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201 서바이벌 평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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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수아를 보고 강민지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정수아에게 이길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 자신의 보호막은 거의 한계 상태.
여기서 정수아가 동귀어진할 생각으로 달려든다면, 그걸 받아칠 수 있을까?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침착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에서 쉽게 다가올 수 없을 거니까.
“뭐야. 해보자는 거야?”
다은이의 소꿉친구라고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딱히 서로 싸운 적은 없지만,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껄끄러운 존재라고 해야 할까?
다은이의 소꿉친구라고는 해도 지금은 평가 중이었다. 한 방에 날려줄 생각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자 정수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자..잠깐만! 싸울 생각은 없어!”
“…”
지금 정수아를 쓰러트린다고 해서 그다지 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주위에서 생도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교전이 있었다는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박살이 난 풍경.
혹시 자신에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쪽에 오는 하이에나들이겠지.
“할 말 없으면 먼저 간다?”
정수아의 주된 능력은 힐링과 버프, 최근 도심지에 있었던 사건으로 신성 능력을 사용하긴 했지만, 아직은 미숙한 상태였다.
보호막이 있어 몸을 지킬 수는 있지만, 공격수단이 없었기에 혼자서 평가를 진행하는 건 불리해 보였다.
모든평가가 포인트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포인트를 쌓을 방법이 없는 상황.
중앙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걸 보고, 다은이나 윤서아가 싸우고 있을 거로 생각해서 온 그녀였다.
둘중 한 명이라도 있으면 팀을 할 생각으로 왔는데, 정작 싸운 것은 박혜지와 강민지.
고민하던 정수아는 일단 강민지와 함께 다니기로 했다.
“나..나랑 같이 다니자!”
“너랑?”
우물쭈물 하던 정수아는 큰 결심을 한 듯 강민지에게 부탁했다.
갑자기 정수아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민지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도..동맹을 맺으면 안된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괜찮을 거야. 거기다 버프는 나름 자신 있으니까…”
정수아는 힐러 계열 헌터라고 들었다. 힐러인 정수아가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같은 팀을 만드는 게 생존에는 훨씬 유리하겠지.
강민지는 정수아와 팀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손해 보는 것을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__저쪽에 누가 있어!
“일단 자리를 피하자.”
“어..응.. 그래야겠지?”
뭔가 전보다 독기가 빠져 보이는 정수아에게 다가간 강민지는, 정수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
“뭐..뭐하는 거…”
“이게 더 빠를 거야. 꽉 붙잡아.”
“자..잠깐만!!”
정수아를 품에 안은 강민지는 폭발을 일으켜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다가 올 때마다 정수아는 강민지를 꽉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기분 나쁘게 생각했던 거대한 가슴이 마치 에어백 처럼 안정감을 주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 보니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여자인 자신이 봐도 멋있게 느껴졌다.
여자 생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듣긴 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날카로운 인상에 강해 보이는 얼굴, 확실히 여자들이 말하는 카리스마가 강민지에게 있었다.
인상 때문에 좀 어려운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같은 팀이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든든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다은이랑 친해 보였으니까… 갑자기 배신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정수아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강민지를 꽈악 잡았다.
*
“저런 식으로 공개되는 건가?”
중앙에 거대한 스크린 같은 게 떠오르더니 상위권에 올라간 생도의 이름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반이다 보니 순위권에 상관없어 보이는 이름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걸 보고 어이없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그 폭발이 민지가 일으킨 건가..?”
1등 박혜지, 2등 강민지.
순위 2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건 다름 아닌 민지였다. 아까 익숙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그게 민지가 일으킨 모양이다.
“핵펀치라도 날렸나 보네.”
민지의 폭발 공격으로부터 보호막을 막기는 힘들었을 거다. 준비 동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민지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나름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 우리 민지가 벌써 저렇게 성장했다니.
아마 아까 폭발 소리로 유추해 보면 꽤 강하게 사용한 모양인데, 역시나 버티지 못했던 모양이다.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진 격이니, 갑작스럽게 떨어졌겠지.
“1등은 박혜지라…”
지나가다 한번씩은 본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게 서아, 다은이 다음에 항상 있던 이름이었으니까.
별다른 접촉은 없어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확실히 순위권에 들어갈 만한 실력을 가진 모양이다.
아직은 첫날이라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괜히 3위가 아닐 거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 꽤 있네.”
순위 공개는 30등까지만 공개되었다.
수백명이 넘어가는 1학년 생도들 중에서 30등 안에 들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아랑 다은이 이름이 없네?”
익숙한 이름들 보다는 생소한 이름들이 많았다. 아마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모양이다.
