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200 서바이벌 평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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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정신 나간 놈.. 진짜로…!!”
그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다은이의 경우는 던전의 영향도 있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언니를 뒤에서 몰래 만나고 있었다니.
생각보다 오랫동안 만났다는 생각에 놀랐었다.
사과하기는 커녕 그 얼굴로 뻔뻔하게 넘어가기나 하고,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닌가.
가장 짜증 나는 점은, 그런 김시우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거기다 자신의 언니와 물고 빨고, 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알면… 뒤집어지려나…’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뒤에 우리 두 명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던가. 아빠가 없어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딸 두명이 한 남자를 두고 서로 뒤엉켜서 했던 일을 알게 된다면?
“김시우!!!”
김시우에 대한 분노를 키우는 민지는 본인도 알고 있었다.
이미 자매 둘 다 김시우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걸.
이렇게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김시우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건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하지 않는가.
미우나 고우나, 그놈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니까..’
여자를 좀 많이 만나는 것 같긴 해도, 나름 책임질 생각도 있는 것 같고, 조금 거칠게 하긴 해도 또 확실하게 신경쓰지 않던가.
“하아.. 짜증나… 내가 왜 그놈 때문에…!!”
김시우 생각에 주의가 흐려진 틈을 타, 숨어 있던 남자 생도가 옆에서 기습을 해왔다.
“민지야 미안하다!!!”
“넌 또 뭐야!!”
기습을 한 두번 해본 게 아닌 듯, 은밀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평범한 생도였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완벽한 공격이었으나.
그녀는 달랐다.
강민지 역시 생사의 기로를 몇 번이고 넘어온 몸.
거기에 학기가 끝나고 매번 대련을 반복해 오지 않았던가.
평범한 학생들과 대련한 것도 아니고 수석과 차석, 그리고 슈퍼 루키와의 대련이었다.
수석인 서아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는 순둥이 같은 다은이도 진지해 지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한 공격이 드러나긴 했으나, 그 공격 뒤에 이어지는 은밀한 기습과도 같은 공격에 몇 번이나 당했던 가.
거기다 매번 그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집요하게 노리는 김시우에게 매번 시달리면서 이 정도의 공격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칠 수 있게 되었다.
왼쪽 주먹을 들어 상대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그녀의 공격이 이어졌다.
오른쪽 주먹 끝, 대량의 마력이 모인 주먹이 남자 생도를 향해 뻗어졌다.
__콰앙!!!
“이..이게 무슨?!!!”
비열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상 이상의 충격에 바로 팔찌에 적색 신호가 들어왔다.
일반적인 검을 상대하기보다 훨씬 까다로운 공격, 고작 그 한 번의 공격에 탈락.
“…”
그 충격의 여파로 날아갔던 생도는 나무에 머리를 박고 정신을 잃었다.
“김시우는 어디쯤 있으려나…”
밀림 지대와 설원 지대가 아닌 중앙에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이런 식으로 기습하는 생도들이 많았다.
첫날인 만큼 가장 사람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법, 점점 사람이 줄어들면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
온통 머릿속에 김시우만 떠오르는 탓에 한숨을 진하게 내쉰 강민지는 뒤에서 살벌한 기운을 느끼고 몸을 굴렀다.
공기가 칼날에 찢기는 소리와 함께, 방금 있었던 자리에 깊고 진한 자상이 남았다.
“생각보다 감이 좋으신가요.”
무미건조 하면서 평탄한 목소리, 놀란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색 긴 생머리의 여인이 서 있었다.
길쭉하고 잘빠진 다리, 전체적인 비율이 모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으나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가슴이 조금 작다는 점일까.
허리춤에 검을 3개나 꼽고 다니는 여성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강민지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김시우님의 파트너인 강민지님 인가요?”
강민지의 따가운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이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너는 누군데 김시우를 들먹이는 거야?”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박혜지라고 해요.”
“박혜지..?”
한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는 이름, 얼굴도 묘하게 낯이 익은 것처럼 보였다.
본인을 박혜지라 소개한 여인은 크게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강민지를 바라보았다.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얼굴은 마치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그저 실력을 확인하고 싶을 뿐.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어요.”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박혜지를 보며 강민지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밑으로 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 않던가?
김시우를 지켜 주려고 그동안 얼마나 수련했는데,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상대가 누군지에 상관없이 쓰러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자는 거지?”
“그럼 한 수 부탁할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민지는 반사적으로 건틀릿을 들어 올렸다.
망치로 맞은 것 처럼 묵직한 일격이 느껴졌다.
엄청난 속도와 파워, 고작 한번의 공격이었지만 실력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
‘초반부터 이런 녀석한테 질 수 없어!!’
최근에 김시우에게 순위가 밀리고 있는데, 여기서 졌다가는 절대로 좋은 성적을 보긴 힘들었다.
속도에서는 박혜지가 우위에 있는 것 같으나 공격력만큼은 자신 있는 그녀였다.
“흐음…”
곧장 다음 공격을 이어 나가려던 박혜지는 강민지가 일으킨 폭발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보호막이 파괴되면 탈락인 시험의 특성상, 민지의 폭발 공격을 받아치기 까다로운 공격이었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면 버틸 수 있는 공격이지만, 보호막이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하긴 힘들었다.
