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즐거운 휴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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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튀는 목소리와 함께, 밝은 금발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세아가 등장했다.
조금 작아 보이는 키에 가슴 역시 서아보다 작지만, 굴곡진 부위가 많아 그렇게 어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몸은 더 성숙한 서아보다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오히려 세아쪽이 언니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 똑같은 래쉬가드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머리색은 다르지만, 자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아의 얼굴은 유전이 맞는 모양이다.
세아 쪽도 아마 아카데미에 있었다면 외모 순위에 심심찮게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아마 성격 때문에 서아보다 더 인기가 많았을지도 모르지.
그건 그렇고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그런 의문은 서아도 마찬가지인지 갑자기 표정이 팍 식어버린 서아.
갑자기 둘이 구석으로 가서 대화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졌다.
“흠…”
멀리 있는 탓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지만,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보면 꽤 중요한 내용인가.
나도 눈치가 있어서 둘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그냥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꽤나 심각한 사항인지 서아 역시 표정이 좋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대화가 끝났는지 이쪽으로 걸어오는 두 사람.
총총 거리며 다니던 처음과는 다르게 두 사람 모두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괜찮아?”
둘다 표정이 안 좋아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거니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져있는 목소리, 누가 봐도 별일이 아닌게 아니었지만, 둘다 말하기 싫은 눈치였으니 나도 더 캐묻지 않았다.
뭔가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자 세아가 서아와 내 사이를 파고들어 왔다.
“너무 쳐져 있는 거 아니에요? 오빠 저거 타러 갈까요?”
저번처럼 서아와 내 사이에 끼어드는 세아, 그러나 이번에는 서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동생의 팔을 뿌리치고 내 반대편으로 와서는 팔짱을 꼈다.
“…”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언니를 바라보는 세아. 그런 세아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서아는 몸을 바싹 붙였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몽글몽글한 느낌은 없긴 했지만, 나름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
그런 서아를 의식하듯 세아 역시 몸을 바싹 붙였다.
뭔가 분위기가 안좋아 보였는데, 일단은 넘어가는 건가. 그렇게 티는 안 나지만 은근히 세아를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평소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세아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했다.
억지로 밝은 척 하려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하고, 뭐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건 그렇고 설마 술 마신 건가..?’
세아에게서 은은하게 알코올 향이 풍겨 왔다. 술이 필요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던 걸까.
괜히 신경 쓰이는 느낌이다. 서아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으니 어느 정도는 챙겨줘야겠네.
“하하. 우리 어디로 갈까?”
“저쪽으로 가요~“
“저거.. 타러 갈꺼야..”
벌써부타 갈리는 둘의 의견, 그래도 역시 서아가 먼저지.
“저쪽은 나중에 가는 걸로 할까?”
“알았어요.. 오빠..”
“가자..”
유수풀, 시간마다 일어나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장소였다. 파도 보다는 쓰나미 느낌이 나긴 하지만 말이다.
길게 이어진 코스를 튜브를 끼고 둥둥 떠다니는 장소.
“저렇게 작지는 않아..”
“저희 언니는 작지 않아요. 저도 그렇고요.”
키 제한이 있어서 설마 못 들어가는 건 아닌가 했는데, 어린 애들만 안되는 모양이네.
둘다 키가 비슷해서 그런가 이쪽을 동시에 노려보는 자매.
나는 둘의 등을 밀며 안쪽으로 이동했다.
“5..4..3..2..1.. Go!!”
멀리서 들려오는 카운트다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엄청난 크기의 해일이 일어나 사람들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튜브에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위험 하지는 않고, 나름 재밌어 보이는데.
어느세 튜브를 착용한 윤씨 자매들, 둘 다 저러고 있으니까 귀여운 느낌이 드네.
우리도 대기 장소에 가서 파도를 기다렸다.
“다음은 저기로 가볼까요?”
급경사로 떨어지는 미끄럼틀,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서 나쁘지는 않아 보이지만, 저게 무서울까?
솔직히 전투 중에 저것보다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경우도 많아서 저게 무서울지 모르겠네.
둘은 근접 계열이 아니라 다르려나.
“서아는 어때?”
“저건.. 같이 못 타잖아..”
서아한테는 나랑 같이 있는 게 더 중요한가.
“…”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니 세아야.
“3..2..1.. Go!!!”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 밀려오는 파도.
주변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한 번에 밀어 낼 정도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튜브에 구명조끼까지 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강제로 밀려나 버렸다.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
한참을 떠내려가다 해일의 힘이 약해지니 속도가 줄어들었다.
아마 시작지점에서 파도가 올 때마다 잠깐 속도가 붙겠지.
서아와 세아쪽을 보니 둘다 파도를 타는 게 재미있는지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런 게 힐링이지..’
그냥 물에 둥둥 떠있을 뿐인데, 나쁘지는 않네.
그 다음은 세아가 가고 타고 싶어 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물 미끄럼틀이라고 해야할까.
