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206 서바이벌 평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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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사냥할 때 탱커의 역할은 일반적으로는 적의 어그로를 끌고 공격을 막아내며 동료를 보호하는 역할을 차지한다.
게임에서도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공격력이 다소 떨어지는 탱커들이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고, 대미지를 받아 내면서 딜러들이 원활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사냥에서도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탱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합을 맞추기가 힘들어 진다.
아무런 규칙 없이 몬스터를 향해 스킬을 난사하다가는 오히려 동료의 공격에 당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각자 어떤 위치에서, 어떤 타이밍에 공격하는 지가 사냥의 성공을 좌지우지 할 만큼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탱커가 몬스터의 발을 묶지 못하면 대형이 박살나며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시우가 움직이려는 순간 최승태가 서둘러서 명령을 내렸다.
“고..공격해!!”
김시우의 접근을 막기 위해 거대한 방패를 앞에 세우고, 방패 병 뒤에는 근접 계열 헌터들이, 그 뒤에는 원거리 계열 그리고 서포터 계열 헌터들이 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진작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기에 다음 공격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뒤쪽에 있던 원거리 계열 헌터들이 공격 명령과 동시에 김시우에게 공격을 쏟아 부었다.
탱커들 사이 사이로 날아가는 공격들은 정확하게 김시우를 향해 날아갔다.
‘아까 그 새끼들만 탈락하지 않았어도..!’
무리하게 숲에 들어가겠다고 했던 녀석들이 빠져서 그런지 화력이 많이 떨어졌다.
성격은 별로지만, 공격력만큼은 쓸만한 원거리 헌터가 탈락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해볼 만 해!!’
순위가 30등이면 뭐가 달라지겠는가. 이미 대형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라 그런지 김시우가 빠져나갈 틈은 없어 보였다.
__콰과광!!!
김시우가 있던 자리에 마법과 화살, 원거리 공격들이 일제히 날아가며 폭발과 함께 연기를 일으켰다.
“해치웠나?!”
“시발 쓸데없는 말 하지 마!!”
갑자기 한 인영이 연기 사이를 빠져나와 위로 도약했다. 분명 모두가 공격했음에도 김시우의 보호막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위..위로 피했어!”
“무슨 점프력이 저렇게 센 거야!! 시발!!”
한 순간에 저렇게 높이 뛰다니, 마력 운용 능력이 자신들하고는 수준이 달라 보였다.
“오히려 공격하기는 편해! 그냥 갈겨!!”
“범위가 큰 공격을 날려라!!”
하지만 공격을 피하려고 위로 뛰어오른 건 김시우의 실수였다.
‘공중에 올라가면 그다음 공격은 어떻게 피할 거냐!!’
여기에 있는 인원들은 순위가 낮은 만큼 공격력도 떨어지는 편이라 한 번의 공격으로는 적을 쓰러트리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어떤 적을 상대하던 연달아서 공격을 날리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 김시우!!’
승리를 확신한 순간, 최승태는 김시우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어떤 당황도 하지 않은 체,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김시우의 얼굴.
자신 앞으로 날아오는 공격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체, 오직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후방에 있는 헌터들이 모여있는 장소만을 말이다.
‘설마…!’
최승태는 반사적으로 뒤쪽에 있는 헌터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는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김시우가, 나무를 발로 차며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십 가지의 공격들을 가뿐히 피하고는 곧장 후방 헌터들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이야!!”
공중에서 벽을 이용해 방향 전환을 하는 건 자신도 할 수 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면서 저렇게 능숙하게 할 수 있을까?
마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그 어떤 낭비되는 동작도 없이 깔끔하게 공격을 피하며 날아왔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자신의 검으로 받아치며 최적의 동선을 유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나무 사이를 오가며 저런 속도로 날아오는 게 가능할까?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여기서 떨어질 수는 없어!!!”
하지만 어딜 노리고 있는지 예측하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후방에 있는 헌터들의 앞으로 달려가 유성처럼 떨어지는 김시우의 검을 방어했다.
__채앵!!!!!
별다른 기교나 특별한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낙하를 이용한 간단한 공격.
그러나 그 위력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강렬하게 울리는 검.
‘어떻게든 방어했다! 이제 시간만 벌면…!’
전방에 있던 헌터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생도들과 함께 공격한다면 김시우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분명 자신이 먼저 검으로 내려쳤는데, 어느새 자신의 검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
“감은 좋았어. 조금만 노력하면 너도 강해질 수 있을 거야.”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인식할 수조차 없었다.
