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181 정수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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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 설마 세이브 로드 능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건가?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치고는 반응이 약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읽을 수 없는 건가?
‘지금 공격한다.’
내 생각에 반응하듯 놈이 움찔거렸다. 어떻게 공격할지 정하지 않은 탓에 살짝 경직된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생각을 읽을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읽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 처음에는 놈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몰랐기에 당했을 뿐이다.
승부수를 던진 걸 상대방이 알고 있었기에 당했을 뿐,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하…. 시발 고작 생도 새끼가….”
얕잡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놈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도끼날에 맺힌 마력이 위협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저 도끼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왔을까.
시선을 뒤로하자, 쓰러진 의자에 묶여 애처로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정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 보이는 사나운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울음을 터트린 얼굴을 보고 있으니 신광호 새끼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는 것 같다.
“왜 화났어?”
“…”
딱히 대화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 어차피 신광호 새끼만 쓰러트리면 끝나는 상황이다.
지금 내가 밀리는 이유는 능력치의 차이 때문이다. 1대 1 승부만으로 모든 게 끝나는 상황일 때는 역시 그 스킬이 좋겠지.
[ 오버 클럭 : 활성화. ]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심장이 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혈류에 맞춰 마력의 회전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감각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예민하게 변한 신경 때문인지, 공장의 냄새와 온도, 먼지 가득한 주위 환경이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뭐야? 도핑이라도 했어?”
몸 안을 빠르게 회전하는 마력을 놈도 느낀 걸까, 장난스러웠던 표정이 점점 진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놈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고작 한발을 디뎠을 뿐인데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나는 놈의 위치를 확인하며 검을 휘둘렀다.
__콰앙!!
놈이 도끼를 들어내 공격을 막아냈다.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으나 아까와는 차이가 있었다.
‘아까보다는 버틸 만하다.’
[ 엘레넨 제국 비전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놈의 능력치를 넘은 건 아니지만, 이 정도 차이라면 충분히 할만했다. 거기에 비전 검술까지 더해지자 조금씩 우선권이 조금씩 이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쉽게 정수아를 구할 수 있으려나.’
잠깐 방심한 사이 마력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따끔거리는 느낌을 참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자 고유 영역을 전개한 모양이다. 나도 뒤늦게 받아치긴 했지만, 숙련도 쪽에서 밀리는 건 나였다.
“한눈팔 여유가 있나!!”
__쾅!! 쾅!!
몸을 숙여 도끼를 피했음에도, 뒤쪽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몸을 비틀어 피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등 뒤에 자상이 하나 생겨났다.
[ 고유 영역 : 활성화 ]
나도 마력을 움직여 공격을 해보긴 했지만, 신광호는 내 공격을 너무나 쉽게 피했다.
그나마 처음 보는 검술에 당황했을 때 승부를 봤어야 했는데,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보니 어디를 공격할지 다 알고 있어서 그런가? 결국, 이렇게 돼버리는 모양이다.
어디를 공격할지 다 알고 있으니, 그 부분만 방어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전투가 계속 될수록 작고 큰 상처들이 늘어나는 대 반해, 신광호는 조금 지친것만 빼면 멀쩡해 보였다.
신광호가 시간을 끌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게 문제였다.
오버 클럭이 반동 때문인지 마력 회로와 심장에 무리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상황이 불리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패배가 확실히 되는 상황, 지금 상황을 유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신광호가 휘두르는 도끼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였다.
“미친 새끼가?!”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신광호의 공격을 무시하고 반대쪽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이미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와중이라 그런지 신광호의 반응이 늦었다.
__콰지직!!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뼈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가슴 부위에 도끼가 박혔고, 신광호는 오른쪽 팔에 치명상을 입었다.
동귀어진할 생각으로 움직였는데, 내 생각을 읽고 반응하긴 반응한 모양이다.
공격하는 도중이라 대응이 느려서 당하긴 했지만, 내가 더 치명상을 입었다.
“하아…. 시발 이런 또라이 새끼는 또 오랜만에 보내?”
갈비뼈 몇 개가 나간 걸까, 숨 쉬는 게 좀 힘든 기분이 들었다. 신광호는 덜렁거리는 팔을 붙잡고 날 노려보았다.
“개 정신병자 새끼…. 크크크큭!!! 그런 점은 마음에 드네??”
“너 같은 새끼한테 인정받아도 전혀 쓸모 없는데.”
“키키킥 뒤질 새끼가 입만 살았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방금 능력으로 알아낸 게 있었다.