다은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서아의 이미지라면 역시 다 박살 내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인데.
둘다 내 앞에서는 순해 보이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꽤나 살벌한 편이니까.
‘하긴, 하루 만에 끝나는 시험도 아니고…’
지금 당장은 다들 포인트가 적은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녀석들도 대부분 개털이었고 말이다.
여기서 계속 버티려면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잠을 잘 장소도 찾아야 하고, 식량, 식수를 얻을 수 있는 경로도 찾아야 한다.
하루 정도야 안 먹고, 안 자고 버틴다고 하지만, 그게 길어진다면 버틸 수 있을까?
거기다 전투도 해야 하고, 주변 경계도 해야 하는 장소에서?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그건 힘들다. 일반인보다야 잘 버티겠지만 지속적으로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대충 순위권을 확인하고는 주위에 혹시 숨어 있는 녀석은 없는지 확인하고 은신처로 향했다.
“어디 더라…”
사방에 눈이 쌓여 있어서 그런지 입구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나 감지를 통해 주변을 확인하자, 아까 잡았던 예티의 마석이 느껴졌다.
방향을 확인하고 눈을 파내자 입구가 보였다. 걸릴 일은 없어서 좋은데, 내가 찾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위쪽에 작은 충격을 주자 눈이 내려와 입구가 가려졌다.
감지 능력이 어지간히 뛰어난 게 아닌 이상은 들킬 일이 없어 보였다.
여기 안에 있는 것도 감지할 정도면, 어디에 있든 감지할 수 있을 테니 논외로 치는 게 맞겠지.
아무것도 없는 동굴이긴 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런지 나름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선물도 있고 말이다.
“동굴 안에 보급품이 있을 줄 몰랐지.”
보급품으로 얻었던 랜턴을 키자 어두웠던 동굴 안쪽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살짝 어둡긴 했지만, 그편이 발각될 확률이 낮을 거다. 거기다 마력으로 충전이 가능한 장비라 시험 동안에는 계속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솔직히, 창조 스킬 쓰고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장비가 없이 들어 왔기 때문에 스킬을 쓰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스킬이면 몰라도, 인벤토리나 창조는 현실에는 없는 기술이다 보니 사용하기가 힘들었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긴 할 텐데…’
평가를 위해서 생도들을 계속 확인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사방이 막힌 장소까지 할 수 있을까?
주위에 감시 장치가 없어 보이지만, 장소가 장소 다 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
스킬을 잘못 썼다가 부정행위로 걸려버리면 평가가 망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얻은 장비들이 쓸만한 편이라 지금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주변을 밝혀줄 랜턴과, 음식 조리가 가능한 마석 버너, 그리고 냄비까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깨끗해 보이는 눈을 퍼서 냄비에 담았다.
“라면 땡긴다…”
*
2일차.
첫날에 비해서 교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체감이 되었다.
중앙 지대에서 심심하면 들리던 전투소리도 첫날과 비교하면 거의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다.
탈락하는 생도가 많아질수록 인구 밀도가 감소하니 자연스러운 현상 같았다.
슬슬 행동 방침을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계속 숨어 있다가 마지막쯤에 생도들을 사냥하고 다닐 건지, 아니면 몬스터 사냥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건지.
날짜가 지나갈수록 가지고 있는 포인트의 양이 늘어날 테니, 포인트를 많이 쌓는 건 생도들을 사냥하는 게 좋긴 하겠지만.
역시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저건..?’
멀리서 비행기 엔진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보니, 지나간 경로 상으로 낙하산에 매달린 상자가 떨어지고 있었다.
흔히 에어드랍이라 부르는 보급품, 어디서든 잘 볼 수 있도록 빨간 연기까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걸 현실에서 볼 줄 몰랐는데, 아마 저기에는 쓸만한 물품들이 들어 있을 거다. 그와 동시에 강한 위험도 동반한다.
보급품은 한정되어 있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결국 전투가 일어나는 법.
저걸 얻으려고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저기로 몰릴 거다.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게 문제인데.’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매력적인 물건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저기에 가서 피 터지게 싸웠더니, 안에 들어있는 게 쓸모없는 물품이면 그야말로 개고생.
거기다 사방에서 몰린 생도들과 싸워야 한다는 위험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당할 생도가 얼마나 있을까.
저기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 ]
‘뭐야 갑자기 그런 반응은..’
괜히 사람 무안하게.
한번 탈락하면 평가는 끝, 보상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기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지.’
다들 몸을 사리고 있으니 오히려 지금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가자.”
에어 드랍이 떨어진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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