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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93화 (193/235)

〈 193화 〉 193 조금씩 스며드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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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수는 붉은 설인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엄청난 크기에 속도까지 빠른 돌연변이, 저런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헌터가 얼마나 있을까.

저런 몬스터를 상대로 시선을 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걸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 저 거대한 몬스터를 홀로 상대하려 한 김시우의 모습은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헌터로서 일반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거기다 정보도 전혀 없는 돌연변이종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침착하게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웬만한 현역 헌터들의 수준은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실 현역 헌터라 해도,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헌터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참관 수업에서 재능을 확인하긴 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까지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생도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밝은 빛을 내던 보호막은 이제 거의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아까는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던 날개도 점점 초라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괜찮으니 베리어를 거두거라.”

이미 무리를 하고 있는지 피까지 흘리고 있는 상황에 최태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시우보다는 부족할 수 있어도, 이 정도의 베리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둘 다 아직 생도라는 걸 생각한다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모습이 기대되었다.

“허허, 괜찮다니까.”

최태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심되는 듯한 기분에 정수아가 보호막을 유지를 그만두었다.

금방이라도 뒤로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붉은 설인의 발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허공에 멈추었다.

“크오오오오오!!!!”

“허허 녀석 힘이 장사로구나.”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는지 힘을 다 쓴 정수아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옆에 있던 김시우가 그건 붙잡았고,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지아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병을 꺼내 들었다.

“응급처치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가..감사합니다..”

반쯤 김시우의 품에 안겨있었으나 정수아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이지아에게 포션을 받아 마셨다.

발을 내려칠 때마다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음에도 최태수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지아야. 둘을 좀 안전한 곳에 데려다 주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그리 크게 말하지 않았음에도 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건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지아는 정수아와 김시우를 각각 한쪽 팔로 들어 올렸다.

“저기 괜찮은데…”

“사양하지 마시길.”

허공에 검은색 칼처럼 보이는 표식이 번쩍거리더니, 이지아와 두 명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최태수가 목을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허허, 이거 생각보다 더 강한 놈 같구나.”

최태수는 자신이 만들어낸 기막을 계속해서 내려치는 설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단순히 속도만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위력이 만만찮았다.

“크오오오!!!!”

“내구성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구나.”

최태수가 도약하려는 순간, 거대한 낫이 허공을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엄청난 기세로 움직이는 낫이 설인의 발목을 스쳐 지나갔다.

“크..크오오오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붉은 설인이 울부짖었으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두 개의 거대한 낫이 허공을 춤추며 설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설인이라해도 무시할 수 없는 크기에 낫 공격에 주춤거리며 피하려 했으나 두 개의 낫이 절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도망치지 못하게 설인을 공격했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후드를 중심으로 거대한 낫이 흉악한 기세를 뿜어내며 움직이는 모습은 사신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낫이 춤을 출 때마다 대량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몬스터라면 저 공격에 목이 잘려 나갔을 건데, 확실히 가죽이 질기긴 한 듯 자상만 남길 뿐 잘려 나가는 부위는 없었다.

“흠..”

선공의 기회를 빼앗긴 최태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서는 치고받고 싸우고 싶었지만, 도심지에서 저런 거대한 몬스터와 그렇게 싸웠다가는 주변이 남아나질 않을 게 분명했다.

윤승아도 일부러 피해 줄이려고 설인을 한자리에 묶어두고 있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린이가 늦는구나.”

당장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는 느낌을 받는 순간, 허공에서 수십 개의 마법 진과 함께 새로운 이물이 나타났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크로 옷을 입은 여인, 중세 시대에의 귀족이 입을 법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고고 안 기세를 뽐내며 얇디얇은 빗자루 위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하늘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찻잔을 들이켰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윤승아가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왜 이렇게 늦어!! 이 할망구야!”

“버릇이 없는 건 여전하구나.”

