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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99화 (199/235)

〈 199화 〉 199 서바이벌 평가 (1)

* * *

*

어두운 방안의 한 남자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역천교의 교주,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교주의 눈동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생기가 돌았다.

다른이들 앞에서 광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남들처럼 평범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반복되는 리듬감으로 책상을 두들기는 교주는 말없이 눈을 다시 떴다.

“김시우… 이번에는 김시우인가.”

교주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 영상에서는 붉은 설인을 상대하는 김시우의 영상이 띄어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했습니다… 여전히 조심성이 없는 건 변함 없는 건가요.”

그가 원하는 건 이 세상의 멸망, 그렇기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지상에 소환시켰다.

아무리 교주의 힘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 법.

그래도 도시 하나쯤은 완전히 박살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김시우의 등장으로 피해의 규모가 줄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매번 방해자가 한 명 있었다. 그렇게 엄청나거나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매번 자신들을 방해하는 인물이 있었다.

누군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슬리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역시 가장 의심되는 인물은 김시우였다.

“아무리 내 기억이 불안정하다고 해도, 이 정도면 너무 의심스럽지.”

이미 뒤죽박죽 섞여 버린 기억이지만, 있었던 일과 없었던 일을 기억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뒤섞인 그의 기억 속에서 김시우라는 존재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__똑 똑

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교주의 얼굴이 다시 광기에 가득 찬 얼굴로 변했다.

“들어간다?”

“네. 들어오시지요.”

문을 연건 가슴이 커다란 여인이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인은 교주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불도 안 켜고 혼자 방에서 뭐해?”

“그저 생각할 게 많아서 말입니다.”

“뭐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겠어? 요즘 교단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알겠는데, 교주까지 그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사람일이라…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튼 그 김 뭐더라? 아무튼 사신 길드 마스터 남편.”

“네. 계속 접촉하고 계신다고 하셨죠?”

“아무튼 그 양반한테 아카데미 정보를 듣긴 했는데. 혹시 필요해?”

“아카데미라…”

교주는 고민하는 듯 말끝을 길게 느려뜨렸다.

“뭐, 그년이 위험하니까 아카데미는 건드리지 말자고 하는 걸 듣긴 했지만…”

“보안이 이전하고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오르긴 했습니다. 정문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들 정도니까요.”

“그건 일반적인 놈들이고, 우리 교주님은 상관없잖아?”

“그렇긴 하죠. 제 능력이라면 의미 없는 일이긴 합니다.”

계속되는 공격에 정체를 완전히 숨기고 있는 상황, 온갖 단체들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탓에 손발이 묶여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로 몸을 숨기고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조금만 흔적을 보여도 여기저기서 온갖 단체가 굶주린 들개무리 처럼 달려들어서 공격할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

교주는 다시 책상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짧지는 않지만, 길지도 않은 침묵이 이어졌다.

직접 알리러 온 걸 보면, 아마 의미 없는 정보는 아닐 것이다.

아마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와 관계가 있겠지.

교주는 침묵을 끝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은 가장 당신의 뜻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요?”

“응?”

“아닙니다. 그저 혼잣말일 뿐 입니다.”

*

서바이벌 평가 1일차.

예상대로 중앙 지역에서 벌써 뭐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쥐어 짜인 탓에 잠깐 다리가 휘청 거렸다.

하루에 4명을 상대하는 건 좀 무리가 있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저쪽은 심심하면 싸우는 것 같네.”

북쪽은 눈이 쌓여 있는 설원 지대, 남쪽은 습하고 더운 밀림 지대.

그 중간에 있는 중앙 필드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지역으로 그나마 환경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곳이었다.

생존의 난이도가 가장 낮은 만큼, 중앙 지역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건 바로 전투로 이어졌다.

3가지 지형 중 가장 생존하기 힘든 설원지대에는 확실히 생도의 숫자가 적어서 전투가 일어나는 일이 적었다.

“첫날부터 싸워봐야 손해야.”

실력에 자신 있다면 저쪽에 가서 무쌍을 찍을 수도 있지만,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이 시험의 탈락 조건은 보호막이 깨지는 것.

사람이 많아지면 눈먼 화살을 맞을 확률이 올라간다.

아무리 위력이 약하다 해도, 결국 보호막에 데미지가 축적되기 때문에 중앙지대에서 생존하는 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보급품을 찾아서 다행이지.”

설원용 보급품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아마 밀림 지대에 가서 매복하는 선택을 했을 거다.

두꺼운 새하얀 패딩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 애들은 어디에 있으려나.”

민지와 서아, 다은이와 수아까지 다들 걱정스럽긴 했지만 1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시험이라 그런지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인공던전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클 줄이야.

7일 동안 치르는 시험이기에 빨리 보금자리를 찾는 게 중요했다.

