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147 비전 검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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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마나 심법을 마스터 해서 그런지, 이전에 모였던 불순물이 섞였던 마력에서, 좀 더 정돈되고 깨끗한 마력들이 단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출력이 높아진 건 아니지만, 마력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전은 일종의 보조 배터리 팩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이라 마력 심장으로 한번 마력을 거쳐야 하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전보다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총량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오러만 올리면 되는 건가.’
아직 운명 포인트도 1000포인트 가까이 남아 있으니 마스터를 찍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예상되었다.
오랜만에 반복하는 걸 그만두고 아카데미로 향했다.
남들에게는 고작 하루가 흘렀을지 모르지만, 나는 한 며칠은 지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으로 따지만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A반에 들어가자 먼저 도착해 있던 민지가 친구들하고 대화하고 있었다.
나름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 두루두루 친한 민지였는데, 최근에는 서아나 다은이와 더 가까워 보였다.
“민지야~ 서아야~ 혹시 이거 써봤어?”
“응? 이번에 새로 나온 제품 아니야?”
“나는 화장..안해..”
“정말?”
다은이가 둘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 같았는데, 모난 부분도 없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다은이의 성격 탓에 민지나 서아도 딱히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 모양이었다.
나 때문에 다은이가 더 노력하는 것 같았는데, 3명이 함께 모여있어서 눈이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
“시우야 안녕?”
“어 안녕?”
“그때 싸우는 거 정말 멋있었어!”
“응. 고마워.”
뭐 나도 다른 여자애들이 말을 걸어와서 적당히 웃으면서 대답해 줬다. 다른 애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긴 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건 없었다.
__눈웃음 미쳤다….
__와….
적당히 눈웃음을 치면서 대답하고 있자 갑자기 등 뒤가 따끔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서아랑 민지, 그리고 다은이가 말없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분명 다은이는 웃고 있는 표정이었는데, 평소에 짓는 표정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괜히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을 느끼며 애들에게 적당히 대답해 주고 우리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다들 안녕…?”
“안녕..”
“안녕~!”
“왔어?”
인사에 대답해 주는 걸 보면 그렇게 화난 건 아닌 모양이다. 뭐 평범하게 대답했을 뿐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다.
웃어줬다고 화난 건 아니겠지?
“어제 훈련은 잘됐어~?”
저녁을 챙겨줬던 다은이가 어제의 성과가 궁금한지 먼저 입을 열었다. 민지나 서아도 거기에 대해서 궁금증은 가지고 있었는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응 어느 정도 성과를 본 거 같아서. 혼자 훈련하는 건 이제 충분한 것 같아.”
“시우야 잘됐다~”
어떤 걸 훈련했는지 물어보길래 대충 마력 컨트롤 훈련을 했다고 했다.
단전을 만든 건 좋긴 한데, 괜히 말을 꺼냈다가는 또 민지한테 한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말이다.
분명 그런 위험한 짓을 했다는 걸 들키면 버럭 화를 내겠지. 뭐 서아나 다은이도 마찬가지고.
“그럼 이제 같이 훈련.. 하는 거야..?”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아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서아랑 같이 훈련을 못 한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지 내심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자 서아가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지도 안 그런 척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아카데미에서 파트너로서 항상 같이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한 건가.
‘아닌 척해도 민지도 귀엽다니까.’
애들하고 적당히 수다를 떨고 있으니 벌써 수업시간이 다가왔다. 마력의 흐름과 이해, 마력에 대한 수업으로 민아가 들어왔다.
“자 그러면 수업 진행하겠습니다.”
나와 잠깐 눈이 마주친 민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내 앞에서는 애교가 넘치는 민아인데 다른 생도들 앞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뒤에는 플러그를 꽂고 있으면서 말이지.’
오랜만에 조금 놀려 줄까?
*
파트너와 함께 하는 대련 훈련이 있어서 민지에게 적당히 장난을 치던 중이었다.
“어…. 어딜 찌르는 거야 멍청아!”
목검으로 민지의 가슴을 쿡 찌르자 민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옛날 생각나지 않아?”
스켈레톤 나이트를 쓰러트리고 나서 둘이서 대련할 때 이렇게 하는 걸 시작했던 것 같은데.
“하..하지 말라고 김시우..!”
“미안 실수였어. 실수.”
“너.. 죽었어!”
매주 3일 이상은 나랑 몸을 섞으면서 이것보다 더 심한 것도 하는데, 남들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 건가.
그래도 주변 시선을 생각하면서 했다. 괜히 남들의 눈에 들어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가벼운 장난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오랜만에 목검 끝으로 느껴지는 탄력적인 이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화났네.”
민지의 움직임이 좀 더 날카롭고 위력적으로 변했다.
확실히 민지도 성장했는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에서 움직임이 최소화 된 게 보였다.
