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 173 히든 던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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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녀석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왔을 때는 잠시 일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주변 풍경이 들려왔다.
“공격!!”
걸쭉해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시아가 돌아왔을 때는 갑자기 우리를 향해서 그물이 날아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일반적인 그물과는 달라 보이는 재질로 되어 있었다.
뒤에서는 민지와 다은이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나, 나는 멈추지 않고 팔찌로 변한 블루 스타 블레이드를 검으로 변화시켰다.
잠깐 번쩍하더니 금방 검으로 변했다. 생각보다 변신속도가 빨랐다.
매끄러운 느낌이 드는 검의 손잡이를 잡고, 마력 심장에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푸른빛 검신을 타고 흐르는 청아한 빛을 확인하며 그대로 허공을 베듯 검을 휘둘렀다.
칼날에 맺혀 있는 마력 때문인지, 아니면 칼날의 소재 때문일까.
아주 소량의 마력만 사용했음에도 예리함이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걸리는 느낌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종이 자르듯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잘라내는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데?’
검의 표면을 확인하며 예리함에 감탄하고 있던 사이, 앞에 있던 놈들이 눈에 들어왔다.
꼬질꼬질해 보이는 겉모습과 함께, 흉터가 많아 보이는 놈들.
다들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면, 다들 각성자들 이겠지.
우리를 공격하는 모습과 굳이 산속에서 이렇게 숨어지내는 걸 보면 아마 일반적인 각성자는 아닐 거다.
아마 범죄자 들인가?
놈들의 눈에는 어마어마한 성욕이 느껴졌다. 노골적으로 민지와 다은이를 훑어보는 눈빛을 보고 있으니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보통 놈은 아닌 건가…?”
“뭐야 이 새끼들은…?”
당장 놈들을 베려는 순간, 놈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손을 들어 올렸다.
명령이라도 내리려는 걸까, 나는 달려들려던 걸 멈추고 놈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바로 터트려!!”
“예! 형님!!!”
터트린 다라, 나도 폭탄을 꽤 많이 사용해본 입장에서, 어딘지 모르게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 땅바닥에 바로 시선이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터트린다면 폭탄을 생각하겠지만, 놈들이 처음 그물망을 던진 걸 보면 포획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분명 제압과 관련된 게 분명하겠지.
‘그런 쪽으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방어 준비는 해야겠지.’
[ 고유 영역 : 활성화 ]
고유 영역을 발동함과 동시에 놈들이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__펑! 펑!! 펑!!!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폭발과 함께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어떤 종류의 연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코랑 입 막아!”
민지와 다은이에게 경고를 보내자 서둘러서 천 같은 걸로 코와 입을 막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를 막아내려면 보호막이 있으면 좋을 텐데.
보통 마법을 통해 발동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얇은 막 정도는 어떻게 흉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오러로 얇은 기막 같은걸 상상했다.
최태수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의지를 담아서 새로운 방식으로 마력을 운용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라고 못할 건 없다.
고유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이미 주변에는 내 마력들의 범위에 들어가 있다. 나는 연기를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어려울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로 쉽게 주변의 연기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검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기막을 만들어 내자, 불길해 보이는 연기 속에서 숨을 쉴만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보호막을 흉내만 내는 거라서 그런지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만약 공격을 받아내야 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졌을 거다.
“이게 무슨 일이야..?”
“시우야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 확실한 건 일단은 싸워야 할 것 같아.”
잠깐 여유가 생기자 민지와 다은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연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괜찮아 보였다.
“김시우 너 벌써….”
민지는 내가 만들어 낸 기막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A급 랭커들의 수준에 한발자국 걸쳤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다은이도 그걸 깨달았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은 저 녀석들을 쓰러트리고 이야기하자.”
“응….”
“알았어.”
연기가 조금 걷히자, 마스크를 쓰고 있던 놈들 몇 명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만약 저 녀석들이 달려와서 대충 만들어진 기막을 두들긴다면?
‘그건 곤란하지.’
청운검을 쥐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베어야 할 적들은, 이 기막 밖에 있는 적들이었다. 잘못해서 보호막이 깨지면 연기가 이쪽으로 들어오겠지.
나는 다가오는 놈들을 확인하며 주변에 있는 마력들에 집중했다.
사방으로 퍼져있는 내 마력들이 내 의지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푸른 칼끝에 내 항마의 마력이 깃들고, 기막 밖에 있던 마력들도 동화되는 게 느껴졌다.
‘지금.’
반월을 그리듯, 횡 베기로 검을 크게 움직이자, 동시에 외부에 있던 마력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칼날처럼 예리하게 변한 마력이 사방을 향해 뻗어 가면서 파란색으로 된 실선이 허공에 생겨났다.
__서걱!
“어?”
“아..?”
그리고 보인 건, 허망한 표정으로 반으로 갈라져 버린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있는 남자들.
처음 성욕으로 가득했던 놈들의 얼굴은 점점 공포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핏물이 튀었다.
“좆됐다..”