높은 곳에서 긴 파이프를 타고 내려오는 걸 타러 갔지만, 아쉽게도 래쉬 가드를 입은 사람은 탈 수 없다고 해서 못 타고 돌아왔다.
나는 상관없었지만, 둘이 못 타는데 혼자만 타긴 좀 그렇지.
대신 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4명이 보트 같은 튜브를 타고 거대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
생각보다 속도가 있어서 그런지 같이 탄 사람이 소리를 연신 질렀다.
서아도 좀 무서워 하는 느낌이었는데, 세아의 도발에 몇 번 더 연달아서 타다가 현재는 지쳐있는 상태.
“재밌었어요!”
“힘들어..”
마력의 영향인지 처음과 똑같은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둘, 역시 세아도 각성자인 모양이다.
“그러면 저녁 먹고 헤어질까요?”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고 헤어질 생각인 세아와는 다르게, 서아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먼저 가.. 시우랑 둘이 먹을 거야..”
“오빠. 저만 빼고 둘이서 먹을 건 아니죠?”
*
“…”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아서일까, 서아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세아역시 다른 의미로 표정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잠시 일그러진 게 그대로 드러났으니까.
‘그 살기는 뭐지..’
나조차 두려움에 떨 정도로 살벌한 표정을 지었던 세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있었다.
“둘만 재밌게 놀려고 하고.. 너무해 언니.”
“…”
스위트룸까지 따라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아까부터 말이 없는 서아.
그런 서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내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마치 손대면 죽인다는 듯한 살기에, 괜히 움츠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게 스위트 룸이구나.’
넓은 거실이 포함된 방을 스위트 룸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방도 여러 개가 있는 걸 보면 비용도 만만찮겠지.
일단은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에 있는 마트에서 대충 고기와 채소를 사왔다.
호텔 뷔페가 있긴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일부러 취사가 가능한 방을 잡은 모양이다.
“시우 오빠. 채소 좀 씻어 주실래요?”
“어..어 알았어.”
“내가.. 할게..”
“언니는 가만히 있을까요?”
“그래. 아까 힘들었는데 서아는 좀 쉬고 있어.”
서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식탁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게 편하지 않겠어요? 언니?”
“여기.. 있을 거야..”
나와 세아를 단둘이 두기 싫은 듯, 우리 근처에 있을 모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혀를 차는 세아. 이거 괜찮은 거 맞겠지?
선명하게 마블링이 보이는 한우를 구울 준비하는 세아.
고기를 굽는 동안, 우리는 나머지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내가 구우려 했는데..”
“언니는 가만히 있어요.”
불조절을 하며 고기를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요리를 잘 못 하는 편이지만, 칼 솜씨나 프라이팬을 다루는 걸 보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요리 배운 적 있어?”
“취미로 배웠어요. 필요할 거 같아서요.”
“얼마나 배운 거야?”
“잠깐 배웠어요. 신경 쓸게 많아서 그런가 시간을 내는 게 힘들어서요.”
“학교 다니는 게 힘든가 봐?”
“학교는 이미 졸업한 지..”
“졸업?”
세아 동생이면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나이가 아니었나.
1살 차이라고 해도 졸업까지는 좀 남을 걸로 아는데.
“빠..빨리 졸업하고 싶네요. 하하하.”
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니 서아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세아만 신경 써서 그런 건가. 오늘따라 둘의 눈치가 왜 이렇게 보이는지 모르겠네.
저녁식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비싼 고기라 다르긴 했다.
남은 고기는 서아가 굽겠다고 해서 굽긴 했지만, 확실히 세아와 비교하면 차이가 났다.
그래도 뭐 서아가 구운 것도 맛있었다.
“오빠는 저쪽 방에서 주무실 거죠? 저희는 이쪽에서 잘게요.”
“오늘은 시우랑..”
“시우랑?”
“…”
오늘 잔뜩 기대하고 온 거 같던데, 세아의 난입에 오늘 밤은 그냥 잠만 자야 할 것 같은 기분이네.
서아가 도와달라는 듯 이쪽에 눈빛을 보내긴 했지만, 세아는 좀 껄끄러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방마다 화장실이 따로 있어서 따로 씻기로 했다.
둘다 같이 씻으러 들어갔는지 서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큰 거야!”
“어딜.. 만지는 거야..!”
여자들끼리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씻어야겠지.
먼저 씻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촉촉하게 젖어있는 두명이 욕실에서 나왔다.
마트에서 대충 산 옷을 입고 있는 두명, 조금 사이즈가 큰 티셔츠 밑으로 새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이대로 자긴 아쉬우니까. 한잔 하실래요 오빠?”
그렇게 말하며 구석에서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양주를 꺼내는 세아.
사는걸 못 봤는데, 언제 사온 거지?
“너 술 마셔도 괜찮은 거야?”
“그냥 오늘은 좀 취하고 싶어서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음주 타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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