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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08화 (208/235)

〈 208화 〉 208 서바이벌 평가 (10)

* * *

*

옆에서 날아가던 기이한 박쥐가 반으로 찢겨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을 뽑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었지만, 녀석이 내는 소리만큼은 강렬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수면을 방해하는 탓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건 버틸 수 있지만, 계속 신경을 날카롭게 세운 상황에서 하루를 지새우는 건 다른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12시가 넘으면서 시험 마지막 날이 된 지 오래였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고요했다.

중간중간 몬스터들이 우는 소리나 쿵쿵거리며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

시야확보가 힘든 밤에는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다.

마지막 전투인 만큼 최선의 상황에서 싸우려는 거겠지.

슬슬 아침이 다가오면서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그때부터는 화려한 축제가 시작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기를 몇 시간, 아래쪽으로 누군가 지나가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마력을 사용해 집중력을 올리니,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강주원? 용캐도 안 떨어 졌네.’

최근에는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저 녀석도 순위가 꽤 올라간 걸로 알고 있었다.

뭐 나야 수아만 공략하면 그만이니, 굳이 저 녀석하고 싸울 일이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보니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에 나쁘지 않아 보이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 강주원의 옆에 있었다.

“주원아 정말로 혼자 싸울 거야?”

지금까지 밀림 지역에 있었던 걸까. 비교적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둘다 밀림에서 들도 다닐법한 정글 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으니.

이건 거의가 아니라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나는 그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이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주원아 윤서아, 이다은, 박혜지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연합을 해서 쓰러트리는 게…”

이다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강주원의 감정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다.

정수아랑 사귄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이다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건가.

저 여자 생도의 외모는 나쁘지 않았다. 일반인 중에서는 꽤 상위권에 속하지만,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별로 감흥이 없었다.

내 눈이 높아진 걸까.

‘그건 그렇고 연합이라.’

어쩐지 조용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굳이 자신들 끼리 싸우기보다는 최상위권 3명을 먼저 쓰러트릴 생각인가.

확실히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그 3명은 독보적이었으니까.

윤서아와 이다은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수석과 차석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송곳처럼, 그 밑에 있는 생도들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박혜지의 경우는 둘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솔직히 싸워본 경험을 토대로 말하면 실력은 비슷했다.

3명 모두 같은 생도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이길 수 없으니 연합하겠다라.

나쁘진 않다. 어떻게든 막타에 성공하면 순위가 폭등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니까.

굳이 점수가 낮은 놈들끼리 싸운 것보다는 더 높은 점수가 보장된다 할 수 있었다.

나쁘진 않지만, 내 여자를 건드린다는 게 기분 나쁘다 해야 할까.

나는 위에서 숨을 죽인 채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미안… 흠… 그러면 나는 주원이랑 같이 다닐래!”

“어?”

“그래도 되는 거지? 사실 나도 연합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자연스럽게 팔짱까지 끼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지, 커다란 가슴을 은근히 강주원의 팔에 비비기 시작했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 해도 저 여자가 강주원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시험 중이야…”

겉으로는 거부하긴 했지만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진 않았다.

정수아를 생각했다면 확실히 선을 그었어야지.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소꿉친구인 이다은과 정수아를 뺏어 버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 있었으나. 저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안한 감정은 없지만…’

나는 속으로 저 여자 생도를 응원했다.

만약 저 모습을 정수아가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정수아에게 있어 최후의 저항선이 무너질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지할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나.

그때가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 기분이었다.

*

동이 트기 바로 직전, 어두웠던 필드에 점차 빛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마치 군대처럼 배열해 있는 생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발… 몬스터 새끼들 때문에 피곤해 죽겠네…”

몸을 숨기려 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해서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주위에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마법까지 동원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이다은이나 윤서아같은 인지도는 없지만, 이들 역시 상위권의 생도들이었다.

혼자의 힘이라면 전투를 하며 이 정도의 인원을 숨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력 있는 생도들이 모여 있다 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고요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래. 어제 고생했어. 오늘만 지나면 시험이 끝나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이쪽에 있는 거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마법계열 헌터는 손끝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맞네. 이 섬세하게 짜인 마나 배열을 보니까. 우리 수준에서 이렇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이다은 말고 어디 있겠어?”

