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45화 (145/235)

〈 145화 〉 145 비전 검술 (5)

* * *

*

오늘도 혼자서 트레이닝 룸을 이용하던 중, 문 쪽에서 알림 소리가 들렸다.

심법을 수련하던 중에 들려온 알림음에 집중이 깨졌다.

알림을 끄고 방해되는 건 없애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카데미 내부 건물이다 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고, 누가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누구지?”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그런지 잠깐 빈혈기가 있긴 했지만, 금방 돌아왔다.

출입구로 가서 문을 열어보니 포근한 느낌으로 웃는 다은이가 서 있었다.

“다은이?”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응 아직 안 먹었어.”

다은이의 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공간 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끼니는 거르면서 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거라도 먹고 해!”

그렇게 말하면서 아공간 가방을 들어올렸다.

“어제도 대충 때웠지?”

“어떻게 알았어?”

“그럴 거 같았어~ 주원이도 그러는 일이 많아서 내가 챙겨..”

자연스럽게 강주원 이름이 나오자 본인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다은이가 쩔쩔매는 표정을 지어서 그런가.

좀 더 놀리고 싶어져서 일부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봤다.

“그..그게 시우야.. 혹시 화났어?”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주려고 했는지 다은이의 손에는 아까 아공간 가방에서 꺼낸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나저나 강주원 도시락도 챙겨준 건가. 다은이가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챙길 줄 몰랐다.

“시우야…?”

“장난이야. 혹시 직접 만든 거야?”

“응….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싸봤어….”

날 위해 챙겨주는 다은이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준비해 놓고 아까의 실수 때문인지 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나도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은아. 저녁은 먹었어?”

“응? 아직 안 먹었는데….”

“그럼 같이 먹을까?”

“응! 아…. 아니 나 시우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처음에는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하다니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는 모습이 귀여웠다.

평소의 다은이는 약간 모두의 어머니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허둥지둥 되는 모습을 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다은이도 나랑 같이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적당히 다은이를 끌고 들어왔다.

저녁이라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 다은이를 트레이닝 룸 앞에 세워 두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지는 아니겠지.

다은이와 함께 들어오고 나자 그제야 내 상태를 깨달았다.

“아.. 혹시 나 땀냄새 나지 않아?”

“응? 냄새 같은 거 하나도 안 나는데…?”

인큐버스 페로몬 스킬 덕분인지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뭐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린 것도 아니고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명상을 위해 폭포로 변경해둔 풍경을 보고 다은이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폭포 앞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하니 뭔가 신기한 모양이다. 도시락을 차릴 공간이 없어 적당히 풍경을 변환했다.

피크닉이라도 간 기분을 내게 잔디밭 위의 언덕으로 풍경을 변환했다.

이렇게 풍경은 변환하는 데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다이아 트레이닝 룸 과는 다르게 마력을 채워줘야 한다.

하루에 변경이 가능한 횟수에 제한이 있다고 해야 하나.

분위기 있게 먹기 위해서 마석을 좀 소비하기로 했다.

“그. 그렇게까지는 안해도 되는데….”

“괜찮아. 우리 다은이랑 같이 먹는 건데.”

“뭐야…. 헤헤.”

‘빨리 랭크를 올리든가 해야지.’

상위 100명부터는 플래티넘 트레이닝 룸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인벤토리 안을 뒤져보니 돗자리도 들어있었다. 뽑기를 할 때마다 잡템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렇게 나도 모르는 게 들어있을 때가 많았다.

적당한 인공햇빛과 산들바람, 밥 먹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돗자리를 바닥에 깔자 다은이가 챙겨왔던 아공간 가방에서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적당히 한두 가지로 끝날 줄 알았던 가방에서 음식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제 미리 해둔 거야. 바로 넣어둔 거라서 아직 따뜻할 거야~”

고급스러운 도시락통에는 대충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보관용 아공간 가방인지 음식들이 방금 만든 것처럼 맛있어 보였다.

‘메뉴들이 다 손이 많이 가는 거네….’

전복 소 갈비찜부터 민물 장어구이, 마늘 삼겹살 같은 한식부터 그릴드 치킨 샐러드, 스테이크, 쉬림프 필라프 까지 없는게 없는 도시락 이었다.

혼자서 저런 걸 준비하려면 힘들지 않나?

“별거 없지만…. 맛있게 먹어…?”

다은이랑 같이 살면 매일 식사 시간이 기다려 질 것 같은데, 나는 소갈비 찜을 하나 들어 입에 넣었다.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기가 퍽퍽하지도 않고 부드러운 게 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맛있어?”

“응 최고야. 내가 먹어 본 갈비찜 중에는 이게 제일 맛있는 것 같은데?”

