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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46화 (146/235)

〈 146화 〉 146 비전 검술 (6)

* * *

*

단전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이 짓거리도 몇 번 하다 보니, 죽는 일도 사라졌다.

죽기 전에 그 특유의 느낌이 오는데, 그 느낌이 느껴지면 로드를 하면 그만이니까.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는 새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적어도 수십 번은 죽었겠지.

재능이 없는 인간이 살아남는 건 무수한 반복뿐이고, 그래도 근성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 시우님.. 계속 그렇게 반복하다가는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

“나는 괜찮은데?”

[ 정신적인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상과는 다르므로 지금 당장은 모를 수 있습니다…. 조금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내가 그 정도로 많이 시도했었나?

그냥 평소처럼 계속 로드를 반복했을 뿐인데 마키나가 날 걱정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괜찮은데…?”

[ 시우 님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해 보입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시는 게 어떨지….]

“쫓기는 사람이라….”

마키나의 말을 듣고 보니, 너무 급하게 달려가려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가진다.’

생각해 보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데 말이다.

기계적으로 수치를 조정해 반복하던 걸 멈추고 떨어지는 물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시도에서 얻은 걸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헌터의 마력은 오직 마력 회로를 통해서만 흐른다. 단전같이 마력을 담을 공간도 없고, 거기와 좋게 연결된 마력회로도 거의 없다.

그래서 시도했던 게 마력을 통해서 새로운 통로와 공간을 만드는 걸 반복하려 했었다.

주변의 마력을 순환시키며 마력을 통해 천천히 단전을 만들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다은이의 마력 컨트롤러를 통해 섬세하게 조절하며 반복한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해 볼까…?’

천천히 해서 안 되면, 대량의 마력을 한 번에 밀어 넣어 버리는 방법은 어떨까?

내가 다른 근접계열 헌터들과 다르게 확장된 마력 회로를 가지게 된 것도 사실 무식한 방법을 통해서 얻게 된 거다.

다은이의 특성 덕분에 어떤 충격에도 상관없이 대량의 마력을 움직이는 게 가능할 거다. 거기에 회로도 넓으므로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의 양도 많다.

‘반동은 무조건 올 거야.’

내상을 입는 건 확정이라 해야 했다. 데미지를 한 번에 받을 건지, 서서히 받을 건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천히 받아도 어차피 수용할 수 없는 충격이라면, 한 번에 받고 회복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건 역시.

‘엘릭서….’

*

다음날,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공간 가방을 챙겨온 다은이가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왔다.

“시우야~ 오늘도 훈련하고 있는 거야?”

다은이는 어제와 같은 풍경의 트레이닝 룸을 보고는 눈을 깜빡깜빡 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슨 훈련을 하는 거야?”

“음…. 명상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네?”

“명상? 으음~ 나도 가끔 하고는 해. 마력을 움직일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좋으니까~ 시우도 그런 거야?”

“응 나도 그런 것 같네.”

“헤헤.”

다은이는 자신과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에 헤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계속 바라보게 된다.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해….”

고등급 엘릭서는 돈이 있다고 무조건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자격이 되는 사람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털어서 사려고 했더니,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수량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예약제로 판매되는 모양이다. 나 같은 평범한 생도가 구매하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다은이한테 부탁했다.

서아에게 부탁할까 생각도 했지만, 서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주고는 돈도 안 받을 것 같아서 다은이에게 부탁했다.

“계좌 좀 불러줄 수 있어?”

“응? 이 정도는 그냥 줄 수 있어~”

“그래도 이런 건 확실하게 해야지.”

다은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는 해도, 몇만 원 하는 것도 아니고, 수십억짜리는 그냥 받는다?

아무리 기둥서방이니 뭐니 해도 그건 양심이 없는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큰 지출에 지갑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투자할 때는 투자하는 게 남자가 아니겠는가.

다은이의 손에는 영롱한 빛깔을 내는 엘릭서가 쥐어져 있었다. A등급 이상의 엘릭서.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엘리서 답게 아름다운 색은 여전했다.

‘서아 덕에 한 번 먹어보긴 했는데, 또 먹게 될 줄은 몰랐네….’

다은이에게서 엘릭서를 받아 들자 손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병에 용 문양으로 조각된 병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되는 느낌이다.

“혹시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거야?”

다은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엘릭서를 필요로 하는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아픈 곳 없이 멀쩡해. 그냥 한 병 정도는 챙겨놔야 할 것 같아서.”

