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 던전 탐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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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것 맞습니까?"
"어떤 게 말입니까?"
김정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아카데미 교관을 보고 대답했다.
아카데미 교관은 김시우 앞에 사실에 묶여 있는 몬스터를 가르치며 말했다.
"수준에 맞는 상대가 아닌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1학년이다 보니, 위험한 일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교관은 김시우를 걱정하며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아카데미의 꼴찌로 유명세를 알렸지만, 최근에 각성하면서 슈퍼 루키로 떠오른 생도중 한 명이었다.
다른 교관들에게 김시우가 고평가받는 걸 듣긴 했으나, 강도현 교관은 김시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최근에 좋은 평가를 받아 300위권에 들어왔다는 건 듣긴 했으나 그래도 생도는 생도 아닌가.
저번 타임 어택 평가에서 2위로 들어오긴 했지만, 거기에는 차석인 이다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다 해도 각성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던가.
경험이 부족한 헌터가 일대일로 상대하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기습으로 시작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지만, 완전히 평야에서 아무런 개입도 없이 순수한 실력으로 상대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저 생도가 위험하다는 말입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블린을 무시하는 헌터들이 많긴 하지만 고블린도 고블린 나름이지요."
강도현 교관은 묶여 있는 홉 고블린을 보며 중얼거렸다.
일반적인 고블린은 F등급에 속하는 최약체 몬스터 중 하나였다.
하나의 개체의 전투력만 따지면 막 각성한 F급 헌터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그러나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를 쓸 줄 알기에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전투를 진행한다.
집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위험등급이 상승하는 게 고블린 이었다.
저등급 헌터들이 무리를 이룬 고블린을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당하는 일은 심심찮게 들릴 정도였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등급의 차이가 심하면 수는 무의미해. 하지만..'
자기 눈앞에 있는 건 홉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의 상위 종으로 알려진 홉 고블린은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능의 차이도 심한데, 홉 고블린 같은 경우에는 인간들처럼 전사, 궁수, 주술사 등 담당을 세분화하여 싸우며 전술을 사용할 줄 안다.
그래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홉 고블린을 상대할 때에는 항상 조심해야 했다.
무력 역시 차이가 났다. 일반 고블린이 F등급이라면, 홉 고블린은 C등급에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강한쪽에 속한다.
모든 몬스터가 그러하듯, 평균적인 등급보다 약하거나 강한 개체가 있기 마련이었다.
'저건 절대 보통 홉 고블린이 아니야..'
일반적인 홉 고블린에 비해 두 배는 큰 몸집에, 터질 것 같은 근육과 상처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홉 고블린이 들고 있는 물품들은 하나 같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홉 고블린도 아니고..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주변에만 A급 헌터들이 몇 명인데요. 큰일이 생기겠습니까?"
김정호는 뒤쪽에 서 있는 이지아를 확인했다. 사전에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위험 상황이 되면 알아서 저 고블린을 처리하겠지.
그 사실을 모르는 강도현 교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강도현 교관의 말대로 저 홉 고블린은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었다.
대 규모 집단을 이끌던 수장, 챔피언 홉 고블린 이었다.
생도들이 도착하기 전에 마스터의 지시로 미리 준비해 둔 몬스터였다.
'저 생도를 확인해보고 싶다고 하셨지. B 등급의 몬스터를 따로 빼두라고 해서 빼두긴 했는데….'
어제 저 녀석을 포획하면서 부상자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놈이었다.
부족민들이 죽자 광기에 물들어 달려들던 놈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고작 300등에 걸쳐 있는 생도가 상대하기에는 급이 너무 높은 몬스터였다. 윤승아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솔직하게 말렸을 생각이었다.
'확실히 재밌네?'
실제로 생도를 목격하고 나니 재밌는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가 직접 관심을 가질 정도의 생도라서 그런지 확실히 달라 보였다. 겉으로는 C등급 정도 되어 보이지만 힘을 숨기고 있었다.
실제로 느껴지는 기운만 따진다면 챔피언 홉 고블린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였다.
각성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저 정도의 성장 속도라면 마스터가 관심을 가지는 게 이해가 갔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
생도 중에서 잠재력이 뛰어난 생도들은 능력치만 비교한다면 상위권 헌터와 비비거나 그 이상인 경우들이 많이 있다.
아무리 똑같은 시간을 노력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잠재력이 달라서, 더 짧은 경력의 헌터들이 등급을 추월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경험이 의미 없는 거?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신체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생도의 성장 속도가 무서운 건 인정하겠지만, 그만큼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
'당연히 없겠지만, 마스터가 관심을 가지는 녀석이니까.'
