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29 던전 탐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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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지시에 따라 게이트 너머로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열대 우림처럼 후덥한 날씨와 함께 숨을 쉬기 답답할 정도의 습기가 느껴졌다.
게이트 주변은 사신 길드에서 관리하는 구역이라 그런지 현대적인 장치들로 보이는 방벽이 있었다.
아마 몬스터들이 습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투명한 방어막 너머로는 지구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동물과 식물들이 널려 있었다.
하늘 위로도 익룡처럼 보이는 몬스터들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던전은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옛날에 헌터들 끼리는 이런 곳을 사냥터라고 불렀다. 게이트를 길드 단위로 관리하기 전에는 사고도 자주 일어났었지.”
교관은 과거 시절이 떠올랐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옛날에 게이트의 출입을 따로 관리하지 않던 때는,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게이트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헌터가 들어오면 습격하거나, 의도적으로 게이트 안쪽으로 사람을 끌고 들어와 청부살인을 하는 등.
질서가 잡히기 전에는 빌런들이 판을 치고 다녔다.
지금이야 헌터 협회가 생겨나고, 빌런들의 억제 장치라 할 수 있는 S급 헌터들, 그리고 대형 길드들이 생겨나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말이다.
“반갑다! 나는 사신 길드의 14번 팀의 팀장을 맡은 김정호라고 한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가 나타나 떠들기 시작했다.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 같은데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거 보면, 꽤 높은 등급의 헌터처럼 보였다.
“너희도 알다시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게이트가 있기 전에는 다양한 지하자원들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마석이나 몬스터들의 부산물 같은 자원들의 중요도가 올라갔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은 대부분 몬스터의 사체를 가공해서 만든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마석은 당연하고,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서는 다양한 전리품을 얻을 수 있었다.
강철보다 단단한데, 무게는 더 가벼운 뼈라던지.
일반적인 충격으로는 절대로 찢을 수 없는 가죽이라든지.
게이트가 생겨나면서 유용한 자원들이 증가했다.
화석 연료로 만들어내는 전기보다 마석을 통해 만들어내는 전기가 더 효율적인 건 물론, 친환경적이기 까지하다.
그래서 각 국가에서는 마석 발전소를 더 늘리는 추세고, 그럴수록 헌터들의 일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들 중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히어로 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헌터의 주 업무는 헌팅이었다.
가끔 게이트 역류로 인해 몬스터가 넘어온 경우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헌터들도 발 벗고 움직이긴 하지만 결국 헌터의 일은 헌팅이다.
자원이 될 수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을 판매하는 게 주 업무라고 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위험한 녀석들이 살고 있으니 절대 따로 행동하지 않도록 해라. 알겠나!”
“김팀장 수고하는군. 대한 아카데미 생도들이라 했나?”
김정호 팀장의 설명을 듣던 중에 뒤에서 배틀 슈트를 맞춰 입은 헌터들이 나타났다.
모두가 사신 길드의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신 길드 내부에서 전문적으로 헌팅을 하는 집단처럼 보였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끼고 있었다.
“몬스터의 크기에 따라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여기 보이는 17번 팀은 썬더 드라이크라는 대형 몹을 사냥하러 가는 중이지.”
__썬더 드라이크면.. 전기를 쓰는 용 아니야?
__그걸 어떻게 잡아..
“김팀장 우리도 바쁜데 말이야.”
“잠깐만 도와주게. 자 썬더 드라이크는 전기를 주로 쓰는 대형몹이다! 그래서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절연체 장비와 전기 내성이 좋은 장비들을 착용했지.”
사냥할 몬스터에 맞춰서 장비를 준비하는 건 헌터들이 해야 할 기본적인 행동이었다.
오늘 들어온 게이트처럼 특정한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이트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는 지성이 있는 인간이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하는 게 좋지. 그럼 지금부터 안쪽으로 진입할 거다! 지시에 맞춰서 이동해라!”
__떨린다..
__무슨 일 생기지는 않겠지?
이 정도 규모에 게이트에 들어오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한 생도들이 많이 보였다.
게이트 너머가 다른 차원처럼 보일 때도 있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적당히 칼집에 박혀 있는 검의 손잡이를 쓰다듬으며 옆에 있는 민지를 확인해 봤다.
민지는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커다란 건틀릿을 끼고 있지 않았다.
“민지야. 장비는 깜박했어?”
“뭐라는 거야.. 여기 허리에 차고 있는 거 안 보여?”
허리에 네모난 모양의 장치들을 양쪽에 착용하는 걸 보긴 했지만, 건틀릿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거기에 의문을 가진 순간 민지가 자기 허리춤에 있는 장비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흘러 넣었다.
그러자 철커덕거리더니 순식간에 민지의 양손을 감싸는 건틀릿으로 변해 있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화려한 변신은 아니지만, 꽤 멋있어 보였다.
“그거 괜찮아 보이는데? 남자라면 다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야.”
“뭐..뭐라는 거야 멍청아. 그냥 이번에 받은 거야..”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모양이다. 마도 공학 기술이 적용된 지 이전에 사용하던 투박한 건틀릿과는 다르게 나름 불빛도 나는 게 멋있어 보였다.
민지에게 선물할 사람이면 민아가 했으려나?
