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귀 시스템 -->
급소를 맞은 강현수는 10여초 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그 사이 양미라는 차에 올랐고 그 보디가드가 운전석에 탔을 때 겨우 강현수의 숨통이 트였다.
“커헙!”
부우웅!
강현수가 겨우 숨을 내 쉴 때 양미라를 태운 검은 승용차가 출발했다. 강현수는 그걸 보고 어떡하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당최 일어 설수가 없었다.
그걸 끝으로 강현수는 이후 아내 양미라는 물론 두 아들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현중일이 강현수가 찾지 못하게 외국으로 그들을 빼돌린 모양이었다.
다음 날 강현수는 축구 승부조작 혐의로 긴급 체포 되었고 축구계에서 바로 영구제명을 당했다.
보름 뒤 강현수가 우여곡절 끝에 풀려났을 때 그의 집과 재산은 전부 압류된 상태였다.
강현수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그의 친구 문세광, 에이전트인 그가 부도를 내고 튄 것이다.
거기다 강현수가 보증을 섰던 지인들이 줄줄이 다 망하면서 강현수는 불가항력으로 개인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불과 한 달 만에 강현수는 개털 신세가 되었고 길거리로 내 몰렸다.
그런 2015년 11월 25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는 아니야.”
강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는 홀로그램 창에 뜬 날짜 중 1번은 그대로 넘어가고 2번을 살폈다.
2010년 3월 16일!
강현수는 바로 이날 울산 HK축구단과 계약을 하고 그 다음 날 에이전트인 문세광의 소개로 양미라를 만났다.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일주일 동안 계속 그녀를 쫓아다니며 구애를 했고 결국 사귀게 되었다.
그 뒤 급격히 활활 불 타 오른 둘은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결혼 했고 그 해 11월 25일에 양미라가 첫째 동률이를 낳았다.
“그년과 만나기 직전이로군.”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병원에 갈 기회가 있었던 강현수는 비뇨기과에서 정액검사를 실시했고 자신이 정관수술을 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강현수는 정관수술을 받은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강현수는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수술을 했다. 바로 양미라에 빠져서 그녀를 쫓아다니던 중 갑자기 배가 아팠고 병원에 갔더니 덥석 복막염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었다.
그 병원이 바로 아정종합병원이었다.
현경그룹 현대영 회장이 자신의 호인 아정을 붙여서 설립한 의료재단에 속한 병원으로 그때 맹장 수술이 아닌 정관 수술을 한 모양이었다.
“문세광! 이 개 같은 새끼......”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과정에 그의 친구이자 에이전트인 문세광이 개입해 있었다. 수술한 그날 강현수는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속이 부대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문세광이 준 이온음료 말고는 말이다. 그 이온음료를 마시고 나서 배가 아팠고 근처 다른 병원도 많은 데 한 시간이나 걸려서 아정종합병원으로 강현수를 데려 간 것도 문세광이었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한 것도 녀석이었고 수술실 앞을 지킨 것도 그놈이었고 말이다.
“멍청하긴.....”
그때를 생각하니 문세광을 탓할 게 아니었다. 충분히 의심해 볼만했는데 그걸 몰랐던 자신도 어리석었다.
“이때로 돌아가면 그년과 맺어지진 않겠지. 하지만......”
문제는 문세광이었다.
문세광은 강현수의 고교 동창이었다.
강현수와 같이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던 문세광은 각기 다른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둘의 명함이 엇갈렸다.
강현수는 계속 승승장구하며 국가대표로 활약할 때 문세광은 부상으로 축구를 접어야 했다. 그 후 문세광은 과감히 대학을 중퇴하고 에이전트가 되었다.
강현수는 우연히 그걸 알게 되었고 문세광에게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친구와 의리를 운운하며 자신의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들러붙었다.
친구의 처지가 안 되어 보였던 당시 순진하고 착했던 강현수는 문세광을 자신의 에이전트로 삼았다.
그 후 강현수는 에이전트 문세광과 함께 8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다. 당연히 그 세월 동안 함께 갖은 역경을 헤쳐 온 두 사람은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져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가장 믿었던 친구가 알고 보니 현중일의 끄나풀 이였을 줄이야.
문세광의 배신으로 강현수가 받은 충격은 아내에게 속은 것만큼이나 컸다.
2010년 3월 16일로 돌아간다면 아마 강현수는 당장 눈앞의 문세광을.......
