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153 서아랑 세아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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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강민지 사진 왜 이렇게 안 올라옴? ]
ㄴ [ 사진 찍는 애들 다 걸린 거 아님? ]
ㄴ [ 어둠의 민지 친위대가 털어버렸나? ]
ㄴ [ 아직도 그 소리 하는 인간이 있네! ]
강사모가 퇴학을 당하면서 에브리 위크에 올라오는 강민지의 사진이 줄어들었다.
좋아하는 연애인 사진을 찾는 것처럼, 강민지의 사진들의 수가 줄어들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나왔다.
아쉽긴 해도 크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기도 했고,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생도들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조회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게시물에는 한 가지 의문을 표하는 글이 올라왔다.
[ 이번에 자퇴한 애들 많던데, 왜 그런지 앎? ]
ㄴ [ ㅇㅇ 그거 이상하더라. 지금 시기에 자퇴하는 거 좀 이상하지 않음? 초반이면 모를까. ]
ㄴ [ 몇 명은 박살 났던데..? ]
ㄴ [ ㅇㅇ 자퇴생 중에 박동필인가 하는 걔는 이제 헌터로 생활 못 한다던데? ]
ㄴ [ 박동필이면 탱커 최상위권 아님? 다칠 이유 없지 않나? ]
ㄴ [ 금지 약물 먹었다던데ㅋㅋㅋㅋ 병신 아님? ]
ㄴ [ 병신이네, 자업자득임ㅋㅋㅋ 순위 높다고 나대더니 꼴좋네. ]
ㄴ [ 아무튼, 자퇴한 거 이상하지 않냐? ]
ㄴ [ 학기 초에도 이런 일 있었던 거 같은데….]
ㄴ [ 또 어둠의 민지 친위대인가 뭔가 타령할 거? ]
ㄴ [ 아니 이상하지 않음? 이 정도면 아카데미에서도 말이 나오는 게 정상인데. ]
코멘트가 달리던 글을 확인한 여인 한 명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역시 말이 나오긴 하네….”
현역 시절, 몸을 숨기기 위해 특화된 슈트를 입고 있던 여인은 답답함에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몸에 딱 맞는 의상이었으나, 최근에 살이 찌면서 옷이 꽉 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악질적인 녀석들만 조금 손본 거니까….”
가슴 부위에 있는 지퍼를 내리자 압력으로 밀려 있던 가슴 부위가 양쪽으로 늘어났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블랙리스트, 단순히 길드에서 취업을 거부할 헌터들의 명단 리스트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명단에 있는 헌터들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헌터들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온 협회도 적당히 넘어갈 게 분명했다.
물론 살인 같은 행위를 한다면 용납하진 않겠지만, 가볍게 손을 본 것 정도는 덮으려 할 것이다.
그냥 겁을 좀 준 것뿐 아닌가.
또 이사장에게 약점이 잡힌 것 같긴 하지만,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으니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민지 친위대는 또 뭐야….”
이번에 자퇴한 녀석들은 평소에도 주변 평판이 좋지 않았는지, 딱히 별다른 언급들이 많이 없어 보였다.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더니….”
여인은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명단 위에 빨간색 펜으로 한 줄을 그었다.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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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길드 최상층, 오늘도 어김없이 쌓여있는 서류 더미 속에는 소녀로 보이는 인물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과 작은 키, 조금 작아 보이는 가슴을 가진 여인은, 자신의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 서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놀았다고 이 정도로 쌓인 거야?”
자신들이 결정해야 할 중요 사항들이다 보니 남에게 맡길 수도 없는 기밀 서류들이 많았다.
정보를 관리하는 만큼, 아주 잠깐만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확인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곤 했다.
“하아….”
정보의 가치는 단순히 어떤 사실을 담고 있는지로 만 결정되지 않는다.
아주 값비싼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값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우..”
외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상하게 생긴 안경을 착용한 여인의 정체는 윤승아. 눈을 가늘게 뜨고 서류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불가…. 이건 이번에 거래해볼 만 한 것 같은데…. 이놈들은 또 지랄이네….”
눈이 침침하긴 하나, 그동안의 경험이 있는 탓에 서류를 빠르게 분류하기 시작했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파악되는 서류는 빠르게 넘어가고, 나중에 다시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서류를 구석에 쌓으며 서류를 정리하던 중 인기척이 느껴졌다.
“응?”
“표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그.. 그 이름이 뭐였지?”
“홍류석 말입니까?”
“어.. 어 그 홍루석인지 횽류석인지.. 그놈 말하는 거 맞지?”
윤승아는 아직도 절반 넘게 남아 있는 서류를 보자 한숨부터 나오는 기분이었지만, 당한 만큼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네. 역천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시 타겟은 김시우 같아?”
홍류석의 움직임을 감지한 이지아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김시우의 위치를 확인했고, 둘은 같은 지역에 있었다.
뒤를 캔 게 조금 걸리긴 했으나, 위기 상황이니 어쩔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네…. 같은 지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좋아. 그럼 김시우는 어디에 있어?”
워낙 신출귀몰한 녀석들이니 놈들을 추격하는 것보다는 김시우의 주변에서 대기하는 게 더 좋아 보였다.
