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 142 비전 검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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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과는 나중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학교에 도착했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스킬들을 올리기 위해서 개인 훈련실로 들어왔다.
흔히 말하는 깨달음을 얻을 것 같다고 하니까 우리 애들도 붙잡지 않고 보내주었다.
오랜만에 혼자가 돼서 그런가?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옛날에는 이렇게 혼자 있는 게 당연했는데, 벌써 애들에게 정이 들어 버린 모양이다.
“일단은 집중해야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역시 그건가? 마나 기초심법?”
엘레넨 제국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초 심법으로, 저번 차원 지원에서 도움을 받아 습득했던 스킬이었다.
명상을 통해 마나를 빠르게 회복하고, 마력의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
사실 이전에 몇 번 사용해 본 적이 있으나, 마력 수치의 증가 효과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추측으로는 내 마력 수치가 높은 탓에 기초적인 심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회복 속도도 표션을 마시는 것보다 떨어지고, 마력 수치도 증가하지 않는 탓에 거의 내버려 둔 스킬에 가까웠지만, 비전 검술을 익히려면 어쩔 수 없었다.
[ 엘레넨가 비전 검술서 ]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책을 다시 확인했다.
[ 요구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
[ 엘레넨 제국 검술 MASTER /달성 ]
[ 마나 기초 심법 MASTER / 미달성 ]
[ 오러 MASTER / 미달성 ]
소드 오러는 이번에 고블린과 싸우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긴 했지만, 마나 심법은 거의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포인트 박치기를 하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아직은 시간이 많으니까. 명상부터 해볼까.’
고요한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이 사물을 생각하는 행위 또는 그런 생각.
나는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훈련실에서 리모컨을 들어 조작하기 시작했다.
“명상은 폭포가 좋겠지?”
옛날에는 개인 트레이닝 룸을 빌리기도 힘들었으나, 이제 등수가 오르면서 나도 아카데미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골드 등급이라 그리 거창한 기능들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는 건 가능했다.
“확실히 좁긴 하네.”
서아나 다은이 덕에 들어갈 수 있었던 다이아몬드 트레이닝 룸과 비교하면 방의 크기가 좁긴 좁았다.
그래도 훈련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이아 트레이닝 룸에 익숙해진 탓에 눈이 높아진 탓도 있을 거다.
환경이 변환되자 습한 공기와 함께 물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적당한 장소에 앉아 흔히 명상을 할 때 생각나는 자세를 취했다. 아빠 다리를 한 상태에서 서리를 꽃꽂이 세우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음..”
딱히 집중을 못 한다거나,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명상이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항상 극한의 상황에서 무언가와 싸우는 일이 많다 보니 이렇게 가만히 있던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방식으로 몸을 움직일지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니 몸이 쑤시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적응하기로 했다.
‘차라리 마력에 집중해 볼까.?’
마나 심법이라는 게 주위에 있는 마나 들을 몸으로 끌어들이는 행위가 아니던가.
엘레넨 제국과는 주변에 있는 힘도 다르고, 신체적인 구조도 달랐지만, 일단은 내 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력 심장에 있는 마력에 집중하며, 마력 회로, 그리고 주변에 있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몸의 마력 회로들은 불순물은 섞이지 않은 넓은 마력 회로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마력 심장에서 시작해, 소량의 마력을 몸에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민아에게 들은 거지만, 내 마력 회로는 특별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보통 헌터들은 모두 동일한 마력심장을 가지고 있지만, 마력 회로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특히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는 건, 원거리 계열과 근거리 계열의 헌터들이다.
근거리 계열의 헌터들은 신체를 움직이며 싸우는 탓에 마력 회로들이 모세 혈관처럼 온몸에 세밀하게 퍼져있다.
그 탓에 발끝부터 손끝까지 마력을 모두 공급하기에 유리하고, 원거리 계열의 헌터들에 비해서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원거리 계열의 헌터의 경우는 근거리 계열의 헌터와 비교했을 때 좀더 단순한 마력 회로를 가지고 있는데, 대신에 통로의 크기가 더 넓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마력을 끌어 올릴 수 있고, 외부로 마력을 방출시키는데 더 특화되어 있다.
‘나의 경우는 둘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지.’
마력의 반응속도가 빠르며,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몸이었다. 마키나 시스템에 의해 갑작스럽게 늘어난 마나, 그리고 서아의 도움, 몸을 회복시킬 엘릭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
몸의 구조에 집중하자 마력을 순환시키는 게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통로가 넓은 탓에 마력을 움직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사방으로 고르게 퍼져있어 어떤 방식으로 순환을 시켜야 할지 정하기가 힘들었다.
