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86화 (186/235)

〈 186화 〉 186 조금씩 스며드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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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김시우야?” ]

[ “풉.. 아직도 각성을 못 했다면서?” ]

[ “저런 놈이 어떻게 대한 아카데미에 들어 왔는지 모르겠네.” ]

[ “뭐 어차피 나중에는 짐꾼이나 하고 있겠지.” ]

깔보는 듯한 눈빛, 모두가 날 보며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나쁜 듯한 시선들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버렸다. 과거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저런 놈들 때문에 아카데미 수준이 내려간다니까~”]

[“맞아! 맞아!”]

대한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게 잘풀릴 거로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지.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게 꿈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보통 일어나기 직전에 꿈에 대해 자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곧 눈을 뜨지 않을까.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라 앉았던 의식이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려 하며 습관처럼 옆에 손을 뻗었으나 애꾿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

본래 있어야 할 게 없어서 일까, 나도 모르게 허전함이 밀려왔다.

눈을 비비며 눈을 떴더니 옆에 있어야 할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본인의 재취는 그렇게 잔뜩 남겨 놓고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꽉 끌어 안은 이불에 남아 있는 온기로 허전함을 달래 보았다.

달그락거리는가 계속 들려오는 걸 보면, 아마 부엌에 있는 게 아닐까.

본인도 피곤할 텐데 일찍 일어나서 챙겨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같이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네, 그때 꿈을 꾸는 건.”

마키나템을 각성하고 부터는 고민 없었던 것 같은데,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찹찹했다.

이럴 때는 말랑하면서 푹신한푹신한 걸 만지면서 힐링하는 게 최고 인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아카데미에 등교하기 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나는 잠이라도 깰 겸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커튼을 걷었다.

아직은 해가 떠오를 시간은 아닌 모양이다.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지고 있긴 하지만,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 참 빠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해가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가을이 다가왔다는 게 체감되었다.

아까의 꿈 때문일까, 괜히 감성적으로 변환 느낌이다.

[ 오버 클럭의으로 신체 능력이 20% 감소 감소합니다. ]

어제 그렇게나 했는데, 아직도 부족한가. 신체 능력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허리를 좀 더 놀려야 하는 모양이다.

‘정수아는 어떻게 하지.’

호감도가 50을 넘으면서 정수아 역시 히로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었다.

두번째 S등급 히로인.

[ 업적 달성 : S급 히로인 수집자. ]

[ 조건 : 두 명 이상의 S급 히로인과 성관계를 하기 ]

[ 보상 : 운명 포인트 400P ]

[ 업적 달성 : 절대 무적 아다 폭격기 ]

[ 조건 : 4명 이상의 히로인의 처음을 가져오기, 단 A등급 이상의 히로인만 해당합니다. ]

[ 보상 : 운명 포인트 400P ]

신광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라 그런지 조금 거칠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뭐 괘씸한 건 괘씸한 거지, 거기다 호감도 60이면 솔직히 본인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가까이 올때까지 모르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나?

“뭐야 나 때문에 깼어?”

앞치마를 한 민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이른 시간에 눈을 뜬 내 모습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야 왜 이렇게 땀을 흘렸어? 더우면 말을 했어야지.”

“그런 건 아니고…”

악몽 때문이라고 하면 뭐라 하지 않으려나. 민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수건을 가져와 내 땀을 닦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성스러운 손길에 황송할 지경이다.

신광호와 싸울 때 자신에게 말을 안 했다고 화를 냈었지.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니 대충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과보호하는 느낌이다.

뭐 솔직히 나쁜 느낌은 아닌데,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민지의 얼굴은 완벽했다.

화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 순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날카로운 건 변하지 않긴 하지만, 화장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이 더 순해 보였다.

뭐, 화장을 안 해도 그냥 예쁘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그냥 예뻐서.”

“뭐... 뭐라는 거야! 아침 차렸으니까 먹기나 해...” 그렇게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방을 나가려는 민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민지의 몸, 이게 힐링이지.

앞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보니 부드러운 살덩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근육과 지방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부드러운 살덩이, 그래 이 느낌이지.

“머..멍충아! 아..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만지기 화난 표정으로 벗어나려 했으나, 크게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목덜미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민지의 체취를 맡으며 말랑거리는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금방 우울했던 감정이 날아가는 것 같다.

“어... 언제까지 만질 거야!!”

“조금만 더 만지면 안 돼?”

너무 노골적으로 만진 것 때문인지 민지가 살짝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저렇게 보여도 결국은 부탁은 다 들어 주니까.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와 다시 부탁했다.