전투에 있어서는 이다은이 밀릴지 몰라도, 마법 실력에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마법사 생도들은 정교하게 짜인 함정마법을 제거하며 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과연 자신들과 같은 나이의 생도가 사용한 마법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던 탓에, 둘의 위치를 모르는 게 이상했다.

다른 생도들도 경계하며 이 범위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전혀 상관없다는 듯 몬스터들을 쓸어 버리면서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듯 했다.

“박혜지가 걸리는 데 괜찮아?”

한 자리에 계속 머무르는 윤서아와 이다은과는 다르게 박혜지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 탓에 위치를 특정하기 힘들었다.

“그건 어쩔 수 없어. 일단은 저 둘부터 해치우고 생각하자.”

아무리 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자신들도 상위권에 속하는 생도였다.

1000명이 넘어가는 생도들 사이에서 상위 10%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순위권에 있는 몇몇 생도들이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게 걸렸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었다.

오늘이 시험 마지막 날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안에 있어?”

함정 마법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있는데도 정작 주인인 이다은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않았다.

“설마 겁먹었나?”

“그럴 리가 있겠냐.”

그들은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나갔다.

사람이 가장 졸리다는 시간대.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자신들이 접근했다는 사실을 모를지도 몰랐다.

실력자들이 모여서 그런지 그 대단하다는 이다은도 별로 두렵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다은을 잡아 보겠어?’

굳이 포인트가 아니라도 이다은을 쓰러트린다는 건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게 분명했다.

문제는 혼자의 힘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사냥도 그렇지 않은가.

사냥을 할 때도 파티를 만들거나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데,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습한 것 같지?”

“바닥도 젖어 있고..”

중앙 지역으로 갈수록 이상하게 습기가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이상하게 습한 지역까지.

“…”

“…”

함정 마법을 해제하던 생도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오싹.

갑작스럽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 역시 경험이 많은 헌터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렇게 원초적인 본능이 반응할 때가 있었다.

“전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량의 마력 흐름이 느껴졌고,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렬한 전류가 그들을 덮쳤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반응속도가 좋은 헌터는 마력을 끌어 올려 어떻게든 저항했으나. 그렇지 못한 헌터들은 방금의 일격에 쓰러졌다.

무언가 탄 냄새와 함께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끄르르르륵…”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생도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상위권이긴 해도 수준 차이가 있는 법, 수준이 좀 떨어지는 인원은 전부 나가떨어진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인원이 반으로 줄어 버렸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그 속도와 범위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다은을 적으로 만나면 반응조차 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 말이 허풍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작 공격 한번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나약하진 않았다.

“방금 공격으로 힘을 많이 썼을 거다! 바로 돌격하자!!”

“우리도 이길 수 있다!!!”

“내가 앞장설게!!”

콰과광!!!!

펑!!!!

앞으로 돌진 할 때마다 함정 마법들이 발동했으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탱커 계열 생도는 마력으로 방패를 만들고는 앞으로 돌격했다.

함정등이 정교하게 작동했으나 방패를 앞세운 생도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게 파티를 만드는 이유지!’

탱커가 만든 길을 따라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자 앞쪽에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다은!!!”

드디어 이다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리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그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전부 내 뒤로와라!!!”

수호의 기사라 불리는 김철벽이 뒤쪽에 있는 생도들을 보호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아까 처럼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이다은의 공격.

콰광!!!

주변에 있는 나무가 모두 날아갈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으나, 김철벽은 방어에 성공했다.

“뒤..뒤를 부탁한다…”

정작 본인은 그 공격에 탈락했으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강한 마법을 두 번이나 사용하면서 꽤 힘을 소모한 상태처럼 보였으니까.

평소에 표정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꽤나 살벌한 얼굴을 한 이다은이 눈에 보였다.

“이번 시험은 우리한테 양보해라!!!”

그렇게 소리치며 달려들려는 순간, 뒤쪽에서 강렬한 참격이 날아왔다.

“웬놈이냐!!!”

“다은아 안녕?”

“시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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