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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56화 (156/235)

〈 156화 〉 156 서아랑 세아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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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괴한이었다.

괴한의 정체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한 아카데미의 생도 중 한 명이었던 홍류석.

역천교라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명말론자 들과 협력하에 아카데미를 습격한 범죄자.

그때도 이목구비가 자유분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이는 모습은 못생길 걸 넘어 선 것처럼 보였다.

얼굴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계속 김시우와 함께 다녀서일까, 저 얼굴을 보고 있으니 속이 매스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너 이.. 시발년!!”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에 피부까지 거무죽죽해져 있으니 더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얼굴 위로 구물구물 움직이는 혈관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었다.

“잘도.. 잘도 날 고문했겠다!!!”

“갑자기 왜 발작하는 거야?”

지아를 발견한 걸까, 놈이 발작하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사정을 모르는 김시우는 자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화내니까 더 못생겼어.”

“너무.. 징그러워….”

서아도 비슷한 감상을 남겼다. 확실히 사람이라 하기에는 너무 징그러운 얼굴이긴 했다.

“이..이 시발!!”

화를 주체하지 못한 홍류석은 언어기능을 상실했는지 들짐승의 소리를 내더니 바닥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음에도 바닥이 울릴 정도, 징그러운 모습만큼이나 힘이 강해 보였다.

“다 죽여 주마!!!!”

말과 동시에 옆에 있던 2.5톤 트럭을 가볍게 들어 올려 이쪽을 향해 던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트럭, 서아의 경우는 신호를 받은 지아가 품에 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힘을 써야 하나.’

능력을 쓰면 저 트럭을 받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체를 드러내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고 있던 사이,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저기..오빠?”

안심하라는 듯 한쪽 눈을 감으며 대답하고는 트럭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도약했다.

급한 상황에 안겨 있는 김시우의 가슴은 돌처럼 단단했다.

남편의 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굵은 팔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마치 가벼운 물건을 옮기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김시우의 얼굴.

잘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빛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는 너무 비교되는 모습, 나이를 먹으면서 빛이 바랜 얼굴과 나잇살을 먹으며 올챙이처럼 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한 배.

자신 앞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 하는 남편과는 비교되게 당당한 모습.

__콰광!!!!”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서 있던 자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트럭이 폭발하면서 파편과 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폭발 소리와 함께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몸으로 감싸는 김시우.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생도 주제에 누가 누굴 보호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최고의 헌터 중 한 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알려진 S급 헌터를 고작 생도 따위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기가 차고 어이가 없는 일이어야 정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니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 이상한 감정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세아야 다친 곳은 없어?”

“어…. 없어요..”

나도 모르게 당황했는지 음높이도 제대로 맞지 않았으나 김시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놀란 것 같은데 괜찮아?”

자신이 놀랐다고?

온갖 범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도, 대형 몬스터가 자신에게 덤벼들었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S급 헌터 윤승아가 고작 날아오는 트럭에 놀랐다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서류 더미에 파묻히며 이전보다 전투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경험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이 정도는 금방 괜찮아 져야 정상인데,

그런데도 좀처럼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니.. 그게.”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서아랑 같이 있어.”

“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시우가 홍류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는 사이 어느새 이지아가 곁에 서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이지아의 품에 안겨 있던 서아의 날카로운 시선에 서둘러서 정신을 차렸다.

“흠..흠..”

“내려줘요…. 시우 도와야 하니까….”

“마스터?”

“일단 서아는 내려줘…. 서아 너도 무턱대고 달려가지 말고.”

__쾅! 콰앙!!!!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까 달려나간 김시우가 홍류석의 공격을 피하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까보다 몸집이 더 커진 홍류석은 이제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커진 덩치와 함께 겉으로 노출된 피부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무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외형만 징그러워 진 게 아닌지, 힘도 힘이지만 속도도 엄청났다.

주변에 있던 벽들이 주먹 한 방에 박살 나고 있었다.

한방만 허용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살벌한 위력을 담은 주먹을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날리고 있었다.

‘저런 녀석을 상대로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나…?’

능력치만 따지자면 A급 헌터들에 근접해 보이는 홍류석을 상대로 날다람쥐 처럼 요리조리 피하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지아에게 보고 받기는 했지만, 저 정도 일 줄 상상도 못 했다. 실제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김시우!! 이 날파리 같은 놈이!!”

홍류석은 2m는 넘어 보이는 거구의 몸을 이용해 두 팔을 무식하게 휘두르고 있었는데, 두 손으로 바닥을 내려 칠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보통 저런 기술을 당하면 스텝이 꼬이거나 공격이 주춤하기 마련인데, 김시우는 전혀 그런 것 없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저 정도 전투 감각이면…. A급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인데….”

