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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28화 (128/235)

〈 128화 〉 128 던전 탐험 (3)

* * *

*

그는 젊은 시절 귀여운 외모로 나이가 많은 연상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남자였다.

평균에 미치지 못 하는 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귀여운 외모와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였다.

평범한 일반인인 그의 외모는 시간 앞에서 무력할 뿐이었다. 이제는 볼록 튀어나온 배, 점점 주름이 지며 처지는 피부.

여전히 동안이긴 하나, 이제는 키 작은 아저씨일 뿐이었다.

그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남자였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우자의 능력이 좋았다.

흔히 말하는 기둥서방과 비슷한 존재였으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부인과 성관계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사신 길드의 마스터 윤승아의 남편 김지호.

그는 여전히 윤승아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명품 옷과 지갑, 시계, 신발, 모자, 남들이 가지고 싶어서 하는 모든 게 그의 주변에 있었으나 그는 공허했다.

“하아…. 내 신세….”

그는 윤승아를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가 윤승아와 결혼한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다.

사신 길드가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하기 전, 사신 길드에 최윤아와 그의 남편 소속되어 있던 시절.

윤승아는 최윤아와 절친 사이었다.

당시 강민아를 임신했던 최윤아는 매일 윤승아에게 자기 딸에 관해 이야기하며 자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강민아의 모습을 보며 윤승아는 내심 부러운 마음을 가졌었다.

자기 반도 안 되는 키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윤승아는 많은 걸 느낀 듯했다.

“윤아야 나도 딸 가지고 싶어.”

“갑자기?”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음에도 삶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최윤아는 하루하루가 행복해 보이지 않던가.

자신과의 차이점은 가정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강민아를 볼 때마다 딸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하나 문제 되는 게 있다면 어린 시절 생겼던 트라우마였다.

그녀가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다른 부부와 비교하여 여전히 뜨거운 관계였다.

윤승아가 자리만 비우면 서로 눈만 맞으면 관계를 가질 정도로 금실이 좋은 부부였다.

금실이 좋은 게 단점은 아니었으나, 결국 사고가 일어났다.

어린 시절의 윤승아가 밖으로 나간 척하고 집에 숨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 보모를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으나, 윤승아가 나갔다고 생각했던 두 명은 여느 때처럼 몸을 섞기 시작했다.

그건 어린 시절 윤승아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남았다.

다정하고 자상했던 자기 아버지가 어머니의 엉덩이를 때리는 모습.

인자했던 어머니가 짐승처럼 울부짖는 모습에 그녀는 성관계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게 잘못된 게 아님을 알게 되었음에도 자신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기 절친인 최윤아가 강민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성애가 끓어올랐다.

자신도 딸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커지던 중, 최윤아가 둘째를 가졌다는 말에 그녀도 결국 결심을 내렸다.

굳이 관계를 가지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었다. 상대방의 아기씨만 있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강민아가 아버지를 찾는 모습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자기 딸인 만큼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자기 하나뿐인 자녀가 아버지 없이 자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적당한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절대로 거역할 수 없고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사람.

거기에 김지호의 귀여워 보이는 외모를 보면 분명 자기 자식도 귀여울 게 분명했다.

“김지호.? 잠시 이쪽으로 와봐.”

“저.. 저 말입니까? 아..알겠습니다.”

김지호는 윤승아의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황했으나,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처지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조건이었다.

비록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어 보였지만, 윤승아의 남편이 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너무나 많았다.

거기에 윤승아라는 사람을 옛날부터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평소에 키가 작아 이런저런 일을 많이 당했던 자신보다도 작은 점이 오히려 그에게는 더 장점으로 다가왔다.

말괄량이 같은 모습도 귀엽고, 외모 또한 그의 마음에 꼭 들어왔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제시한 조건이었다.

“나는 스킨쉽이나 성행위 같은걸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

“…그렇습니까?”

“잘 생각해 봐.”

한창 불타오를 나이였던 김지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으나, 놓치기에는 너무나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거기에 정이 쌓인다고 하는데, 시간이 계속 흐르다 보면 그녀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는 가정에 최선을 다 했다. 다른 여자들의 유혹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윤승아 한 명만 바라보았다.

