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165 히든 던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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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꾹! 삐꾹! 삐꾹!"
핑크 거대 슬라임이 우리를 발견하고 미친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에 귀엽게 생긴 눈동자와 입이 달려 있었는데, 입을 열고는 뭔가를 쏘기 시작했다.
__찰팍! 찰팍!
바닥으로 떨어지는 핑크색 액체들, 점성이 강하고 왠지 모르게 미끈미끈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은 몸을 굴러 피하긴 했는데, 슬라임의 공격은 한번이 아니었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니 계속 피해야 하는 상황, 그럴수록 바닥의 공간이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뭐야 이거! 기분 나쁘잖아!!"
"이…. 이제 피할 공간이 없어! 시우야 어떻게 해!"
"나도 모르겠는데…."
계속 도망칠 수는 없어서 일단은 슬라임을 공격해 보기로 했다.
"파이어 볼!"
다은이의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테니스공 크기의 불꽃이 슬라임을 향해 날아가는 중, 슬라임의 액체가 정확하게 다은이를 향해 날아왔다.
그 때문인지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다은이의 공격.
"꺄악!!"
"이 자식이!!"
민지가 방패를 앞세워 슬라임의 공격을 방어했으나, 일부가 몸으로 튀었다.
"민지야!!"
불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민지의 장비 일부가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감히 민지를 노려?'
나는 곧장 인벤토리에서 폭탄을 꺼내 들었다. 지금 전투력이 떨어졌어도 폭탄의 위력을 줄지 않았겠지.
투척 스킬을 활성화 하자 MP수치가 소모되더니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핑크 슬라임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끝이다.'
시간이 지나면, 폭탄이 터지겠지.
"..."
"삐꾹! 삐꾹! 삐꾹!"
이상하게 잠잠한 폭탄, 놈은 폭탄과는 상관없이 더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민지야 괜찮아!?"
"응.. 아픈 건 없는데? 기분 나쁜 것만 제외하면…."
민지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방패를 두들겼다. 다친 곳은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설마 불발인가, 나는 다시 인벤토리에서 폭탄을 꺼내 다시 핑크 슬라임의 입속으로 던졌다.
이번에도 정확하게 놈의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번에도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
"설마…. 여기서는 폭탄을 못 쓰는 건가…?"
그동안 많은 사건을 도와줬던 폭탄이 통하지 않는다니,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되는 슬라임의 공격, 다은이가 피하고자 몸을 움직였으나, 바닥에 깔린 액체를 밟고 그대로 넘어졌다.
"다은아!! 괜찮아?"
이번에는 다은이까지, 확실히 바닥이 미끈거려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이대로 가면 저 녀석을 공격하기고 전에 액체에 당하게 생겼다.
"삐꾹! 삐꾹! 삐꾹!!"
왠지 우리를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은이에게 달려가 쓰러진 다은이를 일으켜 세웠다.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찍었는지 뒤쪽이 체액으로 젖어 있는 상태.
아니 저걸 젖어 있다고 해야 하나, 연기가 일어나면서 뒤쪽이 부식돼 다은이의 뽀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로브 사이로 다은이의 속옷이 그대로 비쳐 보였다.
옷이 녹은 걸 빼면 다은이에게는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옷만 녹아 내리는 건가…?"
머리카락에도 살짝 묻긴 했지만, 그다지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확실히 옷만 녹아내리는 건가?
"김시우!! 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괜찮아 민지야.. 전투 중이니까."
민지가 도끼눈을 뜨고 이쪽을 뻔히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은이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져 있었다.
"공격력은 없어 보이네."
"너 괜히 고개 돌리지마."
다은이와 내 사이를 모르는 민지는 다은이를 걱정하는 모양이다.
뭐 일단은 저 녀석을 쓰러트려야 하는 건 변함 없었다. 투척 공격은 별다른 효과가 없어 보이니 다은이에게 공격을 부탁해야겠다.
"그럼 다시 한번 공격해 볼래? 다은아?"
"응.. 잠시만 기다려줘.. 파이어 볼!"
맞아도 괜찮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다은이가 침착하게 슬라임에 공격을 성공 시켰다.
폭발음과 함께 살짝 밀려나는 슬라임, 충격은 있어 보였지만 저걸로 슬라임을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다은아 MP는 얼마나 남았어?"
"아직 절반은 남았어. 그런데 이걸로 잡기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해~!"
"..."
홍류석도 그렇고, 이 슬라임 새끼들은 왜 이렇게 질긴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단검으로 공격하는 수밖에는 없나, 민지의 얼굴을 쳐다보니 민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멀리서 통통거리는 녀석에게 달려갔다. 바닥이 미끈거려서 중간에 넘어질 뻔하긴 했는데, 어떻게든 중심을 잡았다.
"삐꾹!"
"자꾸 삐꾹 거리지 마! 이 자식아!"
슬라임의 뒤쪽으로 이동해서 단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 차이에 별다른 효과가 있겠는가.
당연히 별다른 충격은 없어 보였다. 민지가 칼로 후려쳐도 결과는 마찬가지.
"삐꾹!!"
우리의 찌르기에 화난 녀석이 제자리에서 뛰어올랐고, 그 충격으로 주변에 있던 분홍색 체액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다 젖었잖아!!"
민지의 화난 목소리, 나도 체액에 옷이 다 젖어 버린 상황이었다.
"시발.. 내 옷도 녹네.."
가죽으로 된 방어구가 연기를 내며 부식되기 시작했다. 민지 쪽을 확인해 보니 민지도 옷이 녹으면서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 살이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이대로 가다가는 슬라임을 잡지도 못하고 옷만 다 녹아내리게 생겼다.
'나쁘지 않을지도…?'
