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172 히든 던전 (11)
* * *
*
“여기 있습니다. 삐빅!”
“이게 보상인가..”
[ 블루 스타 블레이드 ]
그동안 얻었던 코인들을 모두 소모하여 검을 선택하자 허공에서 박스가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삐빅!”
깡통 로봇이 삐빅 소리를 내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개봉했다.
아까 그림으로 봤었던 그것처럼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검신, 일반적인 검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겨 오고 있었다.
칼날에 맺혀 있는 은은한 빛에는 마력이 느껴졌고, 고급스러운 손잡이 부분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검을 지켜보고 있자, 다른 아이템들처럼 능력치가 떠올랐다.
[ 블루 스타 블레이드 ]
[ 내구성 : 45 ]
[ 공격력 : + 184 ]
[ 운석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운철과 레어 메탈이 융합되어 푸른빛이 도는 검입니다. ]
[ 마력 전도율이 매우 높으며, 매우 단단한 게 특징입니다. ]
[ 마력을 검에 저장하여 공격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 검날이 손상될 경우, 마력을 흡수하여 수복할 수 있습니다. ]
[ 검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 시, 대기 중의 마력을 흡수하여 절삭력을 향상합니다. ]
[ 장신구 형태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
박스 안에 담겨 있던 검을 들어 올리자, 일반적인 검과는 다르게 가벼운 무게였다.
1m에 가까운 긴 길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어서 그런지 휘두르는 느낌이 가벼웠다.
허공에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공기를 찢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변신은 어떻게…. 이렇게 하는 건가?”
변신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력을 흘려 넣자 검이 한순간에 줄어 들어 들더니 고급스러운 느낌의 팔찌로 변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베이스에 푸른색 빛이 은은하게 도는 팔찌, 다시 검으로 변경시키는 방법도 의지를 담아 마력을 흘러 넣으면 끝이었다.
“마음에 들어 시우야?”
“딱 보면 모르겠어?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네.”
다은이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중얼거렸고, 민지도 옆에서 툭툭 던지듯 말을 했다. 말은 저렇게 하긴 했지만 민지도 꽤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좀 부끄러운 느낌인데.
“옷이나 빨리 입고와 멍청아….”
민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다은이랑 민지는 이미 여기에 들어올 때 입었던 배틀 슈트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나만 투명한 옷에 속이 다 비치는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갑자기 수치심이 밀려왔다.
“기다리고 있어….”
“시우야 천천히 입고와~”
“빠..빨리 돌아가야 하니까. 대충 입고 나와 멍청아!”
여관 구석에 벗어둔 옷가지와 장비들이 보여서 빠르게 입었다.
그동안 거의 벗고 다녀서 그런가, 갑자기 옷을 입으려니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벗고 살 수는 없는 법, 아마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 적응하겠지.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나가니, 의자에 다은이와 민지가 앉아서 대화하고 있었다.
던전 탐험을 같이하면서 둘 다 친해졌는지 다은이가 가벼운 장난을 치면 민지가 적당히 받아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둘이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기 좋네.’
여기에 민아랑 서아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혹시 나중에 또 올 수 있으려나.
“어이 타로. 혹시 나중에 다시 들어올 수 있어?”
“삐빅! 던전을 클리어해서 재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삐빅!”
“그런가..”
일단은 검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긴 했지만, 다른 아티펙트 들도 쓸모 있어 보이는 게 많았다.
다시 들어와서 몬스터 들을 사냥하고 또 보상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제 돌아가자.”
“응!”
“결석을 이렇게 많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아카데미의 교수는 권한이 강한 편이니까, 민아가 어떻게든 해결해 주겠지.
무책임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게이트의 앞에 섰다. 그래도 저 녀석에게 작별 인사 정도는 하고 가자.
“잘 있어라.”
“감사합니다! 삐빅!”
“타로~ 고마웠어!”
*
“그래서 언제 나옵니까?”
“몰라 여기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잖아. 새끼야.”
히든 던전의 입구에는 다수의 남자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중이었다.
발자국을 찾은 이들은, 여기서 발자국이 끊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히든 던전 입구에 진을 치고 대기중이었다.
“안에서 다 죽은 거 아닙니까?”
몸집이 있어 보이는 남자는 비실거려 보이는 남성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겼다.
__빠악!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비실거려 보이는 남자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왜 때립니까!”
“새끼…. 불길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형님이 상등품이라 한 말 못 들었냐? 살아 나오길 빌어.”
각 던전마다 난이도가 달랐기 때문에 운이 좋지 않으면 안에서 전멸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여자들을 원하는 그들로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꼭 살아서 나올 거야. 보상도 들고나오면 좋고.”
“여자도 얻고, 보상도 뺏고 그거 완전 씹이득 아닙니까?”
“씹이득?”
“큰 이득이라는 말입니다.”
“새끼 헛소리 하지 말고, 감시나 똑바로 해.”
__빠악!
“아 시발! 그만 때리십쇼!”
“한 대 더 맞고 싶냐?”