자신이 마음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분명 윤승아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조금만 더하면 된다는 생각에 급발진한 게 문제였다.

그 뒤로 염동력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나도 남자라고..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김지호는 거울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조금 실수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부부 관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건전한쪽에 속했다. 부부끼리 관계를 하고 싶다는 게 그렇게 잘못된 행위인가.

거울 속에는 과거와 비교하면 한심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김지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차피 윤승아의 앞에 서면 한마디도 못 할 게 분명했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윤승아에게 화를 낼 수 있을까.

자기 뱃살을 잡으며 한숨을 쉬고 있던 김지호의 뒤로 검은색 게이트가 열렸다. 그 너머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여인이 나타났다.

“뭐..! 뭐야! 너는 누구야!!”

“쉿..”

“읍!! 읍!!”

도움을 요청하려 해도 자기 입을 누군가 억지로 붙잡은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읍..? 읍..”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예요. 튼튼하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

“조금만 도와 준다면, 과거의 모습으로 돌려드릴게요.”

“읍…. 아..내..내가 누군 줄 알아. 너..너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될 줄 알아?!”

로브 아래로 드러난 여인의 입가가 매혹적으로 휘어졌다. 로브를 옆으로 치워내자 커다란 가슴이 드러났다.

여인은 말없이 김지호를 자기 품에 안았다. 키 차이때문에 가슴에 파묻힌 김지호는 발버둥 치지 않고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정보만 알려주세요. 대한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면 무엇이든….”

*

며칠 뒤 오늘은 던전 탐험 실습이 있는 날이었다.

2학기가 되고부터는 실습과 훈련 수업이 늘어나면서 외부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렇다고 이론 수업이 줄어든 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공부해야 할 게 많아졌다고 볼 수 있었다.

__ 아무 일 없겠지?

__나 긴장된다…

던전 실습을 온 생도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던전에 들어가 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 들어가는 던전은 꽤 규모가 있는 던전이었다.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게이트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외부에 있는 게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A반 생도 전원이 교관의 지시에 따라 걷는 중이었다.

전교생이 한 번에 이용할 수 없으니, 반 단위로 찢어져서 각자 다른 게이트를 향해 이동했다.

__와.. TV로만 보던 곳이다….

__내가 여기를 실제로 오다니….

A반 생도가 도착한 게이트는 사신 길드에서 관리하는 게이트로, 그 규모도 크고 중요도가 높은 던전이라 일반적인 헌터들은 들어가지도 못 하는 게이트였다.

이 던전을 실습할 수 있게 된 부분에는 윤승아의 관여가 크게 되어 있었다.

강민아는 말없이 A반 생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민아 교수님 이렇게 오실 필요는 없으신데요.”

교관은 이번 실습에 동행한 강민아를 보고 질문을 던졌다.

지도 교수라고는 해도, 이런 실습까지는 동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헌터 아카데미의 교수가 일반적인 교수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이번 실습은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제가 지도 교수잖아요. 우리 반 생도들을 챙겨야죠.”

“생도들을 챙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사실은 김시우와 함께하고 싶어서 동행했던 강민아는 조금 뜨끔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표시를 내지는 않았다.

2학기가 되면서 이런 실습이나 현장 체험들이 많아졌다.

“모두 잠시 대기해라!!”

“예!!!”

교관의 지시에 따라 생도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과거의 자기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장소가 장소다 보니, 더 그러했다.

“나도 옛날에는 저랬지…?”

강민아는 갑자기 오싹한 기운이 느껴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몰래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이상을 느끼고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착각이었을까….”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보이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기척 좀 내고 다녀요.”

익숙한 목소리에 강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신 길드 소속의 이지아가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났다.

매끈해 보이는 암살자 복, 매번 볼 때마다 저런 옷을 입고 있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실습에 동행하신 겁니까?”

“그러면 당신은 서아 때문에 온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아까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

이지아는 절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농담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으니 저게 거짓일 리는 없었다.

그냥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찝찝했다.

“자! 그러면 모두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던전 실습이 시작되었다. 무장을 마친 생도들이 교관을 따라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불안한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자신도 있고 이지아도 있었다.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로 생각하고,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는 생도들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모두가 다 사라지고 난 자리에,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이 좋은 여자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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