“정말 아픈 건 아니지? 혹시 아프면 나한테 말해줘야 해. 알았지 시우야?”

“정말로 괜찮다니까. 고마워 다은아.”

“헤헤.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꼭 말해줘!”

그 뒤로는 다은이와 가볍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 도시락 챙겨온 거야?”

“호..혹시 음식이 별로였어?”

“그런 건 아닌데, 너 힘들까 봐 그러지.”

“나는 요리하는 거 좋아하니까 괜찮아!”

어제 먹었던 음식들과는 또 다른 메뉴들을 한가득 챙겨온 다은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혼자서 하려면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도 안 되는 양들을 가득 차려주는 다은이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일단은 이 정도까지는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뒤로는 수업 이야기나, 다음 평가에 관한 이야기. 마력을 다루는 법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다가 슬슬 작별할 시간이 되었다.

아직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내 훈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지 서둘러서 가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가볍게 스킨십을 하려 했는데, 손을 잡은 것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손도 못 잡으면서 그것보다 더한 건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뭐 그때는 사고 같은 거였으니 그러려니 했다.

“시우야.”

“응?”

고개를 돌리자 다은이가 수줍게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내…. 내일 봐!”

고작 뽀뽀 한 번 하고는 부끄러운지 도망치듯 트레이닝 룸을 빠져나가는 다은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영롱한 빛을 내는 엘릭서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다.

“좋아. 다시 해볼까?”

폭포 앞 커다란 바위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력 컨트롤러를 통해 단전이 위치할 곳을 지정한 다음 대량의 마력을 한 번에 밀어 넣을 준비를 마쳤다.

손에는 엘릭서가 쥐어져 있으니, 만반의 준비는 끝이다.

“마력은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해.”

단전을 뚫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 후 회로가 꼬이거나, 심장이 터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마력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시도조차 못 할 행위지만, 내게는 고통 내성이 있었다.

“좋아.. 간다!”

다은이 덕분에 정신력은 충분히 회복한 상태다. 눈을 감고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시도를 끝에 만들어진 최적의 경로로 마력이 빠르게 회전한다. 나는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하는 마력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넓은 마력 회로를 따라 대량의 마력들이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모든 마력의 목적지는 오직 한곳이었다.

단전.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회로를 찢고, 내부가 곤죽이 되면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고통 내성으로 어떻게든 정신을 유지하며 엘릭서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억지로 벌리면서 찢어진 회로들을 수복하고, 마력 회로가 꼬이지 않도록 어떻게든 마력을 계속 흘리기 시작했다.

엘릭서의 기운이 마력과 함께 회전하면서 곤죽이 돼버린 내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계속해서 울려대는 알림에 관심을 끄고, 최대한 엘릭서의 기운을 순환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주 잠깐의 시간도 마치 억 겹의 시간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고작 1초가 몇십 배로 느껴지는 시간 속, 흐려지려는 의식을 계속해서 억지로 붙잡았다.

만약 이렇게 해도 실패한다면 이 미친 짓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온 정신을 순환에 집중하자 계속 울려대던 알림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피로 흥건한 바닥과 함께 멀쩡하게 앉아 있는 내 몸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간이 하나 생겼다.

“성공했다..!!!”

엘릭서의 기운이 온전히 스며들도록 기다리면서 몸이 안정화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심법을 시전해봤다.

이전과는 다르게, 외부의 마력들이 몸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단전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쌓이는 마력들은 불순물이 꽤 많이 있었으나, 쌓인다는 게 어디인가.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 : LV. 7 ]

‘불순물이 없는 마력을 쌓으려면 마스터를 찍어야겠지…?’

이 이상 올리는 건 한계처럼 보였다.

‘그냥 포인트 쓰자.’

고생한 나를 위해 플렉스 하기로 마음먹었다.

[ 운명 포인트를 소모하여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을 상승시키시겠습니까? ]

‘대답은 정해져 있지.’

[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 : MASTER ]

운명 포인트를 725포인트나 쓰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제 서아랑 민지랑 같이 훈련해야지. 오러는 대련을 통해 익히는 게 최고니까.

*

“민지야 이번에 새로 생긴 카페나 가볼까?”

“카페? 다음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빨리 와.”

“어..어딜 잡는 거야 멍청아!”

강민지를 끌고 가는 김시우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주먹에서 강하게 쥐었다.

“…”

금붕어도 아니고,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들의 경고를 잊었다고?

“말로는 안되는 놈이군…손을 봐줘야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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