그저 검이 닿는 순간, 김시우의 검이 기묘하게 움직였을 뿐인데, 검을 놓쳐버렸다.
순간 섬뜩한 느낌에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바닥으로 굴렀다.
__콰직!!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거의 빈사상태까지 부서진 보호막.
방금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무조건 탈락했으리라.
“확실히 감이 좋아.”
그러나 단 몇 초의 시간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최승태가 옆으로 피한 순간, 김시우의 검이 그의 뒤에 있던 헌터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허공에서 잠깐잠깐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과 함께 무언과 알 수 없는 힘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왜 마법이 안 나가는 거야!!”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한 명, 두 명, 김시우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연합원 한 명이 쓰러졌다.
30명이 넘는 인원수도, 진짜 앞에서는 무의미 했다.
“저게… 우리랑 같은 생도라고?”
전투가 일어나기 전, 저 숲으로 들어가려는 걸 확실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그때 팀원들이 탈락하지 않았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사람이 많다고 해서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김시우의 실력을 예상하지 못하고 전투를 시작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한 순간 판단을 잘못한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뒤 늦게 저 멀리서 달려오는 생도가 보였다.
함께 공격하면 결과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걸까.
“다들 공격해!!”
“무리해서 지쳤다!!”
고개를 돌려보자 눈을 감고 검을 잡고 있는 김시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보고 최승태는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도망치는 게 나았어.’
김시우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푸른 불꽃이 일직선으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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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정말 일줄은…”
"벌써 23위 까지 올라갔네요."
전투 장면을 확인하던 교관들은 김시우의 공격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날아오는 공격들을 정확하게 받아 내며 공중에서 방향 전환을 하는 모습도 대단했지만, 역시 화룡점정 이라 할 수 있는 건 방금 공격일까.
“정말로 고유 영역을 사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각 생도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일종의 위치추적 장치 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다.
생도들의 전투가 일어나면 마력을 감지해 관찰하고 있는 교관에게 신호가 오게 되어 있었다.
별다른 카메라가 없어도, 좌표만 있다면 학생들의 전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엄청난 비용과 함께 최고급 인력들이 협동해 만들어진 인공던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 대단하다는 최아린이 몇 개월씩 걸려서 만든 던전이니 그럴 수밖에.
“김시우 생도 순위를 조정해야겠는데요?”
“그런 말이 나오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느낌이 다르군요..”
김시우가 고유 영역을 전개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생도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이렇게 한명의 전투에 여러 교관이 확인하는 게 힘들었다.
시험이 진행되면서 많은 생도가 탈락한 탓에 한 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게 가능했다.
교관들은 김시우가 A랭크에 발을 걸친 걸 보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역시 서방님…’
다른 교관들이 김시우에 대해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웃고 있던 강민아였다.
그녀 역시 김시우가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고유 영역을 전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평생을 헌터로 활동해도 못하는 헌터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던가.
‘그때 민지랑…’
분위기에 취해 동생과 같이 몸을 섞은 게 좀 걸리긴 했지만, 뭐 김시우 정도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뭐 솔직히 자신의 동생이 이상한 남자랑 엮이는 것보다는 김시우처럼 완벽한 남자랑 만나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는가.
‘민지가 그런 표정을 지울 줄은 몰랐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리자 살짝 아래쪽이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민지와 함께 서방님에게 봉사하는 모습.
“허허! 강민아 교수님!”
“네..네?! 네!”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죄라도 지은 것 처럼 움츠러들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하하.. 그냥 다른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그나저나 그 김시우가 이렇게 성장해서 마음이 놓이시겠습니다.”
전교 꼴찌였던 김시우가, 이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다 강민아 교수님이 지도를 잘하셔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요. 다 김시우 생도가 열심히 해서 그렇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김시우를 생각하자 괜히 눈가가 촉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습니까? 하하. 저는 탈락한 생도들 상태 좀 보고 오겠습니다.”
“혹시 상태가 심각한가요?”
팔찌에는 보호막을 유지하는 것과 좌표 말고도 다양한 기능들이 담겨 있었다. 보호 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정 수치를 넘어가는 공격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었다.
‘혹시 문제가 되진 않겠지…?’
마력을 무력화시키는 항마의 특성상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괜히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그건 아닙니다. 알아서 힘 조절을 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고유 영역을 전개한 상태에서 힘조절 까지 하다니.
“벌써 그정도 수준인가요?”
“뭐 솔직히 현역으로 뛰어도 문제없을 것 같다는 말은 많이 나오긴 했으니까요..”
강민아는 다른 교관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서방님… 꼭 이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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