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 150 비전 검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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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고를 무시했던데. 왜 그랬지?”
가면을 쓴 무리가 김시우 앞에서 나타났다. 구관 건물 방에 숨어 있었던 인원이 모두 나와 한 명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수적인 우세 덕분인지 그들은 모두 자신만만해 보였다.
“하암….”
진지한 그들과는 다르게 김시우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피곤하니까 빨리빨리 끝내자.”
“이놈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뒤에 있던 여인이 김시우를 향해 소리쳤다. 같은 여성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강민지에게 매료된 그녀는 강민지 옆에 딱 붙어 있는 김시우에게 언제나 불만을 품어왔다.
“어…. 얼굴 말고는 쓸모도 없는 놈이!”
얼굴만 믿고 나대는 김시우가 다시는 강민지의 옆에 있지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그동안 민지 님에게 얼마나 방해되는 존재였던가. 비록 지금은 달라지긴 했으나 한번 힘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얼굴을 뭉개줄 거야!’
분명 저 얼굴로 민지 님을 유혹했던 게 분명했다. 저 얼굴만 없다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그녀는 마법 진을 허공에 그리기 시작했다. 위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속도에는 자신 있었다.
빠르게 파이어볼이 완성되던 중 돌연 푸른 불꽃이 허공에 나타났다.
“꺄악!!”
푸른 불꽃에 마법진에 간섭을 일으키는 순간 마법진이 폭발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당황한 그녀가 주저앉았다.
“…”
강사모는 당황한 표정으로 김시우를 노려보았다. 자신 중에서 그녀를 공격할 사람은 없었으니 이런 짓을 한 게 누군지는 뻔했다.
“김시우…?”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어렵네….”
시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김시우였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방금 일어난 일이 김시우에 의해서 임을 깨달았다.
당황한 인원들이 모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언제나처럼 대형을 맞추고 김시우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던 김시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냥 검술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느새 목검을 쥐고 있는 김시우는 목검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키가 될 줄은 몰랐지.”
“혼자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분명 자신들의 숫자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강사모가 뒤로 물러났다.
“뭐야. 안 싸울 거야? 혹시 겁이라도 먹었나?”
분명 자신들과 같은 1학년 생도일 뿐인데, 거기다 자신들보다 각성하고 지난 기간도 더 짧지 않은가.
순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다은과 같은 팀이 되어 운이 좋게 올라갔을 뿐이다.
“누…. 누가 겁먹었다는 거냐!!”
“민지 님을 위하여!!”
“모두 돌격해!!”
김시우에게 시선이 모이는 순간 제자리에 서 있던 김시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인 전투를 위해 짜인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검을 든 생도들이 일제히 달려갔다. 한 명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수많은 연습의 결과물.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빈틈이 없어 보이는 대열을 유지한 체 김시우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김시우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모습에 분노가 일어났다. 그냥 강한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아무것도 아닌 놈 주제에.
거리가 좁혀지자 가만히 있었던 김시우가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검에는 아름다운 푸른 꽃이 피어올랐고, 교본에서 본 것처럼 아주 깔끔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완벽한 모습이라서 그런지 자신들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마치 어둠에 물든 하늘에 떠오른 달처럼 아름다운 곡선으로 휘둘러진 검이 허공에 멈춰선 순간.
그들이 들고 있던 검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어..어!! 뭐..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허공에 푸른 불꽃이 피어오른 순간 그들의 몸에는 똑같은 자상이 생겨났다.
분명 멀리서 검을 휘둘렀음에도, 마치 검에 닿은 것처럼 최전방에 서 있던 생도들이 쓰러졌다.
“으으윽!!!”
“시발! 내 팔..!!”
어딘가 잘려나갈 정도로 치명상은 없었으나, 적지 않은 생도가 자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뒤에 서 있던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분명 허공에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는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다리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뭐..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검에 닿지 않았는데 공격을 받은 듯한 모습.
마치 검 주변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 않은 이상은 저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일반적으로 근접계열 헌터들은 원거리 공격수단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는 했다.
무조건 근접해서 공격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나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었다.
상위 헌터가 되면 근접계열 헌터들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진다.
원거리 계열의 헌터보다 사정거리는 짧긴 하지만 말이다.
A랭크 헌터가 되면 근거리 계열 헌터라고 해도 고유 영역을 이용해 자신의 주변 마력을 공격에 동화시키는 게 가능하다.
김시우가 한 공격은 주변의 마력을 동화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한 공격이었다.
현역 헌터들 중에서도 A랭크에 도달하지 못하는 헌터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었다.
“A랭크..?”
“시..시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보다 각성도 늦었다고!!”
말도 안 되는 현상에 겁먹은 강사모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강민지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이었지만, 막상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김시우를 보자 그 마음이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시우는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렵긴 하네.”