고작 며칠 훈련을 같이 안 했을 뿐인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아니면 민지랑 많이 해서 그런가…?’
다른 부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달라진 게 눈에 들어왔다.
A등급인 민지가 혹시 뒤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더 신경 써서 챙겨주긴 했는데 이 정도 일 줄 몰랐는데.
전체적으로 스텟이 좀 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성장하는 게 가능한가?
“민지야 혹시 내가 준 포션 마셨어?”
“…”
민지는 대답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것에 집중했다. 대련이 진행될수록 점점 초조해 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마 도핑을 했는데도 이길 수 없어서 그러는 건가.
민지가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지만, 그건 내가 의도한 빈틈이었다.
무리해서 들어온 민지가 팔을 뻗었으나, 공격은 실패로 들어갔다.
나는 가볍게 공격을 흘리고 그대로 검을 움직여 민지의 빈틈으로 찔러 넣었다. 민지의 목덜미 코앞에서 멈춘 검.
“왜 안 되는 거야….”
민지의 얼굴이 급격하게 시무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도핑까지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그런 거겠지.
나한테 패배한 게 분했는지 가라앉은 민지가 귀엽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계속 시무룩한 모습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적당히 위로를 해줬다.
“괜찮아?”
“어….”
목소리 톤이 내려간 게, 확실히 힘이 빠진 게 느껴졌다.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걸까.
본인이 지켜주고 싶은데 내가 더 강한 게 문제려나.
민지보다 더 강해지고 난 뒤부터는 민지가 가끔 초조해 보이는 기색을 보였던 적이 있긴 했다.
어떤 기분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본인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랬지.’
내가 꼴찌였던 시절에는 매일 그런 기분을 느끼며 살아갔다.
민지의 실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히로인들과 비교했을 때는 가장 떨어지는 편이긴 하다.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쓰는데.
“내가 항상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그런거 아니거든 멍청아..”
살짝 얼굴을 붉힌 민지가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말 없이 주저앉아 있는 민지에게 손을 뻗었고, 고개를 돌린 민지는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
저번에 받았던 편지를 또 받았다.
이번의 편지에는 많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민지랑 좀 가깝게 지낼 수도 있는 거지.
이딴 짓을 하는 놈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만나러 가는 중이다. 혼자서 아카데미 구관으로 찾아오라는 편지의 내용에 따라서 구관으로 가는 중이다.
최신 기술들을 적용된 신건물들을 지으면서 방치된 이전의 트레이닝 룸.
지금과는 다르게 그냥 개인 방에 벽에 베리어만 쳐진 곳이다. 훈련 모드 같은 것도 없고 방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 지금은 방치된 건물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건물에는 누군가 지나갔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놈들이겠지?’
이곳으로 부른 놈들의 흔적일 게 분명했다. 뭐 하는 놈들이길래 민지랑 떨어지라는 건지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이곳으로 걸어왔다.
3층까지 올라가자 수상한 가면을 쓴 남자가 걸어 너 왔다.
큰 키와 넓은 어깨, 멀리서도 느껴지는 상당한 마력의 양. 겉으로 보기에 꽤 강해 보이는 놈이었다. 옷은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는 게 아마 생도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놈의 뒤로 같은 가면을 쓴 남자 생도들이 몇 명 더 나타났다.
‘설마 어둠의 강사모 인가..?’
커뮤니티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놈들인데 진짜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몰랐다.
“우리의 경고를 무시했던데. 왜 그랬지?”
“내가 너희들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어?”
“민지 님은…. 네놈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분이 아니다.”
“민지 님? 너희가 뭔데 민지를...”
“갈!!! 감히 그 천한 입으로 민지 님의 존함을 올리지 마라!!”
“미친놈들이네….”
이게 진짜 광기 인가, 남의 여자를 두고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민지를 위해서 이 놈들을 처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민지 님에게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손을 봐주지….”
뒤에 있던 놈들이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훈련용 무기 들이네…?’
괜히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래 아카데미 내부에서 실제 무기로 싸우는 짓은 정신 나간 짓이긴 하지.
무기는 훈련용 무기지만 가볍게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놈들은 훈련용 무기를 앞세워서 앞으로 다가왔다.
무기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다구리를 칠 생각인 건가.
근접 전투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검이 아니면 전투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벤토리가 있지.’
다행히 인벤토리에 훈련용 무기가 있어서 빠르게 소환했다.
“저기 마스터 저 새끼 무기가 있는데요?”
내가 무기를 쥐자 놈들이 주춤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놈은 혼자다. 쳐라!!!”
“타도 김시우!!”
“민지 님에게서 떨어져라!!!”
“민지 님을 수호하라!!”
숫자의 우위를 눈치챈 놈들이 검을 들고 냅다 달려들기 시작했다.
"훈련이라 생각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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