새파랗게 어린 생도와 비교하면 저기에 묶여 있는 챔피언 홉 고블린은 베테랑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새겨진 흉터들은 저 고블린이 생사의 갈림길을 수십번을 넘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약한 개체라 해도, 저 정도의 경험을 쌓으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저 녀석은 검기도 쓸 줄 아닐까.'
고작 고블린이라고 방심했던 신입 길드원이 중상을 입지 않았던가.
생도가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몬스터였으나, 왠지 김시우라면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혀 떨지 않는 여유로운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으면, 웬만한 경력자들과 비슷해 보였으니까.
만약 자신이 잘못 본 거라면, 금방 달려들어 고블린을 죽일 생각이었다.
"자 그럼, 준비는 끝났나?"
"예!"
"시작해라!"
신호가 주어지자 고블린을 포박하고 있던 사신 길드원들이 포박한 줄을 풀었다.
*
챔피언 고블린은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인간들을 확인했다.
자기 모습이 마치 투기장에 던져진 노예 같지 않은가.
우두머리였던 자신이 투기장의 노예가 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일어났다.
"고브으으으.."
자기 부모로부터 상대할 수 있는 존재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배웠다.
다른 고블린이라면 거기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지 않겠지만 그는 달랐다.
왜 자신들은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없는가?
그는 거기에 항상 의문을 가졌고, 그건 의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들은 약하지 않다, 자신들도 강해질 수 있다.
다른 고블린들이라면 도망칠만한 괴물들도 그는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어린 시절의 객기,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때문에 수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어왔다.
다른 고블린 이었다면 이미 포기했을지 모르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자신이 무엇을 실수했는지 생각했고, 두려움을 이겨 내고 몇 번이고 도전했다.
수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강철과도 같은 육체를 얻을 수 있었다.
특별한 힘을 깨닫는 순간, 그는 자신보다 몸집이 더 큰 상대들도 사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변에 있는 홉 고블린들이 모두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족장, 그렇다. 그는 가장 강한 고블린이 되었던 것이다.
더는 자기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젯밤 찾아왔던 인간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영리했으며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았다.
자기 두 팔과 검으로 그들을 부수려 했으나 그들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일방적인 학살, 처음 보는 도구와 마법에 제대로 된 싸움도 하지 못하고 포로의 신세가 되었다.
자신에게 도와달라 울부짖는 부족원들을 보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으나 복수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약자였으니까.
자신이 패배한 이유가 뭘까, 그때 어떻게 해야 했을까.
자신을 살려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을 스스로 계속해서 되물었다.
아무리 스스로 답을 찾으려 했으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자기 부족을 학살한 인간들에게 복수 하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살아남아 복수하겠다.
"고브브브브ㅡ브!!!!!!!!!!!!!!!!!!!!!!!!!!!"
자신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포효한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우렁찬 소리에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귀를 막았다.
자신을 살려 두는 이유가 고작 유흥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모두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복수하겠다. 챔피언 홉 고블린은 검을 꺼내 들었다.
자기 부족들을 위협했던 거대한 괴수를 쓰러트리고 얻었던 뼈를 갈아 만든 검.
그는 그 검으로 자신을 막는 이들을 모두 죽여 왔다.
비록 이전에는 실패하긴 했지만,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근육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난 선명한 핏줄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였다.
"..."
챔피언 홉 고블린은 자기 앞에 있는 남자를 찢어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온 사력을 다한 검이 공기를 찢으며 사나운 기세로 날아들었다.
일격에 끝날 거로 생각했으나, 자기 공격에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방이 대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충돌이 일어나자, 주변에 있는 이들의 심장이 울리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가 만들어졌다.
__뭐.. 뭐야 저 고블린..
__시우 팔에 근육 좀 봐..
__너는 지금 그런 게 눈에 들어와?
__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__교관님들도 있고.. 사신 길드원들도 있잖아….
서로의 검기가 충돌을 일으키며 스파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고블린이 김시우를 반으로 가르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자, 김시우도 거기에 대응하며 힘을 사용했다.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서로의 팔이 상대의 강함을 알려주었다.
"뭔 고블린이.."
둘의 힘은 비슷했으나 김시우의 검기가 더 강했다.
순간 기묘하게 움직이는 김시우의 검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고블린이 뒤로 물러났다.
아슬아슬하게 김시우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고블린의 가슴에는 옅은 상처가 새겨졌다.
따끔거리는 감각이었으나 고블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고브..!"
본능이 계속해서 당장 달려들어 저 인간을 찢으라고 하고 있었으나 고블린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까처럼 달려들었다가는 당할 게 분명했다. 본능을 억누른다.
왜 자기 검이 밀렸는가.
자기 눈앞에 있는 상대의 검을 바라보았다. 거칠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자기 검기와는 다르게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모습.
자신을 다스린다 생각한 순간, 고블린의 검에 빛나든 검기가 더 선명하게 변했다.
"고블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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