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 188 조금씩 스며드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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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원하는 건 내 몸뿐이겠지.
생도복을 입고 나갈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 오라는 말은 없었으니 옷 정도는 갈아입고 가도 괜찮겠지.
“안녕하십니까. 수아 아가씨.”
“오랜만이네요.”
아카데미 정문 밖으로 나가자 어머니가 보낸 기사님이 서 있었다.
본래는 방임주의가 강한 부모님이라, 정수아의 삶에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 분들이셨지만, 신광호에게 습격당한 뒤부터는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자기 딸이 죽을 뻔했는데, 걱정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일단은 집으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데리러 오는 기사님, 알고 지낸 지는 꽤 지난 지라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긴 하지만 현역 헌터 만큼은 아니지만, 전투에도 능하고, 운전실력도 뛰어난 분이셨다.
“괜찮으십니까?”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물음표가 떠 있을 법한 표정을 하고 있자, 기사님이 말을 이었다.
“그때 사고 말입니다. 많이 놀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아... 뭐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래도 김시우 생도가 빠르게 도와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
김시우가 그때 오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아가씨?”
“아... 죄송해요. 무슨 말씀하셨죠?”
“죄송합니다. 역시 그때의 일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 이렇게 되면 부모님이 더 걱정하실 게 분명한데,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데.
자꾸만 그때 신광호의 얼굴이 떠올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타는 김시우의 얼굴도.
__두 근…
갑자기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체온이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인데 그 녀석 얼굴만 떠올리면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제가 너무 부주의했군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 정말 괜찮아요! 그냥 앞으로 있을 서바이벌 평가가 걱정돼서 그냥 다른 생각을...”
“그러시군요...”
전혀 내 말을 믿는 듯한 반응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하굣길과 등굣길에 기사님을 보는 기간이 늘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혹시 가시는 곳이 있습니까?”
“네? 네??”
설마 김시우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들킨 걸까, 남자를 만나러 호텔에 간다는 사실을 들켰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가실 곳이 있으신가 해서 말입니다.”
어디에 가는지는 모르는 눈치, 김시우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생각나는 대로 둘러대었다.
“그게... 좀 편한 곳에서 쉬고 싶어서. 오늘은 호텔에서 잘까 해서요.”
“혹시 집이 불편하십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아주 편한데, 그러니까 그냥 기분 전환?”
“기분전환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네. 기분전환…”
전혀 믿어 주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뭐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본가만큼 커다란 건물은 아니고,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아파트였다. 기사님에게는 아래에서 대기해 달라고 하고 혼자서 집에 들어왔다.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가까운 위치에 구한 집, 처음 독립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던 생활을 시작했던 집이었다.
집안에 들어온 정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김시우를 만나면 분명 심한 짓을 당하겠지?
정수아는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아카데미의 실기 훈련 때문인지 조금 땀 냄새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억지로 당하는 입장이지만, 역시 이런 상태로 만나는 건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늦으면 화를 낼지 모르니 서둘러서 화장실로 들어가 몸을 씻는 정수아였다.
옷을 벗자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잡티라고는 하나 없이 뽀얀 살결.
신성 능력 때문인지 아기처럼 부드러운 피부 결 위로 봉긋하게 솟아 있는 가슴에는 귀여운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다.
그 밑으로는 수북하게 자라 있는 음모와 함께 튼실해 보이는 허벅지가 보였다.
왠지 거슬리는 음모들, 정리해야 할지 말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하... 내가 그놈 눈치를 왜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음모 사이로 숨어 있던 좁고 작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핑크빛 속살이 보이는 저 작은 구멍에 그 커다란 게 들어왔던 걸까.
분명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의 느낌이 몸에 남아 있었다.
속 안을 가득 채우는 그 알 수 없는 그때의 느낌.
‘젖었어...’
정수아는 고작 상상만으로 젖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그딴 쓰레기한테…’
정수아는 절대로 김시우에게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허벅지 밑으로 흐르는 끈적거리는 액체를 닦아 내고 서둘러서 밖으로 나왔다.
대충 물기를 닦은 정수아는 속옷을 입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훈련을 위해 스포츠 속옷을 입으려다가 손이 멈칫거렸다.
‘그... 그 녀석이 놀리겠지?’
수수한 스포츠 속옷을 내려놓은 정수아는 화려한 자수가 들어간 속옷을 골라 들었다.
흔히 승부용 속옷으로, 혹시 올지도 모르는 그날을 위해 준비했던 속옷을 처음으로 입는 순간이었다.
‘흥...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렇게 하나둘 선택하다 보니, 어느새 거울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민 자신이 서 있었다.
“이... 이 정도면 놀리지는 못하겠지…”
*
김시우가 있는 층에 다른 방을 잡았다. 기사 아저씨가 내일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의심받을 일이 없겠지.
떨리는 걸음걸이로 방을 나가 호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기도 아니고... 여기... 아...”