놀란 자신들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해 보이는 표정의 김시우.
오히려 그 표정과 분위기가 더 공포심을 만들어 냈다.
‘이…. 이건 도망쳐야 해..’
“우..우수 회원님!!”
“도..도와 주세요!!”
강사모는 가장 뒤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김동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수적인 우위를 이용해 이겨볼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저건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선을 넘어 있었다.
‘…시발. 저게 말이 된다고?’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받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살기를 보인 다거나 자신들에게 분노를 보이지 않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미..민지님을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김동필은 강민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바로잡았다.
비록 공격수단이 부족해 랭크가 낮긴 하지만, 탱커 능력으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자신이 아니던가.
‘그래 A랭크는 아닐거다.. 아직은 불안정해 보이니까.’
다른 녀석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화려한 모습에 비해서는 그렇게 위력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일부로 힘 조절을 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최대로 공격한다고 해도 자신에게 통할 정도는 아닐 거다.
‘미스트릴? 아니… 그냥 처음부터 확실하게 간다.’
품속에 있던 도핑용 포션을 꺼내 들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패배하는 것보다는 나을 때 사용하기 위해 부적처럼 들고 다니던 포션이었다.
단시간 내의 체내에 있는 마력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혈류를 빠르게 만든다.
지속시간이 끝나면 몇 날 며칠은 드러누워서 쉬어야 할 정도로 몸에 부작용이 센 대신 효과만큼은 끝내주었다.
진짜 A랭크는 아니어도, 능력치만큼은 A랭크에 근접한 수준으로 증폭시켜 주니까.
‘여기서 지면 끝이다.’
도촬을 하긴 했으나 그래도 선은 지킨 그들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이 보일 게 분명했다.
자신들의 존재가 외부로 드러나는 순간 아카데미를 다니긴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이번 일이 걸리면 앞으로의 헌터 생활은 단단히 꼬일 게 분명했다.
인생이 걸린 일이었다. 김동필은 망설임 없이 포션을 들이마셨다.
‘일부로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아까 검 한번 휘두른 것 말고는 별다른 액션이 없어 보이는 김시우였다.
포션이 몸에 퍼지기 시작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력 심장이 폭주를 일으키면서 혈류와 함께 대량의 마력을 체내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아다만타이티드, 미스트릴, 아다티디움으로 이루어진 합성 합금으로 변한 두 팔을 무기 삼아 김시우에게 도약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마력 양 때문에 단숨에 거리가 좁혀 들었다.
“방심한 걸 후회하게 해주마!! 김시우!!!”
너무 빠른 움직임에 반응도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걸로 끝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__콰앙!!!!!
한 번의 충돌로 온몸이 울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가 생겨났다.
김시우의 검과 부딪치면서 생겨난 충격파에 주변에 있던 강사모들이 모두 주저앉았다.
“이..이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냥 반복 훈련 좀 했어.”
고작 평범한 목검으로 자신의 최대 강도를 버티는 김시우를 보며 김동필은 이를 꽉 깨물었다.
‘힘은 내가 위다!’
두 팔로 김시우의 검을 조금씩 밀어내는 중이었으나 그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__끼기기기긱!!!!!!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
숨어서 봤던 김시우의 검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빠르게 회전하는 게 특징이었다.
지금은 그 모습과 괴리감이 있었다. 청아한 빛으로 타오르는 김시우의 검은 너무나 안정되어 보였고 깨끗해 보였다.
저 선명한 빛으로 빛나고 있기는 하나, 회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탓에 더 약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이 시발!!!”
“감히 민지를 건드려?”
항마의 마력에 자신의 두 팔이 갈리고 있었다.
최상위권 헌터들이 사용한다는 무기의 배합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금속이었다.
그 어떤 충격도 버틴다고 알려진 금속이 고작 목검에 갈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렬한 고통에 김동필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파..팔이 잘리겠어!’
두려움을 느끼고 서둘러서 뒤로 물러났으나, 그게 패착이었다.
“차라리 공격했어야지.”
선명하게 빛나는 검이 자신을 덮쳐왔다.
자신의 팔도 잘라낼 정도로 강한 검이다. 저걸 강화되지 않는 부분으로 받아낸다면?
“사…. 살려줘!!”
김시우의 검이 복부를 찔렸다.
김동필의 바지 중앙 부분이 젖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범위가 커지기 시작했다.
강한 지린내에 김시우는 자신의 코를 막았다.
“새끼 쫄기는.”
제대로 손봐 주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참은 김시우였다.
“지금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무력 사용은 금지인 거 모릅니까!!!”
마력의 충돌을 느낀 교관들이 뒤늦게 구관으로 달려왔으니까.
교관들의 앞에는 검을 내려놓고 전투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김시우와 눈을 까뒤집은 체 바지에 오줌을 지린 김동필,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른 생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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