“뭘~ 그…. 그렇게 까지 말 안 해줘도 돼~”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는지 다은이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었다.

뭐 나도 빈말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이건 100% 진심이었다.

“이것도 먹어 볼래? 내가 자신 있는 요리 중 하나인데…”

다은이 같이 여자가 내 여자라니 나는 복 받은 놈이 아닐까?

*

배가 든든해 져서 그런지 강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은이가 해준 음식들은 하나같이 수준급 요리들 밖에는 없었다.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들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해야 하나.

민지에게 미안하지만, 민지 음식도 맛있긴 하지만다은이가 요리를 더 잘하는 것 같다.

“후우….”

이제는 다시 심법에 집중할 때다.

잡생각을 비우고 다시 폭포 앞에 자리를 잡았다.

‘포인트를 쓰지 않고 마스터하는 건 솔직하게 불가능하겠지.’

고작 며칠 만에 이렇게 빠르게 습득이 가능했던 건, 마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력과 마나 자체는 성질이 조금 다르긴 해도, 사용방법이 거의 유사하다 보니 여기까지 금방 습득할 수 있었지만, 이다음은 다른 문제였다.

여기서부터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영역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내가 재능이 있어서 깨달음을 얻어 이렇게 성장했다기보다는, 무수히 많은 생사의 갈림길과 무한 로드를 통해서 얻은 경험 때문이다.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그래서 최대한 시도해보고 안 되면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이었고, 지금은 거의 벽에 부딪친 상태였다.

재능이 없는 내가 혼자서 깨달음을 얻어서 넘어갈 수 있을까?

누군가 알려줄 사람이나 상대할 사람이 있다면 다르겠지만, 심법은 오로지 나 혼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아리아 누나가 도와주면 모를까. 혼자서는 힘들겠지.”

오늘까지만 시도해보고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이었다.

숙련도가 오르지 않는 건, 내게 단전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마력을 받아드리는 방식이 다르니, 심법의 등급을 올리기 힘들겠지.

외부의 마력을 담기 힘들다면,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내면 되지 않을까.

프레이아가 있던 차원에서 마나를 담는 방식과 비슷하게 그릇을 만들어 내는 거다.

기존에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단지 너무 위험할 뿐이다.

마력회로가 꼬여서 몸이 터지거나, 마력이 역류하면서 심장이 터지는 등.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결론이 났다.

뭐 힘을 원하는 놈들은 계속해서 도전하다가 죽고 있지만, 아무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다른 헌터들은 시도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 되어 있지만, 나에게는 로드가 있었다.

‘거기다 다은이의 특성도 빌렸으니까.’

[ 선택 히로인 : 이다은 ]

[ 마력 컨트롤러 : 활성화 ]

마력 컨트롤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특성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마력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감각을 통해 힘을 조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은이의 특성인 마력 컨트롤러는 달랐다. 마력을 움직이기 전에 미리 사용할 마력을 지정해 둘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얼마나 많은 양의 마력을 어디로 움직일지를 미리 지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면 중간에 조절 문제로 실패할 일은 없는 거지.’

솔직히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미지수지만, 몇 번 죽어서 로드가 필요한 것 말고는 크게 리스크가 없지 않은가.

다은이의 특성 때문에 소모되는 정신력도 줄일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이쯤 이었지..?’

잭슨으로 있었을 때 마나가 쌓이던 공간을 지정하고 마력 컨트롤러 특성을 이용해 경로를 미리 지정해 두었다.

처음 사용하는 특성이다 보니 어려움이 꽤 있었지만, 반복해서 시도하다 보니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다.

“해보자!”

심법을 통해 마력을 회전시키며 마력들을 한곳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본래 마력을 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보니 강한 고통이 밀려 왔으니 참을만 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강한 격통이 밀려왔지만 억지로 밀어 넣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쿠..쿨럭!!”

계속해서 마력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 고통 내성으로도 감소했음에도 무지막지한 통각이 밀려왔다.

계속되는 기침에 손을 확인해 보니 손과 옷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하긴…. 쉬울 리가.. 없지..”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 했습니다. ]

“…”

첫 번째 시도는 대실패였다. 한 번에 성공할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위험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근성으로 여기까지 온몸, 재능이 없으면 시도라도 많이 해야 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마력의 양과 속도를 조절했다. 어느 정도가 정답일지 모르니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계속해볼 생각이었다.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좋아 간다!”

아까처럼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하며 단전에 있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단전 쪽에는 마력회로가 없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갈 수 있는 회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조금씩 마력을 흘러 넣으며 회로를 늘리기 시작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죽기밖에 더하겠어?”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했습니다. ]

그래서 또 죽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