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31 던전 탐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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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방을 주고받은 이후 고블린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낀 김정호는 고블린을 쓰러트릴 생각이었다.
전문적인 팀이 일방적으로 포획을 하긴 했으나, 정면승부로 상대했다면 분명 부상자가 나왔을 정도로 위험한 녀석이었다.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다르게 스스로의 본능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저런 몬스터를 겨우 1학년밖에 되지 않은 생도가 상대한다?
그건 죽으라고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깨달은 다른 길드원들도 움직이려 했으나.
김시우의 움직임을 본 순간 모두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로의 검이 맞닿을 때마다 가슴을 울릴 정도의 커다란 충격음이 일어났다.
고블린의 검은 본능에 지배당하는 야생적인 검이 아니었다. 수많은 전투를 통해 예리하게 만들어진 전사의 검.
단순히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검술 실력으로만 싸운다면 자신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터질 것 같은 근육을 이용해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검으로 내려쳤다.
평범한 헌터들은 반응도 못 할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빈틈을 집요하게 노리는 검, 자신의 몸의 상처가 나도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오히려 부상이 늘어날수록 움직임은 더 난폭해졌고, 묵직해졌으나, 빈틈이 없었다.
보통 분노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흥분하면 빈틈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저 챔피언 고블린은 공격과 공격 사이에 그 어떤 빈틈도 없이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한번 한번이 살인적인 위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묵직한 충격이 사방을 때리자 김시우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__시우.. 다치는 거 아니야?
__왜 다들 보고만 있는 거야..
마치 김시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이자 생도들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생도가 아닌, 경력이 있는 헌터들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저걸 어떻게 받아치는 거지?’
평범한 생도들의 눈에는 김시우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달랐다.
애초에 저런 공격을 방어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는 고블린과는 다르게 김시우의 반응은 평안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검술이 필요하지 않다.
상황에 맞는 장비, 상대방의 맞춤 전략, 그리고 적당한 전투력.
검술 실력이 좋아서 나쁠 건 없지만, 모든 상황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높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서는 검이 아니라 투척물이나 다른 장비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때도 있고, 몬스터에 따라서는 검으로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헌터들은 한 분야를 깊게 파기보다는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많이 한다.
‘각성하기 전부터 검을 다루던 녀석인가.?’
그렇기에 김시우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검술에 깊은 조예가 없는 이상 저런 움직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조차 저렇게 싸우라고 한다면 할 자신이 없었다.
순수하게 검술 실력만 따진다면 자신보다 윗선에 있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손목과 팔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무서운 기세로 날아드는 고블린의 공격을 모두 막고 있었다.
C랭크의 탱커라면 저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 무너졌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선명하게 빚을 내는 저 검기를 버틸 수 있는 생도가 얼마나 있을까.
‘받아 치는 게 아니라 흘리고 있는 건가?’
저렇게 묵직한 소리와 타격음이 들림에도, 김시우는 별다른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탱커가 아닌 이상 저런 충격을 받으면서 버티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저건 받아치는 게 아니라 흘리고 있는 거였다.
고블린도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 지고 있었다.
패배의 색이 짙어질수록 더 크게 포효하고 분노했다.
다른 부분을 아직 판단하기 힘들었지만, 검술 실력만 놓고 본다면 진짜에 가까웠다.
‘과연.. 마스터가 눈독 들일 만한데….’
그렇다고 검술 실력만 뛰어난가?
그것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치면서도 주변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저렇게 밀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어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하고 있었다.
저걸 생도가 할 수 있다고?
김정호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김시우를 보고 있었다. 자신조차 배울 게 많은 전투였다.
“지금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전투에 한 눈이 팔려 누군가 다가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자신을 부른 사람은 강민아, 전 사신길드의 소속이자 아카데미의 교수였다.
“어떤 걸 말입니까?”
오늘 있는 활동들은 사신길드의 소관이었기에 그녀가 간섭하는 건 옳지 않았으나, 아슬아슬하게 고블린의 검을 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저러다가 다치는 건 아닐까, 큰일이 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에 결국 행동한 강민아였다.
자신이 독단으로 행동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김정호에게 말을 건 그녀였다.
“저러다가 다치겠어요. 저 고블린은 생도 수준에서 상대하기에는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에요. 저러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거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하려 했으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김시우의 곡예를 보고 있으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렇게 위험한 상황인데…!”
“고블린이 말입니까?”
