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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58화 (158/235)

〈 158화 〉 158 서아랑 세아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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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같이 싸울거야..”

내 의사를 확인한 서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아. 저도 도울게요.”

“세아 너도?”

“저도 각성자니까요.”

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세아의 힘을 확인하기도 했으니, 보통내기는 아니겠지.

서아랑 세아가 있으니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__크라라라라라라!!!!

관심을 주지 않아서 화난 걸까, 홍류석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구물구물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3층 주택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슬라임이 이동하는 모습은 꽤 압박감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금 느리다는 점이었다.

만약에 시내에서 홍류석을 만났다?

그러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다. 의외로 침착한 반응도 그렇고, 세아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걸까.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가.’

느린 본체와는 다르게 촉수로 보이는 건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에 있는 바위들을 집어 들어 던지기 시작했다.

몇 번 칼로 쳐내긴 했지만, 계속 방어만 하는 건 무리 일 것 같아서 일단은 서아와 세아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_크라라라라라라랄!!!!!

거리가 있어서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서일까? 슬라임이 분노한 듯 포효하기 시작했다.

홍류석을 중심으로 시꺼먼 타르 덩어리 같은 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걸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부글부글하며 불길해 보이는 검은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게 일반인들이 주변에 있었다가는 마기에 잠식되어 목숨이 위험해 보였다.

불길해 보이는 검은 타르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가까이 다가가기 꺼려지는 모습이지만, 처음에 봤던 코어를 깨지 않는 이상 죽지 않겠지.

“하이브 타입 같은데요.?”

세아가 홍류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이브 타입 몬스터, 그 모습이 마치 벌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흔히 모체라 불리는 본채가 계속해서 몬스터를 생성하는 녀석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었다.

한번 뿌리를 내린 녀석들은 그 주변을 다 집어삼키며, 몬스터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험한 녀석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촉수가.. 변하고 있어..”

서아의 말대로 홍류석의 촉수가 두 발과 두 팔이 달린 무언가로 변하고 있었다.

타르 덩어리같이 생긴 외형은 홍류석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징그러워..”

“우 왝. 너무 징그러워요. 오빠.”

서아와 세아가 검은 덩어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검은 덩어리의 형태가 완전해지기 시작하더니, 미니 홍류석으로 변신했다.

얼굴은 사람보다는 슬라임에 가깝게 생기긴 했지만, 홍류석의 본판의 느낌이 남아 있었다.

수십 마리의 미니 홍류석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우리를 일제히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뻗어 나온 촉수들의 모습이 변하고 있는 건 공포 영화에서나 볼법한 비주얼 그 자체였다.

“확실히. 징그럽긴 하네….”

“크라라랄라라랄라!!!!!”

“크아아라라라아아!!!!!”

홍류석들이 포효하더니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빠. 혹시 무기 있어요?”

“검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주세요!”

외형은 육체 쪽으로 단련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일단은 인벤토리에 있던 검을 세아에게 던져 주었다.

“뒤로와.. 시우야..”

서아가 앞으로 나가더니 달려오는 홍류석들을 향해 얼음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주변이 공기가 서늘해질 정도로 많은 얼음 창들이 허공에 생겨났고, 홍류석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얼음 창과 화살들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압도적인 위력 앞에 달려오던 홍류석들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주저앉았다.

“크라라…”

“크라라라…”

겉모습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서아의 공격을 꽤 버티는 모습이었다.

쓰러진 홍류석들은 검은 덩어리로 액체로 변하더니 바닥을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닿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적이라면 까다로웠을 서아의 공격도, 같은 팀이라 생각하니 더 응원하게 되었다.

이게 시내 한복판에서 나타났다면, 수십, 아니 못해서 수백 명은 죽었을 거다.

내구성은 떨어져도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으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한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계속 늘어나는 데?”

“응. 이대로는. 끝이 안 날 것 같아….”

“마나 좀 아끼고 있어.”

서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내게 받았던 포션을 꺼내 들었다.

전투가 길어질 것 같아서 내 포션으로 도핑을 하려는 모양이다.

“언니. 그건 뭐예요?”

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포션을 노려보고 있었다. 혹시 내가 만든 포션이라 수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한정으로만.. 파는 거야..”

“이상한 포션 잘못 먹으면 큰일 나는 거 몰라요?”

“이상한 거 아니야…!”

“흠..”

서아와 티격태격하던 세아는 서아에게서 포션을 받아 들었다.

‘어.. 세아도 먹는 건가..?’

*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건가?”

분주하게 달려가던 헌터 협회 직원은 자신을 부르는 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몸이 얼어붙었다.

“허허, 거 안 잡아먹으니 편하게 말하게.”

편하게 대하라고 해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협회 직원은 군기가 바짝 든 표정으로 자세를 잡고 말했다.

