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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32화 (232/235)

〈 232화 〉 즐거운 휴일 (2)

* * *

*

평소보다 힘을 많이 줬는지 안 그래도 그림 같던 서아의 외모가 더 빛이 났다.

“오랜만이네. 임무는 잘 끝냈어?”

사실 그렇게 오래 지나지는 않았지만,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니까.

“응.. 보고 싶었어..”

딱히 자신의 감정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서아답게 애정표현도 정직했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전투 기계 같은데, 감정을 표현하는 건 순수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보고 싶었어.”

“히..”

내 대답에 기분 좋게 웃는 서아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목적지인 워터파크에 가기 전 주변에 있는 숙소에 방을 잡았다.

물에서 놀면 피곤하니까 하루 쉬고 가는 게 좋다는 데. 뭐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기사님이 안 보이셨다.

뭐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얼굴을 튼 사이였는데.

워터파크에 가려면 챙길 게 많다 보니 그냥 오지는 않았을 텐데.

“저쪽으로.. 가자..”

손짓하는 서아를 따라가 보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 한 대가 있었다.

“택시?”

“타보고.. 싶었어..”

“집에서부터 타고 온 거야?”

“응..”

그러고 보면 나도 택시를 타본 적이 없었다.

멀쩡한 두 다리가 있는데 굳이 택시를 타고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대중교통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의 비용과 택시비를 비교하면 손발이 떨렸지.

감회가 새롭네.

서아와 함께 뒷좌석에 탑승하자 앞에 있던 기사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더 태우실 분은 없어요?”

“네.. 그러면 출발해 주세요..”

“예~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기사님.

“허허~ 두 분 사이가 좋아 보이십니다~”

“네.. 감사드려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가했는데, 앞쪽을 살펴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집에서 부터 타고 왔다는 서아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상당한 요금이 찍혀 있는 미터기.

여기서 말이 멈추지 않고 달릴 예정이니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옛날이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네.

*

짐을 들고 내리자 택시 기사가 기분 좋게 인사하고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워터파크 구나.

사람들이 많은 거라 예상했는데, 시기가 시기 다 보니 의외로 한산한 느낌이었다.

여름이 끝나고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평일 오후다 보니 사람이 적을 수밖에.

대기줄이 있긴 했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매표소 사람은 우리 둘을 보고는 혹시 하는 느낌으로 말을 걸었다.

“혹시 두분 각성자이신가요?”

서아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튀긴 하지.

“네. 혹시 입장할 수 없나요?”

가끔 각성자들은 출입할 수 없는 시설이 있기는 한데, 설마 여기도 그런 장소인가.

“아 그런 건 아니고…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능력 사용으로 생기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알겠습니다.”

뭐 이런 시설을 이용할 때는 흔한 일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작성해서 직원에게 건네 주었다.

웃긴 이야기긴 해도, 깜짝 놀라서 능력을 사용했다가 사람이 다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긴 하니까.

“네 감사합니다!”

서약서 작성과 결제가 끝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와 여자는 입장하는 장소가 다른 모양이다.

“저쪽인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벌써 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가볍게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 남자밖에 없어서 그런가 뭔가 칙칙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그건 그렇고 은근 이쪽을 보는 시선이 있는데.

‘게이인가?’

다행이 게이는 아니고, 그냥 부러워서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하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솔직히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긴 하지.

거의 조각상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갈라져 있는 복근에 넓은 어깨.

굵은 허벅지와 팔은 말할 것도 없고 비율까지 완벽한 상태였다.

피지크 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몸이니까.

“이쪽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입구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쁘지는 않긴 하지만, 주변 여자애들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내 눈도 높아진 모양이다.

__야.. 저기 봐봐.. 와 진짜 잘생겼다.

__몸봐.. 무슨 연예인 아니야?

__가서 번호 물어볼까?

인큐버스 특성 때문에 매력 수치가 올라가서 그런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쪽을 보는 여자들이 많았다.

거기다 반바지만 입고 있어서 더 눈에 띄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여자들도 이런 건 똑같나 보네.’

뭐 이제는 익숙하다 보니 적당히 넘기며 서아를 기다렸다.

남자와 다르게 여자 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이 다를 수밖에.

‘그건 그렇고.. 저건 누가 만든 거지?’

래쉬가드라고 하던가. 대부분 여성들의 수영복은 래쉬가드였다.

남자들도 많이 입는 것 같고, 몸매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비키니 같이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입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얼굴을 한 여성이 이쪽을 보며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허벅지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타투, 뭐 개인의 자유니 상관은 없지만 좀 부담스러운데.

