 진짜라고 믿었어?”
“뭐, 뭐라고?”
“이야. 너 참 염치도 없다. 너도 생각이란 게 있으면 감히 내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맘먹으면 안 되지. K리그 1부 팀들이 다들 날 1라운드 지명하겠다고 난리다. 국내 최고 에이전트들도 줄을 섰고. 그런데 넌 뭐냐? 고작 대학 중퇴에 에이전트 경험도 하나 없으면서 무슨.”
“너, 너 어떻게 친구인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수가 있냐? 내가 좀 경험이 없다고 해도 열심히 발로 뛰면 너 하나 키우는 건 문제도 아니야. 그러니 날 믿고 제발 내 말대로 계약을 하자. 응?”
문세광이 울부짖듯 말하며 재차 감성에 호소를 해왔다. 하지만 그런 녀석의 악어의 눈물과 세치 혀에 더 이상 넘어갈 현수가 아니었다.
“됐고. 너하고는 더 할 말 없다. 나가라.”
“현수야!”
문세광이 다시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지만 현수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결국 쫓겨난 문세광은 억지 울음을 그치고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하아! 씨팔. 좆 됐네.”
문세광은 일단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다. 그리곤 곧장 히토오에게 전화를 걸어 강현수와의 계약이 사실상 파토가 났음을 알렸다. 그러자 히토오가 길길이 화를 냈다.
-강현수상과 계약하기 전에 일본으로 절대 못 돌아가무니다. 대책을 세워야게스무니다. 당장 하얏트 호텔로 튀어 와무니다.
문세광은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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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광을 쫓아낸 강현수는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는 다시 타임 리퍼 시스템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떴다.
그가 마지막에 보았던 달마역근경의 창을 보던 현수가 뒤로 창을 되돌리자 내공심법 창이 떴고 더 되돌리자 무공 창이 떴다.
[무공]
1. 내공심법
2. 맨손 격투기
3. 병장 격투기
4. 보법
현수는 그 중 2번 맨손 격투기를 클릭했다. 그러자 바로 홀로그램 창이 변했다.
[맨손 격투기]
1. 태권도
2. 주짓수
3. 유도
4. 복싱
5. 합기도
현수는 바로 1번 태권도를 선택했다.
[태권도]
1단 승급: 1,000포인트
2단 승급: 2,000포인트
3단 승급: 4,000포인트
4단 승급: 8,000포인트
5단 승급: 20,000포인트
6단 승급: 40,000포인트
7단 승급: 50,000포인트
8단 승급: 100,000포인트
9단 승급: 175,000포인트
“으음. 4단에서 5단, 5단에서 6단으로 승급할 때 포인트가 더 오르는군.”
현수는 그걸 보고 태권도에서는 5단과 6단 정도가 고수 축에 들어가는 수준이란 걸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현수는 바로 4단을 선택했다. 그러자 바로 창이 떴다.
[태권도 4단을 익히는데 실패했습니다.]
[1, 2, 3단으로 단계적 승급 후 4단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역시....”
현수는 태권도를 마스터 하는데도 40만 포인트가 들어간다는 걸 확인하고 창을 되돌려서는 2번 주짓수를 선택했다.
[주짓수]
화이트 승급: 2,000포인트
블루 승급: 8,000포인트
퍼플 승급: 70,000포인트
브라운 승급: 120,000포인트
블랙 승급: 200,000포인트
“주짓수도 태권도처럼 블루에서 퍼플로 승급할 때 포인트가 확 오르는군.”
퍼플 정도 돼야 주짓수 고수 소릴 들을 수 있단 소리였다. 역시나 주짓수 역시 마스터 하는데 4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현수는 창을 되돌려서 3번 유도를 선택했다.
[유도]
1단 승급: 1,000포인트
2단 승급: 2,000포인트
3단 승급: 4,000포인트
4단 승급: 8,000포인트
5단 승급: 20,000포인트
6단 승급: 40,000포인트
7단 승급: 50,000포인트
8단 승급: 100,000포인트
9단 승급: 175,000포인트
유도는 태권도와 승급 포인트가 똑 같았다. 현수는 창을 되돌려서 4번 복싱을 클릭했다.
[복싱]
1. 도장 챔피언: 2,000포인트
2. 시도 배 챔피언: 8,000포인트
3. 전국체전 챔피언: 60,000포인트
4. 동양 챔피언: 130,000포인트
5. 세계 챔피언: 200,000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