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187 조금씩 스며드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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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수 게이트에 들어 갔을 때에는…”
2학기에 들어서면서 실기 비중이 올라가긴 했지만, 역시 이론 적인 부분을 뺄 수는 없었다.
모르면 맞아야지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헌터의 세계에서는 모르면 목숨이 위험하니까.
나도 세이브 로드 능력이 없었으면 진작에 죽었을 거다. 이런 능력을 얻게 해준 마키나 시스템에게 감사해야 겠지.
[ “아닙니다. 시우님…” ]
‘그래?’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 인지 마키나의 목소리 톤이 달라진게 꽤 채감이 된다.
옛날에는 기계처럼 무뚝뚝 했는데, 요즘은 조금 감정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그러고 보면, 마키나도 신같은 존재 겠지?
이전에 만났던 프레이야가 떠올랐다. 신이라고해서 인간과 완전히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볼 수있었던 것 같은데.
‘마키나도 프레이아 처럼 몸이 인간형태야?’
[“가..갑자기 그건 왜 물어 보시는 거죠?”]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
마키나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 쭈물하는 사이, 옆에 있던 민지가 내 팔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민지가 계속해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고 보니 앞에 있던 교수님이 날 보고 계셨다.
“김시우 생도?”
“예!’
그러고 보니, 오늘 민아한테 일이 있어서 다른 교수님이 대타로 왔었지.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조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얼굴과, 안경, 깐깐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교수였다.
“어떻게 생각하죠?”
앞뒤 말이 다 잘려 있어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정신이 팔린사이에 질문을 한 모양인데, 나는 눈치를 보며 민지를 바라 봤으나.
민지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다..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교수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 지긴 했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좋아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는 특수 던전이 서로 게이트 믹싱 현상이 일으킬 경우, 그 게이트에서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죠?”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는 게이트의 경우는 당연히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거기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게이트 두개가 믹싱 현상을 일으키면, 어떻게 해야할까.
‘둘다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대기 시간이 길어 질수록 교수님의 표정이 안좋아 지는게 눈에 보였다.
[“..일반적으로 보스가 존재하는 게이트의 경우 보스를 잡으면 해결이지만..”]
급할때마다 도움을 주는 마키나 찬스, 나는 마키나의 말을 그대로 따라 대답하기 시작했다.
“특수 던전이 서로 믹싱되었을 때에는, 보스를 잡기 이전에 두 게이트의 교차점을 찾는게 중요합니다. 교차점에서 어떤 게이트가 기본이 되는 게이트 인지 확인하고…”
마키나의 도움으로 교수의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정답입니다. 성적이 좋은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수업 시간에 집중해 주면 좋겠군요.”
“죄송합니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흠잡을때 없는 정확한 대답이라서 그런지 더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역시 마키나가 최고다.’
[“…”]
“수업에 집중 안하고.. 무슨 생각을 해?”
옆에 있는 민지가 날카로운 얼굴로 이쪽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냥 이것 저것..”
“…집중이나 해 멍청아..”
“알았어.”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자 민지도 다시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너도 프레이야 처럼 형상이 있어?’
[“시우님 시스템이 복구되어 다음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응?’
[ 시나리오 퀘스트 : 서바이벌 평가에서 살아남기. ]
[ 대한 아카데미의 시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험은 역시 서바이벌 평가입니다.
혹독한 환경속에서 생도들과 경쟁하며 높은 순위권을 차지하세요!
순위권에 따라 보상이 지급됩니다! ]
그러고 보니까 이제 일주일 남았던가. 인공 던전에 들어가 말 그대로 정해진 기간동안 살아남는 시험이었다.
전원에게는 생명의 표식이 주어지는데, 서로 전투를 통해서 표식을 강탈하는게 가능했다.
일종의 무력 충돌을 통해 가장 많은 표식을 소지한체 마지막 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방법으로도 표식을 얻을 수 있지만, 역시 사람에게 빼앗는게 가장 확실하다고 해야하나.
아카데미 시험중 가장 많은 부상자가 나오는 평가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누구와 팀을 짜든 상관하지 않았던가.?’
팀을 짜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고, 팀원이 많아 질 수록 표식 문제로 싸울 수 밖에 없으니 딱히 제제를 주지는 않았다.
우리 애들하고 팀을 짜면, 그냥 무적 아닌가?
나는 졸고 있는 서아를 힐끔 쳐다 보았고, 그러다 정수아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정수아.