나름 가슴에 자신이 있는지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가슴을 앞으로 모으고는 말을 거는 순간이었다.

“저기..”

“시우야.. 많이 기다렸어?”

“아니 기다린 지 얼마 안 지났어.”

마침 타이밍 좋게 등장한 서아.

작은 체형에 비해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서아가 나타나자 여자는 주춤거렸다.

이국적인 푸른색 눈동자에 은색 빛을 띠는 백발의 머리카락.

거기에 인형처럼 생긴 아름다운 외모에 여성의 기가 팍 죽었는지 마치 처음부터 말걸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서아도 래쉬가드를 입었네.

뭐 서아의 속살을 다른 녀석들에게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으려나.

“래쉬가드네?”

“응.. 지아 언니가 추천해 줬어..”

지아누님이 추천해준 건가. 하긴 노출도가 강한 의상보다는 저런 옷이 나으려나.

“이상해..?”

“아니 잘 어울려. 서아는 뭘 입어도 괜찮을걸?”

“…”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서아. 표정은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지만, 행동은 귀엽게 변한 느낌이다.

“선글라스.. 챙겨 왔어.”

“선글라스?”

“햇빛이 강해서.. 쓰는 게 좋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명품 선글라스를 이쪽으로 건네 주었다. 그러고는 똑같은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서아.

‘나름 커플룩이라는 건가.’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조금 눈부신 느낌이 있었는데 확실히 편하네.

“이제 어디로 가야해?”

“구명조끼.. 대여해야 한데..”

그건 또 어디서 대여하는 거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조막만 한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손을 잡고 싶었나?

서아에게 호응하듯 손에 힘을 주자 날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저쪽이야..”

“아 저쪽에 있네. 여기 와본 적 있어?”

“오늘이.. 처음이야.”

“그런데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어제.. 찾아보고 왔어..”

나랑 데이트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온 걸까.

귀엽다니까.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듯 앞장서서 걷고 있는 탓에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부끄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구명조끼를 대여하고 걷기 시작했다.

입장료도 받으면서 구명조끼 비용도 받는 건가.

“뭐부터 할까?”

“그게.. 모르겠어..”

“어제 찾아보고 왔다고 하지 않았어?”

“그냥.. 시우랑 있으면 좋아..”

역시 사랑스럽다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무슨 놀이터처럼 생긴 장소가 있었다.

위에는 거대한 양동이 같이 생긴 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때 마다 안에 있는 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다른 쪽에는 놀이기구들이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처음은 가볍게 시작할까.

“저기부터 가볼까?”

“응..”

서아가 싫은 게 있으려나.

발이 물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느껴졌다.

날씨를 생각했을 때 차가울 거라 생각했는데, 햇빛이 강해서 그런지 괜찮은 모양이다.

주변에는 장난치는 어린 애들이 있었는데, 물총처럼 생긴게 있어서 물을 뿌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서아의 손을 놓고 그걸로 서아에게 물을 뿌렸다.

“시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서아를 조준하자 서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쪽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마..”

얼굴에 물을 뿌리자 서아도 내 얼굴을 노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얼굴을 조준하고 있던 사이 갑자기 위쪽에서 물벼락이 떨어졌다.

“아프프..”

생각보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었다.

저기서 떨어지는 물은 좀 차갑네.

갑자기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버렸다.

“히.. 시우 바보 같아..”

“서아도 바보 같은데?”

괜히 유치하게 말을 주고받은 후 본격적으로 워터파크 투어를 시작했다.

*

“흠..”

윤승아는 오늘 어딘지 모르게 들떠 보였던 윤서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말만 하고는 나간 자신의 딸.

모두 똑같아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그녀는 얼굴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었다.

보기 힘들 정도로 들떠 있는 모습.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거지..?”

문뜬 한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번 밖에서 서아를 만날 때마다 옆에 있던 인물.

남자라면 딱 한 명밖에는 없었다.

“김시우..”

설마 서아가 김시우를 좋아하는 걸까?

“마스터.”

고민에 빠진 사이 이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아..”

이지아의 목소리에 윤승아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뭐라고 변명했어?”

“오해라는 말만 반복하십니다."

"하아.. 일단은 그대로 놔둬. 갈 곳이 있으니까."

본인 혼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아의 아버지가 아닌가.

그 인간에 대한 처분은 서아의 대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답을 들으려면 역시 직접 만나러 가야겠지.

"어디로 가십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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