“역시 이때도 아니야.”
강현수는 최대한 화를 삭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냉철하게 생각했다. 이 당시 문세광은 친구와 에이전트란 명분으로 강현수의 일상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이때로 돌아가 봐야 문세광이 계속 그의 발목을 붙잡을 게 분명했다.
강현수의 시선이 홀로그램 창에 뜬 날짜 중 3번으로 넘어갔다.
2007년 6월 7일!
“일본 구단과 계약한 날이군.”
강현수가 대학 3학년 때 그는 전격적으로 일본 J리그로 진출한다.
이때 강현수는 문세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J리그 디비전 1(J1)에 속한 팀 중 가시마 앤틀러스와 계약기간 3년, 계약금 5천만 엔, 연봉 2천만 엔의 말도 되지 않은 헐값에 계약을 체결 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간 강현수는 그곳에서 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가 속한 가시마 앤틀러스를 2007년에서 2009년까지 3회 연속 우승을 시키는데 절대적으로 공헌한다.
“이때라면.....”
아직 문세광과 정식으로 에이전트 계약을 한 것도 아닌 시기였다.
노숙자가 된 후 그 동안 자신의 삶을 돌이켜본 강현수는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망쳐 놓은 것은 바로 친구였던 문세광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으드득! 그 놈은 친구가 아니라 원수다. 원수!’
그놈 때문에 낯선 일본 땅에 가서 3년 동안 개 고생한 걸 생각하면 강현수는 지금도 이가 갈렸다.
그 뒤인 2002년 5월 31일은 한일 월드컵이 열릴 때였고 이때 강현수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축구부 선배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시기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1985년 9월 5일은 강현수가 태어난 날이었다. 역시나 갓난아이로 돌아가서 다시 똥 기저귀 차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강현수는 눈앞의 홀로그램 창에 뜬 숫자 중 3번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3번 2007년 6월 7일을 선택하셨습니다. 맞습니까? Y/N]
강현수는 바로 예스를 선택했다.
[당신은 2007년 6월 7일로 회귀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현수의 몸이 하얀 빛 무리에 휩싸였다.
화아아악!
그 빛은 잠시 뒤 사그라졌고 골목 안에서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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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에 익은 멜로디가 계속해서 반복해서 강현수의 귀에 들려왔다.
그게 슬슬 그의 신경을 건드릴 때 그의 옆에서 부스럭 거리며 누가 일어났다.
바로 멜로디가 끊겼다.
“여보세요?”
‘헉! 웬 여자 목소리?’
놀란 강현수가 번쩍 두 눈을 떴다.
‘여긴.....’
낯선 곳이다. 누워 있던 강현수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휘익 둘러보자 긴 머리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나체의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통화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여자는..... 김혜미?’
강현수가 대학에 다닐 때 그를 거쳐 간 여자 중 하나였다.
김혜미는 강현수와 같은 나이로 같은 대학 철학과에 다녔고 치어리더로 활약했다.
운동선수와 치어리더!
쉽게 가까워 질 수밖에 없는 관계였고 둘은 특히 육체적인 궁합이 잘 맞았다. 그래서 이 당시 강현수는 여자가 고플 때면 김혜미를 찾았고 그녀는 힘 좋고 오래가는(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를 항상 환영했다.
강현수는 여기가 어딘지 곧 알 수 있었다.
‘김혜미의 오피스텔! 달력이.....’
혜미는 약간 건망증이 있어서 중요한 약속은 달력에 적어 두었고 그 달력을 화장실 앞에 걸어 뒀다.
강현수가 화장실 쪽을 쳐다보자 그곳에 달력이 걸려 있었다.
‘6월! 그리고 2007년! 진짜 회귀했구나!’
강현수는 죽기 직전 그에게 일어난 기적이 사실이란 걸 깨닫고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 알았다고. 그래. 학교에서 보자.”
그때 통화를 끝낸 김혜미가 탁자 위에 담배를 한 개비 빼내서는 입에 물고 라이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강현수는 담배 피는 여자는 딱 질색이었다. 김혜미는 섹스 말고는 두루두루 강현수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여자였던 것이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었지?’
2007년 6월 7일. 바로 오늘 이후 강현수는 김혜미를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회귀에 성공하셨습니다.]
“헉! 또?”
강현수는 회귀 된 것으로 더 이상 그 해괴한 목소리는 들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타임리퍼(Time leaper)인 당신에게 시스템에서 최초 100만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포인트?”
