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204 서바이벌 평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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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상자를 들고 은신처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상자의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거기서 열어 보고 있을 수 는 없었으니 말이다.
'실력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지.'
3등 이라는 순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보호막 상태가 좋았다면 지금처럼 일방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만나기 전에 계속해서 교전이 있었는지 보호막의 상태가 거의 박살 나기 직전이었으니까.
보호막의 내구성이 거의 바닥이라 마음만 먹었다면 탈락시켰을 수도 있지만, 한 번만 봐주기로 했다.
'운명등급 A라고 했지?'
[ "네 그렇습니다..." ]
민지와 같은 A등급을 가진 히로인, 솔직히 지금 당장은 A등급과 S등급이 크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박혜지도 히로인 중 한 명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을 위해서 한번 즘은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에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알림이 떠올랐으니, 나름 좋은 인상을 남겨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박혜지도 2차 각성자인가?'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던데, 솔직히 얼굴을 노리고 물을 뿌리는 공격에는 조금 당황했다.
시야가 없는 상황에서 전투해본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역으로 당할 뻔했다.
발도술을 트리거로 기술을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특히 마지막 공격은 고유영역을 사용하지 않으면 받아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아직 까지는 제자리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범위가 넓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받아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첫 만남이라 할 수 있었다.
외모나 몸매도 우리 애들하고 있어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니까.
히로인은 히로인이라는 걸까.
뭐 일단은 평가 시험을 끝내는 게 중요하겠지.
이렇게 커다란 상자들 들고 움직여서 그런지 자꾸 달려드는 녀석들이 있었다.
뭐 다 박살 내긴 했는데, 그래도 이대로 들고 이동하다가는 은신처를 들킬 염려가 있었다.
주변이 다 하얀 곳에서 검은색 상자는 눈에 띄어도 너무 띄었으니까.
"뭐가 있을지 확인해 볼까."
마침 적당한 장소를 찾아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 난리 통에서도 박살 나지 않은 게 꽤 튼튼하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이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면, 내용물도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는 커지는 기대감을 안고 상자의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__푸쉬시시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반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 있는 내용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있는 차가운 냉기가 빠져나왔다.
상자 안에 든 것은 끈만 당기면 바로 조리가 되는 전투 식량들이었다.
'나름 프리미엄 등급이긴 한데...'
가격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헌터 들을 위해 제작된 제품으로, 퀄리티가 엄청나게 높은 제품들이었다.
고위 헌터들이 주로 애용한다고 알려진 제품이었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던전 안에서 사람답게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쓸만한 금액이니까.
물론 나는 돈 낭비라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법 아니겠는가.
"..."
그렇게 고생하고 얻은 게 최고급 전투 식량 6개라.
뭔가 손해 본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 쯤 구석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모양의 큐브를 발견했다.
역시, 이게 끝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겨우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목숨을 거는 게 말이 되는가.
큐브 밑에는 설명서가 적혀 있었다.
"장비 강화 큐브..?"
강화를 원하는 장비에 큐브를 부착시키고 마력을 흘러 넣으면 자동으로 강화된다고 적혀 있었다.
예시로 적혀 있는 장비를 보니 무기는 물론, 보호막 팔찌도 강화시킬 수 있는 모양이다.
이러면 고민 될 수밖에 없는데, 보호막을 강화 시킬지, 검을 강화시킬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검을 강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기본 장비 다 보니 마력 전도율이 낮아서 그런지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보호막의 경우는 마석만 있으면 다시 수복시킬 수 있고, 공격을 피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보급품 검에 큐브를 접촉 시키고 마력을 불어넣자 큐브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기계음과 함께 펼쳐진 큐브가 빠르게 검과 결합 되었다.
처음의 밋밋한 모습이랑은 완벽히 달라진 검.
검의 중심부로 은은한 검은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번 확인해 볼까?"
검을 쥐고 마력을 흘러 넣자 기존보다 마력 전도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답답했던 초기의 검과는 다르게 빠르게 반응하는 건 물론 절삭력도 더 강해졌다.
리스크를 감당하고 얻으러 다닐 만큼 성능이 확 튀는 모습이었다.
예리하게 변한 검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위험을 안고 보급품을 노렸던 게 정답이었다.
겨우 한 개로 이 정도의 효율이면, 그 수가 늘어나면 얼마나 강해질까?
"재미있겠네."
*
"천천히 좀 가!"
"그럼 업히던지."
"혼자 걸을 수 있어..."
"하아.. 진짜 짜증 나게 하네."
강민지는 뒤에서 따라오던 정수아에게 다가갔다.
"혼자 다닐 수 있다니까! 야! 쌍년아!!"
