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192 조금씩 스며드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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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지원 요청입니다.”
“지원 요청?”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지아를 보고 윤승아가 중얼거렸다.
“시내 쪽에 A 랭크로 추정되는 대형 몬스터가 게이트를 넘어왔습니다.”
“그런 것도 처리를…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넘어온 몬스터가 시내를 파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길드원들을 파견하면 되겠습니까?”
윤승아는 이지아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형 몬스터가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그게 시내에 넘어올 때까지 방치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몬스터가 게이트를 넘어오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형 몬스터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여유시간이 있기에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뭐? 그게 넘어올 때까지 협회는 뭐 하고 있었는데?”
“게이트가 허공에 생겨나자마자 붕괴했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탓에 손쓸 새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도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윤승아는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50M 크기의 초대형 몬스터로 벌써 사상자가 꽤 나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 정도 크기의 몬스터라면 그 피해도 어마어마할 게 분명했다. 바로 장비를 착용했다.
염동 능력으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자신의 몸집보다 3배는 커보이는 거대한 낫을 들어 올렸다. 로브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지, 안쪽이 마치 심연을 보는 것 처럼 검은 색에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장비를 착용하고 허공에 떠있는 그녀의 모습은 사신 그 자체였다.
“지금 상황은?”
“현장에 있던 생도 한명이 몬스터를 유인하며 인명 피해를 줄이고 있습니다.”
“생도가 유인하고 있다고...?”
A 랭크의 초대형 몬스터를 어떻게 생도가 유인한단 말인가.
“네. 푸른색의 마력 때문에 김시우 생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김시우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갑작스럽게 주변에 있던 공기가 내려앉았다. 모든 게 짓눌려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위압이 느껴졌으나, 거기에 익숙해진 이지아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야.”
“전용기를 대기 시켜 놓았습니다.”
“어디냐니까?”
“이쪽입니다.”
이지아가 들고 있던 태블릿 속의 위치를 확인한 윤승아가 중얼거렸다.
“먼저 갈 테니까. 애들 챙겨서 바로 오도록 해.”
__쨍그랑!!!
창문을 박살을 낸 윤승아가 낫을 들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
거대한 주먹의 범위 때문에, 피할 공간이 없었다. 역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 알았으면 미리 피했을 텐데, 그래도 그동안의 전투 경험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오러로 만들어진 기막이 보호막처럼 펼쳐졌다. 두께가 불규칙하긴 했으나, 충격만 줄일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__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려 보니 바닥에 박혀 있었다.
날 중심으로 일어난 크리에이터와 함께 주변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있는 상황, 몸에 묵직한 충격이 느껴지긴 했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버틸 만은 하네...’
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그래도 내구성 스텟을 올려서 그런지 이 정도는 버티긴 하는 모양이다.
‘마력도 엄청나게 빠졌네...’
고작 한번 막는데 이정도 마력이 빠지다니, 몸도 좀 삐걱 거리는 것 같고 여기서 한번 더 공격당하면 솔직히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지 특성이 대자연의 분노였던가...?’
[ 이름 : 강민지 ]
[ 특성 : 대자연의 분노 ]
[ 충격을 받을 경우 데미지가 일부 감소하며 상처를 입을 경우 회복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
[ 히로인 강민지의 특성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회복력과 내구성을 높여주는 민지의 특성을 선택하자 통각이 점점 줄어들기 느낌이 들었으나, 거기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머리 위에 생겨난 커다란 그림자는 아마 놈의 발이 만들어 내는 거겠지.
땅에 박힌 순간부터, 저 무식할 정도로 큰 녀석이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나는 아까부터 모으고 있던 마력을 터트려 서둘러서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발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범위에서 벗어나자마자 강한 진동과 함께 그 충격으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났다.
달리던 중에 꼴사납게 넘어지기 전에 아티팩트를 발동시켰다.
‘돌풍의 축복’
흔들리는 지면을 벗어나 허공에 달리면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쓸만하네, 이게 없었으면 지금쯤 몇 번 더 로드했으려나?’
아티펙트 덕분에 목숨을 몇 번 건지긴 했지만, 놈은 아직 쓰러지지 않은 상황.
당연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그 엄청난 크기 때문인지 풍압이 장난이 아니었다. 분명 놈의 공격을 피했으나 그 주먹과 함께 만들어진 기류에 빨려 들어갈 뻔했다.
