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화 〉 209 서바이벌 평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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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와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놈들에게는 그런 걸 기다려 줄 여유도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당황하지 말고 공격해!!”
“김시우는 신경쓰지 마라!!”
몇몇 녀석을 빼면 얼굴도 본 적 없는 놈들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마력의 양은 모두 평균 이상이었다.
다은이나 서아와 비교하면 부족한 거지,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여자 한 명을 쓰러트리려고 뭉치다니, 양심도 없는 놈들이었다.
거기다 날 무시한 다라. 그게 가능할까?
놈들이 달려드는 순간 곧장 다은이가 반응했다.
보라색 기운을 뿜어내며 머리끝이 위쪽으로 뻗더니 주변에는 파직 거리는 기운이 눈에 보였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차가운 눈동자.
그동안 내 앞에서는 순동 순둥하게 있어서 저런 모습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다은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방으로 전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파직?! 파지직?!!!
살짝만 닿아도 다 타버릴 것처럼 강렬한 번개가 사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방어해!!”
“흩어지지 말고 뭉쳐!!!”
본래는 흩어져서 공격하려 했던 놈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범위의 공격이라 피하긴 힘들었는지 모여서 방어할 생각인 모양이다.
아슬아슬 한 타이밍에 완성된 실드 마법이 다은이의 공격과 격돌했다.
모든 걸 다 집어 삼킬 것 같은 강렬한 보랏빛 번개가 계속내려 내려쳤다.
“엄청나네…”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심장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무식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비 없는 공격에 실드는 거의 박살 나기 직전이었다.
‘아니… 부서지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실드를 유지하는 건가?’
괜히 머릿수가 많은 게 유리한 게 아니었다. 인구수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는 모습이었다.
아카데미의 상위권은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상관없다는 평가를 받는 놈들이니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바꿔서 말하면 저렇게 사람이 모여야 겨우 다은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놈들이 있던 장소 주변은 이미 폐허로 변해 버릴 정도로 강한 공격이지만, 실드 덕분에 어떻게든 무사해 보였다.
“뭐야 이다은도 별거 없잖아?”
“닥쳐!! 시발 마력이 거의 바닥이니까!!”
“…”
다은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놈들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아랫 입술까지 깨물고, 화가 제대로 난 모습이었다.
‘저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항상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내 말을 잘 듣는 다은이만 보다가, 저렇게 성질을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섹시한 느낌이라 해야 하나.
하긴, 저런 모습이 없으면 차석이라는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겠지.
자신의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지만, 적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콰과광!!!
“시발!! 아직도 마력이 남아도는 거야?!”
한번더 떨어진 번개에 실드가 박살 나고, 능력이 떨어지는 놈들은 그대로 감전당했다.
“끄르르르륵…!!”
“괴..괴물이냐고!!”
말도 안되는 위력의 공격에 연합이 위축되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압박감에 떨고 있는 놈들도 있었지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다은도 사람이다! 아까보다 훨씬 호흡이 거칠어. 이다은에게도 부담이 되는 공격이다!!”
“…”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게 운이 좋아서는 아닌 듯 예리한 판단이었다.
확실히 다은이도 지쳤는지 호흡이 조금 거칠어 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놈들도 비슷했다.
본인들이 유리 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놈들도 충격을 입었다.
그래서 그런지 놈들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나야 이런 상황은 환영이지.’
적당히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는 곧장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뒤쪽에서 김시우가!!”
“한두 명만 붙고 나머지는 이다은한테 돌격해!!”
“한두 명으로 안 될 건데.”
후방에 있던 녀석들이 날 막기 위해 검을 뽑았다.
지금까지 싸웠던 녀석들하고는 다르게 안정적인 자세, 놈들의 검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한 녀석이 의도적으로 허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옆에 있는 놈이 그 틈을 노려 공격할 생각이겠지.
전투에서 서로 합을 주고받은 적이 많은지 익숙해 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평범한 생도라면 아마 페이크에 당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몸.
내 눈에는 놈들의 움직임이 뻔히 보였다.
[ 엘레넨 비전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일부러 빈틈을 만들어 냈으나, 그 빈틈에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옆에 있던 놈이 반응하기도 전에 내가 한 발 더 빨랐다.
“뭐..뭐야? 무슨 일이…?!”
놈이 검을 흘리기 위해 움직였으나 나는 그걸 역이용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식하지도 못했다.
[ 엘레넨 비전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 됩니다. ]
콰지직!!!
검으로 살아가는 세계에서 수 백년의 역사가 덤겨 있는 검술의 묘리를 어떻게 알겠는가.
[ 포인트 + 13030 ]
보호막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알림음.
확인할 시간도 없이 바로 검을 움직였다.
옆에 있던 녀석의 공격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피한 후, 다시 공격했다.
[ 엘레넨 비전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 됩니다. ]
분명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고 있었으나,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검이 경로를 떠나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놈이 경악한 듯 입을 열었다.
