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96화 (196/235)

〈 196화 〉 196 험난한 하렘 (3)

* * *

*

생각보다 어제 있었던 일의 영향이 큰 모양이다.

__ 저게 그 김시우지?

__ 우리랑 같은 1학년이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좀 커다란 털북숭이 좀 상대했다고 이렇게 반응이 달라질 줄은 몰랐다.

이전에는 인큐버스 특성으로 변한 외모 때문에 시선이 끌렸다면,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시선이 끌렸다.

솔직히 내가 그놈을 쓰러트린 것도 아니고, 그냥 시선 좀 끌었다고 갑자기 시선이 이렇게 달라질줄은 몰랐다.

__시우다! 시우.. 와 진짜 멋있는 거 같아..

__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니까...

뭔가 존경심이 담긴 눈으로 보는 사람들까지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기분이 이상했다.

영웅이 되기 위해 대한 아카데미에 들어온 사람도 있으니, 내가 용기를 내서 싸운 것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솔직히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마음 놓고 싸웠을 뿐, 마키나 시스템이 없었으면 그렇게 마음을 놓고 나서긴 힘들었을 거다.

인큐버스 특성으로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많이 당황했을 거다.

‘그래도 이 정도 인가..?’

날파리처럼 털북숭이 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폭탄이나 던진 게 끝인데, 너무 과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공격도 제대로 못 해보고 도망만 쳤는데, 이 정도 까지 반응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니면 그놈을 쓰러트린 헌터들이 보통 헌터가 아니다 보니 더 부각되는 걸 수도 있다.

얼굴 한번 보기 힘든 S급 헌터들이 무려 3명이나 나타나서 상대했으니까.

그나마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최태수 헌터를 제외하고는 극히 보기 힘든 최아린 헌터와 사신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압도적이긴 했지. 솔직히 나는 묻힐 줄 알았는데.’

무슨 사람보다 더 큰 낫이 허공에서 춤추는 모습이나, 도시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마법이나 일반적인 헌터는 실현조차 불가능한 경지였다.

마지막은 주먹 한 방에 태양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에 비하면 나는 솔직히 볼품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할아버지가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는…’

제자가 될 생각이 없냐고 할 때부터 내게 관심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내 이름을 언급해 버리다니.

어제 병원에 있어서 몰랐는데 인터넷을 보다가 기사를 보고 알았다.

자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헌터 중 한명이고, 자기 생각에는 차기 S급 헌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던가.

본인의 영향력을 생각해야지,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중 한명이 그렇게 말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김시우 맞지? 어제 전투하는 것 보고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어!”

“어.. 고맙다...”

“앞으로도 기대할게! 이거 먹고 힘내!”

뭔가 발랄해 보이는 여자 생도는 간식거리를 건네주고는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사라졌다.

벌써 몇 명 째지?

나도 사람인지라,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게 썩 나쁘지는 않다고 해야 하나.

아카데미 공식 꼴찌였던 내가 여기까지 변할 거라는 걸 누가 상상했을까.

‘다 마키나 덕분이지. 고마워.’

[ 아닙니다. 모두 시우님이 직접 노력해서 이루신 거지요. ]

‘S급 헌터라… 가능하려나?’

[ 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흠…’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성장에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포인트만 있으면 S급 헌터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재능은 없지만, 세이브 로드 능력만 있으면 무한정 도전할 수 있으니까.

__김시우가 S급 헌터? 나는 인정 못하겠는데.

능력치가 좋아지면서 단점도 생겼다. 뒤에서 하는 이야기가 괜히 잘 들린다고 해야 하나.

__솔직히 김태현 헌터님 능력이잖아. 일부러 띄워 주는 거겠지.

모두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는 없는 법, 저렇게 질투하는 놈들도 있기 마련이다.

저런 녀석이 있든 말든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꼴찌 시절에 너무나 지독하게 받아온 시선이라 그런지 이제는 너무 익숙하니까.

‘자만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지. 아직은 안심할 수 없으니까.’

이번에 나타난 괴물이 한 번도 없었던 돌연변이인 것도 그렇고, 전조 증세도 없이 출연한 것도 그렇고 역시 역천교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놈들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힘든 상황,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서바이벌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야 한다.

[ 시나리오 퀘스트 : 서바이벌 평가! ]

[ 아카데미 하면 빠질 수 없는 필수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

[ 특수한 필드에서 생존 능력을 평가받는 서바이벌 평가에서 상위권을 노려보세요! ]

[ 순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 ]

‘포인트 좀 벌어 볼까.’

정수아도 거의 넘어온 것 같고, 좀 있으면 업적을 클리어할 수 있겠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반으로 향했다.

*

“시우.. 몸은 괜찮아..?”

반으로 들어가자 의외의 인물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문제 없는 거 확인 했잖아. 별로 문제 없어.”

서아가 먼저 말을 걸어 올줄은 몰랐는데, 서아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살짝 달아 올라있는게 보였다.