길이 너무 많은 탓에 하나의 길을 정하기 힘들었으나, 계속되는 반복 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주변에 있는 마나를 마력 심장으로 끌어들인다.’
저번에 아리아 누나가 마나를 움직였던 것처럼 주변에 있는 힘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그곳과 이곳은 환경이 달랐다.
외부에 있는 마력의 밀도가 낮은 탓에 끌어들인다는 게 쉽지 않았다. 몇 분 정도 더 집중하며 해보려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최선을 다해 주위에 있는 마력을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결국 포기를 하고 눈을 떴다.
“후우..”
마력을 순환시킨 탓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쉬웠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몇 시간이나 흘러가 있었다.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 : LV 3 ]
깊이 명상하기 위해 마키나에게 부탁해서 알림음은 꺼둔 상태였다. 눈을 떠서 확인해 보니 레벨이 상승했다는 알림이 와 있었다.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네?”
오늘 더 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잡힐 듯 말듯 하는 게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서 더 훈련했다가는 내일 수업에 지장을 받을 게 분명하지만, 나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로드.”
이건 숙련도의 문제니까, 시간을 되돌려도 상관없었다.
*
방에 들어오는 순간을 로드하자 시간이 되돌아가 있었다.
아까의 그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서 방을 폭포로 변경시켰다.
주변의 마력밀도가 낮은 탓에 실패한 느낌이었으니, 밀도를 높이면 되지 않겠는가.
인벤토리를 뒤적이자 구석에 박혀있던 마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위기 상황에 보호막 발생 장치를 작동시키려고 사두었던 마석들이었다. 나중에 다시 채워 넣으면 될 일이니까 나는 서둘러서 마석을 꺼내 바닥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마력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마석에 미세한 금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마력이 증발하면서 마석의 가치가 떨어지지만, 훈련을 위해서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금이 간 마석들이 늘어날수록 주변의 마력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까 했던 것처럼 다시 자세를 잡고 마력을 회전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이 안정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하고, 주변에 있던 마력에 집중했다.
처음의 방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방안에 가득 차 있는 마력의 밀도를 느끼며 주변에 있는 마력들을 아리아 누나가 했던 것처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바로 성공할 수는 없는 법, 나는 계속되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점점 조급한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안 된다고…?’
억지로 반복하는 걸 포기하고, 그곳과 여기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엘레넨 제국에서는 마나라는 힘을 사용하고, 우리는 마력을 사용한다. 이름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힘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다음으로 생각할 부분은, 마나 심법을 통해 마력을 쌓은 부위.
‘그곳에서는 단전에.. 헌터들은 마력 심장에.. 그것 때문에 안되는 건가?’
단전과 마력 심장은 둘 다 마력을 담는 그릇이었으나 차이점이 있었다.
둘 다 힘을 담고 있는 건 비슷했으나, 단전은 그릇과 비슷하다면 마력 심장은 아주 질긴 풍선에 가까웠다.
단전은 좀 더 개방적인 느낌으로 마력을 받아 드릴 수 있었다면, 마력 심장은 좀 더 폐쇄적인 느낌이었다.
민아의 경우도 마력 양을 늘리려 했으나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마력 심장은 풍선처럼 마력이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빼곤 모두 막혀 있으므로 마력을 밀어 넣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에 비해 단전은 마력 심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더 쉬워 마력을 늘리는 게 더 쉬웠다.
‘구조가 다르니까.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해.’
서로 장단점이 있는 거다. 단전의 경우는 마력을 받아 드리기는 쉽지만 그만큼 불순물이 섞이기 쉽고, 마력 심장의 마력은 불순물이 없이 깨끗하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금이 간 마석의 마력이 대부분 빠져나간 후였다.
격렬한 전투도 없었는데 벌써 지친 기분이 들었다.
“또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시간을 돌리면 몸의 체력을 회복되겠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인간인지라, 무한정 되돌리며 싸우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몸은 괜찮다고 하지만, 머리가 피곤하다고 착각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나 심법은 깊은 수준의 집중이 필요해서 그런지 더 지치는 기분이 들었다.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 숙련도에 의해 마나 기초 심법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마나 기초 심법 : LV 5 ]
그래도 알림창을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꽤 재미있는데…?”
더 하고 싶지만, 정신력이 슬슬 한계라고 말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니까 내일 더 훈련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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