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144 비전 검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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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창고, 날씨 탓에 보통 후덥지근하겠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오히려 서늘하면서도 적당히 포근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바닥에는 보일러를 틀어놓은 사치스러운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서아가 품에 안겨있으니, 후덥지근한 창고 안도 쾌적하게 느껴졌다.
“하암…”
품에 안겨있는 서아는 햇빛 아래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작은 입을 벌리고 귀엽게 하품을 한 서아의 눈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봤어…?”
내가 얼굴을 뻔히 쳐다보고 있자 부끄러워진 서아가 고개를 내 품으로 파묻기 시작했다.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
“귀엽던데?”
“…”
더 부끄러워졌는지 더 강하게 품에 안기는 서아였다. 다음 수업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시간.
민지에게는 잠깐 일이 있다고 하고 떨어져 나와 서아와 이렇게 밀회를 나누는 중이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서아의 몸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무릎 위에 올라탄 서아는 너무 가벼워서 약간 걱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팔다리가 저렇게 가늘어서 쓰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들어서 홀쭉해진 게 느껴졌다.
서아의 몸을 더듬어 보니 말랑말랑했던 느낌이 줄어든 것 같았다.
가슴은 아직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어디를 만지는 거야… 흣..”
귀엽게 잡히던 옆구리도 사라졌고, 팔뚝은 이전 같은 부드러움이 거의 사라졌었다.
“서아야 다이어트해? 음식 좀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이전에도 마른 편에 속하는 서아였는데, 이렇게 홀쭉해 지면 괜히 쓰러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다이어트는 안해….”
“그럼 훈련을 너무 무리해서 하는 거 아니야?”
최근 들어서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잠에 취한 병아리처럼 구석에서 자꾸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많이 보이긴 했다.
호감도 시스템에서 성장 보너스로 가장 이름이 많이 들어오는 게 서아니, 훈련량을 상당히 늘린 것 같았다.
이러다 서아의 가슴살이 다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다른 애들처럼 폭발적으로 크진 않아도, 아담한 서아의 체형에 비해서는 큰 편이라 만지는 맛이 있었는데.
“시우야.. 흐.읏…”
아직은 만지는 맛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살이 빠지다가는 가슴도 작아지는 게 아닐까.
서아의 체형은 지금이 딱 보기 좋아서 더 빠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만.. 그만..!”
“서아야 화났어?”
“아니… 아카데미에서는 그러면 안 돼..”
살짝 상기된 얼굴로 서아가 중얼거렸다. 살짝 흥분했는지 호흡이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솔직히 더 괴롭히고 싶기는 하지만, 관계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런 공간에서 할 수는 없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더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최근에는…. 훈련도 같이 안 하면서….”
서아가 살짝 삐진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팀 평가 때문에 같이 훈련하는 횟수가 줄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혼자 훈련을 하는 탓에 서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몰래 만나기도 하고, 점심은 매일 같이 먹고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한 걸까?
“그래서 우리 서아 섭섭했어요?”
“아니.. 괜찮아….”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서아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서아도 여자긴 여자구나. 나는 품속에 파묻혀 있는 서아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괜히 심술 굳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
“우리 서아 삐졌어?”
“몰라..”
서아의 귀여운 반응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좀 더 놀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던 손으로 서아의 목덜미를 간질이기 시작하자, 서아가 몸을 흠칫흠칫 떨기 시작했다.
“하지 마..”
“응?”
나는 일부러 모른척하며 손을 계속 움직였다.
[ 인큐버스 손길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목덜미를 자극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얼굴이 붉어진 서아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만..!”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에 거칠어진 호흡, 본능이 서아를 덮치라고 충동질했지만 어떻게든 참아 낼 수 있었다.
나는 서아의 보들보들 거리는 뺨을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__춥.. 추웁.. 춥..
입이 닿는 순간 서아가 풋풋한 소녀처럼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아주 익숙해지긴 했네.’
확실히 키스를 많이 해서 그런가, 키스를 잘하게 된 서아였다. 서아의 혓바닥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내 입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아까 그러면 안 된다는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적극적인 움직임, 서로의 타액과 체온을 교환하는 진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하아..하아..”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
나도 서아랑 민지랑 같이 훈련하는 게 더 좋지만 심법은 명상과 비슷해서 혼자서 훈련하는 게 효과가 가장 좋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지.
“응…”
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뺨을 작은 두 손으로 잡았다.
“대신…. 한번 더 해줘..”
“얼마든지.”
이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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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반에 돌아와 책상을 확인해 보니 이상한 편지 같은 게 들어 있었다.
또 연애편지가 온 걸까?
인큐버스 특성을 얻으면서 얼굴이 잘생겨진 탓에 이렇게 심심치 않게 편지가 오곤 했다.
근데, 겉모습이 러브레터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검은색 봉투는 섬뜩한 기분도 들게 했다.
“와…. 이건 또 뭐야?”