“?!”
당황한 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놈을 검으로 내려쳤다.
콰지직!!!
[ 포인트 + 14340 ]
달달하게 올라가는 포인트, 그럼 이번에는 다은이가 힘을 뺀 마법사 계열 헌터들을 처리해 볼까.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끄르르륵!!!
“끄르르ㅡ…!”
갑자기 이쪽으로 번개가 날아서와 항마력으로 방어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끔거림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쪽을 공격한 다은이가 눈에 보였다.
날 노리고 공격한 건 아니었다.
힘이 빠진 마법사 생도를 노린 공격이었지만, 다은이의 능력 특성상 나에게도 영향이 왔을 뿐.
그걸 모르진 않겠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막타는 양보 안 한다는 말인가?’
재밌네.
최근에 신경 써주지 않아서 조금 화난 걸까.
강씨 자매에게 힘을 많이 써서 제대로 안아주지 못한 게 문제였나.
‘뭐 지금은 신경 쓸 여유가 없나.’
마무리만 했을 뿐, 딱히 날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니 무슨 한방에 쓰러져!!”
“김시우를 막아!!”
나와 다은이, 이렇게 두 명을 상대하기 위해 병력이 쪼개진 모습이었다.
차라리 한 명이라도 제대로 노리는 게 나았을 텐대.
[ 엘레넨 비전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 됩니다. ]
“어?”
우선 한 놈.
[ 포인트 + 24350 ]
잠깐 다은이 쪽을 확인했는데, 알아서 잘 상대하고 있었다.
근접 전투에서 고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훈련의 성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럼 눈앞에 놈들을 사냥해 볼까?
[ 엘레넨 비전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 됩니다. ]
…
“시발… 너희끼리 협동하는 건 반칙인데…”
“너희가 협동하는 건 괜찮고?”
[ 포인트 + 34523 ]
마지막 놈까지 깔끔하게 털어 버렸다.
“내가 잡을 수 있었는데…”
실력 좋은 녀석이 다은이에게 붙어준 덕분에, 더 많은 놈들을 잡을 수 있었다.
“먼저 쓰러트리는 게 임자잖아.”
분해 보이는 다은이 앞에서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어주니 다은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 반칙이야…”
얼굴을 붉히고 있는 다은이, 살짝 수줍어 하는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평가 시험만 아니었다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은이에게 다가갔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그냥 귀여운 투정으로 보였다.
‘그래도 귓속말까지는 못 듣겠지.’
나는 작은 목소리로 다은이에게 말했다.
“오늘 기대해.”
“…응.”
나중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기대되는 느낌이었다.
*
멀리서 들려 오던 폭발소리가 끝난 걸 보니, 저쪽도 전투가 끝난 모양이다.
중앙 지대에 있는 드넓은 공간, 우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모두 모였다.
‘정수아는 민지랑 있었네?’
민지 등 뒤에 업혀있는 정수아, 그리고 계속해서 교전했는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윤서아와 박혜지.
딱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강주원 까지.
여기 있는 인원들이 마지막 생존자려나.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내 쪽으로 많이 몰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려나.’
나를 좀 많이 의식하는 것 같기는 한데, 뭐 별다른 의미는 없겠지.
일단 10위 안에 들어가는 건 확정인 거 같다.
마지막에 다은이를 노리던 녀석들을 다 썰어버린 덕분에 점수가 미친 듯이 뛰었으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살아남는 인간이 최종 승자란 말인데.
‘우리 애들하고 싸워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이 기운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불쾌한 기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이 숲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__시험은 중지입니다!!! 모두 탈출을…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곧 불쾌한 기계음을 내며 끊어졌다.
“저건 데스 나이트?”
어두운 기운이 넘쳐 흐르던 방향에서 검은 기사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큰일이.. 일어날 거 같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서로 마지막 전투를 하려던 순간이었는데,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의 중심에는 익숙한 얼굴을 한 남자가 보였다.
“역천교 교주…?”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이 왜 여기서 나타난 걸까.
그런 고민을 할 틈도 있지 않았다.
기사들이 우리를 노리고 돌격하기 시작했으니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싸워야겠네요. 거기 윤서아 일단은 협력해요.”
“일단은.. 알았어.”
각자 팀으로 뭉쳐 싸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민지야! 민지야!! 저쪽에 적이!! 적이!!”
“조용히 좀 해봐!!”
정수아는 민지한테 맡겨야겠다.
“다은아.”
“응!”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교주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찾았다.”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선명하게 들리는 놈의 목소리.
놈의 등 뒤에는 그때 보았던 불길한 구체가 떠올랐다.
‘저기에 당하면…’
그때 놈에게 당했던 민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공격을 되돌리던 그 모습.
“다은아 여기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저 새끼는 내가 상대해야 한다.
“시우야!!”
[ 항마 : 활성화 ]
마나 심법을 활성화하자 내부의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달려가며 교주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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