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즐거운 휴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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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즐긴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는 애들이 노는 장소 같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지.
시작은 가볍게, 흔히 파도 풀이라고 부르던가.
구석지에서 계속해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고, 거기에 몸을 맡겨 노는 장소로 이동했다.
"저기에 작은 풀도 있네?"
"온천.. 같은 곳이라고 들었어.."
"온천? 놀다가 추우면 저쪽에 들어가는 건가."
별게 다 있네. 파도풀 주변에는 썬베드가 줄지어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흠, 설마 서아 피부가 타진 않겠지?
"마력.. 유지하고 있어서 괜찮아.."
"나도 괜찮겠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피부 표면에 상시로 마력이 흐르기 시작한다.
뭐 대단한 건 보호막은 아니고, 외부에 충격이 있을시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 일종의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무슨 공격이든 방어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일종의 예비 보호장치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자외선 같은 것도 차단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상관없겠지.
"내려 줘.."
"이게 더 빠르잖아."
나는 서아를 번쩍 들어 올려서 파도풀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수심이 얇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어느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슬슬 발이 닿지 않았다.
"서아야. 여기서 발 닿아?"
내려 놓는 순간 발이 닿지 않는지 허우적거리는 서아.
조금 놀란 표정이라 나도 당황해서 서아를 들어 올렸다.
수영에는 익숙하지 않은 건가.
"혹시 물 무서워해?"
"아니야.. 괜찮으니까 내려줘.."
아까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말하기에 서아를 내려 주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물에 몸을 맡기는 모습.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물에 빠질 일은 없으니까.
처음에는 어색한 듯 몸을 떨었지만, 전투에 재능이 있는 서아 답게 금방 물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일정 시간마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모습.
움직이지 않고 물에 둥둥 떠있는 모습이 마치 팽귄같이 보여서 귀여웠다.
"더.. 깊이 갈 수 있어.."
"그럼 가볼까?"
"자..잠시만.."
서아를 데리고 안쪽으로 이동하자 슬슬 나도 발이 닿지 않았다.
몸을 떨며 내 팔에 딱 붙어 있는 서아를 보고 있으니 오리 새끼 처럼 보였다.
"괜찮겠어? 무서우면 저쪽으로 보내줄까?"
"괜찮아.. 하나도 안 무서워.."
안쪽으로 이동할수록 파도가 강해지는 느낌이다. 나도 발이 닿지 않다 보니 몸이 붕 떠올랐다.
더 안쪽으로 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수영하는 게 힘드네.
무지성으로 앞으로 가려 하니 안전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위험하다며 경고했다.
'생각보다 편하네.'
물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있으니 파도에 몸이 밖으로 밀려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서아가 손으로 물장구를 치며 내 얼굴에 물을 뿌렸다.
갑작스럽 공격에 물을 조금 먹은 것 같은데.
"히히.. 바보 같아."
"해보자는 거야?"
내가 자세를 잡고 서아를 노려보자 서아는 내게 도망치려는 듯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나도 수영에 익숙하지 않아서 빠르게 잡지는 못하지만, 피지컬 차이는 극복 할 수 없는 법.
서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잡혔다.
가볍게 손으로 물을 밀어냈는데, 근력 수치가 높아서 그런지 서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물보라가 일어났다.
그대로 직격당하는 서아.
"업푸우우..."
서아에게 당했던 것처럼 물을 뿌려주자 서아가 이쪽을 노려보았다.
"시우.. 나빠.."
아니, 그렇게 보면 억울한데 먼저 했으면서.
그렇게 물에 둥둥 떠다니며 서로 장난을 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물에서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힘이 드는 느낌이네.
혹시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움직이는 걸 더 신경 써서 그런지 살짝 출출한 느낌이다.
"시우야.. 배고파?"
"조금? 서아는 어때?"
"그러면.. 먹으러 가자."
"여기에도 음식점이 있어?"
"응.. 뭐 먹고 싶어..?"
그렇게 물어도 여기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음식을 파는 곳이 보이긴 하네.
지도를 보니 생각보다 먹을 게 많긴 하지만, 여기저기 퍼져있다. 보니 가까이 있는 곳에서 먹기로 했다.
츄러스랑 핫도그라. 가볍게 먹기에는 나쁘지 않네. 빵 사이에 거대한 소시지를 끼워서 먹는 핫도그.
"서아야 핫도그 좋아해?"
"안 먹어 봤어.."
"나도 안먹어 보긴 했는데."
흔히 콘도그라고 하던가. 나무 막대기가 꽂혀 있는 K핫도그는 먹어 봤는데 저렇게 생긴 건 안 먹어 봤다.
서아는 저번에 떡볶이도 안먹어 봤다고 하더니, 나랑 다른 이유로 안 먹어 본 게 많네.
"먹어 볼까?"
"응.."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서 고르는 데 힘들었다.
그건 그렇고 카드 같은 건 안 챙겨 왔는데.
혹시 탈의실에 나가서 카드를 챙겨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사이 서아가 핫도그를 먼저 주문했다.
"전부 다.. 하나씩 주세요.."
"네?"
갑작스런 대량 주문에 점원이 놀란 듯 서아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거.. 전부 주세요.."
"저 두 분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아.. 알겠습니다.."
"괜찮겠어 서아야?"
둘이서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나.
"너무.. 많아?"
"먹고 나서 물에 들어 갈 거니까. 반만 시키자."
"저 그래도 많을 것 같은데요.. 남성분들도 3개만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시거든요."