신광호의 능력도 한계가 있었다. 생각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까 공격에 반응이 늦어졌겠지.
‘그렇다면…’
*
김시우, 다은이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걸 이용해서 접근한 녀석.
처음에는 그다지 감정이 없었으나, 김시우가 나타나고부터 3명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사이이기에, 강주원의 입장도 이다은의 입장도 모두 알고 있었다.
다은이가 강주원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강주원은 집안 사정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강주원을 도와주지도, 다은이를 도와주지 않았다.
자신 역시 강주원에게 마음이 있었고, 다은이는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그렇기에 강주원에 대한 마음을 접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왔다. 둘 사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감정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둘 사이에 김시우가 등장했다. 전투 능력 최하위에 있었던 김시우는 능력을 각성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성장세와 함께 하루가 변하는 외모. 자꾸만 눈길이 갈 정도로 매력적인 얼굴 탓인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뛰어난 외모와 실력 때문일까, 매번 강주원과 함께 이름이 오르기 시작했다.
강주원의 맞수로, 강주원과 항상 비교되는 대상.
처음에는 강주원이 더 우세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은 김시우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실제로 실력이 뛰어난 건 김시우 쪽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강주원의 모습을 계속 지켜봐서일까.
김시우에게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감정이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재수 없는 놈…’
그럼 감정 때문인지 자꾸만 김시우에게 시선이 가기도 했다.
매일 매일 달라지는 모습과 실력, 얼굴값을 한다고 해야 할까.
남자하고는 한마디에 말도 섞지 않는 강민지와 매일같이 다니더니, 어느 날은 윤서아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 두 명 사이에 있는 미묘한 기류가 어느 정도 보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직접 본 게 아니기에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워 보였다.
거기서 끝이 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놈은 다은이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점점 변하는 다은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김시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미 두 명이나 있으면서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워하던 대상인데. 지금은 간절히 보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만약 김시우가 오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다은이는?
그런 생각이 들수록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살고 싶다는 감정과 죄책감, 증오, 구해주면 좋겠다는 감정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이년 반응을 보니까. 효과는 확실할 거 같은데?”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걸 강민지와 이다은에게 먹이면?”
놈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역겨운 감정이 일어났다. 당장 속에 있는걸 게워내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신광호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는 강민지와 다은이를 찾는 모습에 수치심도 일어났다.
자신이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
아까 먹은 약 때문인지, 점점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 때문에 숨을 거칠게 쉴 수밖에 없었다.
“이년 표정 좀 봐라. 시발 못 참을 거 같은데?”
놈이 역겨운 표정으로 웃더니 얼굴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몸에 거미가 지나가는 것처럼 역겨운데, 몸이 자꾸만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흐흐흐? 왜 그렇게 싫어?”
점점 내려가는 놈의 손을 거부하며 최대한 몸을 비틀었으나, 묶여 있는 상태에서는 움직이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
서러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 사람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미워했던 인물인데, 지금은 너무나 보고 싶었다.
‘김시우..! 김시우!!!’
__끼이익…
“왜 이렇게 늦었어? 하마터면 이년한테 낭비할 뻔했잖아~”
신광호의 손이 떨어져 나가고, 문이 열린 곳을 바라보니 아까부터 간절하게 찾았던 주인공이 서있었다.
차가워 보이는 무심한 눈동자는 칼날처럼 예리해 보였으며, 그 속에는 분노가 잠들어 있었다.
“정수아 건드리지 마! 이 새끼야!”
‘나 때문에.. 화를 내는 거야?’
자신은 그렇게 차갑게 대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달려 와준 김시우. 거기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를 내고 있었다.
신광호는 그런 김시우를 보며 비웃듯 중얼거렸다.
“아주 정의의 사도가 납시셨네?”
‘아…’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신광호가 서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진하고 강대한 마력. 자신을 비웃듯 거대한 마력이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절대로 생도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김시우가 당하면 다은이까지 위험해진다.
도망쳐, 이쪽으로 오지 마. 김시우.
“읍!! 읍!!!”
김시우는 신광호의 실력을 모르는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
김시우의 뒤를 노리고 있는 양대호의 모습.
‘위험해!!’
“읍!! 읍!!!”
양대호가 달려들었고. 당연히 김시우가 당할 거라 예상한 정수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__쿵!
‘…?’
김시우가 당했다면, 그 남자 성격에 아무 말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자, 김시우는 그 자리에 멀쩡하게 서 있었다.
쓰러져 있는 양대호.
"..."
심장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