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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57화 (157/235)

〈 157화 〉 157 서아랑 세아랑 (5)

* * *

*

__윙!!! 윙!!! 위이잉!!!!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한 여성이 시끄러운 알림음에 눈을 겨우 뜨며 몸을 일으켰다.

“아까부터 공사라도 하는 거 같더니….”

땅이 자꾸 울려서 귀마개를 끼고 겨우 잠들었더니 이제는 알림이 또 난리를 치고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방금까지 꿈나라에서 헤매던 탓인지 눈도 잘 떠지지 않았다.

과제를 끝마치기 위해 밤샘을 하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눈을 비비며 어떻게든 눈을 뜨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직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몸이 늪지대에 빠진 것처럼 무거웠으나 도저히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울려대는 알림음 때문에 자신의 숙면을 방해받은 게 화가 났다. 소리가 좀 작으면 무시하겠다만, 귀마개를 해도 다 뚫고 들어오는 소리에 결국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알람 좀 꺼줘요!!!”

__윙!!! 위이이잉!!! 윙!!!! 위용!! 위용!!!

집 안에 있는 가족들을 불렀으나 저 시끄러운 알림음에 소리가 잡아 먹혔다.

저렇게 시끄러우면 누가 꺼야 할 거 아닌가, 그녀는 쭝얼쭝얼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 오늘 놀러 간다고 했지….”

오늘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아마 자신만 남겨두고 가족끼리 놀러 간 게 떠올랐다.

자신에게도 가자고 했으나 잠을 한숨도 못 잔 상태에서 어딜 나가겠는가.

그걸 거절했으니 지금 집에 남겨진 건 자신 혼자 밖에 없었다.

“또 오작동했겠지….”

오래된 집이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었다. 센서가 노후 되면서 또 오작동을 일으킨 모양이다.

이 정도로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은 하나밖에 없었다. 주변에 게이트 감지 알림.

아주 드물긴 하지만, 민가 주변에서 게이트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몬스터가 반대편으로 넘어오는 때가 있었는데 일반인이 몬스터를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경보장치였다.

몬스터가 넘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피할 시간이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잠들어 있는 경우에는 대응도 못 하고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하는 거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게이트가 출몰하니, 사람들이 잠드는 새벽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 경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경보장치는, 게이트 주변의 특이한 마나 파장을 감지하면 이렇게 경고음을 냈다.

말로는 마기를 감지해서 울린다고 하는데, 설마 이 주변에 게이트가 열렸겠는가.

툭하면 울리는 화재 경보처럼, 집이 노후 되면서 어딘가 고장 난 게 분명했다.

“하 진짜…. 아빠 보고 경보기 좀 고쳐 달라니까….”

대답은 알았다고 했지만, 맨날 일을 미루는 아버지였다. 오늘도 그 탓에 이렇게 오작동을 일으킨 모양이다.

경보를 끄기 위해 걸어가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가끔 이유는 모르겠지만 몸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 특별한 감지 능력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 아니겠지…?”

당연히 오작동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주변이 어두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따끔따끔하는 기분에 무언가 홀린 듯 창문으로 달려갔다.

“뭐…. 뭐야 이게!!!”

창문 밖으로 보인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덩어리가 집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은색 덩어리에서는 계속해서 불길한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게 딱 봐도 유독해 보였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졸음이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쪽 창문으로 달려가 확인해 봐도 온통 검은 덩어리밖에는 없었다.

괴물처럼 보이는 검은 덩어리가 점점 집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아….”

뉴스에서 봤던 기사들이 떠오른다. 몬스터의 습격을 당해 일가족이 죽었다거나, 누군가가 다쳤다는 이야기들.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 첫 순간에는 모두 경악하며 공포에 떨었으나, 반복되는 소식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자신도 그런 일을 당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으나,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점점 무뎌져 있었다.

거기다 헌터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니 안전할 거로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칠 줄 몰랐다.

“이게..이게 뭐야.. 흐윽.. 흐으윽…”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은데,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다.

서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일찍 일어났으면 살 수 있었을까.

“김 교수 이 망할 할배 새끼야!!!”

김교수의 과제만 아니었으면 자신도 가족과 나갔을 거고,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겠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 영감탱이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모두 쥐어뜯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때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쪽에도 한 명 있네. 괜찮아요?”

마음을 울리는 동굴 보이스, 두려움에 고개를 돌려보자 웬만한 연예인들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잘생긴 남성이 서 있었다.

“누..누구세요..”

“대한 아카데미 생도 김시우입니다.”

“아..”

안심하라는 듯 웃는 얼굴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

재난이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게이트에 의해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생존자가 있었다.

누군가 서럽게 살려달라는 소리를 못 들었다면, 이 여자는 죽었겠지.

"꺅!!"

도약할 때마다 품에 안겨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자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중이었다.