"소리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아둥바둥 거리는 정수아를 무시하고 그대로 들어 올리고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폭발능력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다닐 수 있지만, 역시 소리가 커서 주위에 있던 몬스터나 생도들을 끌어모으는 게 단점이었다.
처음에는 화를 내던 정수아도 혹시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강민지를 꽉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무서워서 싫다니까!!'
속으로 비명을 삼키며 조용히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은신처에 도착한 정수아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혹시 나무에 부딪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놀이기구를 타도 이정도로 무섭진 않을 거다.
막상 둘만 있다 보니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수아의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강민지와 함께해야 했다.
"그 아까 미안... 놀라서 욕한 거니까..."
붉은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강민지에게 사과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모습을 보고는 강민지가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어제 부터 느끼는 거지만, 겉으로는 사나운 척하고 있지만 속은 여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지내다 보니,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일단 저녁부터 먹을까?"
정수아는 괜히 강민지가 말을 걸면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도도한 고양이를 닮은 외모의 날카로운 눈빛 때문일까. 뭔가 카리스마 같은 게 있었다.
딱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진 않는데, 이상하게 강민지는 좀 그런 게 있었다.
"내 말 안 들려?"
"들려.! 귀 안 먹었으니까.. 저녁부터 먹자."
신경질 적으로 대답하려다 눈을 마주치자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강민지는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피식 웃고는 구석에 있는 상자로 향했다.
생존 서바이벌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환경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숨겨져 있는 게 많이 있었다.
몇몇 물품들은 전투를 통해서, 아니 전투로 얻은 게 많긴 하지만 말이다.
신성 능력 때문인지 보호막의 내구성이 많이 상승했다.
제자리에서 보호막으로 몸을 보호하고, 강민지에게 버프를 사용하면 강민지가 알아서 적들을 쓸어 버렸다.
폭발 능력도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안심하고 싸웠다.
안그래도 방어하기 까다로운 공격인데, 정수아의 버프까지 합쳐지니 아주 날아다녔다.
"나도 도와줄게."
"구석에서 쉬고 있어. 너 일 만들지 말고."
"나도 요리할 줄 알아!"
"알았으니까. 쉬고 있어."
"..."
어제 음식 좀 태웠다고 계속 저런 반응이다.
딱히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요리하려고 하면 못하게 막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지.
조금 태운, 아니 음식을 좀 태울 수도 있지, 이런 취급을 하는 건 너무 했다.
사실 멀쩡한 척 하고 있긴 했지만, 심적으로 꽤 지친 상황이었다.
환경도 환경이지만,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에 심적으로 피곤한 상태였다.
도끼를 들고 휘두르던 신광호가 자꾸 튀어나올 것 같다고 해야할까.
신광호가 떠올라 떨리기 시작하면, 곧 김시우의 얼굴도 떠올랐다.
묶여 있던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던 모습, 그리고 자신을 협박해서 침대 위에서 자신을 깔아뭉개는 모습.
"..."
갑자기 몸이 화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자, 진정하기 위해 생수를 들이켰다.
물을 마시니 조금 열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새끼 얼굴을 왜 자꾸 떠오르는 거야...'
여자를 협박이나 하는 쓰레기 같은 놈이지만, 품에 안겨 있으면 뭔가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괜찮아?"
정신을 차려보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강민지가 눈앞에 있었다.
"괘..괜찮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민지는 말없이 정수아를 품에 안았다.
"괘..괜찮다니까!"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어."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부드럽고 거대한 가슴.
항상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던 거대한 가슴이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분위기보다는 은근히 챙겨주는 타입이라고 해야할까.
요리를 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혹시 자신이 포인트를 쌓지 못할까 봐 사냥할 수 있도록 막타를 양보하는 모습도 그렇고.
조금 무섭긴 하지만, 옆에 있으면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다은이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너 이상한 생각 했지?"
"아..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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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쿵!.. 쿵!.. 쿵!!!
5층 건물의 크기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몬스터가 땅을 찍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적당한 돌 뒤에 숨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B등급 정도 되려나?'
시험이 4일차에 들어 오면서 점점 강한 몬스터 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점점 교전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역시 초반부터 보급품을 노리고 움직인 게 정답이었다. 지금은 보급품을 얻으려면 저런 몬스터까지 상대해야 하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몬스터들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초반에 자원을 쌓아둔 게 정답이었다.
숫자도 늘어나고 위험도도 커진 만큼, 이제는 자원을 얻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니까.
'오늘 점수인가..?'
오늘도 등장하는 상위 30위 권 생도들의 이름.
이번에는 서아와 다은이는 물론, 기존의 랭커들의 이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강해진 몬스터에, 슬슬 활동하기 시작한 상위권 생도, 거기에 줄어드는 자원까지.
이제야 본격적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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