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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71화 (171/235)

〈 171화 〉 171 히든 던전 (10)

* * *

*

기대했던 보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장소까지 나오니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솔직히 계속되는 탐험으로 인해 다들 지쳐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미약 때문에 더 체력이 떨어진 상태.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침대에서 자는 게 익숙해진 입장에서 갑자기 흙바닥에서 자니 등이 뻐근하고 걸리는 상태.

거기다 방금 전투로 꽤 긴장했는지 몸은 여기저기가 쑤신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확인해 봐야겠지?”

“또 적이 나오지는 않을까?”

“포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시우야….”

솔직히 저쪽 너머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던전의 끝이 존재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있거나, 아니면 또 다른 적을 상대해야 하거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전자의 상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사실…. 보상은 충분히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지.’

솔직히 다은이와 민지를 동시에 안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동안 노심초사하고 있던 일 중 하나가 수월하게 풀린 거기도하고, 민지도 이번에는 별수 없는지 받아 드리는 분위기였으니까.

아직 서아나 민아, 거기에 장모님이 걸리긴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앞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민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데 표정이 그렇게 진지해?”

민지도 감이 좋아진 건가, 나는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돌아가야 할지, 저기로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었지.”

“…”

민지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보긴 했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돌아간다면, 여기까지 진행하면서 몬스터 들을 쓰러트리기도 했고, 작성한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로 올 때 보다는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여기까지 고생했는데 여기서 물러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이런 상황일 때 내게는 유용한 능력이 있었다.

[ 세이브 포인트를 갱신했습니다. ]

“가자.”

다들 고민하는 듯 보여서 일단 앞장서기로 했다. 뭐 부딪쳐 보고 안 되면 돌아가면 되는 거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당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다은이나 민지가 다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야, 죽어도 내가 죽는 게 좋다.

“시우야 같이 가!”

“너! 위험하게 야!”

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이 피곤한 던전을 끝내고 싶었다.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포탈을 넘어 서는 순간이었다.

*

“오…?”

문을 넘어서는 순간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혹시 또 새로운 환경이 나타나는 건 아닌가? 바짝 긴장한 상태로 단검을 쥐었다.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서 그런지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도적의 스킬인 함정 감지 스킬을 사용해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는 일단 위험해 보이는 건 주변에 없었다.

“시우야!”

“김시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민지랑 서아도 넘어온 모양이다.

“너! 혼자 그렇게 막 넘어가면 어떻게 해!”

“그래 시우야. 조심해야지 혼자 가면 어떻게 해!”

민지만 화낼 줄 알았는데, 다은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

괜히 둘 다 더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사과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뭔가 좀 덥지 않아?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응….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야….”

“다은아. 혹시 바람 마법은 없어? 여기 있는 안개를 바람 마법으로 날리면 앞이 보이지 않을까?”

“아, 잠시만….”

얼마후 다은이의 앞에 마법 진이 나타나고, 주변에 있던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으나, 그 힘이 점점 강해지더니 주변에 있는 안개들을 싹 다 밀어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주변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

“혹시 온천이야…?”

“온천이다…!”

다들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온천이 나오자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말은 안 하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 몸에서 꽤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있는 상태였다. 다은이의 마법으로 만들어 낸 물로 대충 씻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좀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나타난 온천.

너무 타이밍이 좋아서 의심스럽긴 하지만, 여기가 끝이라서 보상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변을 샅샅이 수색한 후 말없이 장비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긴 했지만, 이미 다 같이 몸을 섞은 상황에서 문제 삼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

“…”

뭐 아직은 둘 다 내 앞에서 알몸으로 있는 게 조금 부끄러워 보이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혹시 이상한 성분이 있는 건 아니겠지?”

“마지막까지 그런 식이겠어?”

던전에서 당한 게 있다 보니 온천물을 보고 다들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걱정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지금까지 발정 상태로 만드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함정은 없긴 했다.

‘뭐 안되면…. 또 하면 되겠지….’

우리는 잠깐의 고민 끝에 온천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이 던전의 미약은 더 우리에게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아래쪽이 좀 뻐근하긴 하지만, 며칠 쉬면 괜찮아지지 않겠는가. 들어가기 전 온천물을 퍼 올려 더럽혀진 몸을 씻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 닿아서 그런지 기분이 노곤 한 게 피로감이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더 좋겠지.?’