이지아는 윤승아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
“여수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말끝은 왜 그렇게 늘려?”
항상 깔끔하게 대답하던 이지아가 한숨을 내쉬고는 뒷말을 이었다.
“서아 아가씨와 함께….”
“우리 서아가 김시우랑 여수에 왜 있어?”
*
강사모를 처리하고 나서부터는 민지와 서아와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자신과 훈련을 같이 안 한다는 이유로 불만은 터트렸던 서아도 조금 조용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질투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가끔 민지와 서아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 때면 항상 다은이가 먼저 나서서 정리해준 탓에 편했는데, 요즘은 아니었다.
정수아가 우리와 더 가까워 보이는 다은이 모습에 불만을 터트렸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소꿉친구다 보니 다은이도 어쩔 수 없는 모양. 지금은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고 정수아를 신경 쓰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중재자인 다은이가 빠지면서 민지와 서아와 충돌을 일으키는 때가 있었다.
‘뭐 둘이 막 싸우는 건 아니지만….’
둘 다 사이가 좋다 보니 막 싸우는 건 아니지만, 둘이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두고 좀 경쟁하는 모습이지….’
치고받고 싸우거나, 서로를 공격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 사소한 거로 경쟁하는 느낌이다.
훈련 상대를 자신이 하겠다거나, 밥 먹을 때 나와 가까운 곳에 앉고 싶어서 하는 것 정도?
둘 사이에서 최대한 공평하게 하려고 하는데, 서아는 아닌 모양이다.
민지의 경우는 자주 안아주기도 하고, 서아를 좋아해서 크게 불만은 없지만, 서아는 민지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조금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서아의 불만이 커지지 않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있는 훈련을 포기하고 서아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 해보면 비전 검술의 감각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워도 참아야지.
그깟 검술보다는 서아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정 안되면 또 로드로 훈련하지 뭐.’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자. 익숙한 기운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거대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을 가진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늦어서.. 미안해..”
서아가 미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약속 시각보다 1~2분 정도 늦게 도착했을 뿐이지만 서아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평소라면 더 일찍 도착하는 서아였는데, 오늘은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던 걸까.
“오늘 좀 달라 보이네 서아야?”
“혹시.. 이상해?”
평소에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는 서아였는데, 오늘은 화장을 한 듯 했다.
그리 과하지 않은 선에서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남자들이 좋아하는 엷은 화장.
본래 본판도 뛰어난 서아였는데, 화장까지 더해지자 더 화사해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니 완전 잘 어울려.”
“히..”
서아에게 예쁘다고 계속 말해주자 서아가 기분이 좋은 듯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병아리처럼 귀여워 보이는 노란색 쉬폰 블라우스와 아래쪽은 조금 짧아 보이는 청바지 소재의 숏 팬츠.
바람에 하늘하늘하는 상의는 귀여움과 함께, 시스루 소재로 되어 있어 팔뚝이 살짝 비쳐 보이 탓에 귀엽기만 한 느낌은 아니었다.
숏팬츠 밑으로 드러난 건 서아의 희고 말랑말랑 거리는 두 다리. 섹시한 느낌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시우는.. 따라만 와..”
오늘 계획은 서아가 모두 짰다. 솔직히 계획을 짜고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해서 그런지 양심이 조금 찔리는 기분이다.
그냥 서아 옆을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호응해줄 생각이다. 서아가 고른 장소에서 불만을 표시할 생각은 없었다.
“알았어.”
서아와 함께 여수로 출발했다.
처음 목적지는 이순신 동상이 있는 곳 근처에 있는 벽화마을이었다. 위치가 위치다 보니 걸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그런지 조금씩 서늘해지긴 했지만, 역시 날씨가 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서아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더워..?”
“조금?”
더운 날씨에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할 때쯤, 서아가 내 옆에 딱 달라붙더니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
살짝 수줍은 표정을 지은 서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달라붙은 서아에게서 느껴지는 시원한 공기에 더움이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진짜 여름에는 서아만 있으면 걱정이 필요 없었다. 주위에 다른 커플들도 보였는데, 역시 더운 열기 때문인지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
이것도 시원하긴 하지만, 역시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더 시원하지 않겠는가.
“자..잠깐 시우야..”
“좋네.”
서아를 등에 업자 서늘한 기운에 더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 빛도 별로 두렵지 않았다.
나름 데이트 코스 중 한 곳 인 것 같은데, 귀여운 벽화들도 있었고, 관리를 안 하면서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곳도 있었다.
“서아야 웃어봐.”
“응..”
카메라를 들고 서아를 찍으려 했는데, 서아는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나는 인형처럼 뻣뻣해 보이는 서아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터트렸다.
사진도 같이 찍고,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쉬기 위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서아야 넌 뭐 마실 거야?”
“내가..살껀대..”
“이 정도는 내가 살게.”
매번 서아에게 얻어먹을 수는 없지. 적당히 음료를 주문한 뒤 카페 구석에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뭔가 여유롭네.”
__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손님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앉아 있었는데.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우 오빠랑 서아 언니~”
“…”
“둘이 여기서 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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