본인은 안 그런 척 하고 있어도 꽤나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지?
*
무더웠던 여름이 끝이 나고 있어서 일까, 이제는 예전 처럼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는 아니었다.
관리는 해주고 있긴 하지만, 아카데미 내부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모든 곳을 관리하기는 힘든법.
무성하게 풀이 자라나 있는 곳, 붉은 머리의 소녀가 서 있었다.
“갑자기 여기는 왜 오라고 한거야?”
정수아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에 자신을 불러낸 강주원을 보며 말을 걸었다.
“음..”
강주원은 자신 앞에서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풀이 죽어 있더니, 이제는 기운을 차린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수아야.”
그저 이름을 부를 뿐인데, 평소와는 다른 듯한 느낌.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지도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
“갑자기 왜그래?”
“옛날에는 다 같이 많이 놀려다녔 던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진지한 분위기, 강주원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며 천천히 정수아에게 다가 왔다.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세 자신 앞에 서 있었다.
능숙해 보이는 움직임으로 정수아의 손을 잡은 강주원.
“있잖아. 그동안 함께 하면서 나는 너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야기 하며 점점 강주원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 왔다.
“그래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혹시 나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강주원이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항상 다은이의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었기에,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상상을 했던 때도 있었다.
분명 자신이 그렇게 꿈에 그리던 일인데, 어딘지 모르게 찝찝했다.
강주원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할 때부터, 자신의 손을 잡았을때, 그리고 잘생긴 얼굴이 다가왔을 때.
분명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분명 두근 거리고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김시우와 함께 있었을 때는 이것보다 더 빠르고, 힘차게 뛰었던 것 같은데.
‘그..그건 약 때문이니까.’
누구를 만나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좋아..”
강주원이 웃으며 정수아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능숙한 움직임으로 허리를 감고는 곧장 입맞춤을 할 것 처럼 다가 오기 시작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과, 손길에 정수아는 당황하고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들려오는 김시우의 목소리.
[ “네 몸은 내꺼다. 다른 새끼가 만지면 알지?”]
지금 자신의 몸을 만질 수 있는 건 김시우 뿐이었다.
정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강주원을 있는 힘껏 밀어 냈다.
“…”
너무나 완강한 거부 반응에 강주원이 표정 관리를 못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뭐!! 뭐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린 정수아. 그 앞에 있던 강주원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아주 잠깐의 찰나 순간 이었으나, 그 모습이 정수아의 눈에 들어왔다.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강주원.
“미안해. 내가 너무 급했지?”
“어..응.. 그게 나도 놀라서.”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 그래도 그렇게 대답해줘서 고마워.”
분명 그토록 바라던 강주원의 미소인데, 왜 이렇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정수아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자신의 몸은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자신의 마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나는… 주원이를 좋아했으니까.’
그렇게 다짐한 정수아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가자..”
*
아카데미 수업이 끝난 후, 정수아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라고 해도 굴욕적으로 보인다고 하던데, 상대방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뭐라고?”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듯한 목소리, 무겁게 내려 낮은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다.
화가난 목소리도 감미롭게 들리긴 했으나, 겨우 이런 겁박에 굴복할 자신이 아니었다.
“주..주원이랑 사귀기로 했으니까.. 알아두라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김시우가 자신을 품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는 우왁스러운 팔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그 손길이 어찌나 거친지 자신도 모르게 가냘픈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흐읏..”
마치 자신의 몸이 자기 소유물이라도 되는 것 같은 움직임 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김시우의 것이 맞았으니까.
“내가 한 말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것을 원하는 표정, 분명 역겨워야 정상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걸까.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겨우 겨우 대답했다.
“화..확실히 지켰어.”
코끝을 자극하는 수컷의 향기, 김시우의 체취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잘했어.”
__두근. 두근.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쓰레기의 칭찬일 뿐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 걸까.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을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야 정상인데, 왜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도, 그건 좀 괘씸하네. 따라와.”
“어? 자..잠깐 다른 사람들이 보 잖아!”
안그래도 유명한 김시우의 품에 안겨 있는걸 다른 사람들이 본다?
그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뻔했다.
“그럼, 장소 보낼태니까 거기로 와.”
“어..?”
“부탁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게 대답한 김시우가 사라지고 난 뒤, 김시우 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시우가 의 문자를 확인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놀라버렸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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