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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205화 (205/235)

〈 205화 〉 205 서바이벌 평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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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에 들어서면서 점점 생존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비교적 사냥하기 수월했지만, 점점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사냥을 통해 식량을 얻는 게 어려워졌다.

주변에 나무 열매나 식수로 쓸만한 강가가 보이긴 했지만, 허기를 채워주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혼자서 살아남기에는 어려운 상황, 실력이 떨어지는 생도들은 자신들끼리 연합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전력을 기울이는 것,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연합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면 상관없으나, 처음 보는 이들과 연합한 경우에는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연합이 필요한 생도들은 결국 하위권, 배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았다.

거기다 여기서 떨어진다 해도 어차피 얼굴을 보고 지낼 사이, 처음에는 연합이 삐걱거렸으나 이제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었다.

30명이 넘어가는 대규모 연합 중 하나인 그들은 경계선 너머에서 멈춰 섰다.

"저쪽에 보급품 떨어진다.."

"하필 저기로 떨어지네..."

"저기에 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 없지?"

누군지는 몰라도 주변에 온갖 함정 마법을 설치해둔 탓에, 저 근처에 갔다가 탈락한 생도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저런 범위로 마법을 설치해 둔 걸 보면 아마 최상위권에 속하는 생도겠지.

"보급품에 식량도 있을 건데..."

"운 좋게 얻었었을 때 먹었던 거 말하는 거지?"

중위권 연합은 떨어지는 보급품을 보며 침을 삼켰다.

운 좋게 보급품을 얻었던 적이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큐브는 이 연합의 리더였던 생도가 가지고 나머지 식량을 나눠 먹었다.

그때 음식 맛을 떠올리자 자신들도 모르게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치찌개에 뜨거운 밥.

한식, 양식, 일식 할 것 없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담겨 있던 보급품을 떠올리자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아.. 밖에서는 진짜 별거 아니었는데..."

"치킨 먹고 싶다.."

"방금 튀겨서 바삭바삭 한 걸로.."

"음식 얘기 좀 그만해 배고프니까!"

물만 먹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한 달에서 두 달은 버틸 수 있다고 했던가.

헌터인 그들로서 일주일을 버티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다.

학비가 비싼 만큼, 부족함 없이지내 오다가 갑자기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음식도 못 먹고, 씻을 곳도 제대로 없고, 그야말로 극한의 상황.

그래도 사람이 많은 만큼 몬스터 사냥에 성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조리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요리를 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특유의 비린 맛.

비린 맛 때문에 사냥에 성공하고도 물배만 채우는 생도들도 있었다.

"나는 못 참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몇 명인데!!"

"그래 아무리 뛰어나도 전부를 상대하는 건 부담스러울 껄?"

"안돼. 위험이 너무 커."

연합의 리더인 최승태가 생도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최승태의 의견에 따르던 생도들이었지만,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물만 먹고 어떻게 사냐고!!"

"생각해 보면 말만 그렇게 하고 뒤에서 몰래 뭘 챙겨 먹고 있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다. 이상한 억측 하지 마라."

"어차피 연합으로 있어봐야 포인트를 쌓을 수도 없잖아."

사람 수가 많다 보니 포인트를 분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힌 대미지 만큼 분배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사람에게 모든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였다.

돌아가면서 막타를 치고 있지만, 3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포인트를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계속 고통받을 바에는 차라리 싸우는 게 나은 거 아니야?"

매일 공개되는 상위권 점수와 비교하면 자신들의 점수는 형편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버티면서 살아도, 포인트를 쌓지 못하면 고생만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자 연합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연합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게 이런 이유인가...'

연합이라고 해서 유리한 게 없었다.

"아무튼 난 저쪽으로 가야겠어!!"

"나도 가만히 있다가는 그냥 고생만 하고 하위권이라고!!"

"그래 운이 좋아서 쓰러트리면 바로 순위권에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봐 잠깐!!"

최승태의 만류에도 생도들은 경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녀석도 쓰러트려 본 적 있잖아!"

"그래 그 새끼도 방심하다가 골로 가던데!!"

인원수가 많아지면서 없던 용기가 생겨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주변을 탐색하며 영역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일정 범위를 넘어간 순간, 함정 마법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꺄아악!!!"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발밑이 푸욱 하고 꺼지더니 주변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들었다.

방패를 들어 급하게 방어에 성공하면서,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해볼 만 한데?"