수장으로 보이던 녀석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이 잘 보이지 않긴 했지만, 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건 겁에 질린 표정이라는 걸 말이다.
‘감히 내 여자를 노려?’
나는 기막을 해제하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고유 영역을 계속 활성화 시킨 채로 움직이고 싶었으나, 역시 아직은 미숙한 느낌이다.
6명 정도가 쓰러졌음에도, 그 숫자가 아직 많네.
“시..시발! 뭐해 다 돌격해!!”
“저 새끼를 죽여버려!!!”
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건지, 주위에 있던 놈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름 합을 맞춰 봤는지, 움직임이 통일되어 있었다.
검과 창, 다양한 무기를 쥔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둘 다 괜찮겠어?”
“네 걱정이나 해. 김시우.”
민지는 그렇게 말하며 무심하게 주먹을 뻗었다.
별로 힘이 실려있지 않아 보이는 동작이었으나, 민지가 팔을 뻗는 순간 그 끝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아악!!!”
“시발!! 내 다리!!!”
“…어?”
호기롭게 달려들던 녀석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에 당황한 듯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민지도 실력이 늘었는지 고작 한방에 놈들을 박살 내 버렸다.
강렬한 폭발에 그대로 날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등급이 낮아 보이는 녀석 중에는 팔다리가 터진 놈도 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이었지만, 의외로 민지는 침착했다.
“저 새끼들…. 다 특수 범죄자들이지?”
“아마도…?”
“다…. 죽여 버릴 거야!”
“민지야 조심.. 뭐 알아서 잘 싸우네.”
아무래도 은행 테러를 겪으면서 놈들에 대한 원한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장모님을 죽이려 했던 놈들에게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범죄자를 상대하는 데 크게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특수 범죄자들은 사살해도 괜찮다고 가르치고 있기도 하고, 옛날에 테러범들을 상대해 봤으니 민지는 괜찮겠지.
__펑!! 펑!!
온 사방을 터트리며 범죄자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시…. 시발!! 이 미친년 좀 막아봐!!”
“살려줘!!!”
“닥쳐! 이 쓰레기들아!!”
“으아아악!! 미친년이다!!!”
탐욕에 찌들어 있던 놈들의 얼굴은 이제 공포심에 물들어 있었다. 아까 그 끈적하고 기분 나쁜 눈동자로 우릴 보던 녀석들이 맞는지 싶을 정도다.
“확실히 이런 전투는 민지가 최적화되긴 했네….”
민지만 고생하게 할 수는 없지, 나도 칼을 고쳐 쥐었다.
한눈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시우야 뒤!”
“응, 고마워 다은아.”
__서걱!
확실히 칼이 좋긴 좋았다. 일부러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는데, 표면에 맺혀 있는 마력의 영향인지 너무나 가볍게 검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꺄아악!!”
눈앞에서 일어난 살인에 다은이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이런 쪽으로 강한 민지와는 다르게 마음이 여린 다은이는 아직 적응하기 힘든 모양이다.
민지도 은행 테러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려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다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은아.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으..응..”
반복적으로 머리를 쓸어내리자 조금씩 다은이가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시..시발 다 준비해!”
“저건..?”
다은이를 신경 쓰고 있는 사이, 어디서 챙겨 왔는지 무기로 무장한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헌팅에 이용되는 휴대용 유탄 발사기들, 어디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챙겨둔 모양이었다.
옛날에 사장된 물건이라고 들었는데, 용케도 구한 모양이다.
“이거나 먹어라 이 새끼들아!!”
“안돼!”
뒤에 있던 다은이가 앞으로 움직이더니 빠르게 전격 능력을 사용했다.
__번쩍.
뭔가 빛이 반짝거렸을 뿐인데, 번개가 놈들에게 날아간 뒤였다.
과연, 차석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엄청난 공격속도, 일반적인 헌터들은 반응도 못 할 속도였다.
당연히 놈들도 반응하지 못했다.
“끄어어어..”
불에 구워진 것처럼 검게 변한 놈들은 반쯤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이 일어났다.
__퍼어엉!!!!
다은이의 전격 공격에 자극을 받으면서 유탄이 폭발해 버린 모양이었다.
저런 이유로 안정석이 높은 마석을 이용한 폭발물을 사용한다. 헌터들을 상대로 저런 무기를 쓴게 잘못이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올랐으나, 다은이의 보호막 마법에 가볍게 막혔다.
“하아.. 하아..”
그럼, 나머지 녀석들을 마무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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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열지 못했다.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얻었던 전리품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생존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
어이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가족 같은 친밀함은 없었으나 자신을 잘 따르던 놈들이었다.
가끔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처지에 있다 보니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던가.
그런 녀석들이 전부 죽임을 당했다.
어딘지 모르게 끌어 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크..크흐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
신광호는 산이 떠나갈 듯 크게 웃었다.
“좀 있으면 조사를 위해 협회에서 올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신광호는 마지막으로 자신들 부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찾아야지.”
“네?”
“이렇게 만든 년과 놈들을 찾아야지.”
당하고만 있는 건 그에게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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