[포인트는 당신이 타임리프 주 시스템과 보조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있어 사용할 결제 수단을 말합니다.]
“결제? 뭘 결제 한단 거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수 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포인트 사용처]
1. 체력(體力)
2. 지력(智力)
3. 행운(幸運)
4. 친화력(親和力)
5. 도구(道具, item)
강현수는 손가락으로 1번 체력을 클릭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창의 내용이 바로 바뀌었다.
[체력]
1. 기본 체력
2. 초능력
“초능력?”
강현수는 일단 기본 체력부터 클릭했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68/100, 100 포인트 결제 시 체력 +1 향상. 단 70/100까지.
[기본 체력을 +1향상 하시겠습니까? Y/N]
강현수가 예스를 선택하자 바로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온몸에 활력이 넘치면서 힘이 불끈 샘솟았다.
[띠링! 1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999,900]
결제창이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고 홀로그램은 다시 기본 체력으로 돌아갔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69/100, 100 포인트 결제 시 체력 +1 향상. 단 70/100까지.
정확히 체력 수치가 +1 향상 되어 있었다. 강현수는 이번엔 2번 초능력을 클릭했다.
[초능력]
1. 무공
2. 마법
“이게 뭐야? 무공? 마법? 무슨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강현수는 황당해 하며 일단 1번 무공을 클릭했다.
[무공]
1. 내공심법
2. 맨손 격투기
3. 병장 격투기
4. 보법
“허어!”
강현수는 기가 차서는 다시 1번 내공심법을 클릭했다.
[내공심법]
1. 초급 심법- 삼재기공, 태극심법, 청심공, 환마기공.....................
2. 중급 심법- 자하신공, 건곤심법, 무극심법, 역혈공...................
3. 고급 심법- 구양, 구음신공, 달마역근경, 아수라혈천공...............
강현수는 초급 심법 중에서 태극심법을 클릭했다.
[태극심법-초급]
1성에서 10성 성취: 각 1,000포인트.
11성: 5,000포인트
12성: 10,000포인트
“그러니까 태극심법을 10성까지 성취하는 데 총 1만 포인트, 그 이상 11성과 12성은 각기 5천, 1만 포인트를 더 결제해야 한단 소리군.”
따라서 태극심법을 12성까지 완벽하게 습득하는데 총 2만 5천 포인트가 필요하단 소리였다.
강현수는 다시 홀로그램 창을 뒤로 돌려서 중급 심법인 무극심법을 클릭했다.
[무극심법-중급]
1성에서 10성 성취: 각 5,000포인트
11성: 25,000포인트
12성: 50,000포인트
즉 중급 내공심법인 무극심법을 12성까지 익히려면 포인트가 125,000포인트가 필요했다.
강현수는 다시 홀로그램 창을 뒤로 돌려서 고급 심법인 달마역근경을 선택했다.
[달마역근경-고급]
1성에서 10성 성취: 각 10,000포인트
11성: 50,000포인트
12성: 100,000포인트
고급 내공심법 달마역근경을 12성까지 익히는데 무려 250,000포인트가 필요했다.
“뭐야? 고급 내공심법 하나 익히는데 100만 포인트의 1/4이나 잡아먹다니.”
강현수는 시험 삼아 일단 달마역근경의 1성 성취를 선택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마역근경을 익히는데 실패했습니다.]
“뭐?”
[초급심법과 중급심법 습득 이후 달마역근경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고급 내공심법인 달마역근경을 익히려면 어째든 15만 포인트를 먼저 결제하고 초급, 중급 심법을 먼저 마스터해야 한단 소리였다.
“40만 포인트!”
고급 내공심법 달마역근경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들어가는 총 포인트였다.
아직 열어보지 않은 창이 많았다. 하지만 강현수는 최초 시스템에서 그에게 지급한 100만 포인트가 결코 많은 포인트가 아님을 깨달았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강현수가 황당한 시선으로 홀로그램 창에 넋이 빠져 있을 때 옷걸이에 걸어 둔 그의 바지에서 핸드폰 벨이 울렸다.
강현수는 일단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떴던 홀로그램 창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는 알몸인 체 옷걸이로 걸어가서는 바지 속에 핸드폰을 꺼냈다.
“문세광!”
핸드폰 액정 화면에 큼직하니 그놈의 이름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