“어... 어제 그렇게 해놓고는… 그리고 아침 다 식거든!”

“조그만...” “... 조그만 이야...” 못 이기는 척 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근심이 다 날아가는 기분이다.

뭐 결국 아침이 다 식어버려서 민지에게 혼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후우…’

그때 정수아의 품에 안겨서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 큰 성인이 친구의 품에 안겨서 울다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까.

강주원은 얼마 전 들려온 소식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좀 빛이 보이네.’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면서 집안이 기울었을 때, 그때만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했는데.

드디어 인생에도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강주원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최근 스트레스로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짙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긴 했지만, 어떠하리.

‘사기꾼 새끼를 잡았다고 했지?’

아버지의 회사 자급을 모두 들고 튀었던 사기꾼을 드디어 붙잡았다.

이미 자금의 절반 정도는 세탁이 끝나 추적이 불가능하지만, 절반이라도 남은 게 어딘가.

사기꾼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에서 절반이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거다.

여전히 큰 금액이긴 하지만, 거기서 반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순위권도 높고, 빛도 반으로 줄었으니까... 이 정도면 다시 일어날 수 있겠지?’

거울 앞에서 남성용으로 나온 화장품들을 찍어 바르기 시작하니 거친 피부결과 다크서클이 가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2학년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다.

김시우에게 묻혀서 그렇지, 강주원도 착실하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실력을 알아본 대형 길드에서 좋은 제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1학년이다 보니 대놓고 제의가 들어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만 간다면 다시 일상을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각 같은 자기 얼굴을 몇 번 감상한 강주원에 대한 아카데미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똑같은 등굣길인데, 오늘은 왠지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오늘따라 보이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__저기 봐봐! 강주원이야!

__와 진짜 잘 생기기는 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여자들의 반응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여자애들의 위치를 생각해 알맞은 각도로 고개를 돌리고는 여심을 자극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__방금 우리 보고 웃은 거야?!

—­와... 진짜 미쳤다... 내 심장... 그래 역시 이런 반응이지, 조금만 웃어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자애들을 보며 자신감을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__나는 역시 김시우가 더 잘생긴 거 같아.

__둘 다 잘생기지 않았어?

__시우도 잘생기긴 했지.

김시우의 이름이 들려와서일까,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전에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던 놈이었는데.

최근부터 자기 라이벌로 떠오르더니, 이제는 자신의 앞으로 치고 나가 버렸다.

검술 수업 시간에 김시우와 대련에서 패배했던 그 순간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았다.

‘거기다 다은이까지... 그 새끼랑 친해 보이던데...’ 솔직히 자신이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하지 않나?

다 집안 문제 때문에 조금 밀어냈을 뿐인데, 어느새 김시우의 옆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저렇게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놈이 뭐가 좋다는 걸까.

“주원아 안녕~ 어제는 잘 들어갔어?”

“아 미정아. 어제 챙겨줘서 고마웠어.”

“헤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혹시 필요하면 또 말해!”

“응 고마워.”

“응. 그래 안녕~”

언제나처럼 말을 걸어오는 여자애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며 A반으로 들어가자, 김시우 주변에 모여있는 여자애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한때 감정을 가졌던 강민지, 이다은 그리고 정수아까지.

‘수아가 저 새끼랑 왜 같이 있지?’

최근에 B급 현상 수배범을 잡았다고 떠들썩하던데, 그 정도는 자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말을 걸어오는 여자애들을 적당히 상대하며 자기 소꿉친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수아야 다은아 안녕?”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둘에게 인사를 건네자 둘 다 내 인사에 반응해 주었다.

중간에 김시우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무심한 표정에 열등감이 밀려왔다.

‘내가... 열등감을 느낀다고?’

고작 김시우 같은 놈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좀 늦었네?”

자신의 자리 옆으로 다가온 정수아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 사람이 없어서 저기에 있었던 거겠지.

붉은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조금은 사나워 보이긴 하지만, 예쁜 얼굴.

키가 작지만, 비율은 완벽해서 그렇게 단점은 아니었다. 위쪽이 빈약한 게 조금 흠이긴 하지만, 아래쪽은 나름 괜찮기도 하고.

전형적인 슬랜더형 몸매라고 할까. 수아 정도면 아카데미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상위권에 속한다.

그래 수아 정도면 나쁘지 않지. 오히려 상급에 속하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좋은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다은은 상관없다. 정수아만 있으면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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