한 번만 실수해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투에 있어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역시나 저런 크기 앞에서 압도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크아아아!!!”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몸이 굳을 정도로 떨고 있는 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놈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경종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이 정도면 지원이 도착할만하지 않나?
‘너무 빨라서 그런 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보통 이런 크기면 속도가 느리기 마련인데, 이놈은 비정상적인 속도를 가지고 있는 탓에 섣불리 공격할 수 없을 거다.
공중에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이상, 녀석에게 어그로가 끌리면 그대로 끔 살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마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사라 해도, 이 녀석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은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발 언제 오는 건데!’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크오! 크오! 크오오오!!!”
처음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대량의 마력을 소모해서 그런지 슬슬 부담이 느껴지는 상황, 거기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팔찌의 빛이 점점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다시 주먹을 피하기 위해 도약하려는 순간, 내 발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팔찌를 확인해 보니 빛이 거의 꺼져가기 직전이었다. 지속 시간의 제한이 있는 모양이다.
‘아.. 시발..’
“크아아아아!!!”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내 위로 놈의 주먹이 내려오고 있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내 몸 주변으로 보호막들이 몇 겹이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 내 몸에 몇겹이나 되는 보호막이 생겨났다.
‘그래도 도와주긴 하네..’
온몸의 마력을 끌어 보아 처음처럼 오러로 기막을 만들었다.
__콰지지직!!!
모든 보호막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번쩍거린 느낌에 눈을 떠 보니 처음처럼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 기절에 저항했습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대자연의 분노에 의해 회복력이 향상합니다! ]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대신 문제가 있다면 이제는 마력이 한 줌도 없다고 해야 할까. 처음 공격에 당했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크오오오오!!!!!!!!!!”
놈도 내가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자기 가슴을 치며 위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재수가 없어 보였다.
다 포기하려던 순간,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시우!!!!!!!!”
“정수아가 왜 여깄어?”
그런 의문도 잠시, 거대한 붉은 설인의 발바닥이 서서히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안돼!!!”
비명과도 같은 정수아의 목소리, 눈물을 질질 짜고 있는 정수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표정을 봐서 그런지 나름 감동이라 해야 할까.
죽음에 익숙해 진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지.
‘그래도 저런 표정을 볼 수 있어서 만족이네.’
다음번에는 정수아가 저런 표정을 짓지 않도록 좀 더 조심해서 상대해야 하겠다.
‘…?’
이상함에 눈을 떠 보자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베리어가 생겨나 있었다. 너무나 포근하고 따뜻한 이 익숙한 느낌.
“정수아?”
거대한 베리어가 붉은 설인 의 발을 막아내고 있었다. 거대한 두 힘이 충돌하며 일으키는 스파크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정수아 수준에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닐 건 데, 이상함에 고개를 돌려 보자 등 뒤로 거대한 날개가 뻗어 있는 정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날개가 자라난 게 아니라 마력에 의해서 그런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고귀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 보이는 마력을 사방으로 뻗어 내는 정수아의 모습은 마치.
“천사...?”
과연 S등급 히로인 이라는 걸까, 역시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__쾅!! 쾅!! 쾅!!!
설인은 베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연달아서 발길질하기 시작했다. 그 무지막지한 공격 앞에서도 고귀한 신성 베리어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빛이 조금씩 꺼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억지로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는지 정수아의 두팔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계속 유지하는 건 무리겠지...’
확실히 억지로 베리어를 유지하고 있는지 정수아의 입에서 핏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야! 그만해!!”
“닥쳐!! 무조건 살릴 거니까!!!”
고통스러워하는 정수아를 보며 차라리 로드할까 하려는 순간, 무언가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설마 다른 몬스터라도 나타난 걸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 순간 검은색 로브에 거대한 낫이 허공에 떠 있었다.
“사신..?”
그리고 베리어 안쪽으로 검은색 표식과 함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지아 헌터 님..?”
“이거 늦어서 미안하구나.”
거기다 최태수까지, 국밥보다 더 든든한 존재들이 등장했다. 조금만 더 빨리 오지란 말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주변을 확인했다.
‘이정도면 상황은 끝났네.’
다른 S급 헌터들 까지 모습을 드러낸 상황, 저 새끼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거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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