거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쓰여있었다. 필체에 걸리지 않으려는 듯 각종 전단지에서 오려 붙인 듯한 편지에 내용은 간단했다.
“김시우 우리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 강민지와 그 이상 가까워 지면.. 용서하지 않겠다?”
이게 뭔 편지지?
나는 순간 머리가 정지한 느낌이 들었다.
“시우야~ 뭐 보고 있어?”
“어? 아니 그냥.”
갑작스럽게 들려온 다은이의 목소리에 들고 있던 편지를 그대로 구겨 버렸다.
이 편지를 다른 애들에게 보여줬다가는 민지의 귀에도 들어갈 게 분명했다. 편지의 내용을 본 민지의 오물을 보는 듯한 그 표정이 벌써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니 그냥 누가 장난을 쳤나 봐.”
“그래? 다음 평가는 서바이벌이 있을 거라는 데. 전달받았어~?”
평소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 다은이의 눈동자에는 애정이 넘쳐 보였다.
“드디어 서바이벌 평가가 오는 건가.”
아카데미 테스트 중 꽃이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벌 평가의 차례가 돌아온 모양이다.
확실히 2학기가 되면서 이런 활동이나, 실전 평가들이 많아진 모양이다.
서바이벌 평가 전까지는 비전 검술의 기초는 익히는 거로 잡아야겠다.
적당히 다은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더니, 구석에서 불편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강주원이 보였다.
‘설마 강주원이 보낸 건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랑 비교해서 강주원이 밀리는 거지, 저놈도 꽤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최근에 내 대련을 보고 열 받았는지 미친 듯이 훈련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매번 확인할 때마다 강해지고 있었다.
괜히 S급은 아니라는 이야기겠지.
‘민지는 극성 팬이 많긴 하지.’
흔히 1학년 생도 중 미모 순위를 매기면 항상 민지가 최상위권에 들어간다.
뭐 다른 애들이 민지보다 외모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민지 같은 느낌의 여자 생도는 별로 없다.
날카로운 고양이상의 얼굴에, 가슴부터 골반, 엉덩이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육감적인 몸매.
섹시한 느낌이 많이 강조되지만, 절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민지는 남자 생도들 사이에는 절대로 꺾을 수 없는 절벽 위에 핀 꽃 같은 존재다.
그래서 그런지, 좀 극성인 놈들이 다른 애들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남자를 짓누르는 아우라 같은 게 있다. 거기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았다.
‘내 앞에서는 그냥 말 잘 듣는 순한 양 같은 느낌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든 존재였으니 말 다 했지.
이제는 좀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뒤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 새끼는 아니겠지?’
굳이 강주원이 이런 일을 벌일 필요는 없을 거다. 최근에는 민지에 대해서 마음을 정리한 것처럼 보였지.
그래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서 다은이에게 다가갔다.
민지에 대한 마음을 접고 다시 다은이에게 신경 쓰는 듯 보였기에 확인을 위해 의도적으로 다은이와 가깝게 붙었다.
“응? 왜 그래 시우야?”
다은이는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그 모습을 강주원이 주먹을 불끈 쥐고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눈빛이 저러다가 레이저라도 나갈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걸 보면 강주원이 보낸 편지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그렇고 이제 다은이인가?
미안하지만 다은이는 진작에 내 여자가 된 지 오래였다.
그걸 모르는 강주원은 뒤늦게 다은이를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지.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
나는 속으로 강주원을 비웃어 주고는 다음 수업을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편지가 거슬리긴 하지만, 뭐 지금 당장은 아무 일이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협박 편지를 보낼 줄이야.
‘민지가 남자를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하네.’
그나마 다행인 건 민지를 스토킹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민지를 스토킹했으면 매일 같이 서로의 집을 들락날락하는 걸 모를 리는 없겠지.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
좀 더 주변에 신경을 써야겠다.
‘이번 일은 일단 넘어가고. 오늘도 훈련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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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문은 보냈습니까? ]
[ 네. ]
적어도 경고하고 나서 행동한다면 신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밀리에 만들어진 사이트, 강사모 사이트의 회원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은 요즘 들어서 개인 훈련을 하는 탓에 사진을 찍기 힘들어진 걸 놓고 불평불만을 터트렸다.
힘든 와중에서 겨우겨우 찍은 순간에는 항상 김시우가 함께 있으니 그들이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그래도 잘 알아들은 모양입니다. 방과 후에 훈련을 따로 하는 모양입니다. ]
[ 말이 통하는 놈이라 다행입니다. ]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민지를 위해 참기로 했다.
파트너에게 문제가 생기면 강민지가 슬퍼하지 않겠는가.
자신들의 경고를 알아들은 것 같으니 지금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야….”
여기서 강민지와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면 그때는.
“참을 수 없어….”
남자가 쥐고 있던 마우스가 스펀지라도 되는 것처럼 구겨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은 금속물질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 또 하나 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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