이걸로도 만족스러운데,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려나. 우리는 서둘러서 몸을 씻기 시작했고, 평범한 물은 아닌지 노폐물이 더 잘 씻기는 느낌이다.

몸에 있던 오염물들이 씻겨 나가 검은색 구정물이 온천 옆에 있는 수로를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적당히 몸이 깨끗해지자 발끝부터 물에 천천히 몸을 밀어 넣었다.

“아~”

“음~”

물에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감탄사.

그동안 사냥과 노숙을 반복하며 쌓였던 피로감이 눈 녹듯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끈후끈한 열기에 혹사당하며 뭉쳐 있었던 부위들이 풀리는 착각도 들었다.

“좋다….”

던전에 그동안 고생했던 게 아무것도 아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느낌이다.

물도 약간 뿌옇게 보이는 게 특별한 효능이 있는 걸까, 아까 전투로 줄어들었던 HP와 MP가 회복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마지막이라고 보상을 주는 건가. 다쳤던 상처들이 치료되기 시작했다.

“치유 효과도 있나 봐.”

“살짝 쓰렸는데 이제는 괜찮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다은이가 은근슬쩍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잠깐 눈이 마주치자 금방 돌리긴 했지만.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이제 정말 끝이겠지…?”

“응….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어…. 다른 사람들이 왜 던전에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지. 알거 같아….”

다은이나 민지가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지, 혼자였다면 온갖 불평을 하며 진행하지 않았을까.

역시 아무나 헌터를 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일까?”

“음…. 뭔가 더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

다은이와 민지는 거의 눈이 감길 것처럼 뜬 상태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둘 다 거대한 가슴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여자 가슴은 물에 뜨는 모양이다.

내게 새로운 쾌감을 일깨워준 두명의 가슴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꽤 신선했다.

그렇게 한참을 온천에서 쉬고 있다 보니 열기 때문인지 슬슬 어지러운 기분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꺅….”

“그…. 그렇게 하고 또 부족해? 머…. 멍청아!”

“평범한 온천은 아닌 모양이네.”

그렇게 고개를 돌려 보니 민지와 다은이의 얼굴이 묘하게 상기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진짜 지치는데….’

*

온천의 효과인지 피부가 탱글탱글 해 보이는 다은이와 민지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앞을 걷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내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김시우, 겨우 그거 가지고 지친 거야?”

“민지야..”

단둘이 있을 때는 정신도 못 차리는 주제에, 다은이랑 합공을 하니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번갈아 가면서 체력을 회복하며 쉬는 데 비해, 나는 쉴 틈도 없이 계속 상대해야 하니까 그렇겠지.

“나중에 집에서 보자 민지야….”

잘못했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괴롭혀 줘야겠다.

“뭐.. 뭐라는 거야!”

“축하합니다! 삐빅!”

“꺄악!”

갑작스러운 깡통 로봇의 등장에 다은이와 민지가 서둘러서 몸을 가렸다.

그 크기 때문에 가려도 흘러나오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저 로봇 이름이 타로였나? 시작 지점에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나타난 걸 보면 드디어.

“클리어 한 건가?”

“그렇습니다. 삐빅!”

“잠깐 보상은 없는 거야?”

석상을 박살 내는데 그 고생을 했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는 건가?

기분이 나빠지려는 순간 타로가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삐빅! 여러분들이 얻은 코인을 통해 보상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삐빅!”

“보상을 구매한다고?”

“딱 한 번밖에 살 수 없으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삐빅!”

그때 코인으로 보상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으면, 소모품에 쓰는 걸 최대한 줄였을 건데.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녹아내렸던 옷감이 떠올랐다. 그게 다 얼마지?

“그럼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삐빅!”

다시 로드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단 클리어 보상으로 코인을 주긴 하는 모양이다.

타로 녀석에게 받은 코인과 그동안 사냥을 통해 얻은 코인을 합쳐 보니 꽤 많이 쌓였다.

“보상은 너 필요한 거로 받아. 나는 이것만 있어도 괜찮으니까.”

“나도 시우가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마지막 보상은 시우가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아~!”

“…”

둘 다 저렇게 대놓고 양보해 주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다 같이 보상을 얻으면 좋지 않을까, 계속 둘이 거부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일단은 받을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깔끔한 디자인에, 푸른색 도신으로 된 검.

일반적인 검이 아닌 특별한 디자인으로 된 검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금 쓰는 검들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편이니까. 마지막 보상이면 분명 좋겠지?

“성능도 괜찮긴 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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