반쯤은 내 책임도 있었으니,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해야지.

"그런데 아까 소리 못 들었어요?"

"그게…. 귀마개를 해서…."

아까 트럭도 폭발하고, 땅도 계속 울렸는데, 집에서 자고 있었다니 한편으로는 대단해 보였다.

간이 큰 것인지, 아니면 안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여자는 살린 것 같다.

“대피소로 이동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저기 혹시 번호….”

“빨리.. 가세요..”

서아가 옆에서 냉기를 뿜어내자 아까 구해준 여성이 움츠러든 표정을 지었다.

“네에….”

서아의 눈빛을 못 버티겠는지 맨발로 빠르게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멈추지 않고 대피소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린 서아가 내 얼굴을 뻔히 보기 시작하길래 나도 슬그머니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

세아까지 같이 노려보고 있으니 뭔가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때는 화제를 돌리는 게 좋겠지. 옆에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는 홍류석은 좋은 화젯거리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커지고 있어..”

정말로 저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주변을 집어삼키며 몸체를 불리고 있는 홍류석, 아니 이제 홍류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끓어 오르는 용암처럼 계속 부글부글하는 거대한 슬라임, 눈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존재하긴 했지만, 눈동자는 없고 안이 텅 비어 있는 상태에서 형체만 잡혀 있었다.

“아까보다는.. 덜 징그러워..”

옆에 있던 서아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홍류석 얼굴에 마기로 오염된 피부보다는 저렇게 슬라임 같은 상태가 덜 징그럽긴 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거 쓰러트릴 수 있을까?”

“중심에.. 에너지가 모여있어..”

저번에 빌렸던 천상의 투시자 특성을 발현한 걸까. 서아는 홍류석 몸의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선택 히로인 : 윤서아 ]

[ 천상의 투시자 : 활성화 ]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시선 속, 서아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보였다.

저기가 약점이라는 듯 저 커다란 덩어리 안쪽에 구체로 모여있는 코어가 보였다.

문제가 있다면 코어가 한곳에 고정되어있지 않는 상태로 몸속에서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고 해도, 크기에서 차이가 나면 별다른 공격력이 없는 법이었다.

아까는 치명적이었던 내 공격도, 거대 슬라임처럼 변한 홍류석에게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느낌이다.

보통 이럴 때는 대규모로 레이드를 뛰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전력은 수가 지나치게 적었다.

“저건 위험해 보이는데요 오빠.. 그냥 다른 헌터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때요?”

옆에 있던 세아가 저걸 상대하는 건 무리라는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서아의 말대로 너무 위험해 보이긴 했다. 저 상태에서도 공격 의지가 있는지 기다란 촉수가 돌덩어리를 쥐어 이쪽으로 날렸다.

저걸 피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서아나 세아가 위험해 지겠지.

“꺄악~”

조금 인위적인 비명 같기는 했지만, 곧장 앞으로 달려가 검을 잡았다.

[ 엘레넨가 비전 검술 : LV.1 ]

마스터 였던 제국검술이 LV.1로 변했으나 그 위력은 이전과 달랐다.

제국검술은 단순히 검술 실력을 올려주는 스킬이라면, 이건 한 걸음을 앞으로 나가게 해주었다.

마나 심법을 시작하자 주변에 있는 공기가 빠르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내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마치 나와 연결된 상태가 되었다.

[ 업적 : A급 헌터가 되기 위한 첫걸음 ]

[ 단순히 능력만 강하다고 해서 A급 헌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주변까지 장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A급 헌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A급 헌터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

[ 조건 : 고유영역과 관련 있는 스킬 획득 ]

[ 보유 스킬 : 엘레넨가 비전 검술 ]

[ 보상 : 고유영역 전개 ]

엘레넨가 비전 검술을 습득하면서 얻었던 보상이었다.

[ 고유 영역 : 활성화 ]

범위도 좁아서 활용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제대로만 사용할 수 있다면 말도 안되게 성장 할 수 있겠지.

거리를 가늠하고 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푸른 불꽃이 피어나며 잔상을 남겼고, 날아오던 바위가 반으로 갈라졌다.

__쿵!!

비전 검술을 익히기 전까지는 불가능했던 공격이었다. 일종의 원거리 공격이라고 해야 할까.

마나 소모가 좀 큰 게 흠이긴 하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하다.

“다들 괜찮아?”

“네.. 오빠..”

“응..”

그렇게 보면 좀 쑥쓰러운데,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도 다 구한 상태고, 시간이 지나면 협회의 헌터들이 홍류석을 정리하기 위해 올것이다.

이정도면 자리를 피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민가쪽으로 이동하겠지.

저렇게 보여도 계속 우리를 향해 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의지는 있어 보이니까.

그건 막고 싶었다.

“나는 싸워볼 생각인데 다른 사람은 어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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