본인이 강하다고 자만하다가 자고 있을 때 기습을 당해서 떨어지면?

“최악이지.”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좋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모조건 순위권안에 들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걷다 보니 두꺼운 털을 가진 예티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털로 덮여 있는 몬스터였다.

보기에는 꽤 징그럽게 생겼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저거 먹을 수 있어?’

[ “예티는 먹을 수 있는 몬스터중 하나 입니다. 징그러운 외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맛이 좋다고 합니다.” ]

나에게는 살아있는 백과사전인 마키나가 있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이렇게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맛이 좋다라. 한번 잡아 볼까?”

저번에 상대했던 설인이 생각나는 외형이었지만, 크기를 비교하면 귀엽게 보였다.

처음 받았던 시험용 무기를 꺼내 들고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달려들었다.

“그릉?!”

바로 뒤에 서기 전까지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예티, 나는 그대로 마력을 일으켜 목을 베었다.

일격에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걸 확인하며, 남아 있는 두명의 예티도 그대로 쓰러트렸다.

깔끔하게 자르긴 했지만, 피가 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몰라서 패딩을 벗은 게 다행이었다.

예티를 쓰러트림과 동시에 팔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에 표시된 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한 마리당 5점, 총 3마리를 쓰러트렸기에 내 점수는 20점이 되었다.

처음 5점은 여기까지 오기 전, 이름 모를 생도를 잡고 올린 점수였다.

“추우니까 빨리해볼까..”

일주일 동안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 법, 사냥을 통해 전리품을 얻는 건 헌터의 기본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단검을 들어 올려 예티들을 도축하기 시작했다.

전부다 도축할 생각은 없었기에 적당한 크기의 고깃덩이를 가죽으로 싸고, 심장 쪽에서 빛을 내는 마력석을 챙겨 들었다.

마력석, 이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보호막은 마력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충격을 받으면 수복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보호막을 수복할 때 필요한 게 이 마력이고, 이걸 수복하기 위해서는 마력석을 이용해야 한다.

이건 마법계열 헌터들도 동일했다. 본인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평가용 보호막은 무조건 마력석을 이용해 수복해야 한다.

이 위에 보호막을 겹쳐서 사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평가용 보호막이 깨지면 보호막이 있어도 무조건 탈락이다.

그래도 겹쳐서 보호막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서, 오히려 마법계열 헌터들의 내구성이 더 높은 편이었다.

‘뭐 환경이 극한이라, 근접계열 헌터한테 유리한 부분이 있으니 그렇게 불합리한 건 아니니까.’

전리품을 챙겨 아까 찾았던 동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거추장스러운걸 들고 싸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 살기?’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살기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오른쪽 뒤쪽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느낌에 바로 몸을 날려 앞으로 굴렀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마력으로 강화된 화살이 내가 있던 자리에 꽂혔다.

힘을 많이 담아서 날렸는지 주변에 있던 눈이 사방으로 날아갈 정도였다.

“…”

매복하고 있던 상대는 당황하지 않고 몸을 숨겼는지 주변을 확인했지만 보이는 게 없었다.

상대방도 꽤 조심스러운 놈인 듯 했다. 화살이 빗나가면 당황할 법도 한데, 공격에 실패한 순간 바로 은신을 선택한 모양이다.

아마 상대방도 나처럼 하얀색 계열의 위장복을 얻은 모양이다. 눈이 햇빛을 반사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뭘 찾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이번에도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 나는 몸을 가볍게 돌려 화살을 피했다.

나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고 씨익 웃었다.

“두 번은 과했지.”

거리는 몰라도 방향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전리품을 내려놓고 곧장 그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달리기 시작하자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들썩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리 가만히 있지, 나는 들썩거렸던 곳을 향해 똑바로 달렸다.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뒤 늦게 공격을 위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지만, 눈앞에서 쏘는 화살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나는 칼로 화살을 쳐내고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 항마 : 활성화 ]

칼끝에서 타오르는 푸른색 불꽃, 활을 쏘던 녀석이 뒤늦게 일어나 자세를 취했지만, 이미 늦었다.

“수고해.”

“아..안돼! 시발 초반부터 떨어지면!!!”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저 멀리 날아갔다.

“아악!!!”

놈이 화를 내려 했으나 놈의 팔찌가 비활성화되었다.

비활성화 된 순간부터 마력의 흐름을 억제하는 모습, 그러더니 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인공던전이다 보니 저런 식으로 운용하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아마 이 팔찌가 생도의 좌표를 알려주겠지.

“탈락하면 저렇게 되는 건가?”

[ 포인트 + 10 ]

아직 초반이라서 그런지 포인트를 쌓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전리품은 얻었네.”

나는 놈이 쓰던 물품 몇 개를 챙겨 다시 은신처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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