“김시우 생도 말이에요! 저러다가 다치겠어요! 김시우 생도만 저런 몬스터를 상대하게 하는 것도..”
김정호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김시우 생도가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공격하지 않고 계속 받아치고만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가 자신보다 더 높은 등급의 헌터이긴 하나 검에 관해서는 자신이 더 위였다.
“김시우 생도가 압도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게 어떻게…”
강민아는 김정호에게 따지려 했으나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김시우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음에도 김시우에게는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반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 고블린의 몸에는 수많은 생채기 들이 나 있었다.
“…”
아무리 현장에서 오래 자리를 비웠다고는 하나 그런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강민아였다.
“흠흠…. 아무리 그래도 교육용으로 적합한 몬스터는 아니었어요.”
“저도 저 정도 일 줄 몰랐습니다.”
“잠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강민아의 살기에 김정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그게…”
“고브브브브….”
__대박!!!
__시우.. 미쳤다.. 와 진짜 멋있어!!!
__김시우!! 김시우!!
그때 큰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려보니 고블린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앞에는 그제야 숨을 고르고 있는 김시우가 서 있었다. 김시우는 검을 놓친 고블린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다.
“장난 없네. 진짜.”
*
고블린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감정이 있기는 했다. 처음 묶여 있는 놈을 봤을 때는 홉 고블린 중에 좀 특별한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 전투에 들어가 검을 주고받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고블린이 검기를 쓴다는 것도 웃기는 데, 이놈은 그냥 쓸 줄 아는 게 아니라 진짜 검사였다.
생사의 갈림길을 수 십 번은 넘어본 듯한 노련한 움직임,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게 당연한 몬스터들 중에서도 별종인 놈이었다.
다른 생도들이 이 고블린을 상대했으면, 분명 사상자가 말도 안 되게 나왔을 게 분명했다.
‘뭐.. 겨우 수십 번 넘은 거로는 날 상대하기에는 부족하지.’
그래도 나보다는 밑이었다. 야생적인 검술로는 수많은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검술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점점 더 날카롭게 변하긴 했어.’
이 정도의 검사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놈이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 공격하지 않기는 했다.
처음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놈은 검을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성장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나서 만난다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나는 심장이 꿰뚫려 쓰러진 고블린에게 시선을 거두고 검을 집어넣고 있었다.
“이봐, 김시우 생도라고 했었나?”
“예..?”
“혹시 사신 길드에 들어올 생각 없나? 만약 우리 팀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내가 최고의 조건을…”
사신길드 정도의 대형 길드에서 이런 제의가 들어올 줄은 몰랐다. 최근 실력이 오르긴 했지만 이 정도 평가를 받을 정도였나.
본 실력을 드러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몰랐는데, 이제 나도 꽤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온 모양이다.
“저기 생도 스카웃 하는 건 불법인 건 알고 계시는가요?”
“큼….”
고개를 돌려보니 강민아가 김정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정호가 강민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눈치를 살피며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오자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호들갑을 떨며 말을 걸어왔다.
“시우야! 대련하는 거 잘 봤어! 진짜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혹시 나중에 나도 검 쓰는 법을 좀 알려 줄 수 있어?”
“시우야 혹시…”
평소에는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는데, 내 실력을 보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
“…”
싸늘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내 여자들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나는 적당히 거절하며 넘어가려는 순간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언제 한번 느낀 적이 있는 힘이었다. 기분 나쁘고 불쾌한 느낌의 힘이 멀리서부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고..브….”
“?”
분명 죽였다고 생각한 고블린이 몸을 떨더니 일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놈의 숨통을 끊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일어나는 건 말이 안 된다.
“마무리가 안된 건가.”
김정호는 마무리하기 위해 공격을 하려 했으나, 챔피언 고블린이 바닥을 구르며 뒤로 물러났다.
다 죽어가던 녀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쌩쌩한 움직임.
거리를 벌렸던 녀석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고브브브브브!!!!!!!!!!!!!!”
그와 동시에 멀리서부터 보이는 대규모의 홉 고블린 무리들.
“김시우…. 쟤들 생긴 게 왜 저래?”
내 뒤에 있던 민지가 중얼거렸다.
민지의 말대로였다. 고블린의 상태가 모두 이상했다.
팔이 한쪽이 없거나, 다리가 없는 녀석은 물론 머리가 없는 녀석도 있었다.
“좀비..?”
그래 이 기운은 아주 익숙한 기운이었다.
“영생교? 저 새끼들이 여기에 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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