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167 히든 던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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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기서 발견 된 게 맞는 건가?"
"비슷한 놈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실제로 이 근처에서 실종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고 하니 맞을 거다."
"질긴 놈이군, 현상금이 걸린 지 꽤 되지 않았었나?"
"그러니까 이런 산에 숨어 있지 않겠어? 그냥 겁쟁이일 뿐이지. 크크…."
어둠이 내려앉은 밤, 온통 검은색 의상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산 주변을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앞으로 걸어가고 있으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주 은밀하고 교묘한 걸음걸이로 이동하는 이들은 흙을 밟는 소리도, 풀에 걸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였다.
"여기 발자국이 있는데….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보이는군."
"그런 산속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있을 확률은 얼마 되지 않지."
"제대로 찾은 것 같은데. 주위에 있는 범죄자 새끼들을 다 끌어모았겠지?
"하여간 범죄자 새끼들, 사람 귀찮게 하는 데에는 뭔가 있다니까."
5인을 이루고 있는 이들은 사살이 가능한 흉악범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숫자가 많아 보이는데, 우리끼리 가도 괜찮은 거냐?"
조심성이 많아 보이는 남자가 발자국의 수를 보고 중얼거렸다. 자신들보다 3배에서 4배는 많아 보이는 인원에 불안한 듯 보였다.
"그래 봤자 B급 현상범이라고, 인간이라는 건 말이야.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일해지기 마련이야."
도심지가 멀리 있는 산속, 사람이 사는 곳이 없는 산속에서는 오직 달빛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시간에 누가 습격할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발자국을 추적하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저 멀리서 불빛을 발견했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기에 평범한 일반인이 여기에 있을 확률은 낮았다.
아무리 등산을 좋아하는 일반인이라고 해도, 몬스터가 나오는 산에 와서 캠핑한다는 건 자살행위다. 여기서 잘만한 인간들은 범죄자들 밖에는 없을 거다.
"그럼 작업을 시작해 볼까?"
그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인원수가 많다고 해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어중이떠중이 일 게 분명했다.
간부로 보이는 인간들만 한 번에 쓸어 버린다면 아마 자기들끼리 뭉치지 못하고 흩어지겠지.
본래 이런 놈들일수록 위기상황에 의리고 뭐고 자기 살길부터 찾기 바쁘니 말이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남자는 수면탄을 들고 중얼거렸다.
"그럼 내가 먼저 작업을 치고 올게."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5명이 함께 움직이면 적발될 확률이 높았다.
리더로 보이는 인간은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나무를 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이 자신들에게 접근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조용함.
남자가 불빛 근처로 접근하자 대충 지은 것으로 보이는 오두막집들이 보이고, 더운 날씨라 그런지 밖에서 잠을 자는 남자들이 보였다.
현상금 사냥꾼은 멀리서 잠을 자는 이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작든 크든 모두 현상금이 걸려 있는 범죄자들, 혹시 실수로 죽인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녀석들이었다.
허름해 보이는 형색, 제대로 씻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꾀죄죄한 모습이 이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산에서 지내왔는지를 보여주었다.
처벌이 무서워 산으로 도망친 쓰레기들, 그들은 이런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청소부였다.
"한심한 새끼들…."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저렇게 안일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삐뚜름하게 웃은 남자는 수면탄을 나무 위에 설치했다.
__푸쉬쉬..
조용한 소리를 내며 퍼지기 시작하는 수면 가스, 일반적인 공기보다는 무거우므로 이렇게 나무 위에 설치해 두면 가스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나만으로 모든 범위를 커버할 수는 없는 법, 나무 위를 오가며 5개가 넘는 수면탄을 터트린 남자는 자신들의 팀원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깊은 잠에 빠진 놈들을 한 명씩 처리하기만 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방향을 분간하기 힘든 산속 길이었으나 그는 능숙하게 방향을 구분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도 쉽겠군.'
이렇게나 쉬운 상대를 잡고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되는 걸까.
괜히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매번 이런 놈들만 있으면 좋을 텐데.
"한심한 건 본인이 아닐까요?"
"?!"
그렇게 긴장을 놓치는 순간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반응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등 뒤쪽으로 강렬한 격통과 함께 가슴팍을 칼날이 뚫고 나왔다.
"그 사이에 몸을 비튼 건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어..언제..!"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빗겨나간 칼날, 즉사는 면했지만 이건 치명상이었다.
"글쎄요?"
"이…. 시발!"
뒤에서 날아드는 칼날을 쳐내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B급이 낮은 건 아니지만, 이미 A급 현상수배 범도 상대해본 그들이었다.
절대로 들키지 않아야 정상인데, 어떻게 먼저 알아버린 걸까.
'이래서 옛날 자료를 믿으면 안 되는데!'
옛날에 현상금이 걸린 현상범의 경우에는 가끔 이런 일이 생기곤 했다.
본래의 실력에 비해서 저평가받거나, 그 사이 성장하면서 강해지는 경우.
"도와줘!!!!"
이런 경우에는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놈이 대단하긴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싸운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거다.
그 틈을 노려 도망치면 된다.
