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132 던전 탐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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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쾌한 기운을 잊을 수 있을까, 죽은 망령의 기운이 고블린들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흔히 사령술사라 불리는 존재가 살렸던 인간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생도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여라!”
뒤에 있는 교관들이 생도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고, 전투가 가능한 교관들과 길드원들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상태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뭐 고블린한테 당할 리는 없지.”
김정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는 헌터들이 고작 홉 고블린 무리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뒤쪽에서 가만히 서 있던 암살자 누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깔끔하면서 도도한 걸음걸이로 걸어나가더니 등 뒤에서 짧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저번에도 서아의 주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저 사람도 혹시 길드원 소속인 걸까.
“이지아 님이 나설 필요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지아의 거절에 바로 수긍하고 물러나는 모습을 볼 때 이지아의 직급이 더 높아 보였다.
저런 고급인력이 서아를 보호하고 있는 거면, 서아의 부모님이 사신 길드의 간부인 건가?
‘그동안의 행보들을 생각해 보면…. 이상한 건 없긴 하지.’
나는 말 없이 서아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어서 생각을 읽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이지아와 한 번씩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보면, 둘 다 아는 사이 인 것 같았다.
‘서아랑 있을 때는 더 조심해야겠다.’
__갑자기 무슨 일이야….
__큰일 생기겠어? 교관님도 있고….
처음에는 고블린을 보고 놀라긴 했으나, 주변에 있는 헌터들의 침착한 대응때문인지 생도들이 빠르게 안정화 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 있는 헌터들이 고작 고블린에 당할 정도는 아니지, 하지만 저걸로 끝이 날까?
“김시우!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해 빨리 이쪽으로 와!”
내가 말없이 가만히 서 있자 민지가 날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때 싱크홀로 빠진 뒤로부터는 내가 곁에 있어서 안심되는 모양이었다.
“좀 위험한 일 좀 하지 마.”
“알았어….”
나는 민지의 옆으로 가면서 이지아를 쳐다보았다. 암살자 복장을 한 이지아는 양손의 단검을 들고는 손목을 가볍게 돌렸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암살자 누나가 고블린 무리를 향해 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교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길드원들이 가만히 있자 교관들도 나서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이지아의 근처로 오는 순간, 이지아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
“고브!!!…”
당황한 순간 이지아는 고블린 무리의 안쪽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고블린 주술사로 보이는 개체의 등뒤에서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깔끔한 일격에 달아나 잘려나간 놈의 머리, 피가 사방으로 튀기도 전에 이지아가 다시 사라지더니 또 다른 놈들의 등 뒤에서 나타나 공격했다.
__와…
__혹시 저분도 A급 헌터 인가?
이지아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게 오히려 놈들에게 독이 되었다.
동료들 품 사이를 요리조리 누비며 공격을 하는 탓에 다른 동료가 공격당할까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일격에 당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로 위력적인 검기를 볼 때, 이지아도 A급 헌터 처럼 보였다.
학살의 연속, 챔피언 고블린이 자신의 부족원들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으나,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공격하고 사라지는 이지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잠깐의 짧은 시간이 흐르자 고블린들의 수가 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고브으으으으으!!!!!!!!!!!!!!!!”
놈이 분노한 틈을 노리고 이지아가 공격했으나 놈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지아의 검을 피했다.
그래도 놈들이 전부 쓰러지기에는 시간문제 인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민지야 전투 준비해.”
“응? 그럴 필요가 있어? 사신 길드원 분들이랑 교관분들이 알아서 다 처리할 것 같은데… 알았어.”
내 표정을 확인한 민지가 말없이 건틀릿을 착용했다.
아까 느꼈던 힘이 내가 알고 있는 힘이 맞는다면, 저 정도로 쓰러질 리가 없었다.
나는 사령술사를 찾기 위해 저 특유의 기운에 집중했지만, 놈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다고?”
“…이상하군요.”
이지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챔피언 고블린이 이지아를 노리고 공격했으나 놈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놈들은 이지아를 상대하는 걸 포기하고 우리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지아가 강하다고 해도, 저 모든 고블린을 한 번에 처리할 수는 없었다. 이지아는 말없이 강민아의 뒤로 이동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으니까 다 뒤로 물러나라고 해요.”
강민아의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저렇게 뜨거운 불을 무시할 수 없다.
몸에 불이 붙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놈들은 이미 시체였다. 시체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모든 걸 바싹 태워버릴 정도로 뜨거운 불의 벽을 무시하고 오로지 앞을 향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시체 타는 냄새와 함께, 신체가 불에 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나, 놈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마치 가까이만 가면 된다는 것처럼.
“잠깐.. 다 조심해요!!!”
“고브으으으!!!!”
”고브으으으으으!!!”
__펑!! 펑!!
길드원들이 불타는 고블린을 처리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순간, 고블린의 몸이 폭발을 일으켰다.
