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155 서아랑 세아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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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더라.
항상 책임감과 일에 치여 살면서 잊었던 감각들이 다시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직급이 직급이다 보니, 평범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친하던 친구들도 내 존재를 알게 되면서 거리를 두지 않던가.
괜히 실수라도 하는 건 아닌지,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그러면 서로 불편한 공기가 지속된다.
‘그래도 윤아는 그대로 이긴 하지만..’
윤아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놀이동산에 갔을 때 이런 느낌이긴 했다.
그냥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
옆에서 서아가 자꾸 노려보고 있기는 하지만, 용돈을 올려준다니까 수긍했는지 조금 잠잠해져 있었다.
‘그나저나 얘는 돈을 어디다 쓰는 거지….’
개인적으로 돈을 쓰는 것 가지고 혼낼 생각은 없었다.
좀 질 좋은 장비 좀 사려고 하면 수십억은 애들 장난처럼 사용되는 게 헌터들의 삶 아니겠는가.
하지만 기본적인 장비나 소모품들은 기본적으로 길드에서 제공해주고 있었기에 그런 쪽으로는 지출이 적을 게 분명했다.
다른 부분에서도 항상 부족함 없이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부족함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이렇게 많이 안 썼는데.. 최근에 늘었지?’
최근에 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매일 아카데미 제복만 입고 다니던 딸이 드디어 옷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어딘지 모를 찜찜함만 뺀다면.
‘김시우 때문은 아니겠지..?’
지출이 늘어난 시기에 절묘했다. 강민지와 김시우와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출이 늘어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서아에게 이상한 놈이 붙으면 어떤 심정일지 상상하기도 싫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김시우 정도면 나쁘지는 않지만….’
카드 명세를 살펴보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그건 피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러운 자식이니,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사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돈을 낭비하지는 않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 일은 없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품을 떠나 독립하게 될 서아였다.
만약 독립해서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면 엄마 품에서…. 이러면 안 되지….’
언젠가 독립할 서아를 위에서도 언제 한번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되네요~ 그렇지 언니?”
“응..”
“글쎄, 너무 기대하면 오히려 실망하지 않을까?”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긴 하지만, 아이스크림만 먹는 손님들이 많은지 빠르게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게트 버거는 다른 곳이 더 괜찮다니까 거기도 가봐요!”
학생을 연기하고 있어서 인가, 자신도 모르게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마음대로 해….”
여전히 툴툴거리긴 하지만, 이제는 그냥 받아드리기로 했는지 서아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윤승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아의 품에 안겼다. 푹신푹신한 촉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자 세아야.”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윤승아는 고개를 돌려 김시우를 바라보았다.
매력적으로 들리는 목소리, 그때 확인했을 때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외모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사나운 맹수처럼 보이나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마치 작은 소동물처럼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편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아니 어린 시절보다 김시우가 더 잘생기긴 했지만.
“왜 그래 세아야?”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이 차이가 몇인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든단 말인가. 윤승아는 고개를 털며 잡생각을 날려 버렸다.
“근데 수련 열심히 하시나 봐요?”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팔이 정말로 단단했다.
반소매 밑으로 드러난 팔뚝이 선명하게 갈라져 있기도 하고, 핏줄이 훤히 보이는 게, 하루 이틀로 만든 몸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응? 아 매일 하고 있기는 하지.. 하하.”
“어깨도 넓고….”
“세아야..?”
옆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니 찌릿 하고 눈빛을 보내는 서아가 서있었다.
반응이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둘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는 몰라도, 서아가 호감이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뭐, 일단 외형은 합격이고, 혼자서 살아온 걸 보면 생활력도 합격.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우리 차례인 것 같은데?”
“어떤 거로 드릴까요?”
메뉴는 단순했다. 쑥 아이스크림과 옥수수 아이스크림.
컵에 소프트 콘처럼 담아서 주는 방식이니, 그렇게 긴 줄에 비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지아 언니는 뭐 드실래요?”
“언니… 말씀입니까..”
뭐,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꺄악!”
호출에 뒤에서 지아가 나타나자 점원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면 놀랄만하지, 김시우도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점원은 소리를 지른 걸 열심히 사과하기 시작했다. 서아의 머리카락 색을 보고 대충 헌터라는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다.
서아의 머리카락은 좀 특별한 색상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말씀입니까..? 마스.. 아니 세아 아가씨.”
중간에 마스터라는 말이 튀어 나올 뻔하긴 했지만, 적당히 눈치를 주니 알아서 말을 고치는 지아였다.
역시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지아 언니?”
“그러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김시우가 의견을 제시했다.