“그거 미사일도 나가? 막 손바닥에서 빔이 나간다거나. 혹시 하늘도 날 수 있어?”
“내가 무슨 플레티넘맨인지 알아?”
그냥 단순하게 변신 기능만 있는 모양이다. 민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허리춤에 건틀릿을 고정했다.
옛날이었으면 톡 쏘아붙이면서 한소리를 했을 건데, 어제 실신할 정도로 안아줘서 그런지 눈도 잘못 마주치는 민지였다.
‘귀엽기는.’
등록해 둔 히로인들이 성장하면서 보너스 스텟들이 조금씩 쌓여 가고 있었다.
나머지 애들도 진하게 안아주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거다.
드디어 사냥 실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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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길드원들이 몬스터 한 마리를 포획해 생도들 앞으로 데려왔다. 익룡과 도마뱀을 섞어논 것처럼 생긴 몬스터가 밧줄을 풀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저렇게 묶여 있어 약해 보였지만 꽤 등급이 높은 몬스터였다.
__저걸 혼자서 어떻게 잡아?
__다은이는 차석이잖아. 서아도 그렇고 우리랑 레벨이 다르겠지.
__그래도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끼애애애액!!!”
“이다은 앞으로 나와라.”
“…”
강주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이다은을 힐끔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옷차림 때문인지 뚱뚱하게 보일 때도 많았으나, 요즘에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이나 슈트를 입다 보니 지금처럼 가슴이 부각되는 일이 많았다.
‘다은이가 저 정도였나..’
강주원 역시 오랜 시간 이다은과 함께 지내긴 했지만, 가슴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큰 줄은 모르고 있었다.
__이다은 가슴 존나 크다..
__병신아 다른 사람 듣겠다!
강주원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음담패설에 눈을 찌푸리고 뒤쪽을 노려봤다. 아까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있던 생도들은 자신은 아닌 척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어차피 남자 생도들이 적기 때문에 이런 말 하면 금방 걸린다.
이다은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그런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강민지가 있는 쪽에 손을 흔들고 있는 다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민지 일까.. 아니면..”
손을 흔드는 대상이 정말로 강민지가 맞을까?
아니면 옆에 있는 김시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올라왔으나 애써 모른척했다.
그런 생각이 점점 커질 쯤 자신과 정수아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이다은이었다.
그냥 저번에 함께 훈련하면서 친해진 탓이겠지.
따뜻한 봄 같은 다은이의 외모가 최근 들어서 더 예뻐 보이는 것도 착각일 거다.
강주원은 고개를 털며 다시 이다은의 모습에 집중했다.
“사냥에 집중하도록 해라 이다은 생도.”
몬스터를 앞에 두고 집중하지 않고 있는 강주원과 이다은에게 교관이 경고를 날렸다.
“죄송합니다!”
최근 들어 이다은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자기 도시락을 챙겨 온다든지, 조금만 다쳐도 값비싼 회복제 등을 챙겨 온다든지.
그럴 때마다 매번 자신이 거부하고 부담스럽다고 짜증을 내긴 했지만, 막상 사라지고 나니 이상하게 허전했다.
‘하.. 무슨 생각 하는 거냐..”
자기 부탁을 들어줬을 뿐인데, 거기에도 불만을 느낀다는 사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사신 길드원이 포획해온 몬스터를 쓰러트린 이다은이 서 있었다.
지금은 몬스터들과 싸워 보는 시간이었다.
자기 차례는 이미 끝난 지 오래였고 다른 생도들이 차례대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가 전투를 치르는데, 위험하다 싶으면 옆에 있던 교관들이 알아서 도움을 주었다.
__와 역시 차석은 차석인가 봐..
__저거에 맞으면 우리는 죽겠지?
자신이 앞으로 나가 사냥을 했을 때보다 반응이 좋아 보였다.
다은이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헌터였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질투가 나긴 하지만 언젠가는 따라잡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런 한심한 생각 하고 있을 때, 이다은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며 손으로는 브이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방향은.
‘저기는 김시우.. 아니 민지에게 한 거겠지. 최근 들어서 둘이 많이 친해 보였으니까.’
강주원은 김시우에게 패배한 뒤로부터 자꾸 김시우가 눈에 밟혔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이, 자신이 아닌 김시우 쪽으로 향하는 것도 착각은 아닐 게 분명했다.
“다음은 김시우다.”
__와 시우.. 너무 멋있다..
__나는 주원이보다 시우가 더 잘생긴 거 같아.
__최근에는 확실히 그런 것 같긴 해.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강주원, 혼자 뭐 하고 있어. 아까 힘들었냐?”
뒤에서 정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몸이 편안 해 지는 게 느껴졌다. 정수아가 버프 스킬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강주원은 김시우의 전투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사신 길드원들이 각 생도의 수준에 맞춰서 몬스터를 대려오고 있었다.
물론 안전을 위해 생도의 등급보다 더 낮은 몬스터를 대려오고 있기는 하지만 일대일로 상대하므로 변수가 많았다.
김시우의 상대로 끌려오는 몬스터를 보고 생도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__저건 너무 강한 몬스터 아니야?
__시우 다치면 어떻게 해..
‘저건.. 내가 상대했던 것보다 더 강한 몬스터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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