"괜히 겁먹었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늪지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발밑에서 갑자기 무언가 발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발 밑에 뭔가가...끄르르르르륵...."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강렬한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발이 묶여 있던 생도들은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전기에 감전되어 기절했다.

팔찌가 충격을 줄여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사망했으리라.

한 순간에 7명의 생도가 탈락 했다. 보호막이 부서진 순간 인공 던전 밖으로 워프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함정이 발동하기 직전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실력차이.

"전기 공격..."

"설마 이다은?"

"그냥 마법일 수도 있어..."

7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다들 냉정해지는 분위기였다.

"여..역시 무리였지?"

"하하, 그러네..."

상위권의 생도와 자신들이 얼마나 수준이 다른지 깨달았을 무렵,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웬놈이냐!"

"무슨 폭발 소리가 들려서 와봤는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남자 다운 얼굴에, 중저음에 매력적인 목소리, 거기에 남자조차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외모.

"김시우..?"

"잘생기긴 잘생겼다..."

"그게 지금 할 말이야?"

최승태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김시우를 스캔했다.

자신처럼 큐브를 얻었는지 강화된 장비.

'내 검하고는 차원이 다른데..'

큐브로 강화시킨 자신의 무기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이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조금 달라 보이는 팔찌.

"여긴 무슨 일이지?"

리더인 최승태가 앞으로 나와 김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걸어 주변에 있던 생도들이 전투 준비를 할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으니 김시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모두 덤벼도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보급품을 모으고 있는데, 혹시 어디로 떨어졌는지 봤어?"

설산 지역에는 더는 보급품이 떨어지지 않는 탓에 중앙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시험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만큼, 중앙으로 사람을 끌어모을 생각이겠지.

"보급품 이라면 저쪽으로 떨어졌다."

"저쪽이면 아까 폭발 소리가 들렸던 곳인가?"

"그렇지."

최승태는 태연한 척하면서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비록 7명이 탈락하긴 했지만, 아직 3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있었다.

그에 비해 김시우는 한명, 랭킹을 비교하면 자신들보다 높긴 하지만 이 정도 인원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몇 명 쓰러트려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저쪽 숲은 위험한데, 들어갈 생각인가?"

"위험하다고?"

몇 번 사냥을 반복하면서 어느 정도 합이 맞춰진 상황.

'이다은 같은 생도도 아니고, 김시우 정도면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을 시작으로 생도들을 떨어트리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경쟁자들을 제거해 높은 순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본 영상이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30명이 동시에 공격한다면, 보호막 정도는...'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말없이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천천히 김시우를 감싸기 시작했다. 최승태는 김시우의 시선을 끌기 위해 최대한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주변을 함정마법으로 도배했어. 우리도 들어가려고 했다가 몇 명 당했다."

"흐음?"

몬스터를 사냥하듯 은밀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최대한 좋은 타이밍에 공격할 수 있도록 최승태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그걸 왜 알려주는 거야?"

"펴..평소에 활약하는 걸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이없이 탈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렇단 말이지..."

김시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그래. 그런데..."

장난기가 사라진 얼굴, 갑작스럽게 무거워진 공기에 다들 이변을 눈치챘다.

'이미 알고 있던 건가..?'

하긴 숫자가 30명이 넘어가는 인원이었다.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30명이 움직이는 걸 보고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자만했다.'

비록 기습을 할 기회는 물 건너 가버렸지만, 이미 위치를 거의 다 잡은 상황이었다.

몬스터를 사냥하며 만들어진 대형, 각자 자신들의 역할이 뭔지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

이미 퇴로까지 막힌 상황에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까?

굳이 강한 공격을 할 필요도 없었다.

화염 공격같이 범위가 넓고 방어하기 힘든 공격을 하면 보호막을 깨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이 신호만 보내면 아마 주변에 있던 생도들이 김시우를 사냥하기 위해 동시에 움직이겠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필드 위에 알림 음과 함께 상위권 생도들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1위 윤서아.

2위 박혜지.

이름이 하나둘씩 올라가자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대치 상황만 이어졌다.

바로 공격하면 그만인데, 왠지 모를 압박감 때문에 공격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

5위 이다은.

모두 긴장한 최승태 연합과는 다르게 김시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위에 있는 명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1000명이 넘어가는 생도 중에서 30위 권에 들어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는 의미였다.

"서아가 갑자기 확 튀어 올랐네?"

"..."

"민지는 내려갔나?"

24위 강민지.

...

30위 김시우.

"30.. 30위? ?"

눈 앞에 있던 김시우가 히죽 하고 웃었다.

"고..공격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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