분명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이 새끼들은 왜 여자가 없어. 시발 그 년들은 안 보이고 왜 이런 새끼들밖에 없어?"
자신들의 팀원들이 있는 장소로 달려간 남자는 절망감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4명 전원의 목이 잘려나간 상태로 모두 죽어 있으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4명이 고작 한 명에게 당했다고?
그들은 인간을 사냥하는 프로였다. 그런데 고작 B급 현상수배 범에게 당할 리가 없었다.
기습을 당한 걸까.
그렇기에는 너무나 격렬한 전투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자주 쓰는 무기와 도구들.
그의 손과 몸에 범벅이 되어 있는 핏자국이 그가 범인임을 알려주었다.
오른쪽 눈가에 큰 자상이 난 있는 남자가 씩 웃었다.
"신광호…. 설마 A급이.."
*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하 3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하늘이 존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밤이 찾아오는 중이었다.
"어두워 질 줄 생각도 못 했어~"
"하아.. 씻고 싶어…."
여긴 밀림 지역이라 해가 떨어진 상황에서 계속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풀숲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나아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얼마나 큰 걸까?"
규모가 얼마나 되든 계속 진행하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벌써 3층까지 내려왔는데 얼마나 계속될까.
벌써 레벨도 30을 넘었다. 도적의 스킬들은 민첩 수치에 영향을 받아서 민첩만 올리는 중이었다.
처음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빨라지긴 했다.
[ 이름 : 김시우 ]
[ 직업 : 도적 ]
[ 힘 : 5 ]
[ 민첩 : 25 ]
[ 체력 : 10 ]
[ 마력 : 10 ]
[ 스테미나 : 8 ]
[ 남은 스텟 : 0 ]
조잡해 보이는 반지를 쓰다듬으며 상태창을 종료했다.
확실히 계속 진행할수록 보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계속 진행한다면 꽤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밥부터 먹자!"
"저쪽에서 야영할까?"
"응!"
주변에 있는 장작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다은이의 마법이 있어서 그런가 불을 피우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은이가 능숙한 실력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민지가 도우려고 했지만, 다은이의 단호한 부탁에 결국 수긍한 민지였다.
불편한지 계속 들썩거리긴 하지만.
"자.. 민지도 받고.. 시우도 받아.."
건더기가 조금 들어있는 수프와 소금과 후추를 치운 꼬지, 별다른 조리 과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꽤 군침이 돌았다.
"설마 들고 온 식량을 못 먹을 줄은 몰랐어…. 뭐 이딴 던전이 다 있어?"
"그래도 상점에서 식량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지 않을까?"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코인으로 소모품들을 충당했다.
가방에 물건들을 잔뜩 챙겨왔는데 정작 이 던전 안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별로 없었다.
음식도 맛이 모래처럼 변해서 먹을 수 없게 됐고, 폭탄이고 소음 발생기고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쓸 수가 없었다.
"맛은 괜찮아?"
요리를 만든 다은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의 의견을 물었다.
"맛있다.. 다은아 진짜 맛있어!."
민지의 반응을 보니 꽤 괜찮은 모양이다. 나도 그제야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대답했다.
다은이가 요리를 잘하긴 하지.
우리는 적당히 떠들며 던전에 있었던 일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 기분 나쁜 식물들은 다 뽑아 버려야 해!"
"응…. 좀 징그럽긴 했어…."
"징그러운 식물? 아. 그거 말하나. 식물 끝이.."
"조용히 해! 멍청아!"
식물 끝이 남성기 같이 생긴 식물을 말하는 모양이다. 묘하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갈라진 틈 사이로 끈적거리는 액체를 뿜어냈다.
민지가 기분 나쁘다고 반으로 썰어 버렸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시간이 흘러 잠을 잘 시간이 돌아왔다. 모두 함께 자면 좋겠지만,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해서 불침번을 정해야 했다.
가장 힘든 중간 타임은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다은이와 민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긴 했지만, 뭐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처음은 다은이, 마지막은 민지가 하기로 했다.
불침번은 정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텐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남녀가 같은 공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뭐 민지나 다은이나 내 여자니까 상관은 없지만..'
다은이와 내 관계를 모르는 민지가 보기에는 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저 다은아 텐트가 하나뿐인데.. 괜찮아?"
"응 괜찮아. 크게 문제 되는 것도 없고.. 던전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기도 하고.. 시우니까 괜찮아.."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는 다은이, 묘하게 눈빛에 색기가 넘쳐 보였다.
"그..그러면 일단 우리 먼저 잘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깨워야 해.“
민지의 눈빛도 심상치 않았다. 이거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응.. 나만 믿어!"
그렇게 모닥불 앞에 다은이만 남겨두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
"왜?"
"..."
아무말 없이 내 눈을 뻔히 쳐다보는 민지가 조금씩 내 품으로 다가왔다.
잔뜩 흥분한 표정, 단둘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니까 인내심에 한계가 온 모양이다.
민지는 말 없이 자신의 몸을 내 몸에 비비기 시작했다.
"다은이가 들을지도 모르는데?"
"조..조용히 하면 괜찮을거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