아무튼, 우리의 공격력으로 놈을 잡는 건 힘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시우야!! 저쪽에 뭔가 이상한 게 있어!"
멀리서 들려오는 다은이의 외침에 시선을 돌리니 허공에 거대한 칼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칼이 매달려 있는 위치에 표시된 바닥의 표식, 그리고 그 주변에는 당기라는 듯한 느낌의 레버가 있었다.
"저걸로 잡는 거 같은데…?"
"저기로 유인해야겠지.. 김시우 내가 유인할 테니까 네가 레버를 당겨."
"위험해 보이는데."
저 정도 크기의 칼이 떨어지면 민지가 위험하지 않으려나. 민지가 피할 시간이 있으면 괜찮겠지.
"다은아! 민지가 저쪽으로 유인하면 마법으로 슬라임을 멈춰줘!!"
"알았어!!"
"이쪽이다! 이 멍청아!"
민지가 방패를 두들기며 도발 스킬을 사용하자 슬라임이 민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저쪽 레버로 달려가야겠지.
"더럽게 미끈거리네! 진짜!"
이상하게 신발은 녹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단은 민지가 도착하기 전에 가야 하니 최대한 빠르게 달려나갔다.
민지를 앞질러 일단은 레버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
멈추려는 순간 신발의 체액 때문에 몸이 미끄러지며 벽과 한번 충돌했다.
살짝 강한 충격과 함께 HP가 좀 날아가긴 했지만, 그렇게 치명상은 아니다.
"이 멍청아! 조심 안해!!"
"삐꾹!!"
이걸 당기면 되는 건가, 레버에 손을 올렸다.
"이쪽은 준비 됐어!"
양손으로 레버를 쥐고 소리치자 신호를 확인한 민지가 계속 방패를 두들기며 슬라임의 시선을 모았다.
"이쪽이야!!"
__찰팍! 찰팍!
야릇한 소리를 내며 달려가던 슬라임이 어느새 목적지 근처까지 다가왔다.
"다은아!"
"응!! 파이어볼.. 파이어 볼.."
마법 공격을 준비한 다은이 앞에 생겨나는 불덩이, 그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3개?"
"이러면 확실할 거야!"
민지가 거대한 칼 근처에 도착하자 민지를 따라오던 슬라임도 칼 아래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금!!"
민지의 신호에 맞춰 다은이의 파이어 볼들이 슬라임을 향해 날아갔다.
3개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강렬한 폭발, 거기에 맞은 슬라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해롱해롱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민지가 슬라임에게서 멀어지는 게 보였다.
나도 거기에 맞춰 레버를 당겼는데, 이거 왜 이렇게 뻑뻑해?
"야 김시우!!"
"시우야?!"
두 팔로 아무리 당겨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점점 정신을 차리는 슬라임.
'시발…. 이러면 망하는 데!'
결국, 온몸으로 어떻게든 당기자 삐걱거리던 레버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칼이 기계음을 내며 내려오기 시작했고,
"둘 다 피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뒤로 달리기 시작하는 민지와 다은이의 모습을 확인하며 끝까지 레버를 내렸다.
__콰앙!!! 펑!!!
땅이 흔들거릴 정도로 강렬한 파괴음과 함께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슬라임의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와씨…."
체액 더미에 휘말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온몸이 끈적끈적 거렸다.
미끈미끈하면서 살짝 뜨거운 느낌에 눈을 떠보니 일단 다들 무사해 보였다.
옷이 다 녹아내리고 있는 건만 빼면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민지나 다은이 할 것 없이 옷이 전부 녹아내리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다은이와 민지가 자신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서둘러서 두 팔로 가슴과 아래쪽을 가렸다.
당연히 저렇게 큰 가슴을 한쪽 팔로 가리는 건 힘들어서 손 틈 사이로 가슴살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민지나 다은이나 역시 가슴이 크다니까.
"머..멍청아! 이쪽 보지 말고 고개 돌려!!"
"안 봤으니까 걱정하지 마!"
일단은 나도 고개를 돌렸다.
"저…. 저쪽 가방에서 담요라도 가져와!"
"잠시만!!"
내 옷도 녹아 내렸기 때문에 일단 나도 입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흠…."
나는 혹시 몰라 체액을 털어내고 가방 안을 확인했다.
이전에 입었던 의상들은 여관에 두고 왔는데,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빼고 들고 온 가방에는 담요가 2개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담요가 두 개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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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쪽이 맞습니까 형님?"
"시끄러워 새끼야 분명 여기로 올라갔다고!"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이지 말입니다?"
눈가에 흉터가 깊게 나 있는 남자가 뒤에서 쭝얼거리는 남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쳤다.
"닥쳐 이 새끼야! 내가 봤다니까!"
"아니 이렇게 험한 곳에 누가 등산을 온다고 그럽니까…."
"분명 헌터들이야. 갑자기 여기서 날아서 저쪽으로 갔다니까?"
"그러면 저희보다 강한 거 아닙니까?"
"닥쳐 이 새끼야. 딱 봐도 생도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우리를 이기겠어?"
남자들의 정체는 각성자 범죄를 저지르고 산에 숨어지내는 일종의 산적들.
게이트가 생겨나면서 산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이곳에서 숨어지내는 이들이었다.
그런 남자 앞으로 김시우 일행이 지나가길래 좋은 먹잇감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나, 절벽 부근에서 놓쳐버렸다.
마법으로 날아갈 거라고 생각이라 했겠는가.
"최상급이 2명이나 있었다고! 남자 새끼만 죽여버리면 우리 차지가 되는 거지."
"진짜 상급입니까?"
"그래. 얼굴도 이쁘고 시발! 가슴이 이따만시 큰 년들이었다고!”
“오오오!!”
그들은 마지막으로 발견했던 장소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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