무심해 보이는 얼굴을 한 여인의 눈동자에는 마법진처럼 보이는 서클들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이제 힘드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S급 중 한 명인 최아린, 마법의 끝을 보았다고 알려진 헌터 중 한 명이었다.

일반적으로 마법의 범용성이 좋은 건 맞지만, 그만큼 복잡하고도 섬세한 마력 컨트롤 능력이 필요했다.

마법의 위력을 높이거나, 범위를 크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과 동시에 섬세한 마력 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에 규모가 클수록 그 시간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그녀에게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녀의 고유 능력은 다중사고[????] 다른 헌터들이라면 여러 명이 동시에 시전하려 해도 벅찬 마법을 그녀 혼자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그녀의 고유 능력에 의해 마치 컴퓨터가 계산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복잡한 술식과 마력 컨트롤을 동시에 할 수 있었으니까.

“제대로 붙잡고 있으렴.”

“시끄러워!”

최아린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마법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수식들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하더니 그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한 베리어가 만들어졌다.

마치 도시를 보호하는 모습을 한 베리어의 크기를 볼 때, 고작 헌터 한명이 사용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견고함이었다.

“마무리는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말게!”

장벽의 모습을 확인한 최태수가 바닥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마치 허공에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달려오던 최태수의 주먹 끝에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모여 있었다.

윤승아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몬스터.

겉이 튼튼하다면 안을 공격하면 되는 법이었다.

마치 태양처럼 최태수의 주먹이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단순히 빛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청난 양의 마력이 응집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최태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붉은 설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렸다.

*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굉음이 끝나고 곤죽이 되어 쓰러지는 설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S급 헌터들은 다르긴 하네.”

옆에서 태평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겪은 일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옆에 있는 김시우는 아무렇지 않은 걸까.

아까 어떻게 방어했던 건지, 무슨 용기로 거기로 뛰어들었던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을 다 써버린 후유증인지 온몸이 무겁고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까 무서워 보이는 헌터님이 주고 간 포션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 움직이지도 못했겠지.

죽을 뻔했던 경험 때문인지 아직도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힘을 다 써버린 탈력감과 함께 그 거대한 발자국이 눈앞에 아른아른 거렸다.

숨쉬기도 힘든 것 같은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야성미 넘쳐 보이는 얼굴과 동시에 왠지 모르게 연약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이상한 얼굴.

눈,코,입 어디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완벽한 얼굴이었다.

“왜? 뭐 할 말 있어?”

너무 대놓고 보고 있었던 걸까, 내 시선을 느낀 김시우가 고개를 돌렸다.

“… 아무것도 아니야.”

“싱겁긴.”

김시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몬스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무서웠는데,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뛰고 있었는데, 김시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아까 최태수 헌터님이 나타났던 것처럼 보호 받는다는 느낌에 심장이 점점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기밖에 모르는 쓰레기 같은 남자인데, 왜 이렇게 안심하게 되는 걸까.

자신을 협박해서 몸을 겁탈하는 쓰레기 같은 놈일 뿐인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왜 그렇게 계속 봐?”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이건 묻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괴물을 상대하려 한 것인지, 그것 만큼은 알고 싶었다.

“무슨 생각으로 싸운 거야..?”

“뭘?”

“죽을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거냐고!!!”

너무나 무모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렇게 위험했는데 이렇게 태평한 모습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꼬마가 혼자 울고 있었거든.”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진지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부모를 잃어버렸는지 아주 서럽게 울고 있었어.”

“…”

“혼자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너무 잘 아는데.”

“…”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김시우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마른 핏자국과 흘린 땀으로 얼룩지고, 먼지투성이의 볼품없어 보이는 모습.

__두근

볼품없어 보이는 모습인데, 왜 이렇게 달라 보이는 걸까.

“어떻게 외면하겠어?”

__두근 두근

“…”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순간 김시우의 품에 안겨 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때 느낌과 그 따스함까지.

“괜찮아?”

“마..말걸지마!!”

심장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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