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185 정수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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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 위크, 대한 아카데미 생도들만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인기 글 목록에는 유명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생도들에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오곤 한다.
남자 생도 중에서 게시글 지분율이 높은 생도를 뽑자면, 김시우가 압도적이었다.
김시우의 성장 속도를 본 사람들은 제2의 김태환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있기도 하고, 거기에 더불어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김시우에 대한 게시글 중 가장 위쪽에 조회 수가 높은 게시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 속보! 김시우가 또 일냄 ㅋㅋ ]
신광호를 쓰러트렸던 일이 뉴스 기사가 공개되면서 생도들 사이에서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B급 현상 수배범을 1학년 생도가 잡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 슈퍼 루키 김시우 B급 현상 수배범을 잡다. ]
현터 협회에서 보상금과 함께 상장을 받는 김시우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 우리 시우~ 얼굴 진짜 미쳤다~ ]
[ 와.. 벌써 B급을 잡으면 어떻게 해~ >< ]
[ 얼마나 더 잘생겨 지는 거야~~ ]
[ 아.. 누나 심장 터질거 같아요~~ ]
속칭 시우단들 들이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외모에 대해 찬양하는 글이었는데, 아무리 김시우가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외모였으니 더 그럴 수밖에.
얼굴도 잘생겼는데, 능력도 뛰어나다?
거기다 커뮤니티에 지속해서 언급되는 탓에, 커뮤니티 이용자라면 김시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많은 여자 생도들이 시우단이 되었다.
게시글 아래에 있는 항마 능력을 사용하는 사진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심장을 뛰게 만드니까.
‘왜 이러지….’
정수아는 김시우의 얼굴을 본 순간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했다.
조각 같은 얼굴과 몸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하지만 팬이 있으면 안티팬이 있는 법, 각성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외부에서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현실에서는 주변 시선 때문에 직접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여기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었다.
게시글의 댓글을 확인하던 정수아는 거슬리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다 추천도 많이 받은 댓글이었다.
[ 보니까 옛날에 현상금 걸린 놈이던데, 나이도 먹었고 사실 별 볼 일 없는 새끼 인 거 아님? ]
ㄴ [ 솔직히 요즘 아카데미에서 김시우 과도하게 밀어주는 거 같음 ㅋㅋ 진짜 별것도 아닌 놈 잡았다고 개 띄워 주네 ]
ㄴ[ 김태환 능력 얻었으면 저 정도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님? ㅋㅋㅋ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절대로 신광호는 B급 범죄자가 아니었다. 그런 속도와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게 고작 B급이라고?
전투를 지켜본 입장에서는 절대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A급 범죄자를 잡고도 B급 범죄자를 쓰러트린 게 된 상황에서 따지려 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 드렸는데.
그것마저도 깎아내리는 댓글들을 보고 있으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분노에 쌓인 정수아가 키패드를 누르는 사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야 뭐해?”
“어?! 어….”
정수아는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폰 화면을 꺼버렸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날 이후로 태도가 달라진 강주원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에게 호감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강주원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꼬았다.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응?”
“그러면…”
자신 앞에서 떠들고 있는 강주원 뒤로 김시우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자신을 훑어보는 듯한 끈적한 시선을 보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신광호를 쓰러트린 그날이었다.
약에 취해 김시우를 덮친 후, 김시우에게 주원이에게는 말하지 말하달라 부탁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싸늘한 눈빛이었다.
[ “싫은데?” ]
[ “어…?” ]
뭔가 기분 나쁜 듯한 김시우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던 것 같다. 자신도 피해자인데.
자신에게 있어서 처음이었고, 첫 키스였다.
[ “너 무슨 말을 그렇게…” ]
[ “솔직히 괘씸하잖아. 나는 너 때문에 목숨 걸고 싸웠는데, 거기다 네가 먼저 덮쳐 놓고는 인제 와서 그러는 거야?”]
김시우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워준 것도 맞았고, 거부하는 김시우를 힘으로 밀어붙인 것도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약을 먹은 게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도와준 건 고맙지만 이건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건 그놈들이 이상한 걸 먹여서 그랬을 뿐이야!” ]
[“진짜 그것뿐이었어?”]
그래 모든 게 약 때문이었다.
자신은 김시우 같은 남자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약 때문이었을까?
머릿속이 복잡했으나, 밀려오는 감정에 소리치듯 대답했다.
[“너…. 너 같은 놈한테 전혀 관심 없어!! 그냥 사고였을 뿐이야!!”]
