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여느 때처럼 아침이 밝았다.
왁자지껄!
영등포 역 주변이 온통 노숙자들로 바글거렸다.
이곳은 근처 백화점이 있어 따뜻했고 맞은편에 바로 공원까지 있어 공간이 넉넉했다. 노숙자들이 활동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무엇보다 주변에 교회나 자선단체에서 무료급식을 주기 때문에 여기는 항상 노숙자들로 넘쳐났다.
“자자. 마셔!”
“좋지!”
길옆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그러다 적당히 취하면 벌러덩 드러누워 잠을 자고 깨면 또 다시 술을 마시고 졸리면 또 잔다.
그들은 영양도 제대로 공급 못 받으며 위생도 열악한 가운데 체온 유지도 어려워 병에 취약하다.
물론 돈이 없으니 병원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에 술, 담배를 많이 하는데 특히 술이 문제다.
노숙자들은 항상 술에 취해있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 중에서 가장 섬뜩하고 위험한 사고가 바로 장기 매매단에게 걸렸을 경우다.
“씨팔......”
한 노숙자가 비틀거리며 역 뒤쪽에 나타났다. 누가 봐도 술에 취한 모습의 노숙자다. 그런데 그 노숙자의 오른손이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를 꽉 누르고 있었다. 며칠은 씻지 않은 시커먼 노숙자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것은 분명 붉은 피다.
그 노숙자는 쫓기는 듯 연신 뒤쪽을 살피다가 급하게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뒤 건장한 남자 셋이 나타났다.
“넌 저쪽.... 넌 저기로....”
세 남자는 각기 흩어졌고 10여분 뒤 다시 그곳에 나타났다.
“없습니다.”
“놓친 거 같은 데 어쩌죠?”
“별수 없지. 철수 한다.”
“하지만....”
“걱정 마. 이 주위에 널린 게 통나무들이니까.”
“그게 아니라 그놈이 혹시 그 꼴로 근처 지구대나 경찰서라도 가게 된다면....”
“후훗! 그 몸으로? 내 칼에 찔린 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아마 어디서 거의 다 죽어가고 있던지 죽었을 거다.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뭔 걱정이야?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 텐데.”
“하긴 그 동안 그쪽에 뿌린 돈이 얼만 데요. 짭새 새끼들 밥값은 하겠죠. 뭐.”
“내가 볼 때 그 새끼 벌써 죽었어. 그러니까 우리 눈에 안 띠는 거지. 형님. 가시죠.”
“그래.”
세 남자가 사라지고 얼마 뒤 골목 안에 있던 헌옷 수거함의 뚜껑이 열리며 노숙자가 힘겹게 밖으로 나왔다.
“으윽!”
그 자들 말처럼 출혈이 심한 노숙자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얀 것이 다 죽어 가고 있었다.
털썩!
골목의 벽에 겨우 기대어 서 있던 노숙자는 결국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렇게 끝나는가?”
회한이 가득 담긴 눈빛의 노숙자의 두 눈에서 서서히 생기가 빠져 나갔다.
노숙자의 이름은 강현수.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대한민국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축구선수였고 아들 둘에 예쁜 아내를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1/75억의 경쟁을 뚫고 올해 회귀 시스템 속 타임리퍼(Time leaper)가 되셨습니다.]
‘뭐?’
갑자기 머리를 울리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주 요상한 목소리에 의식을 잃어 가든 강현수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후회로 점철 된 과거를 가진 당신. 그런 당신에게 일생일대 절호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이게 무슨 개 소리야?’
[먼저 언제로 회귀할지 결정 하십시오.]
그 말 후 강현수의 눈앞에 홀로그램의 영상이 떴다.
1. 2015년 11월 25일
2. 2010년 3월 16일
3. 2007년 6월 7일
4. 2002년 5월 31일
5. 1985년 9월 5일
그의 눈앞 다섯 예시에 표시 된 연도와 월일은 모두 다 강현수 본인과 연관 된 특별한 날들이었다.
‘2015년 11월 10일!’
강현수가 바득 이를 갈았다.
강현수가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바로 그날 그는 정숙한 아내인척 5년 동안 그를 속여 온 인면수심인 그녀의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더불어 그놈과의 악연이 시작 된 날이기도 했다.
그놈 때문에 강현수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현중일!’
HK그룹 3남이자 대한축구협회장!
그는 한낱 축구 선수인 강현수가 상대하기에 너무도 거대한 장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