근접 전투 실력만 따진다면, 웬만한 헌터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점일까.

거의 모든 공격을 성공하고 있긴 하지만, 홍류석의 엄청난 재생력을 따라잡지는 못하는 느낌이었다.

“아직 부족..?”

“그만 좀 죽어라!!”

갑자기 허공에서 항마의 불꽃이 피어나면서 홍류석의 몸에 옮겨붙었다. 전신에 푸른 불꽃이 옮겨붙자 홍류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몸을 구르기 시작했다.

항마의 불꽃 때문인지 재생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김시우는 그 틈을 노려 계속해서 칼을 찔러 넣었다.

“시발!! 시발!! 그만해!! 떨어져!!”

“방금.. 내가 잘못 본 거야?”

방금 그 공격은 고유 영역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항마의 불꽃 때문에 홍류석이 힘을 못쓰는 모습이었다.

청아한 불꽃은 부정한 것들을 모두 태울 기세로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벽을 넘은 거야?”

A급 헌터만 가능한 고유 영역을 사용한 공격, 아직 완벽하게 다루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최소한 A급 이상이 잠재력이 있다는 말 아닌가.

“엄마.. 계속 지켜보기만 할거에요…?”

“아…. 나도 모르게….”

예상외로 김시우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어버렸다.

당연히 상대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 찍어 누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전투에 몰입해 버렸다.

“시우.. 도와줄 거야..”

이지아의 품에서 벗어난 서아가 김시우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뭐.. 위험해 보이진 않으니까. 둘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볼까.”

*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뒤로 물러나자 무식한 홍류석의 공격이 벽을 박살 냈다. 묵직한 일격에 살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한 방만 맞아도 골로 가겠는데.’

못 본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 저렇게 큰 몸으로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니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라 할 수 있었다.

단순히 능력치만 비교하면 홍류석 쪽이 앞선다고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내구성과 재생력을 가지고 있으니, 저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달려들어도 적을 도륙 내는 대에는 부족함이 없을 거다.

그런데도 내가 일방적으로 홍류석을 도륙 내는 건 간단한 이유다.

‘공격이 너무 단순해.’

냅다 달려들어서 팔만 휘두르는 탓에 공격이 너무 뻔히 보였다.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동작도 크고, 어디로 공격할지 다 예측이 가서 상대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어도 홍류석은 홍류석인걸까.

“시발!! 왜 안 맞냐고!!!”

“한 번 더 지져야 하나….”

아까 지졌던 항마의 불꽃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얼굴은 불꽃에 녹았는지 한쪽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죽어야 정상인데,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이다.

“커억..”

한 번 더 불을 붙일까 고민했는데, 뒤에서 얼음 창이 날아와 홍류석에 몸에 꽂혔다.

“서아야!”

“뒤로..물러나..!”

서아의 말에 뒤로 물러나자 홍류석의 몸에 얼음 창이 계속해서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다.

이미 내 칼질에 내구성이 떨어졌는지, 몸에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얼음 창이 박혔다.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하자 속도가 떨어졌다.

“시발 왜 이렇게 센 거냐고!!!”

힘을 갈망해 괴물이 된 홍류석이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목소리가 어찌나 억울한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꼬우면 너도 로드하던지.’

미안한 마음은 아주 잠깐 이었다. 솔직히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기동성을 잃은 홍류석은 이제 먹잇감에 불가했다. 무지막지한 속도에서 나오는 파괴력도 이제는 별 볼 일 없어졌다.

“끝이다.”

빈틈을 노려 칼을 꽂아 넣었다. 아까는 단단해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얼음창 때문에 빈틈이 생겨서 그런지 안쪽까지 깊게 들어가는 느낌이다.

“잘 가라.”

나는 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항마의 마력을 밀어 넣었다. 내부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하는 항마의 불꽃.

“시..시이이압라라바라!!!!!”

홍류석은 고통스러운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듯했다. 불길한 마기가 항마의 힘에 잡아 먹히기 시작했다.

검고 탁한 기운이 푸른 불꽃에 의해서 정화되어 가는 모습은 꽤 멋있었다.

이제 끝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홍류석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시우야..! 피해..!!!”

“뭐야..”

나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홍류석의 몸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서아를 품에 안아 들었다.

최대한 뒤로 물러났으나, 폭발은 없었다.

“…?”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확인한 홍류석은 슬라임처럼 계속해서 몸을 키우는 중이었다.

심장처럼 팔딱거리는 모습.

“뭐야 저게?”

“징그러워..”

__크아아앙아아아!!!!!

“이제는 대형몹이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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