“아뇨..”
김동만이 위협하듯 손을 들어 올리자 잔뜩 졸아 있는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특수 범죄자였다.
일반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각성자가 범죄를 저지를 때에는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일반인과는 다르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에, 능력을 사용해 범죄를 일으키면 같은 범죄라 해도 더 강하게 처벌을 받았다.
정도가 심하면 즉결 처분도 가능했다.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을 생각이 없는 이들은 이렇게 산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근데 형님도 없고, 우리끼리 괜찮은 겁니까?”
이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신광호는 저번에 있었던 현상금 사냥꾼들을 죽이고 얻은 물건들을 판매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A급에 달성한 신광호와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김기태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 별 볼 일 없는 각성자들 밖에 없었다.
“새끼야, 고작 3명이라고 했는데 설마 우리가 당하겠어?”
“그렇지만, 뭐가 있으니까 3명이 산에 올라온 거 아니겠습니까?”
__빠악!
“새끼가 어른이 말하는데 아까부터 자꾸 지랄이야.”
“아니.. 시발.. 그만 때리십쇼!”
“새끼야 때리면 어찌할 건데?”
“형님! 저쪽이 갑자기 일렁거립니다!!”
“오! 아그들아 전부 그물 준비해라!!”
만약 죽일 생각이라면 나오자마자 공격해 버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들의 목적은 포획이었다.
남자들만 있었다면 다 죽여 버렸겠지만, 여자가 섞여 있으니 절대로 그건 안될 일이었다.
김동만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게 얼마만의 여자던가, 저번에 있던 년은 얼마 버티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나름 신경을 써줄 생각이었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포획해라!!”
“시발 다 따먹자!!”
“오!!”
다들 범죄를 저지르고 산으로 도피한 쓰레기들답게 탐욕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후, 허공이 일렁이더니 김시우 일행이 나타났다.
“공격!”
포획용 그물이 김시우 일행을 향해 날아갔다.
전혀 공격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는지, 일행의 얼굴이 당황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게 힘들다. 아무리 잘난 헌터라 해도, 방심하고 있을 때 기습을 당하면 무방비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준비를 끝낸 자신들과는 다르게, 저놈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는 상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장 앞에 있던 남성의 팔찌가 검으로 변했다.
__서걱!!
깔끔한 일격과 함께 한번에 잘려 나가는 그물, 각성자들을 재압하기 위해 일반적인 그물보다 훨씬 강도가 강한 그물인데, 그게 고작 한 번에 잘려나갔다.
“보통 놈은 아닌 건가…?”
“뭐야 이 새끼들은…?”
김동만은 가장 앞에 서있는 남자 뒤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도도한 고양이처럼 생겨서는 터질 것 같은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미녀와, 포근한 분위기에 사랑스러워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폭력적인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성.
둘 다 100명 중 1명도 보기 힘든 최상급 미녀였다. 둘의 얼굴을 확인하자 아래쪽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저런 년들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저런 미녀들을 끼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으니 화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들이 꼭 가져야겠다.
“바로 터트려!!”
“예! 형님!!!”
__펑! 펑!! 펑!!
주변에 미리 설치해 둔 수면탄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아무리 한 가닥 하는 녀석이라고 해도 실제 인간들에게 공격당해 본적은 없을 거다.
마력의 흐름을 억제하고, 상대방을 잠재우는 무기.
본래에는 몬스터들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 대형 몬스터 용이지. 크크크크.”
대형 몬스터용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 효과가 강했다.
조금만 흡입해도 바로 기절할 정도로 그 강도가 강했다. 이 특수 마스크가 없었다면 자신도 영향을 받았겠지.
__쿵.. 쿵..
“멍청한 새끼들! 바로 떨어지라니까.”
효과가 얼마나 강한지, 그 주변에 있던 부하들도 하나둘씩 픽픽 쓰러지고 있었다.
“하여간 쓸모없는 새끼들.”
미리 알고 있던 부하들도 쓰러질 정도의 효과라면, 저놈들은 어떨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김동만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가 있었다. 아까 봤던 여자 두 명의 얼굴을 떠올리자 벌써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__푸쉬시시시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했던 연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자신들처럼 마스크를 쓴 부하 몇 명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 이 새끼야! 어차피 형님 먼저야!!”
아마 순번이 늦게 돌아올 걸 알고, 그 큰 가슴이라도 만지러 가는 거겠지.
김동만이 한숨을 내 쉬는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푸른 빛이 일렁거렸다.
“…?”
__번쩍.
뿌연 연기속 사이에서 일직선으로 푸른 빛으로 된 선이 한 가닥 생겨났다.
그리고 그 빛의 끝에는 영롱해 보이는 푸른색 검의 끝과 연결 되어 있었다.
__서걱.
“어?”
“아..?”
눈을 한번 깜빡이자, 달려가던 부하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깜빡.
잘려나간 부분이 흘러내리더니 단면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고작 눈을 두번 깜빡거린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동만은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좆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