근접 계열의 헌터는 마력은 내부에서 사용하는데, 보호막은 외부를 감싸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김시우를 건드리면 가만 안둬!!’
오히려 강민지 쪽에서 박혜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발밑에 폭발을 일으켜 앞으로 도약해서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검으로 대응하려던 박혜지는 주먹의 끝에 모여 있는 마력을 확인하고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검을 휘둘렀다.
__콰광!!!!
강민지의 마력과 박혜지의 마력이 부딪치면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주변의 나무가 다 박살 날 정도로 살벌한 충격에서도 두 명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강하신 것 같네요. 저도 제대로 해볼게요.”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뒤쪽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두 팔을 들어 방어했다. 대형 망치로 때리는 강한 충격.
뒤늦게 폭발을 일으켰으나, 갑자기 거대한 물방울이 나타났다.
__콰..광..!!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줄기에 온몸이 젖어 버린 탓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뒤늦게 눈을 뜬 순간, 공격 준비를 끝낸 박혜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발도 술이라 말하는 기술, 빠르게 반응하기 위한 기술이나, 기습을 위한 기술 정도로 취급 받지만 박혜지의 공격은 달랐다.
마치 마법을 발동하는 것 처럼, 칼집에서 칼을 뽑는 게 그녀의 기술의 트리거였다.
매번 연습했던 동작과 동시에 마력이 술식이 짜여졌고, 물로 된 날카로운 칼날이 강민지를 향해 세 갈래로 날아갔다.
아까 맞았던 물에 자세가 불안정한 상황이라 도약하긴 힘들어 보였다.
압축된 물의 칼날이 닿기 전, 강민지는 발밑에 강한 폭발을 일으켜 몸을 옆으로 날렸다.
몸을 날린 순간, 그 어떤 칼날보다 날카로워 보이는 공격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회피가 아닌 탓에 주변에 있던 나무에 몸을 부딪쳤는지 몸이 욱씬 거렸지만 다시 일어 났다.
여기에 쓰러져 있다가는 패배할 게 분명하니까.
“전투 센스가 좋으시네요.”
“으윽…”
방금의 일격으로 나무가 모두 잘려나가면서, 머리카락 한 부분만 밀어 버린 것 같은 자국이 생겨났다.
그 뒤에는 숨어서 기회를 엿보던 생도들이 거기에 당했는지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부 탈락, 그러나 박혜지는 다른 생도들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방금의 일격으로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박혜지... 아마 순위가 다은이 다음이었지..?'
물을 다루는 능력으로 엄청난 수압의 칼날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생도 랭킹 3등… 그렇다고 내가 쫄 것 같아?’
윤서아와 이다은 도 상대해본 그녀였다. 상대가 얼마나 강하던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매번 위험한 일을 골라서 하는 김시우를 도우려면 이 정도는 해야겠지.
강해지려는 이유가 고작 한 남자 때문이라는 게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자존심이 상하는 건 여기서 도망치는 거겠지.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박혜지를 보며 강민지는 바로 주먹을 뻗었다.
그 동안 수십 번의 연습을 통해 준비 동작을 최소로 만든 필살 공격.
그저 평범한 일격처럼 보이나, 주먹의 끝에는 그녀의 마력이 대량으로 들어 있었다.
몸을 비틀어 온몸의 힘을 실은 그녀의 일격.
마력의 소모가 심해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공격이었으나.
상대가 상대였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강적, 그렇기에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핵펀치!!’
김시우가 그렇게 붙여준 필살 공격이 박혜지를 향해 쏘아졌다.
“이건 좀 위험하겠네요!!!”
여유 만만하던 박혜지도 당황한 목소리로 검을 뽑았다.
아까처럼 거대한 파도가 칼날처럼 강민지를 향해 날아갔고, 그와 동시에 강민지의 주먹이 폭발했다.
__콰과가가가강!!!!!!!!
아까의 폭발은 애들 장난이라는 듯, 엄청난 폭발에 주변에 있던 것들이 박살났다.
사방으로 튀는 흙 먼지와 물줄기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박혜지의 공격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간 폭발의 일격에 당한 생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폐허 더미에서 강민지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설마 그 폭발을 뚫고 공격이 날아올 줄 몰랐는데, 보호막이 거의 부서지기 직전인 듯 간당간당해 보였다.
‘그래도 분명히 공격이 들어 갔어… 포인트가 안 들어 온 걸 보면 아직 쓰러지지는 않았어…’
비록 박혜지의 공격이 날아오긴 했지만, 폭발을 막지는 못했다.
생존자가 없는 지독한 전쟁 같은 그 자리에 박혜지가 얼굴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설마 이정도 일 줄 몰랐어요…”
인기척을 느낀 박혜지가 고개를 돌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더 싸우긴 힘들겠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사라지는 박혜지, 강민지는 그 모습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어디가!!!”
지금 이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위험한 상황, 강민지 역시 빨리 몸을 숨겨야 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강민지…?”
“정수아? 네가 왜 여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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