[“하…. 짜증 나네?”]
김시우의 표정이 화난 것처럼 일그러졌다. 경멸하는 듯한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아려왔다.
전혀 감정이 없을 텐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화가 난 듯한 김시우가 자신의 스마트 폰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는 자신의 사진이 화면에 떠 있었다.
[“뭐…. 뭐야! 당장 지워!!”]
신광호가 억지로 찍었던 사진들이 김시우의 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아까 선물을 준다더니 김시우에게 사진을 전송했던 모양이다.
김시우에게 손에서 핸드폰을 뺏으려 했으나 키 차이 때문인지 손이 전혀 닿지 않았다.
아까는 자신의 힘으로 밀어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미동도 하지 않는 김시우.
지금 당장 김시우에게 폰을 빼앗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나도 누구 덕분에 회복해서 말이야.”]
김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쪽 손으로 뺨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신광호가 쓰다듬을 때는 벌레가 온몸을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김시우가 쓰다듬으니 이상하게 몸이 간질거렸다.
아직도 약효가 남아 있는 걸까.
[ “솔직히 이렇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누구 때문에 말이야.”]
{“…”]
[“이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건 수아 너도 싫겠지?”]
[“쓰…. 쓰레기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김시우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의 눈물을 핥아 먹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미친 새끼야!”]
[“나도 다른 새끼들한테 보여줄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부탁을 하나 들어줄 때마다 사진 한 장을 지울게.”]
달콤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펴졌다. 말도 안 되는 요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믿음이 가는 목소리.
김시우의 손이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헐떡이던 모습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그때의 그 쾌감들.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 생각은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김시우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꽈악 쥐었다.
그 탓에 안쪽에 있던 체액이 주룩 흘러내렸다.
‘쓰레기 같은 새끼…. 어차피 내 몸을 원하는 거겠지….’
[“하듯….”]
[“어떻게 할 거야?”]
정수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 사진들이 만약 인터넷에 공개된다면?
‘그건 절대로 안 돼!’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김시우가 자신에게 원하는 건 어차피 몸뿐이겠지.
이미 처음을 김시우에게 줘 버린 상황, 여기서 몸을 좀 더 섞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차라리 몸을 내어주고, 확실하게 조건을 제시하는 게 좋아 보였다.
[“아…. 알았어…. 그러면 나랑 마나 계약을 해!”]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김시우가 사진을 삭제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른 곳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협박하면 그녀로서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나 계약을 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었다.
여기에 조건들을 추가한다면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부탁만 들어주면 된다.
[“알았어.”]
여기서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아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킬 생각이 없다는 게 거짓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 대답과 동시에 김시우의 손이 몸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대신에 계약 기간 동안 네 몸은 내꺼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걸을 원하는 듯한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다른 새끼가 만지면 알지?”]
{“알았어….”]
그렇게 김시우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아야? 수아야?”
누군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강주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혹시 그때 일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양호실에 데려다줄까?”
“아….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잠깐….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러니까 이번 주말에 혹시 놀이동산에 가지 않을래? 내가…”
__우웅.
“잠깐만…”
진동음에 폰을 확인해 보니 익숙한 3글자 이름이 보였다.
‘김시우…’
고개를 돌려 김시우를 확인해 보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미..미안 주원아 나 이번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저…. 저번 주에 잡은 약속이라 아무래도 힘들겠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풀이 죽은 강주원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계약만 아니었다면 저런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은 김시우의 말을 따를 수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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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많은 새끼가 어디 다은이를 노려.’
나는 거부하는 정수아를 확인하고는 민지와 대화하는 다은이의 모습을 구경했다. 중간중간 내 의견을 묻긴 했지만 나는 그냥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래도 신광호 새끼가 도움이 되긴 하네.’
정수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강주원의 태도를 보고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좀 찝찝하긴 하지만, 솔직히 정수아 잘못도 있지 않은가.
목숨을 걸고 구해줬더니, 강주원부터 찾는 모습을 보면 화를 내도 합법이었다.
‘거기다. 본인도 싫은 눈치는 아니고.’
정수아 본인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협박에도 정수아의 호감도는 고작 2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 이름 : 정수아 ]
[ 호감도 : 60 ]
본인은 인정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호감도는 정직하니까.
강주원이 정수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강주원은 모르겠지. 정수아의 첫 키스를, 처음을 가져간 상대가 누군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내 손에 들어온 걸 절대로 남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깨닫게 하면 그만이야. 본인이 누구의 여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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