여기 있는 헌터들은 고작 한 번의 폭발에 쓰러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시발!!! 살려줘!!!”
“내 다리!! 내 다리!!!!!”
“여기 미친 고블린이 있다!!! 시발!!!”
사방으로 검붉은 피가 비산하고, 뼈와 장기들이 흩어졌다.
폭발에 휘말리면서 쓰러진 헌터들 위로 고블린 수십마리가 달려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뜨거워!! 시발!! 시발!!!”
몸에 불이 붙은 고블린에 둘러싸인 헌터들이 하나둘 사망한다. 그 틈속에서 챔피언 고블린이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독기를 품은 챔피언 고블린의 검에 사신 헌터들이 점점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지아가 능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접근만 하면 놈들이 폭발하는 탓에 발이 묶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진정해라!!”
“생도들!! 진정하라고!!”
“시발!! 나는 여기서 죽기 싫어!!!”
“살려줘!!!!”
공포에 집어 삼켜진 생도들은 교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민지야! 뒤로 붙어!!”
나는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서 우리 애들부터 챙기기로 했다.
민지와 서아, 다은이를 챙기자 정수아와 강주원이 말없이 우리 쪽으로 붙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명 한명이 소중한 전력이었다.
“애들아 잘 들어! 지금 저 녀석들을 조종하는 놈이 있어! 놈을 찾아서 쓰러트려야 해!”
“조종하는 놈이 있다니…. 지금 저 몬스터들을 누가 조종하고 있다는 거야?”
“게임이나 소설에서 네크로맨서나 사령술사 같은거 들어본적 없어?”
“네크로맨서.. 들어봤어.. 시체 조종하는 사람이지..?”
“그..그런게 가능한 거였나요? 그건 소설에서나…”
저번에 기사들을 상대했을 때에는 시체를 일으키는 술자가 있었다.
완전히 불사의 존재처럼 보이나, 놈들도 한계가 있었다.
시체의 내구성에 한계가 생기거나, 술자가 쓰러지는 경우 이 상황은 종료될 거다.
술자만 찾아서 죽인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죽기는 했지만, 우리 애들만 무사하면 괜찮다.
__이쪽에도 있어!!
__도망칠 곳이 없어!!!
아까 도망쳤던 생도들이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에는 고블린뿐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의 시체도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완전히 포위된 상황, 설상가상으로 이미 죽었던 헌터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눈을 뒤집은 채로 아까 동료였던 헌터들을 향해 검을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__정신차려!! 왜 이러는 거야!!”
__크 아아아아!!!!!
“…”
“이미 늦었나..?”
상황을 어떻게 해 보기에는 이미 답이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그렇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다은이가 주위에 있는 생도들을 보며 불편한 듯 중얼거렸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령술사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기서 계속 소모전을 하는 건 답이 없었다.
시간은 적의 편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시체가 늘어나면서 점점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죽은 존재가 많아질수록 강해지는지, 아까 챔피언 고블린도 마기가 아닌 다른 힘이 검에 피어나 있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교관이 달라붙었지만, 역부족으로 보였다.
“나는.. 시우가 하자는 대로 할게..”
“다은아, 여기서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해 보여!”
민지도 다은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다은!! 저 고블린들 안보여! 안죽는 다니까!?”
어느새 서아의 뒤쪽에 숨어 있던 정수아가 다은이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다은이는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다은이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차라리 뒤쪽으로 길을 만들자. 그게 사람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다은아.”
“응..”
나는 저 멀리서 고블린들과 싸우고 있는 강민아를 불렀다. 뒤쪽으로 돌파구를 만들자는 의견을 알아들었는지, 전력이 될만한 헌터들을 이끌고 뒤쪽으로 이동했다.
전투가 지속하면서 옷이 엉망이 돼 있었으나, 그 모습이 추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A반 생도들! 모두 뒤쪽으로 길을 열겠어요!!”
“고브으으!!!!!!!!”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지아가 챔피언 고블린을 상대하고 있었다. 놈은 날 죽이고 싶은지 큰 소리로 포효했다.
이지아가 걱정되긴 하지만, 나는 내 여자를 챙기는 게 먼저다. 마음대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니, 알아서 잘 살아남겠지.
우리는 들어왔던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민지가 빼곡하게 쌓여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크게 한방을 터트렸다. 온 마력을 때려 넣은 핵 펀치에 뒤쪽으로 넓은 통로가 하나 생겨났다.
서아가 그 틈을 노리고 양쪽에 얼음벽을 세워 놈들을 막아섰다. 나는 휘청거리는 민지를 안아 들고 출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다은이를 강주원이 안고 있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원거리 계열 헌터들은 밀어내는 공격을 주로 사용하며 몬스터들을 밀어냈다.
그렇게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 애들은 출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게이트가…. 막혀 있어..”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그 교주가 분명하겠지.
“…해 보자는 거지?”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 하시겠습니까? ]
단 한 명도 못 죽이게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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