“고르기 힘들면, 그냥 둘 다 시켜서 나눠 먹는 건 어때?”
“그럴까요? 그럼 각각 3개씩 주세요!”
“3개씩 주문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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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 퉤!”
내 이름 김조장.
남들은 주식이니 코인이니 다 돈을 벌고 있다고 하는데.
내 손만 닿으면 모든 주식이고 코인이고 다 물장으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시발..”
분명 오를 거라는 소식에 들어갔던 주식도 어느새 마이너스로 변해 있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플러스 5%였는데. 마이너스 23%.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건가.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팔아버리면 그다음부터는 귀신같이 상만 치면서 매일 최고가를 갱신하지 않나.
세상을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되는 일도 없고, 이번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잘렸다. 개 같은 부장 새끼.
뒷돈 좀 받아먹을 수 있는 거지. 지는 알게 모르게 다 받아 처먹으면서 내가 좀 받아먹었다고 짜르다니.
“대가리를 깨버리고 나올 걸.. 시발..”
그냥 모든 게 다 억울했다. 개 같은 기분을 풀기 위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시발 맛이 왜 이래..”
으슥한 골목길, 나는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한 놈만 걸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돌린 순간 뒤에서 노인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쓰레기를 그래 함부로 버리면 어쩌는 고!”
“뭐야…. 시발 지금 나보고 그랬어요?”
“아니 어린 노무 시키가 어디서 말대꾸여!”
힘도 없어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영감이 나이만 믿고 나대는 모습이라니.
“뒤지고 싶어?”
“어디 어른이 말하는 데 눈을 시퍼렇게 뜨고!”
“하아.. 안되겠네.”
나도 모르게 주먹이 움직였다.
아드레날린 분출과 함께 온몸에 혈류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격렬해진 호흡과 함께 정신을 차려 보니 바닥에 쓰려져 있는 영감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마..만.. 그만하게..”
“이.. 시발! 그러게 왜 사람을 건드려!!”
나는 분노조절 장애다. 이 노인네가 건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쓰러져 있는 노인을 무시하고 일어나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 같은 세상, 세상은 날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야. 거기.”
“아 시발 또 뭐야!!!”
“여기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는지 아나?”
왜소한 체격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놈, 안경에 못생긴 외모까지.
전형적인 찐따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너 지금 나한테 반말한 거냐?”
“여기로 가는 방법을 아냐니까?”
딱 봐도 힘도 하나도 못쓰게 생긴 놈이 뻔뻔하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저런 새끼가 깝죽거릴 정도로 내가 만만해 보였다.
김조장은 안경을 쓴 남자가 들고 있는 휴대폰을 날려버렸다.
“시발! 모른다고 새끼야!!”
“…”
“하? 왜? 치겠다? 이 새끼가..”
“새끼가 뭐?”
안경을 쓴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려던 김조장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왜소해 보이던 남성의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불길해 보이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어디 말씀하세요…?”
분노 조절 장애 김조장에서 분노조절 잘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하나 같이 맘에 안 드는 새끼뿐이야.”
“자..잠깐만요.. 제가 여기 토박이라 거기가 어딘지 잘 아는데….”
으슥한 골목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 김조장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포…. 폰은 보상해 드릴 테니까..”
“필요 없어 새끼야.”
“사..살려주세요!!!”
골목길에서 김조장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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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야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데?”
“이상하다…. 길을 착각했나 봐요. 오빠.”
목표물이 접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일부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__으아아아악!!!!
멀리서 들려오는 남성의 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오빠.. 비명소리가.”
“뭔가.. 오고있어..”
“서아랑 세아는 내 뒤로 와.”
모두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전투 준비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공간 팔찌에서 검을 뽑아 든 김시우가 둘을 보호하려는 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했다.
자신과 서아를 보호하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꽤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는 게 이지아의 말대로 베테랑처럼 보였다.
‘일단은 한번 지켜볼까.’
어차피 이 주변에는 이지아도 있고, 자신도 있었으니 큰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시우의 실력을 실제로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홍류석의 경우는 이제 이용가치가 없으니, 같이 온 동료를 포획하는 용도로만 쓰고 제거하면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모습을 드러낸 건 한 명의 인영뿐이었다.
‘뭐야 왜 혼자 왔어…?’
평소에는 죽어도 집단으로 몰려다니더니, 이번에는 저 녀석 혼자란 말인가.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류석은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와 무언가를 던졌다.
“사람.. 머리?”
잔혹한 모습에 모두 눈살이 찌푸려졌다.
“네놈의 미래다. 김시우.”
“이 목소리는… 홍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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