"괜찮아요.. "
서아가 먹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지.
여전히 많은 양에 점원이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긴 하는데, 뭐 9개면 먹을 수는 있겠지.
겉은 일반인 처럼 보이긴 해도 서아와 나는 헌터니까.
대충 그림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걸 선택해서 주문했다. 9개 정도 되니까 그렇게 주문하는데 어려운 건 없네.
"음료는 안 필요 하세요?"
"콜라.. 큰 걸로 두잔 주세요.."
'또 서아가 계산할 생각인가.'
카드를 챙겨올 시간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서아가 계산하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이다 보니, 팔찌에 교통카드 처럼 일정 비용을 충전해서 쓰는 모양이다.
"돈은 나가서 줄게."
매번 얻어먹을 수만은 없지. 고맙긴 해도 이 정도는 내가 낼 수 있다.
"괜찮아.. 시우한테 쓰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
계속되는 서아의 거절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고집이 강해서 나도 말릴 수가 없다.
"..."
점원이 부럽다는 듯 이쪽을 바라 보았다.
뭐 눈치 볼 거 있나. 나는 마음껏 부러워하라는 의미로 서아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히.."
서아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웃음소리와 함께 미소를 짓자 점원이 심쿵을 당했는지 소스 통을 놓칠 뻔 했다.
우리 서아가 이쁘긴 하지.
"여기 있습니다.."
아니 나도 이제 여유가 있는데, 서아가 싫다는데 어쩔 수 없겠지.
음식을 받아 들고 먹을 만한 테이블로 이동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니 확실히 양이 많네.
서아는 목이 말랐는지 콜라부터 마셨다.
강렬한 탄산에 얼굴을 찡그리는 서아.
"읍.."
탄산이 올라오는지 서둘러서 입을 막는 서아. 불쾌하다는 느낌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강했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면 먹어 볼까?"
박스 안에 포장되어 있는 핫도그는 제품마다 어떤 건지 구분할 수 있도록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역시 처음은 시그니처 메뉴부터 먹는 게 맞겠지.
유럽 전통 덴마크 핫도그라고 하는데, 100년 넘은 전통 맛좀 봐야겠다.
"이거부터 먹을까?"
"응.."
방금 구운 두툼한 그릴 소시지, 구운 양파와 다진 양파에 어우러진 소스 맛이 꽤나 괜찮았다.
특히 씹을 때 마다 톡톡 터지는 소시지와 다진 양파의 아삭거림으로 먹는 느낌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서아가 먹긴 힘들어 보이는 데.
"괜찮아..?"
내가 먹는 모습을 보던 서아가 질문을 던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먹지 않은 반대편을 건네주자 한입 조심스럽게 베어 무는 서아.
입이 작아서 그런지 한번에 먹는게 어려워 보였다. 작은 입으로 우물우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튀어나왔다.
여러번 베어 물어서 그런지 입가에 잔뜩 묻은 소스.
나는 손가락으로 소스를 닦아 주었다.
__춥.
달콤하네.
"얼굴에 다 묻었어."
"..."
다른 것도 먹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서아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내가 했던 것처럼 입가에 손가락을 움직였다.
"시우도.. 묻었어.."
그리고는 내가 했던 것처럼 손에 묻은 소스를 먹었다.
'확 잡아먹고 싶네.'
*
윤승아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영복을 물어봤다고..?"
서아가 어떤 수영복을 입을지 물어와서 래쉬가드를 추천했다고 했던가.
노출이 전혀 없은 수영복을 추천해준 건 정말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전화도 안 받고.."
자신의 전화도 받지 않고 어디서 뭘 하는 걸까.
염동력으로 하늘을 날고 있던 윤승아는 중얼거렸다.
전화기를 들고 갈 수 없는 장소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감시를 붙여둔 것도 아니고, 직접 찾고 있으니 약속을 어긴 건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가 수영복을 입고 갈만한 곳.
그렇게 생각하자 둘러볼 곳이 좁혀드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아니고.."
남여가 데이트 장소로 갈만한 곳은 역시 워터파크 같은 곳밖에 없지 않을까.
하늘에서 내부를 살펴보던 윤승아는 저 멀리 익숙한 하얀 머리를 발견하고 시선을 집중했다.
점처럼 보이는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역시 예상대로 김시우와 단둘이 있는 서아의 모습.
어딘지 모르게 가까워 보이는 모습에 걱정과 함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이건 다른 이유 때문에 온 거니까."
서아를 발견한 윤승아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내려와 안으로 들어갔다.
딱히 챙겨온 건 없었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가게에서 옷을 구매하고 서둘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저쪽에 있었지?'
음식을 먹고 있는지 둘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으니까.
하늘 위에서 본 풍경을 떠올리고 서둘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벌써 다 먹었는지 다음 장소로 향하는 둘.
'저..저.. 둘이 딱 붙어서..'
당연하다는 듯 서로 딱 붙어 있는 모습, 거기에 키 차이에도 굳이 깍지를 낀 탓에 좀 우스워 보이는 모습.
아무리 봐도 저건 친구사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순수한 서아에게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피어올랐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후우.. 지금 그 인간 때문에 온 거니까..'
윤승아는 빠르게 둘 뒤로 이동했다.
달려 오는 소리에 반응했는지 둘다 고개를 돌려 보는 모습.
"세아야?"
"..."
당황한 김시우와 이쪽을 잔뜩 노려보는 윤서아.
윤승아는 뻔뻔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하세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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