“하이브 타입 몬스터가 갑자기 출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군기가 바짝 잡힌 직원의 반응에 노인으로 보이는 남성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흠.? 게이트가 열렸다는 말은 못 들어 본 것 같은데.”

“갑자기 나타났다고 합니다! 현재 협회에 인원이 없어 제대로 된 파악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게 된 건가.. 흠..”

하이브 타입은 뿌리를 내리고 증식하는 몬스터였기 때문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등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번식 속도에 따라서는 수십 명의 헌터가 동원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비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한 번에 처리하는 게 중요했지만, 현재 광주 지부에 남아 있는 헌터들은 다른 작전에 투입되어 그 숫자가 부족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히어로 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체되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가 어디인지 아는가?”

“예?”

“마침 심심하던 차에, 내가 가서 해결하고 오겠네.”

“그.. 어찌 최태수 님에게 그런 일을..”

“내가 미덥지 못한 건가?”

“그…. 그.그 럴리가 있겠습니까!!!”

최태수가 살짝 노려보는 표정을 짓자 직원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태수에게 찍혔다가는 앞으로의 인생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거 농담이네. 협회의 직원이 겨우 이런 일로 놀라서 쓰겠는가. 허허.”

“하..하.하.. 그.. 농담이셨습니까..”

“아무튼, 위치나 알려주게. 몸이 찌뿌드드해서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직원에게 위치를 전달받은 최태수는 빠른 속도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수십 미터를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흔히 무림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법을 흉내 내 만든 기술로,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떨어지기 전에 다시 도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던 최태수는 저 멀리 거대한 크기의 슬라임을 발견했다.

“저게 그 녀석인고?”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자 마력을 이용하여 시력을 향상 시켰다. 멀리서 보이는 저 불길한 모습은 아까 직원이 말했던 몬스터가 분명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홍류석이 있는 곳에 도착한 최태수는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제자로 삼고 싶었던 김시우, 그리고 아카데미의 수석이자 윤승아의 딸인 윤서아.

“음..? 저건 승아가 아닌가…?”

대한민국의 헌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윤승아가 검은 슬라임을 상대하고 있었다.

윤승아가 있다면 빠르게 처리할 것이지, 뒤에서 쓰지도 않는 검을 들고 휘두르는 모습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본래부터 엉뚱한 면모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닌가.

“기분 나쁘게 생긴 놈들이구먼.”

요괴같이 생긴 놈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모습은 심히 보기 좋지 않아 보였다.

최태수는 가볍게 도약하여 싸우고 있는 전장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거대한 힘이 주변을 짓누르고, 미니 홍류석들이 일제히 녹아내렸다.

“오랜만이구나.”

“최.최태수님?”

“그래, 그리고 승….”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지려 하는 순간 윤승아에게 전음이 들려왔다.

[ “눈치 없게!!” ]

“그..그래 오랜만이구나..”

[ “왜…. 화를 내고 그러느냐.” ]

“저 세아잖아요. 혹시 잊어버리셨어요? 서아 언니 동생 세아잖아요.”

“그…. 그랬냐? 그. 미안하구나! 내가 나이를 먹다 보니..”

분명 승아가 맞는데 왜 세아라고 하는 걸까. 거기다 자신의 딸의 동생이라.

머리가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 “지금은 아니니까 모른 척해!” ]

[ “일단은 알겠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최태수였다.

평소 윤승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로브가 없으니 일부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S급 헌터들 중에서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헌터로 유명하니

“그..그래 오랜만이구나. 서아도 잘 지냈느냐?”

“안녕하세요….”

여유롭게 서 있는 최태수의 모습이 불만족스러운 걸까, 뒤에서 아까 죽었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의 홍류석들이 달려들었다.

“크라라라라라!!!!”

“확실히 인사를 할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 말을 끝으로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슬라임을 향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마력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설 수 있다.

맨손으로 강철을 구겨버린 다던지, 한 번에 수 십 미터를 도약할 수 있다든지, 마법을 사용한다든지 말이다.

최태수는 자신의 기억보다 더 강해진 듯한 김시우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벽을 넘어선 것인지 강자들의 기운이 살짝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줘야겠군.’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에 달려오던 홍류석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과 함께, 주변에 마력들이 최태수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마력 사용법을 만들어낸 최태수.

단순히 주먹을 앞으로 뻗는 가벼운 동작임에도, 마력의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 마력들에는 규칙이 없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아주 정교하게 맞물린 마력들은 최태수의 의지를 담아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거대한 파도가 홍류석을 집어삼켰고.

그 충격으로 홍류석은 폭발했다.

“응..?”

최태수가 기막을 만들어 충격을 막아낸 탓에 최태수의 근처에 있던 이들은 다치지 않았으나.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이 무식하게 힘만 센 영감탱이야!!!!!”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참담한 풍경에 최태수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아니…. 일부러 그런 것이….”

그걸 보고 김시우는 조용히 세이브 파일을 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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