설마 어제 민지랑 다은이가 오면서 못해서 그런건가?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는 게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잔 것 처럼 보였다.

적당히 서아에게 반응해 주고는 뒤에 있던 민지와 다은이에게 인사하고 자리로 이동했다.

그러다 정수아와 눈을 마주쳤다.

“…”

나와 눈을 마주치자 마자 고개를 휙하고 돌려 버렸다.

이전에 보였던 반응과 비교한다면 독기가 꽤 사라져 있다고 해아 할까. 거의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진도 2장 정도 남았으니까. 본인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김시우, 진짜로 괜찮은 거 맞지?”

자리에 앉으니 민지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니까. 오늘 밤에 확인해 볼래?”

“교..교실에서 뭐라는 거야…”

민지는 그렇게 중얼 거리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평소보다 반응이 약해 보이고, 묘하게 기대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서아도 그렇고 민지까지 신경써야 될거 같다.

뭔가 뒤에서 인기척이 보여서 고개를 돌려보니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다은이가 보였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

“그..그냥 김시우가 쓸데없는 소리 한것 뿐이야..!”

“그렇구나~…”

다은이는 민지와 나를 번갈아 보고는 묘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정수아 때문에 좀 신경을 못 써주긴 했지.

‘페로몬이 이게 문제네…’

밀폐된 병실에서 계속 같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다.

발정을 일으키는 효과는 없지만, 몸이 민감해지면서 조건 반사 같은거라고 해야 할까.

확신하긴 힘들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하기 힘들겠지.

‘필요 없을 때는 꺼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을 때,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민아가 들어왔다.

찰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 눈을 마주 쳤지만, 그동안의 시간이 있기에 민아의 상태를 알아 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의 터지기 직전이라 할 정도로 욕구불만 상태, 아마 어제의 영향인 듯 했다.

민아의 경우는 오랜만인 상황에서 애만 태우다 끝났으니 저러는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흐..음.. 자.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내사항이 있어요…”

진동을 킨것도 아닌데, 민아의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 민아도 피곤해 보이는 게 어제 밤새 날 떠올리다 잠을 못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알린 것 처럼, 민아는 서바이벌 평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인공 던전에서 시험을 치룰 예정.

시험 내용은 간단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에서 생존하며 포인트를 쌓을 것.

만약 시험 기간중에 보호막이 깨진다면 그대로 탈락, 보호막을 유지하며 전투하는 게 시험의 포인트 였다.

“시험에서 포인트를 쌓는 방식은 무언가를 쓰러트리는 거에요. 그게 몬스터가 될수도 있고.. 다른 생도가 될 수도 있죠.”

생도들끼리 전투해 상대방을 쓰러트리면 상대방의 포인트를 뺏을 수 있었다.

일정 시간마다 순위권에 속한 생도의 이름이 공개되기 때문에 강하다고 해서 초반부에 고득점을 취할 경우에는 오히려 표적이 될 수 있었다.

“허가받은 소지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물품도 사용해서는 안 돼요. 간혹 교관의 눈을 피해 식량을 숨겨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실격 처리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민아의 말을 들은 다른 생도가 손을 들어 올렸다.

“네. 거기 생도?”

“그러면 식량은 어떻게 구해야 하나요?”

“던전 안에서 직접 찾아야겠죠? 다른 방법으로는 보급품이 있어요.”

일정 시간마다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담은 박스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당연하게도 보급품을 노리는 사람은 많을 수밖에 없고, 보급품을 얻기 위해서는 전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겠지.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방의 것을 강탈하는 게 있네요. 강탈 역시 허용된답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빼앗아도 상관없어요.”

민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눈빛을 보냈다. 마치 내 정액을 모두 빼앗을 거라는 것처럼 끈적거리는 시선.

나는 괜히 민지의 눈치를 보며 민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

[ 이름 : 강민아 ]

[ 성욕 : 93% ]

수업을 진행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높은 성욕 수치.

과연 A급 헌터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만큼 정신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대로 방치해 두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

빠르게 민아의 성욕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거기 질문 있나요?”

“그럼 탈락하게 되면 포인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교수님?”

“마지막에 가지고 있던 포인트가 성적에 반영될 거예요. 물론 이를 악용하려 하는 생도가 있을 수 있겠죠?”

마지막 포인트가 적용된다면, 잠깐이라도 포인트를 가지기 위해 자폭 공격을 하려는 놈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법.

아니면 팀을 맞춘 녀석들이 서로 쓰러뜨리면서 포인트를 넘겨받을 수도 있다.

“일정 시간 이상 소지하고 있던 포인트만 인정되니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거기다, 상대방을 쓰러트려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 주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저러면 난장판이 되는 걸 막을 장치는 있는 건가.

‘그건 그렇고 시선이 너무 노골적인데…’

나는 책상 밑으로 폰을 내려 금방 해줄 테니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

__지잉.

“잠시만요… 흐음~”

문자를 확인한 민아는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많다고 좋은 게 아닌가…’

민아부터 시작해서 서아, 거기에 민지와 다은이까지.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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