1002호, 김시우가 오라고 했던 방의 호실이 눈에 들어왔다. 정수아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김시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순간 철컥 소리와 함께 열리는 방문.
방금 씻었는지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김시우가 서 있었다. 물기에 젖은 머리카락, 가운 사이로 보이는 단단해 보이는 근육들.
“어...”
문이 열리고,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당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렇게 느린가 했더니. 예쁘게 하고 왔네?”
“뭐... 뭐래. 이 정도는 평소에도 하고 다니는 거 몰라?”
신경질적으로 김시우를 노려보았으나, 김시우는 전혀 상관없다는 얼굴로 작게 웃을 뿐이었다.
‘협박이나 하는 쓰레기 주제에... 자신만만하기는...’
일부러 기분 나쁘게 행동해서 김시우를 자극할 생각이었다. 자신만 당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니까.
“계속 서 있을 거야?”
“네가 비켜야 들어가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내가 잘못했네. 들어와.”
혹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딘지 모르게 고품격스러운 향기와 함께, 달큰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쓰레기 주제에 향수를 뿌리면 달래질 거라 생각하는 걸까.
“향수라도 뿌렸어? 왜 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는 모양이지?”
“그래? 한번 확인해 볼래?”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자신을 품에 안아 버렸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지 돌덩이처럼 단단한 몸.
김시우의 몸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기는커녕, 매일 맡고 싶은 정도로 좋은 향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느낌과 모순되게 빠르게 뛰는 심장.
“와... 완전 냄새나 니까 꺼져!!”
사실을 더 맡고 싶었지만, 불쾌하다는 듯 코를 막았다.
강주원이 운동하고 나면 좀 불쾌한 냄새가 나던데, 그러고 보면 김시우는 그렇게 격렬한 전투 후에도 향기가 났던가?
‘무슨 생각 하는 거야!’
그래 김시우는 쓰레기 협박범일 뿐이었다. 그저 운이 좋아 능력을 얻었을 뿐이다.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듯 상관없다는 듯, 김시우가 자기 체취를 깊게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씻고 왔네?”
“벼..변태 새끼가 뭐라는 거야!”
“오늘 하루 동안 잘 부탁해.”
부탁, 그래 이건 계약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김시우의 커다란 손이 갑자기 허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박력 넘치는 움직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모습이 보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침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자기 모든 걸 원하는 맹수처럼 타오르는 김시우의 눈동자, 그 눈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흐으읏...”
거친 눈빛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몸을 쓸어내리는 김시우의 손길.
자기 상태를 살피며 마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라지 않게,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는 김시우의 손, 그러나 착실하게 자기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
“속옷 예쁘네?”
“너... 너 같은 새끼 보라고 입은 거 아니... 후로..”
브래지어 안쪽으로 들어온 김시우의 손가락이 가슴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유룬 주변을 스치듯 지나가며, 가슴을 꽉 쥐는 김시우의 손.
그 손이 어찌나 큰지 자기 가슴은 한 손에 들어갔다.
“하읏…”
절대로 김시우 앞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았는데, 김시우가 만질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가냘픈 소리가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너무 강한데, 어느새 김시우의 손이 아래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음모를 쓸어내리는 손길에 온몸이 오싹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아하..”
협박범에게 강제로 당하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흥분되는 걸까.
“흐으읏.. 흐으응…”
김시우의 굵고 기다란 손가락이 아래쪽으로 들어왔다.
놀라 몸을 떨자 마치 괜찮다는 듯, 아무 일 없을 거라는 표정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내리는 김시우의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안심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입구 쪽부터 자극하던 손가락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이물감에 불쾌한 느낌도 들었으나, 김시우의 얼굴과 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을 느끼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안심되어 버렸다.
“하읏.. 흐으읏.. 하으으읏…”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목소리,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시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거기다 입을 다물면 아래쪽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저게 애액이겠지. 자신이 이렇게 흥분한 걸까?
밀려오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쾌감에 몸에 열기가 확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협박하는 쓰레기 주제에, 이런 태도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잠깐만... 이..이상한 게..”
아래쪽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김시우의 품을 벗어나려 했으나 저 굵은 팔을 벗어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괜찮아. 다 그런 거니까.”
“아응.. 아으으읏.. 흐으읏..”
“괜찮아. 옳지.”
그 달콤한 목소리에, 더 이상 벗어나려는 걸 포기하고 온몸을 맡겨 버렸다. 그러자 점점 격해지는 김시우의 손가락 움직임.
그와 동시에 아래쪽에서 소변과 같은 게 나오기 시작했다.
“하으으으읏!!! 으으응!!!”
허리가 들썩거릴 정도로 강렬한 쾌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옳지. 옳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혹시 절정이라는 걸까?
“수아야.”
“으..응? 응?”
“오늘 밤은 이제 시작인데.”
아,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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